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번째 마당(6/21-7/13,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피어난 에스페란토의 향기)

여행 2010/07/30 02:25
열세번째 마당(6/21-7/13,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피어난 에스페란토의 향기)

     약 두 달 동안의 행복했던 호주 최남단 태즈마니아주의 여행을
  마치고 아들레이드로 향하는 길이 꽤나 성가시다.
  새파란 숫처녀같은 순수함으로 우릴 맞을 것 같았던 저가
  항공사 버진블루가 배! 째라 부부의 속을 박박 긁는다.

  짐으로 부치는 수하물에도 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기내의
  오렌지 쥬스 한 잔에도 계산서를 발행한다.
  이건 뭐 완전히 뒤통수 맞는 기분...
  싼 게 달리 싼 게 아니구먼...이렇게 뜯어내고 저렇게 충당해
  나가는 것이 순박한 처녀가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속물 같다.

  거기에다 1시간 30분이나 멜버른 공항에서 연착하는 불상사로
  심통 밥통이 부글부글 끓는다.
  아니, 안개도 없고 날씨도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데...

  C C...도데체 뭔 일이래...

  (궁시렁 궁시렁....중얼중얼...붉으락 푸르락)

  호주 본토 아들레이드의 브리지워터로 초대한 우프 호스트는
  조지이다. 배! 째라 부부는 조지가 남자인줄 알고 이메일에
  미스터 조지라고 꼬박꼬박 존칭을 적어 보냈다. 알고 보니
  조지가 부인, 더크가 남편, 자라는 11살 난 아들이다. 카라가
  이들을 한꺼번에 ‘헬로~떡 조지 자라’ 하고 성질 급하게
  부를 때마다 뒤집어지는 로자의 웃음소리에 세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같이 싱글거린다.

  성명들도 참으로 거시기한 게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어
  배! 째라 부부 매일 매일 자지러진다. 독일 출신의 번역가 더크와
  남미계의 강인한 인상을 갖고 있는 조지는 연하남 연상녀 커플로
  보인다. 조지가 정원에서 삽질하고 있어도 연하의 잘생긴 남편은
  두 손 바지 주머니에 꾹 찔러 넣고 멀뚱거리며 쳐다보기만 한 채
  같이 거들 생각도 않는다.

  자고로 동양이든 서양이든 미남 남편 데리고 사는 일이 참으로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 같구먼...
  돈 못 벌어와도, 하는 모양새가 아니꼽고 치사해도 꾹 참고
  살아야 하고, 손톱에 때가 낄까봐 절절거리는 모습도
  사랑스럽게, 멋있게 보아야하니 말이다.

  아~ 로자는 정말 다행이다. 연하의 미남과 같이 안 살아서~~
  이런 꼬락서니를 보면 복통 터져서 삼신 할매 주신 명줄
  부여잡고 살아갈 수나 있을까...

  11살의 자라는 아빠의 훤칠한 모습을 닮은 귀엽고 잘 생긴
  소년이다. 장래 희망이 쉐프(요리 명인)와 훌륭한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그는 스페인 축구단의 열렬 팬이면서 월드컵 우승도
  스페인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명랑한 이 소년도
  엄마 조지의 잔소리에는 풀이 죽어 단숨에 하던 놀이도 멈추고
  제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된다.

  앙알 앙알거리는 조지의 지친 목소리에는 철부지 남편을
  대신하여 자라가 가장으로 우뚝 성장하여주길 희망하는 것처럼
  들린다. 낯선 땅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배! 째라 부부의 상상력이
  오지랖이 넘게 설쳐대는 것인가?

  얼키설키 엉크러진 가시 많은 불랙베리 나무를 베어낸 그 자리에
  심은 유칼리나무와 이름 모를 과실수들이 싹이 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갈 때 쯤이면 이 부부의 희망 자라의 키도 부쩍부쩍
  자라나서 이들과 함께 값진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친절한 에스페란티스토 산도르가 사는 아들레이드는 호주 남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州道)로서 현 호주 최초
  여성총리 줄리아 길라드가 자라난 곳이다. 영국 웨일즈
  태생으로서 어린 시절 폐렴에 시달리던 그녀의 건강을 위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오기로 결정한 곳이 바로 이곳 이라고 한다.

  인구 110만으로 호주에서 5번째로 큰 해안도시 아들레이드는
  사계절이 비교적 온화한 곳으로서 토렌스강을 중심으로
  북아들레이드와 남아들레이드로 나뉜다. 길게 뻗은
  킹스윌리암스 스트리트를 사이에 두고 북아들레이드는 유럽풍의
  고풍스런 석조 건물들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서 있는
  반면 남아들레이드는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고 파격적인 건물과
  문화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와 고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에서 만난
  에스페란티스토들과의 만남과 교류는 에스페란토라는 용어의
  어원과도 같은 희망 그 자체였다.

  본의 아니게 하루 일찍 도착한 아들레이드의 중앙역에서 만난
  산도르의 상쾌한 미소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었던 산도르와 카라는
  이미 막역한 사이로서 이국땅에서 이산가족 상봉하듯
  뜨거운 포옹으로 반가움을 대신 한다.

  빅토리아 스퀘어 가든역에서 공짜 시티써클 버스를 타고
  산로르의 장모님 패트 여사댁으로 향하는 발길이 마냥 신난다.
  약15분 후에 내린 곳은 멋드러진 나무들이 얼마나 상당 하길래
  역 이름도 굳우드(goodwood)이다.

 

  마치 무당 빤쓰라도 입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패트 여사가 집을
  비우는 날짜를 정확히 알아 맞추어서 이곳에 도착 한 것이다.
  산도르의 놀란 음성만 들어도 이미 우리는 배! 째라 도사님이
  되어 버린 것이다.

     트레 스트랑가...(참말로 이상허데이...)

     키엘 비 코니스 티안 팍톤?...
    (집 비운단 사실 어찌 알았당가?...)

  산도르의 궁금증도 잠시, 흥겨운 콧노래와 함께 도착한
  패트 여사댁은  호주 정부가 은퇴자들에게 수여하는
  공용주택이었다. 아담힌 붉은 벽돌의 2층집으로서,
  1층에는 응접실과 주방, 세탁실, 화장실, 2층에는 2개의 침실과
  서재와 욕실 등이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맑고 화창한 햇빛
  만큼이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아파트이다.

  빛과 소금같은 이곳에서 우리는 2주 동안 호주에서
  제2의 신혼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냉장고에 가득한
  식료품들이며, 거실 가득 쌓여있는 비디오, DVD, 서적들이
  우리의 늘그막한 신혼을 더욱 향기롭게 해준다.
  입에 귀에 걸린 채 배! 째라 부부만의 늘어진 아들레이드의
  여행 또한 행운의 여신이 보내주는 선물로 생각하며 감사함으로
  두 손을 맞잡는다.

  지난 5월 멜버른에서 만났던 당찬 신혼부부 박하와 호호센을
  이곳 산도르의 공동체 보금자리 ‘셀리 후(Seli Hoo)’에서
  또 다시 만난다. 이왕 한국인들이 5명 (한명은 한국 유학생)이나
  모여 있으니 한국의 밤 행사를 갖자고 산도르가 제안한다.

  한국음식과 춤과 음악이 흐르는 조그마한 페스티벌을 갖기로
  결정한 이상 우리l의 먹거리 준비와 양반춤 연습을 해야하는데...   
  늘어지게 게으름 피우던 시간이 새삼 근심스럽게 다가온다.
  산도르와 함께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애니가 토요일 오전에
  한국의 아름다운 춤을 이곳 주민들께도 구경 시켜주자는 말에
  흔쾌히 찬성!

  토요일(7월 3일) 직거래 장터가 클래어랜스 파크 커뮤니티 센터  
  (Clarence Park Community Centre) 대강당에서 열린다.
  유기농을 사고 파는 친환경적인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공연이다.
  한껏 단장한 양반춤과 흥겨운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연방 뷰티풀을 날려주는 이들은 이미 예술을 아는 멋쟁이들이다.

  저녁에는 김밥과 된장국, 비빔밥의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익어가는 박하의 랩과 로자의 양반부채가 휘늘어진
  신록만큼이나 신선한 즐거움을 전해주기 위해 부산하다.
  이왕 시작한 발걸음 다음 주 아들레이드 대학
  영어교육원(ELS)에서 한 번 더 우리의 공연을 주문한다.

  콤프레네블레!!(물론이고 말고요!!) 동서양의 청년들과 교수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관심 속에 우리의 속전속결 공연이 3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나날이 개선되고 발전하고 있다고 산도르가
  한마디 더 거든다. 벌써 우리 춤에 대한 안목이 생겼나봐...

  오는 8월 루마니아공연과 10월 스페인 공연을 위한 전초전이라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한 획을 그어가는 심정으로 힘껏 부채를
  펼친다.

  산도르가 처가의 집안 행사로 호주 북부 다아윈으로 떠나고
  난 후 우리의 친절한 안내인을 자청한 에스페란티스토는
  트레블 스틸과 그의 아내 카트야이다.
  그는 세계에스페란토협회(UEA)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수많은 에스페란토와 영문 저작들로 인해 호주에서는
  유명한 에스페란티스토이다.

  더구나 호주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폭풍의 소년(Storm boy)'에 에스페란토 자막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초보 에스페란토에게 흥미를 전해주었다.

  카트야의 또랑또랑한 에스페란토 발음만큼이나
  걸출한 두 에스페란티스토 부부는 향기로운 금슬을 자랑하면서
  정성스런 식사준비와 함께 우리를 빼어난 아들레이드의
  서남부의 명소로 인도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중남미 아루바 섬(네덜란드령)에서 태어난 인드라니라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에스페란티스토가
  아들레이드 북부를 구경 시켜주어서 아들레이드의 유명한
  명소를 다 둘러 보는 행운을 누렸다.

  오는 2011년은 아들레이드에 에스페란토가 보급된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100년이란 오랜 세월만큼이나 견디고 이겨낸
  호주 아들레이드 에스페란티스토들의 헌신과 애정에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성공적인 대회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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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상희 2010/08/06 14:1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푸하하하
    선생님 정말 떠나셨네요.
    와앙 부러버요. 신나게 사시는 모습이 그려져서 보기 좋네요.
    상흰 결혼해요. 그때 말씀드렸던 9살 연하남과....
    잘생긴 연하남은 데리고 살려면 고생한다는 말씀이 와 닿네요. ㅋㅋㅋ
    그리고 배 속에 아이도 있어용. 태명은 만복이....

    결혼 날짜는 8월 15일 광복절이요.
    행복한 나날 보내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그리고 복된 여행되세요.

    • 로자 고경자 2010/08/06 16:41 PERMALINKMODIFY/DELETE

      얼씨구 좋다!!

      무지 무지 축하해요.
      8월 15일은 내게도 특별한 추억이 많은 날이랍니다.
      알콩달콩 향기롭게 두 분 손 꼭잡고 살아가길 빌어요.

  2. 김진선 2010/08/11 13:0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언니 오랜만에 들어와서 읽어보네요.
    음~
    할 말을 잃게 하네요.
    무엇보다도 좋은 여행되세요. 건강 조심하구요. 글을 읽으면서 언니와 형의 열정.정열.꿈이 보이네요. 그 열정이 가장 부러워요. 뚜렷한 목표의식과 버림, 그리고 비움 ...
    그리고 여행.
    버려야 얻는것도 있겠지요.
    오늘 나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물론 안개로 인하여 찾을 수가 없답니다. 여하튼 길 찾기를 북돋아 주신 언니와 형의 과감한 실천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 로자 고경자 2010/08/12 18:31 PERMALINKMODIFY/DELETE

      하이~ 진선...

      4명의 보물들이 다 크고 나면 자네도 훌훌 털고 남편이랑 떠나보시게..
      우리에 못지 않은 정열과 그대의 끼를 우린 자알 알고 있다우.
      부디, 꿈을 접지 말고 펼칠지어다.
      그대의 끼와 열정의 화려한 부활을 위하여!

  3. vera AN 2010/08/30 11:0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Kara. Roza.

    En dua bildo, S-ro Sandor aspektas iom melankolie kun blankaj maldensaj barboj, iom pli s'ulkigitaj mienoj ol antau'e en seulo.

    Tamen, vi g'ojege renkontig'is kun li, sendis kvazau'mielvojag'on. ^*^

    Dankon pro via skriba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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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마당 - 호바트에서 로베르토 만나다.

여행 2010/06/18 15:58

  열번째마당(6/1- 호주 최남단 호바트에서, 로베르토 만나다.)

    런세스턴에서부터 버스로 약 2시간 30분 걸려 호바트에 도착했다.
   
호주에서 가장 추운 도시인 이곳은 태즈매나아주의 제1의 도시답게
   야트막하고 아담한 주택들이 강을 끼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호바트 방문의 목적은 호주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한국 교민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을 소개하고 가르치고,
         에스페란티스토 로베르토를 만나기 위해서 이다.      

그를 태즈마니아대학(UTAS) 축구장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초록색의 선명한 잔디가 깔려있는 천연구장에서는
인근 동네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테니스치기에 한창이었고
조금 건너 과학도서관에는 동서양의 청년들이 코 박고
시험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태즈마니아의 유일한 종합대학으로서 규모는 산 하나와 바다를
캠퍼스 에 모셔다 놓은 듯 광활하다. 산비탈을 따라 올라 가면
다른 단과대학이 시퍼렇게 서있고, 또 다른 오솔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아담한 부속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학 여기저기서 한국인인 듯 한 학생들이 꽤 보인다.

       
         살루톤!(안녕하세요의 에스페란토)

    처음 만나는 우리에게 친근한 에스페란토가 건네진다.
 
호주 호바트의 에스페란티스토 로베르토가 천진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든다.
  약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는 빛 바랜 츄리닝에 캡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헬로 대신 살루톤을 건네는
그는 에스페란토 전도사 같았다.
잠시 마주친 사람들이 모두 에스페란티스토란다.
단 한마디 ‘살루톤’만 구사해도 이미 에스페란티스토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발 하나를 들여놓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

끊임없는 에스페란토 보급을 위해 멈추지 않는 그의 노력이
그저 가상할 뿐이다. 슈퍼에서 만난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한 여인도, 중국 레스토랑에서 만난
백인 소녀도 모두가 미래의 에스페란티스토라고 말하는
로베르토야말로 진정한 에스페란토의 선교사였다.

언젠가 호바트의 거리마다 초록의 물결 칠 그날을 기대해 본다.

6월 2일(수요일) 오후 6시 30분 태즈매니아 대학에서
에스페란토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안드레오, 스테파니, 올리베로
이렇게 3명의 이 대학 청년들이 모였다.
영어권 국가라는 특권을 마구 마구 누리고 있는 이들이
에스페란토에 자의반 타의반 몸을 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드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 위 사진은 공부모임, 아래 사진은  뒷풀이 시간-역시!! 술이 있어야 사람도 모인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를 연상케 하는
가냘프고도 총명한 인상의 올리베로가
에스페란토를 더듬거리며 말하는 모습에서
에스페란토의 평등성을 엿보게 된다.
전 세계 어느나라 사람이든 평등하게 배우고 익혀서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야한다는 이 사실이
바로 에스페란토가 추구하는 기본 원리가 아닌가 한다.

자유자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 못해 쩔쩔매는 올리베로,
스테파니를 보면서 영어권 사람들에게
일종의 통쾌한 한 방을 날린 것 같은
못된 뺑덕 어미 심뽀가 되살아난다.

흥! 이 몸도 영어 땜시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살았는데...

돈 날리고, 시간 날리고, 게다가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에 시달리며

흰머리에 주름살을 만들어냈는지, 저들이 알까?

영어에 대한 짝사랑을 어느덧 헌신짝처럼 버린
로자의 가슴속엔

복수 혈전의 열기가 모락모락 솟아난다.

이러면 안되지만.. 신난다!!

로베르토의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과 한국 사랑은
정말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옛날 특수학교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그의 집에는
한국음식을 비롯하여 동양의 식재료들이 없는 것이 없었다.

고추장, 된장, 수제비, 고춧가루, 참기름, 깻잎, 무말랭이.신라면 등등, 선명한 한글이 박혀있는
수 많은 음식물들이 그의 선택을 기다리며 다소곳이
그의 LG냉장고에서, 음식저장고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한국의 대중가요들이 메들리로 나오는데 기가 찰 지경이다.

옛날 우리 부모님시대의 인기가수 고복수, 남인수, 진방남 부터
시작하여 신효범, 일기예보, 권진원, 서영은 등
한국에서는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실력파 가수들의 노래가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어도 비교적 다양하게 잘 알고 쓰기도 하는데

심지어는 ‘패 부러’라는 욕설 비스무레한 단어까지도 구사하며
우리를 웃겨 준다.

한국의 얼큰한 수제비에 침 흘리고
떡볶이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는 로베르토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아침과 저녁이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친절한 배려로 그의 집에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은

하루에 저녁 한 끼만을 먹으면서 아침 점심시간에는
일에 집중하면서 먹지도 않고

생글생글 웃어주던 그 미소도 감추고
오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맛있는 동서양의 요리를 하면서
친구들을 초대하여 포도주에 흥겨운 수다에
콧노래까지 안주삼아
생기가 넘치는 로베르토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말아보지 못한 김밥을 게으른 로자가
오늘 로베르토를 위해 요리한다고 했는데 큰일이다...
낼름낼름 사다 먹을 줄이나 알았지,
솔직히 해본 적이 없는데...

감자 껍질을 벗기는 폼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칼질도 소 잡을 만큼이나 수준급이다.

이러다 완전불량 주부 들통 나기 쉽상 인데...어쩌나...

김밥을 만든다고 하니 널찍한 주방 서랍에서
김말이용 대나무 발이 척 나오고,
단무지도 잽싸게 대령이요, 참기름, 참깨 등등
말만하면 모든 재료가 척척 등장한다.

카라는 수제비 요리 삼매경에 빠져있고....

로자는 계란말이 한다 했지만 커다란 동그라미
뒤집기에 실패하고,,..

이거 나 땜시 한국의 명주부들 망신시키는 것이나 아닌지 원...

그래도 아리랑 콧노래를 양념삼아 김밥의 예술에 도전한다.

당근, 단무지, 파, 햄 등 울긋불긋 색조가 그럴듯하네...

오~벨라이 콜로로이!(오, 색깔이 아름다워요!)

시선 분산용 자화자찬에도 모른 척 환호성을 보내주는
로베르토가 오늘만큼은 최고다.

아래층에 살고 계신 어머니를 위해 김밥 한 접시 곱게 담고
성큼 성큼 내려가는 모습에서

부모님에 대한 공경은 국경을 넘고 인종을 초월한 진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카라의 매콤한 수제비 대신 불량 주부 로자의 알록달록
김밥이 당첨...(뿌듯 뿌듯)

일요일(6월 6일) 저녁에는 카라의 떡볶이가
선을 보이게 되는 날이다.
오후에는 태즈마니아주 북서쪽에 위치한
위너드라는 곳에 살고 있는 로베르토 동생 내외와
친구 살리아까지 합류했다.

로베르토는 스페인 전통음식인 감자와 소시지를 이용한
스프를 만들고

카라의 손끝에서는 매운 청량고추장 두 숟가락 듬뿍 쏟아 부은
떡볶이가 만들어지고...

오며가며 연신 보글거리는 냄새도 맡아보고
요리법도 물어보고 유심히 카라의 손끝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쳐다보는
이들의 눈동자에는 진지함 마저 묻어난다.

연신 ‘봉구스타(맛있어요)’를 외치는 이들을 보면서
이러한 오버는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신바람을 주면서
또한 덩달아 뿌듯함도 함께 선사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하루 종일 쫄쫄 굶다가 먹는 저녁인지라
날라가는 알랑미 맨 밥에 오이지 한 쪼가리도
기가 막히게 맛있지 않을까?

어떠한 음식도 이 시간 로베르토에겐
환상적인 최고의 요리가 아닐까하는 잡생각이 살짝 든다.
카라와 로자가 요리를 잘 했다라기 보다는
너무 배가 고픈 로베르토의 침샘이 쉴 새없이 작동하여
맛깔난 음식으로 변신하게 한 것 임에 틀림없다.

정말 카라의 떡볶이는 그런대로 먹을 만 했는데
수제비는 정말 아니올시다였다는 것이
객관적인 로자의 평이다. (2%가 부족했음...)

게다가 다른 친구 야메소를 기다리다
퉁퉁 불어터져 버린 수제비인데 더 이상 말을 해 무엇하리....

로자의 아리랑, 무인도, 새타령이 디저트 처럼 흘러나온다.

오~트레 벨라이 칸토이!!(정말 아름다운 노래들이군요!!)

신디사이저와 기타를 연주하고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는
로베르토가 한마디 한다.

그 나라 고유의 음악을 에스페란토로 번역해서 부르는 것에는
반대란다.

음악에 대해 뭔가를 아시는 분이다.

전통음악은 전통의 언어로 고유의 표현방식을 써야한다는
그의 견해에 박수를 보낸다.

바로 이러한 생각은 우리나라 최고의 음악가였던
세종대왕의 의견과 일치하는 것이다.

현대식으로 변신한 학교 건물에서 아름답고 친근한 우리 음악에
매콤 짭짤한 음식과 흥겨운 수다에
하루하루가 행복한 배! 째라 부부 호바트 여행의 일등공신은
단연 멋쟁이 에스페란티스토 로베르토이다.
잊을 수 없는 로베르토와의 만남으로
에스페란토의 위력은 딴 나라에서 더 큰 희망으로 다가왔다.

요하노의 집에서 고픈 배를 움켜잡고
채식주의자에 대한 원망의 시선을 아주 아주 쬐끔 보냈다면
로베르토의 집에서는 넘치는 한국음식 사랑으로
우린 점점 커지는 위장을 걱정하며
행복한 저녁을 매일 밤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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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era AN 2010/06/19 18:08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알랑미' 인가여?? '안남미' 아닌가???

    내도 언젠가 ktp 행사에서 roza가 에스페란토로 한국전통음악을 노래하는것 듣고 아들하고 얘기했던 생각이나요. 아들하고 나하고 내린 결론은 "이건 아니다" 였어요,.

    마치 명성왕후를 영어로 부르는것과 다른것이 없지요. 한국인이 얼마나 잘한들 영국인처럼야 하겠어요. 발상 자체가 한 수 꺽이고 들어가는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에스페란토도 너무나 유럽적인 말이잖아요.(Esperanto estas tre tre euxropeca kiel la angla, kiel la germana, kiel la franca, ktp.) 그래서 아시아인들이 많이 어려워하고 있잖아요. (Pro tio kelkaj el azianoj sxvitas en lernado por frue posedi la Esperanton).

    이런이런~~~~~~~~~~~~ 말이 샛길로 빠져버렸네여.
    Roza, 한국어도 아주 맛있게 잘 쓰는구려. 한국에선 미쳐 몰랐었네요. 정말 잘쓰네여. 좋은 친구 많이 만나서 좋은 추억 많이많이 만들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있는 vera도 좀 미리미리 소개시켜 주삼. korespondanto로 말이예요.

    산도르도 만나면 안부 전해주시고요. 만약 산도르가 쉬고 있다면 그래서 한국으로 여행올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시골 우리집에서 머물거나 아님 서울 한남동에 제가 있는 곳에 머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시간이 되면 여행지를 지도로 같이 따라가 보고도 싶어요. 그렇게 한번 해봐야겠어요. 맛있는 글 기대합니다.

    • 로자 고경자 2010/06/19 19:32 PERMALINKMODIFY/DELETE

      saluton!!

      베라님의 고뇌에 찬 결단에 멀리서나마 우리 부부 큰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아름다운 여행을 위해 건강 유의하길 빌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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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째마당-호주 태즈마니아주 릴리데일 체리탑에서 타마르 강변까지

여행 2010/06/09 13:29

     런세스턴 릴리데일 체리 탑에서 타마르 강변까지(5/22-)

5월 22일 토요일은 바하이교를 믿고 있는 요하노의 가족들에게는
성스런 날이었다.

호주, 이란, 부탄, 네팔, 인도, 파푸아뉴기니, 한국 등 그야말로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

이 성스런 날을 기리는 한 판 축제가 열렸다.

우연하게도

태국에서 마르코를 통해 알게 된 바하이교를 여기 호주 요하노의
집에서

또 한번 접하게 되는 것이다.

양 손 가득 각국의 고유 음식을 장만하고

마치 설빔을 차려 입은 듯

단정하고 정갈한 다국적 사람들의 등장으로 요하노의 주방에
국제적인 활기가 넘친다.

가벼운 포옹과 키스가 넘나드는 곳에서

우리도 덩달아 반가운 인사를 날렸다.

살루톤!!(안녕하세요~)

아직도

로자의 얼굴 붓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살 쪄서 주름살이 펴진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리랑을, 무인도를, 양반춤을 선 보여야 한다.

한국의 전통예술가가 왔다고

사방 팔방에 레슬리의 자랑이 대단했다.

하필이면

오늘 아침에는 내 커피 전용 초록 컵도 깨뜨리고
(별 불만 없었는데...)

내 간소한 공연 의상 마저도

카라의 화끈한 다림질에 오징어마냥 비틀어졌다.
(카라의 열정이 너무 뜨거웠나?)

아잉~ 몰라 몰라...궁시렁시렁...

갓도 도포도 생략한 간소한 양반춤이 제일 먼저 소개되었다.

30여명의 파란눈, 갈색눈, 회색눈, 까만 눈동자가 내 손끝을 따라
움직인다.

대금의 청아한 소리를 선두로 능청거리는 굿거리 가락에 맞춰
커다란 부채가 너울댄다.

우아하게, 때론 거드름 피우듯이 굽이굽이 잘도 넘어 간다.

일반적인 한국고전무용의 선비춤과는 다른 이 양반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중 제2과장 양반과장에
등장하는 춤으로서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양반을 나타내는
춤이라기보다는

온갖 추악한 짓거리들을 서슴없이 행하던 개다리소반이라
비아냥 받았던

못난 양반들을 상징하고 조롱하는 춤이다.

바로 이러한 춤을

로자의 수준과 안목에 준해서

2004년 중국 베이징 세계에스페란토 공연을 목표로
새롭게 각색하고

재구성하여 그럴싸한 양반춤을 탄생시켰다.

국내외 수많은 공연 경험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하는 춤사위가 영 어색하다.

그러나

여기저기 카메라 세례와 박수갈채.....(코란당콘, 감사합니다.)

이어서 채 한 숨 돌리기도 전에

부랴 부랴 지인이 보내준 ‘무인도’ 반주음악이
웅장하게 등장한다.

손뼉도 치면서, 어깨도 들썩이면서, 다 같이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레비쥬 순브릴로~ 포르펠르 옴브론...)

관객들 의자 다리 몽댕이를 장구 삼아 두드리면서
‘아리랑’도 한 판...

‘청천하늘엔 잔 별도 많고,,(물타이 스텔로이 쑤르 불루 치엘로..)

내 친김에 ‘진도아리랑’까지...,, 얼씨구 절씨구....

‘노다가세~ 노다가세, 저 달이 떳다 지도록 노다가세....

혼자서

춤 추고, 노래하고, 요리 조리 신명을 돋구느라 기운이 다 빠졌다.

그러나

이 나라 진미 저 나라 성찬을 위장에 가득히 채워 놓았기에

글로벌한 수다꽃을 피우기에는 에너지가 충만한 밤이었다.

오늘(5월 27일)은 런세스턴 도심 가까이에 자리 잡은
타마르강(Tamar river) 관광에 나섰다.
우리의 한강 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가에는 하얀색 크루즈가 떠있고,
백조가 아닌 흑조 두 마리도 유유히 초겨울 준비위해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다.

너무도 놀라운 광경은 도심 주택가 바로 옆을 끼고
아래쪽엔 강과 유람선이 위쪽에는 강원도 오지 산골에서나
만날 듯한 깎아지른 절벽과 짙은 녹음 가득한
다종다양한 나무들이 서로 쌍벽이라도 이루듯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야~ 정말 하늘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싱싱하고 울창한 숲과 물을 사람들이 엎어지면 코 닿을 듯한
곳에 내려주다니..

몇 시간씩 차를 몰고 몰아서 숲과 산과 강을 찾아가야 하는
우리로선
그저 부럽고 놀라울 뿐이다.

두 사람 정도가 지나다닐 만큼의 통로 외에는 일체의
인공적인 기술을 거부하는

천연 그대로의 도도함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그 누가 청하지 않아도 아리랑, 진도아리랑이 절로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맑은 미소가
더욱 신명을 돋우면서...

가장 청아한 아리랑이
이 곳 런세스턴의 하늘에 닿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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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tthew Jung 2010/06/18 09:43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처음 왔을때 대충 사진만 둘러보고 갔다가
    한가한 아침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찬찬히 글들을 읽어보아요.
    글을 참 잘쓰시네요.
    여행의 소중한 순간순간이 너무나 재미있게 담겨있어서 좋아요 ^~ ^

    • 로자 고경자 2010/06/19 09:37 PERMALINKMODIFY/DELETE

      감사합니다.
      기운이 절로 나네요.
      혹시 제가 아시는 분이신지?
      소중한 댓글이 이렇게 힘을 줄 줄이야

  2. diana 2010/06/20 12:08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반가워요,베르둘라, 소노~
    멋진 여행이 되길 바래요.
    자주 만나 정담을 나누진 못했지만 내가 아주 존경하고 사랑하는 베르둘라가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당ㅎㅎㅎ 소노님두 물론....
    축복 가득하길....
    사랑해요~ 화이팅!!!

    • 희망세상 2010/06/22 19:40 PERMALINKMODIFY/DELETE

      oh bella Diana!!

      koran dankon.
      아름다운 그 마음과 향긋한 박수에 큰 힘이 샘솟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발걸음 늦추지 마시길...

      베르둘라 아니,
      이젠 '로자'로 불러주세요.

  3. diana 2010/06/23 22:38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친애하는 로자!!
    아름다운 고행이 자꾸 궁금합니다.
    카라님과 함께하며 더 강해지고 멋져질 로자!!!ㅎㅎㅎ
    태평스런 여유를 세상에 조금씩 뿌려서 두분 같은 평화를 키우시리라...
    미리 계획하고 계산하는데서 부터 실망이 싹이트는 거라고....
    하지만, 닥치는대로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들까....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실천하는 의지는 표창감이구....
    용기는 큰 재산인듯....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로자님은 특별합니다. 화이팅!!! ㅎㅎㅎ 카라님두~

  4. 김인자 2010/07/10 21:5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정말 멋지세요. 용기와 정열! 내 인생에 큰 영향이 미칠것 같네요. 두분 아무쪼록 큰 뜻 이루시고 훗날 희망세상에서 희망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 로자 고경자 2010/07/16 18:31 PERMALINKMODIFY/DELETE

      반갑습니다. 김인자님..
      매사에 열정과 헌신을 다 하시는 김인자님도
      참으로 멋진 여성이라 생각합니다.
      꼭 큰 뜻 이루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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