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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31   마흔 한 번 째 마당- 길고 긴 나라 칠레
2010/11/26   스물아홉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알카라씨베르트 편 10/9-10/12)
2008/02/29   문화는 생명, 그 뿌리는 정신이다


마흔 한 번 째 마당- 길고 긴 나라 칠레
여행 | 2011/01/31 10:36

마흔 한 번째 마당- 길고 긴 나라 칠레


(푸에르토 몬트, 앙쿧 칠로에, 발디비아, 산티아고,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편 2011. 1/13- 1/26)



48시간에 한 번씩 손 톱 만 한 참치로 연명하며 17일 동안

깊은 어둠에 갇힌 채 33명의 광부가 인간 한계를 극복하고

전원이 새 삶을 찾은 소식은 지난 한해

세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드라마 같은 뉴스였다.

인간 승리 이 광부들의 나라 칠레는 길고 긴 땅 덩어리 만큼이나

풍부한 농수산 광물과 황량한 사막, 태평양, 남극해 등 길다란 영토 속에

다양한 모든 것이 공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16세기 초까지는 잉카제국의 영토였던 칠레에 대해

세계적으로 딱히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서태지 음악에도 영감을 주었다는 불가사의한 모아이 석상의 이스트 섬과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반전 가수 빅토르 하라 등 문화 예술과 수 많은 광물자원 등

세계적으로 손색 없는 보물들이 많이 있었다.


칠레는 우리나라와는 1962년 국교를 수립하였으며,

최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상대국이며, 현재 포도와 와인, 구리 등
농수광산물과 목재 등을 수입하고 있는 나라이다.

칠레를 말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 또 하나는

세계 최초로 선거에 의한 사회주의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다.

1970년 급진사회당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당선되어

미국계 구리 광산을 보상금 안주고 국유화 시킨다.

이에 대한 미국의 보복으로 구리시장이 조작되고

칠레 구리시장이 파산상태에 이른다.

미국의 묵인 하에 군부의 피노체트에 의해 아옌데 대통령이 피살 되는 등

극도로 사회가 불안해지며 피노체트의 무자비한 독재 정치가

오랜 기간 칠레 국민들을 괴롭힌다. 지금도 피노체트 이름만

들어도 머리를 내저으며 부끄러운 과거라며 말문을 돌린다.


2011년 1월 13일 아침 7시 30분, 아르헨티나의 휴양지 바릴로체에서
칠레의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로 향하는 국경 심사대에서

꽤나 까다로운 짐 검사가 실시 되었다. 일일이 짐들을 하나씩 다 조사하고

마약 단속에 대한 남미 국가들의 철저함이 여행자들에게는 큰 불편함을 주고는 있지만
지속적인 안전성과 사회 안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두가 괜찮다는 표정들이다.

짐을 버스에서 오르내리고 다시 체크하는 와중에 애지중지 숨겨 두었던
카라의 담배 3갑이 사라졌다.(그거 깨소금이다 메롱~)

아저씨 한 사람이 올라와서는 짐을 부리고 내리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동전이라도 달라고 모자를 돌린다. 독일 커플의 야멸찬 거부 말고는

너나 할 것 없이 기꺼이 건넨다. 이것도 작은 일자리 창출 차원으로

상생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도 얼른 모자에 돈을 넣었다.



물가가 너무 비싸서 칠레 입국을 포기하고 아르헨티나로 얼른 들어왔다는

한국인 두 여행객의 푸념처럼 교통비도 장난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 여기 푸에르토 몬트까지 7시간이 걸리는

이 거리의 버스 비용이 두 사람 240 아르헨티나 페소

(약 7만 2천원 정도)이다.



이 지역 공중 보건 의사인 에스페란티스토 호세 안토니오( Jose Antonio)의

배려로 칠레의 전원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그의 집은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꽃과 나무가 무성하고 인형들이 거실에 가득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목조 주택이었다.



이상한 신음소리와 괴성을 내며 벅찬 만남의 기쁨에 콧물에다

침 까지 줄줄 흘리는 짝퉁 퍼그 멍멍이 아만다의 열띤 환영식이

피로에 절여진 우리를 원기 회복 웃음바다에 빠트려 준다.^*^


쪽쪽 두 번이면 배웅과 환송 인사가 다 마무리 되는 인간들의 방법과는

비교가 안 되게 환장 발광하며 반겨주는 아만다는 사람만 보면

심하게 흥분을 해서 주인 호세로 하여금 민망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껄껄 댄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집의 멍멍이 세 마리가 모두가 짝퉁이다.

아만다는 물론이며, 야로가는 셰펴드 짝퉁인데
이 녀석 또한 인간 친화력이 끝내준다. 우리를 바라 볼 때 마다

오른쪽에 번쩍 서 있는 귀가 90도 각도로 꺾이면서 왼쪽으로 벌렁 드러눕는다.
순박하게 아래로 쳐진 큰 눈동자와 자존심 죽인 귀하며,

뭐라 한마디만 하면 두 발을 번쩍 들어 올리며 덩치에 맞지 않게

손잡아 달라고 애교를 살살 부린다.

가장 막내 샐리는 달마시안 짝퉁으로 얼렁뚱땅 대강 붙어있는

검은 얼룩 반점만큼이나 수줍음이 많아서 3박 4일 호세네 집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우리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고

그저 멀리서만 지그시 바라본다.


신록이 우거지고 개소리 새소리가 조화로운 이곳은 우리의 봄 날씨 처럼
시샘이 많아서 낮에는 햇님이 활짝 웃다가도 어느새 주룩주룩 비가 쏟아지고,
그늘에 있으면 도톰한 겉옷이 필요한 곳이다.

아내도 의사, 큰 딸도 예비 의사인 이 집 식구들, 다이어트와 음식 조절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우리가 머무는 동안 고기 냄새 한번 맡지 못했다.

그러나 정성껏 장만 해준 채식 식사와 과일, 쥬스 등 바쁜 와중에도

우리의 잠자리를 편하게 마련해준 고마운 가족들이다.


호세네 집에서 멀지 않는 푸에르토 바라스(Puerto Varas)는

해수욕장과 만년설산이 함께 둥그렇게 모여 있는 해변 마을이다.

거리 악사의 낭랑한 바이올린 연주와 까만 삼륜차의 예쁜 카페에서

풍겨 나오는 향긋함이 작고 소박한 해수욕장의 낭만을 더해준다.



호세와의 마지막을 비린내가 정겹게 다가오는

안헬모(Angelmo)란 곳으로 향했다. 마치 부산의 자갈치 시장 같은

싱싱한 해산물과 생선, 다양한 요리 등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덤으로 얹어주는 인정과 떠들썩한 발걸음,

살짝살짝 스치는 옷깃으로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다.


칠로에 섬(Isla de Chiloe‘)에 있는 앙쿧(Ancud)으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은
오직 펭귄 보러 간다. 말로만 듣고 TV나 사진으로만 보던 펭귄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아침 일찍 서둘렀다. 버스를 한 시간 타고,

다시 배를 약 30분 타고 또 다시 버스로 약 40분 후에 도착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 주룩 주룩 쏟아지던 비가 더욱 세차게 뿌린다.

펭귄은 고사하고 걔네들 동네 근처도 못 간다고 한다.

세상에나..저기 저 작은 쪽배가 무슨 용빼는 재주 있다고...

무슨 수로 이 비바람을 헤치고 항해한다는 말인가...

그럼 호세라도 가지 말라고 우릴 말려야 되는 것 아니야...(궁시렁 궁시렁)

정말 짜증 지대로다...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호세 미워이~


이리저리 배회 하면서 바라보는 이 마을이 정말 평화로워 보인다.

작고 아담한 나무집들이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마저 편안함을 준다.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지역에 웬 나무집이냐고 물었더니

습기를 예방하고 물도 잘 내려가게끔 나무 문양과 디자인이

잘 되어 있어 전혀 걱정이 없다고 한다.

꿩 대신 닭 집이라고, 펭귄 대신 예쁜 나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늑함과 고등어 행님 닮은 쫄깃한 생선 구이를 맛보지 못했다면

더더욱 서러웠을 펭귄과의 미팅은 이렇게 허탕치고 말았다.(c c)



2011년 1월 16일, 푸에르토 몬트에서 3시간 걸리는

발디비아(Valdivia)에 밤 늦게 도착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서쪽으로 840km 떨어진 이곳은
1552년 2월 9일, 에스파냐의 정복자

돈 페드로(Don Pedro)에 의해 세워졌다.


19세기에는 독일의 전문직 이주자들로 구성된

투자자들의 원조로 무역과 고급 문화 예술이 꽃피던 곳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 5월 22일 진도 8.5의 지진이 3분간 지속되면서

이 지역의 왼쪽 부분이 다 파괴되어 버렸다.

그 후 독일 이주자들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고, 남아있는 원주민들의

친환경적인 생활과 보존으로 바다늑대(sea wolf)도 강으로 올라오고

세 개의 강(Rio Valdivia, Cruces, Calle Calle)과 바다가 만나는

풍요로운 해산물과 생선 유통으로 칠레인들의 영양을 책임지고,

또한 해변 휴양지로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1955년에 세워진 11만 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식물원(Botanical Garden)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토종과 외래종이 한데 어우러져

광활한 녹색의 벌판을 펼친다.

이 지역의 유일한 에스페란티스토이며 보트 제작과 디자인을 대학에서 가르치는
마르코스(Marcos)는 업무상 남쪽 지역

푼타아레스(Pta Ares)로 가고 없었지만, 그의 아내 타티아나와

예쁜 두 딸 파올라, 칼라의 정성스런 배려로 배! 째라 부부는

하루하루 피로의 찌꺼기가 남을 새도 없다.


대문 없는 집들이 죽 늘어선 마르코스의 동네는 이 살벌한 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나무문도 돌담도 없는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 모두가 선하게 보인다.


2011년 1월 19일 발디비아에서 배를 타고 코랄(Corral)을 거쳐
만쎄라(Mancera)를 돌아오는 보트 여행에 나섰다. 동그란 식탁마다

의자3-4개가 놓여있고 점심과 커피, 간식 들이 제공되는

이 짧은 여행 코스에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에스파냐의 침략을 칠레의 원주민들이 단결하여 막아내는 연극을 열띠게

펼치는 이곳 코랄은 바다로부터 건너오는 외적들을 막아내는 요새였다.


실제 퍽퍽 치고 박는 전투 장면에다, 빵빵 터지는 대포소리, 울부짖는

아녀자들의 통곡소리, 온몸을 다 바쳐 열연하는 이들은 오직

자신의 마을 홍보를 위해 기꺼이 노력하는 무료 자원 봉사자들이라고 한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 보다 10분 먼저 출발한 배가 우리 눈앞에서

기우뚱하면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려 한다.

뱃머리에 앉아 울부짖는 아이들과 겁을 잔뜩 먹은 어른들 할 것 없이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배 침몰 사고는 발디비아로 돌아오는 내내

로자의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다행히 바지선이 잽싸게 배의 넘어지는 부분을 지탱해주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작은 배에 무리하게

많은 인원을 태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르코스 가족들의 염려 덕택에 무사히 수도 산티아고(Santiago)행

버스에 늦지 않게 탔다. 12시간 정도 걸리는 버스 여행은 이제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게 생각하는 배! 째라 부부도 이번만큼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Cruz del Sur 버스가 겉만 번지르르 했지

발도 뻗기도 힘들고 게다가 저녁도 간식도 생략한 채

야속하게 다음날 아침 빵 1개에 커피 한잔 겨우 준다.


2011년 1월 20일 아침 9시 30분 ,

타로점에 도통하고 요즘은 점성술 공부에 여념이 없는

스페인어 교사이며 에스페란티스토인 리카르도가

검은 곱슬머리 날리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우아한 샴 고양이 오시리스가 조용히 반겨준 그의 집은

마치 네팔 무당 친구라도 살고 있는 집처럼

정체모를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신비한 인체 댓생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고, 여기저기 고양이털이 몽실몽실 떠다니고 있었다.



지하철 Patronato역에 한인 타운이 있다는 말에 얼른 그의 집을 빠져나왔다.
‘인심 좋은 숙이네’ 한국식당에서 비빔밥에 김치찌개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으로 향한다.

1647년 지진으로 무너져 1748년에 재건한

산티아고 성당(Catedral Metropolitiana de Santiago)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춤판, 놀이판이

땡볕아래에서도 아랑곳 않고 펼쳐진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선조들의 흘린 피와

인디오를 상징하는 빨간색, 맑고 깨끗한 하늘을 상징하는 파란색,

그리고 안데스 산맥의 눈을 상징하는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칠레의 국기가 여기저기 펄럭인다.


지하철 라모네다(La Moneda)역에서 가까운 대통령궁은

그 옆에 위치한

중앙문화플라자(Centro Cultural Plaza de La Moneda)와 함께

산티아고 관광의 명소로 꼽힌다. 염소 가죽을 이용한 신발과 모자,
말꼬리를 이용한 귀걸이, 돌을 갈아 만든 보온병,

구리를 이용한 세련된 장식품 등 각 지역의 특산품들만 보아도

칠레가 얼마나 다양한 나라인지 가늠케 한다.

에스페란티스토 이반( Ivan)과 함께 한 중앙시장에서의 식사는

칠레산의 향긋한 백포주가 곁들여진 맛난 점심이었다.


세계 각국의 우표와 엽서를 수집하는 이반은 건강한 여행을 바라는

덕담과 함께 볼리비아로 향한다는 우리에게

볼리비아 직인이 찍힌 엽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30여 년 간 89개국의 우표와 엽서를 해마다 전시하는 그의 꿈은

오직 하나 칠레에도 풍성한 에스페란토의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틈만 나면 여자 친구와 연신 쪽쪽 거리는 리카르도와 빈곳만 있으면

얌전하게 엉덩이를 들이대는 고양이 오시리스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의 하나라는 칠레 북부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로 발길을 부지런히 돌려야 한다.
그전에 칼라마에서 잠시 내려 다시 버스를 타야한다.

소금 사막 우유니를 가기 위한 멀고 험한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무신경의 극치 배! 째라 부부는 산티아고에서 칼라마를 거쳐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를 가는 것이 더욱 저렴한 방법이라는 사실에

그냥 감격해 헤헤 거린다.


내일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 지라도

잠자고 보자는 잠돌이와 잠순이도 내일 우유니를 만난다는

기쁨에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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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알카라씨베르트 편 10/9-10/12)
여행 | 2010/11/26 00:24

스물아홉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

(알카라씨베르트 편 10/9-10/12)

선진 문명국가에서 수도요금과 전기세를 내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하면

비싼 밥 먹고 웬 흰 소리냐고 할 것이다.

정글이나 숲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불가능한 일임에 분명하다.

이런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곳으로 향하는

배! 째라 부부 표정에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편리함에 젖어 살던 몸이 쉽사리 적응할 까도

걱정이지만 어둠이라는 공포에 어떻게 견딜지

로자의 근심이 시간이 갈수록 더해간다.

원시 소년 같은 카라만이 고향 가는 열차에 올라탄 듯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싱글 벙글거린다^^.

소박한 건물의 Alcala de Xirvert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친한 친구 만난 듯

냉큼 달려들어 로자의 뺨에 진한 키스 세례를 날려주는

마르코스는 우리를 초대한 에스페란티스토 모니카의 남동생이다.

서양의 문화에서 가장 먼저 당황하게 만들었던

이 키스에 대해 또 다시 로자가 실눈을 뜨고

안보는 척 하면서 열심히 관찰하였다.

먼저, 입술을 포개며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 15도 정도

젖히면서 맛있어 죽겠다는 듯 혀로써 상호 교감하는

프렌치 키스는 오직 연인과 부부 사이만 허용하는

달콤 심각한 인사법이고,

안면 정도는 이미 텄지만 아직도 어색한 사람 사이끼리는

서로 어깨를 부여잡고 입술로 가볍게 뺨에

비벼주며 키스를 한다.

친한 사람들과는 덥썩 부여안고 찐하게

뺨과 입술에 갖다 댄다. 이때 주의할 것은

입을 벌려서는 절대 안 된다는

어느 고수의 말씀이 있었다.

잘못하면 불륜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서...

오직 뺨과 뺨이 만나는 인사법은

우리가 그냥 악수 하듯 의무감에 젖어서 하는

별 뜻 없는 키스같이 보였다.

처음 만나거나 잘 모르는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서는

어깨는 부여잡되, 입으로 쪽쪽 소리만 내주며

어느 정도 가식이 느껴지는 키스를 한다.

이때 각자의 표정을 보면 서로 딴 곳을 쳐다보며

무성의하게 쪽쪽!! 소리만 내주며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땀 흘려 열심히 공연하고 난 후 로자에게

건네주는 하얀 할머니들의 키스 세례에서는

애정이 듬뿍 담긴 진심이 느껴지며 새로운 기운을

샘솟게 하는 그 무엇이 전해졌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들의 키스 문화는

아무렇지 않게 보는 것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배! 째라 부부에게 종종 거부 반응을 주는 경우도 많았지만,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듯 눈이 행복한 그림도 많았다.

세계 각 국 여행사의 상품목록 중

‘키스하기 정말 좋은 명소’를 앞 다투어

개설하는 것을 보면 서양인들에게 있어 키스는

정말 중요한 에너지 교감 프로젝트인 것이 분명하다.

스페인의 해변 휴양지 코마루자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알카라 데 씨베르트는 빗방울의 씨가 말라 버린 듯

팍팍하고 건조한 토양이 농사를 짓기에는 적당한 곳이 아닌 듯하다.

생전 본 적도 없는 멍멍이 비토의 열광적인 환대로 들어선

모니카의 농장(http://fincasantmiquel.es)은 온통

초록이 숨 쉬는 초원 같았다.

비도 눈도 습기라고는 찾기 어려운

이 건조한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기 위해

이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는지 짐작이 간다.

지난 9월 달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는 모니카의 남편

하이메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인형같이 예쁜 딸 이레나와 아들 테오, 주말마다 마드리드에서

방문하는 남동생 마르코스 등 다섯 식구가 문명을 거부하며

자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살아가는 이곳은

원예와 농업을 전공한 이들 부부와 두 자녀, 남동생의

만장일치 선택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태양열을 이용한 보온과 조리기, 온수사용, 충전기를 이용한

최소한의 전력 사용(저녁밥 먹을 때만 오직 전구 사용)

대, 소변을 분리하여 거름을 생산해 내는 생태화장실,

나무로 만든 집과 휴게실, 전통적인 돌 가마를 이용한

빵 굼터, 부족한 물을 절약하고 이미 사용한 물을

제2, 제3활용하면서 상호 윈윈하는 법 등...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님에도 우리 모두가 쉽사리

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방법들을 온 가족들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행복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호주 요하노의 집에서 이미 경험한 채식과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이곳에서는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사용을

최대한 거부함으로써 또 다른 청정한 원시 생활로

되돌아가는 체험을 하게 해주었다.

가엾은 생명들을 죽여야 얻을 수 있는 육류와 유제품 대신,

밭에서 나는 보약같은 채소, 과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의 근심은 성장기 두 자녀의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지만

살생보다는 상생을 택했다며 순박한 웃음을 띠운다.

이곳의 또 다른 식구 노새(조랑말) 페드로는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발로 양철 문을 뻥뻥 차며 떼를 쓴다.

‘제발, 먹이 규칙적으로 주지 말고 아무 때나 달라고요!!’

통성을 이용한 고음과 저음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딱 3-4초간 리드미컬하게 쩌렁쩌렁 불평한다.

오늘의 휴가병 멍멍이 레메는 떡 벌어진

갈색 엉덩이를 흔들며 로자에게 애교를 부린다.

4마리 견공들이 돌아가면서 3일에 한 번씩

달콤한 휴식을 얻기 위해 기꺼이 사흘 밤낮을 목에 줄 매고

기쁘게 기다린다. 3천여 평의 농장을

맘껏 휘젓고 다닐 수 있는 특권과 함께...

혼자 외로이 다니는 것이 애처로워

둘 씩 짝을 이루어 휴가를 줬더니

두 마리가 서로 작당을 해서 외박을 하고 돌아오는 통에,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오직 하루 한 마리만 자유를 준단다.

파라다이스 같은 이곳에서도 FTA(자유무역협정)라는

괴물이 들이닥쳐 값싼 과일 홍수로 유기농 농가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찌든 삶을 정리하고

귀농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대신 좌절과 절망을

안겨 주고 있다고 토로하는 하이메를 보면서 이것이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행운의 두 한국인이 큰 선물을 몰고 왔다고

모니카, 하이메 부부가 싱글벙글이다.

근 40일 만에 씨가 말라버린 줄 알았던

황금같은 비가 천둥 번개와 함께 밤새 몰아쳤다.

하늘이 내려주는 천둥 번개의 천연 전력이

비옥한 땅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질소를 선사한다고 한다.

마드리드에서의 혼잡한 도시생활을 청산한지 어느덧 6년,

모니카, 하이메 부부와 마르코스의 실험적인

원시 자연 친화적 생활은 이제 도전을 뛰어넘어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들 모두의 단 한가지의 여망

‘자급자족’이라는 소박하고도 원대한 이상 실현을 위한

흙빛 노력은 작렬하는 태양아래서

오늘도 멈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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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생명, 그 뿌리는 정신이다
문화관련 글들(ktp) | 2008/02/29 08:39

문화는 생명, 그 뿌리는 정신이다.


권병길(연극배우, 영화배우)

<공공의 적> 등 다수 영화 출연


우리의 긴 역사는 강대국들의 수없는 침략과 식민지 하에서도 문화를 잃지 않고 살아 온 역사이다. 문화는 곧 생명, 그 뿌리는 정신, 곧 우리의 정체성이다. 어느 민족 국가에도 문화만 지켜지면 강대국의 식민지하에서 다시 독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사에서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세계화 아래 새로운 자본의 침략이 소리 없이 한반도를 덮고 있다. 그 자본의 힘은 지켜야 할 우리의 가치를 흡수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의 식민지화에 경각심을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도사리고 있는 독소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숭례문, 조선왕조 초기에 건축된 600여년의 자존심, 그 생명이 불에 홀딱 타 버렸다. 불을 지른 사람은 이 사회가 만든 인격체이며, 억울하다 분풀이를 무책임 무관리의 틈을 타 숭례문을 선택한 비열한 사람이다. “다시 복원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바로 그 말은 어쩌면 이 사회의 자화상 아닌가? 문화재 생명은 끝난 것 같다. 아무리 돈을 발라 첨단 재목과 공법을 쓴다 해도 조상의 땀과 얼, 지나온 역사는 재로 변했음을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초가 안 된 사회, 막 내린 정부에서 생긴 일이니 막 오른 정부는 다행이라고 미소 짓는 사람들...... 이 책임은 분명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구청, 문화재청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반(反)문화의 소산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계천 복원도 좋고, 운하도 좋고, 새만금 막아도 좋고, 골프장 넓히는 것도 좋다고 하면서, 아파트 건축을 올리고 또 올리는 반문화 의식. 그러나 서민과 농민들 허리가 휘는 것은 끝없이 계속되어 왔다. 자동차 시대에 농촌을 뒤엎고 산을 뚫어 길을 낸 도로를 달려가다 보면 아름다운 자연은 무수히 파괴되고 천박한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여기저기에 꿈틀대고, 먹고 마시고 놀고 잠자면서 돈만 있으면 나라님 행세할 수 있는 것은 졸부 문화의 현주소다. 이뿐인가? 문화의 전당이란 이름 붙인 문예회관은 지방자치의 숙원 사업으! 로 타 지역보다 더 크게 경쟁하듯 수백억을 들여 전시용 건축을 하고 내용도 없이 농촌의 삶과 부조화를 이루니, 괴물 같기까지 하다.


이러한 문화 의식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그것은 35년의 식민지하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주인의식이 말살되고 문화 정체성이 목 조여져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 문화의 위기를 알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영화를 필두로 방송·서비스 분야, 예술·문학 저작권 등이 위기를 맞고 있고 미국의 짝퉁 문화에 끼어 변질된 모습이 되고 있다. 한미FTA 이전에도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불가능한 관계가 없었다. 한미 군사 협력, 무역, 교류, 여행, 이민, 유학 등 어느 하나 빠짐없는 수교국인데 한미FTA를 해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논리이다. 잘 사는 것도 좋지만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잘사는 것이냐? 경제적 이득만 있으면 우리의 정체성은 잃어도 되는 것인가?


이미 지난 해, 스크린쿼터, 소고기, 자동차, 의약품은 한미FTA 선결 조건으로 양보하여 본격적인 쌍무 협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우리 영화 의무상영일 수를 145일에서 73일로 축소, 헐리우드 영화의 영역을 넓혔다. 우리 영화계는 적자 속에 허덕이고 있다. 1/4분기 우리 영화 점유율은 61.6%에서 48.9% 하락한 반면, 미국 영화는 26.4% 상승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 영화계에서는 제작여건 위축, 투자회피, 제작편수 축소, 영화의 질적 저하, 인력 실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왜 미국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요 의제로 강제했던가? 그것은 전 세계의 80% 이상을 미국 영화가 장악하고 있고, 그 영화 산업은 미국 주요 산업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것은 점점 없어지고 미국 문화로 대체해도 된다는 논리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 얘기를 보고 듣기를 원한! 다. 그것은 우리의 언어, 정서, 혼으로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안고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화해 정책의 중심에 한미FTA 타결을 두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취임한 이명박 정부가 우리 전통과 문화의 중요성을 힘주어 강조하는 것이 자유무역협정 찬성 논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되어야 한다. 문화는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고 정치적 힘을 인간회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며,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는 안내자인 것이다. 그 증거로 평양에서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연주가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진행된 것을 들 수 있다. 긴장되고 있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햇빛이 비쳐지리라 기대해 본다.


이제 한미FTA 비준 통과 절차는 국회로 넘어 갔다. 미국 역시 의회 인준을 남겨 놓고 있다. 우리 국회는 FTA 협정을 처리하기 전에 지금까지 열거한 각 민족과 국가의 문화 다양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협약은 경제적 잣대로 보는 강대국의 패권에 맞서 민족과 자국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만든 국제 협약이다.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 협약에는 이미 70여 개국이 그 뜻에 찬성, 가입했으며, 우리 정부 역시 그 협약의 중요성을 알고 찬성, 가입했다. 이 협약에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 뿐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에는 미국이 자본의 독점을 통해 문화를 독점하겠다는 야만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 국회 역시 유네스코의 문화 다양성 협약의 국회 비준을 미루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국회 이전에 FTA를 주도한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이 협약에 대한 비준 동의 요청을 하지 않은 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 시작이 스크린쿼터 축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미국에 조공으로 바친 스크린쿼터 축소의 문제점을 은폐하고 미국 영화 산업에 일조하여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독창적인 우리의 창작 권리를 근본부터 흔드는 FTA 협정은, 반민족, 반민주, 반문화의 협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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