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마당- 대서양 위에서 (바닷길 여행, 테네리페, 레찌페, 살바도르, 리우데자네이르 편11/15-11/28)

유럽 여행을 모두 마치고 남미 대륙으로 넘어 갈 일이 막막하다. 그냥 후딱 비행기 타고 쌩~하고 날아가면 될 일을 카라가 죽자 사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고집 부린다. 옛 포르투갈 정복자의 후손도 아니면서 극구 바닷길로 브라질 들어가는 수단을 찾아보자고 버팅기니 로자 인들 별 도리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돈 주머니 관리랑 카드를 카라가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씀씀이가 헤픈 로자에게 맡겼다가는 일찌감치 부도 나기 십상이라고 로자 보다 좀 더 알뜰한 카라가 여행의 전반적인 경비를 관리하기로 서로 동의 했기에 더 이상 로자도 할 말이 없다.

아~ 드뎌 집념의 카라가 바닷길로 떠날 묘수를 찾아내었으니 이름하여 '대서양 횡단 바닷길 여행'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브라질 산토스까지 장장 14일 걸리는 크루즈 여행에 배! 째라 부부도 승선하기로 하였다. 
일반적인 항공요금 보다는 약간 저렴하고, 저가 항공사 비용보다는 비싼 크루즈 요금은 자고 놀고, 영양 보충하고, 2주일 동안 숙식비까지 계산해서 보면 오히려 우리에게는 훨씬 경제적인 가격이다. 두 말 않고 카라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으나, 군에 가 있는 심약한 배! 째라 부부 아들의 가슴에 한 줄기 걱정거리를 안겨 주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망망대해에서 죠스랑 범고래랑, 해적이랑 치열하게 싸우며 사투를 벌이는 것으로 착각이나 하는 것은 아닌지.^^ 타이타닉 영화의 진한 기억으로 바다 여행의 공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철딱서니 없는 엄마 아빠 땜에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쬐끔 염려된다.

수용인원 3,100명, 16층 건조물 , 골프 연습장, 테니스장, 풀장, 극장, 공연장 등 이름 하여 떠다니는 문화마을 MSC ORCHESTRA는 신비하고 황홀한 5대양 6대주 바다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이탈리아 소속 크루즈이다. 
왕년의 명배우 소피아로렌이 대주주로 있는 이 배의 회사는 어느덧 8척의 커다란 크루즈를 진수시키며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바다 여행길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다. 11월 15일 오후 1시 리스본을 출발한 배가 다음날 아침 8시에 하얀 집이란 뜻을 가진 카사블랑카(Casablanca)에 도착하였다. 황당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하는 모로코 정부의 통제로 육지에 내려 보지도 못하고, 자존심만 상한 채 그냥 배 위에서 하잘난 카사블랑카에 야유를 날린다. '나 원 참 더러워서, 그 땅 안 밟고 만다.'(붉으락 푸르락) 카사블랑카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왕국의 대서양 연안 항만도시로서 1942년 워너 브라더즈사가 제작하고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또한 1982년 미국 플로리다 출신의 가수 버티 히긴스가 동명의 이름으로 노래를 불러 빌보드 차트지에서 맹위를 떨치던 당대의 히트곡 이었다. 명성 보다는 그리 볼 게 없었던지, 아침 일찍 서둘러 관광 떠났던 사람들이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서둘러 돌아 왔다. 우리를 위안 해주려는지 선상에서 보이는 이슬람 신전 저것 말고는 볼 것 하나 없다고 한다. 만경창파의 대서양 푸른 물결은 잔잔하고, 육지가 가까워졌는지 바다 갈매기들의 물고기 사냥 다이빙에도 더 한층 탄력이 붙었다. 근 4일 만에 스페인 흙을 밟는 배! 째라 부부 발길에도 흥겨움이 덩달아 묻어난다. 
테네리페(Santa Cruse de Tenerefe)는 스페인 영토 카나리아 제도의 주도(主島)로서 인구 약 66만(1992)의 가장 큰 화산섬이다.
맑고 수정 같은 해수욕장과 함께 휴양지로서도 인기가 높은 대서양 항구도시이다. 거리 곳곳 마다 WIFI ZONE이라 써 붙여 있지만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 작동도 쉽지 않다. 속은 것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 인상 좋은 인터넷 카페 주인장의 후한 인심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르르 다 녹는다.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는 대서양 물결만을 바라보며 지내야 한다. 오만가지 불길한 생각 가까이에도 가지 못하게 크루즈에서 마련하는 가지각색 프로그램이 널려 있지만 늙지도 젊지도 않은 배! 째라 부부는 깍두기 마냥 하얀 할매 할배들 사이에 끼기도 거시기 하다. 다만 카라 만이 앙상한 뼈다귀를 드러내며, 부러운 듯 바라보는 너브대대한 그들의 시선을 즐기며, 대서양을 달구는 태양아래 널브러져 해바라기에 빠진다. 항해 6일째,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당기라는 알림과 함께 일몰의 장관이라고 선장이 강력 추천하는 The Republic of Cape Verde가 나타났다. 이곳은 대서양 중앙에 위치한 10개의 다도해 국가 중의 하나이다. 서아프리카 해변에서 570km 떨어진 이 작은 나라에서도 발전소 같은 원통형 건물도 보이고, 평지 따라 옹기종기 인가도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근 5일 동안 한도 끝도 없는 짙푸른 물결만 보다가 섬나라를 발견한 흥분에 와글 바글 모든 승객들이 뱃머리로 올라왔다.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우물에서 두레박이라도 찾아낸 것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하고, 사진 찍고, 감동스런 장면 연출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주방장이 아시아 음식까지 준비했다. 말라깽이 김밥 말이에 연어 초밥, 미소 된장국, 거기다가 곱게 장식한 난초까지, 승객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도 지루하다 느낄 만 할 때쯤 청량음료 같은 이벤트 하나씩 펑펑 터트려 준다. 이들 모두가 평범한 선박회사 직원들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노련한 심리전문가들인 것 같다. 
저녁식사 후에 이어진 브라질 무용단의 열정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삼바의 나라 사람들답게 털기 춤은 기본이요, 맨발로 바닥을 구르는 춤, 마구 마구 돌리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춤춤,,,,사랑하면 춤을 추라는 듯... 갖가지 춤판이 COVENT GARDEN 극장을 달군다. 11월 24일 아침 7시, 브라질의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Pernambuco주의 주도인 레찌페(Recife)에 도착하였다. 보아 비아겜 해변(The Boa Viagem beach)은 브라질의 도시 해변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다. 고운 모래사장과 온천수로 각광 받는 이곳은 레찌페가 자랑하는 관광 1번지란다. 크루즈에서 내리기 전부터 항구를 달구는 열렬한 환영 음악회가 열렸다. 경쾌하다 지쳐 너무 빠른 박자로 춤 주기도 힘든 이 강렬한 비트는 바로 삼바의 주된 리듬이라 한다. '와우! 우리의 봉~들이 당도하였다. 어서 어서 돈 풀어라~'하고 외쳐 되는 것처럼 길길이 날뛰고, 팔딱거리며 연주하고, 뱅글뱅글 돌고, 식전 댓바람부터 우리들의 얼을 홀딱 뻬 놓는다. 
브라질의 북부 지역에 위치한 항구도시 레찌페에서 오늘 무료 공중 보건 서비스가 행해졌다. 열악한 브라질 동북부 지역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주는 제도라고 한다. 골목 마다 쓰레기가 뒹굴고, 고기 굽는 연기로 거리를 혼미하게 할지라도,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의 적극성은 문화의 집 마저도 기념품을 파는 상점으로 둔갑 시켰다. 이왕 돈 벌기로 작정한 이상 모든 아이디어와 묘수를 주 정부와 개인이 짜내고 있는 모습이다.

11월 25일 오전 10시 브라질의 또 다른 항구도시 살바도르(Salvador)에 도착하였다.
구세주라는 뜻을 가진 살바도르는 1549년 포르투갈 식민지시대 수로도서
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중심지였다. 그런 연유로 지금도 가장 많은 흑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며, 자연을 닮은 알록달록, 희디 흰 전통의상과 음식 등 아프리카 풍속이
지금껏 전해지고 있다. 198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살바도르는 현재 바이아(Bahia)주의 주도이다.

억울하게 죽어 간 조상 노예들의 영혼을 달래 주기라도 하는지, 이제 모든 것 다 잊으시고, 잘 살아보려 애쓰는 후손들 거두어 살펴달라는 듯, 한마음, 한뜻으로 족히 살바도르 주민들 모두가 모여 실룩 샐룩, 덩실 덩실 춤춘다.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는 곳 일수록 걸인도 소매치기도 많다고 항상 조심하라 알려주지만, 살바도르에서의 오싹한 경험 또한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언제나 넘치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에 카라가 남들이 잘 안다니는 자동차 도로를 따라 아래 항구 쪽으로 걸어 간다고 먼저 앞장 섰다. 땡볕이라서 그런지 오고가는 자동차와 주차된 차들 외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을 가고 있는데 젊은 남자 3-4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을 무심히 보아 넘기고 아랫길로 향하는데, 어느 선량한 브라질 여자가 자신의 자동차 경적을 크게 울려 주며 손짓으로 그리로 가지 말라고, 위험하다는 긴급한 신호를 그 젊은이들 몰래 보낸다.

다행히 카라가 잽싸게 상황을 파악하고 자연스레 방향을 돌려 윗길로 되돌아왔다.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이, 아주 무사히!! 다만, 로자는 그 바로 몇 분 전에 카라랑 아웅다웅 다투어서 십리만치 입을 삐죽 거리며, 카라의 뒷통수를 째려보며 투덜투덜 따라 가느라 전혀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다. 다행히 배로 돌아와서 샤워도 하고, 밥도 먹고, 룰루랄라 변덕이 부활하여 또 다시 즐거워진 때, 그제서야 카라가 살 떨렸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휴~)

블룸버그 TV 뉴스(Bloomberg News)를 통해 보게 된 리우 데 자네이르 소식이 심상치가 않다. 우리의 다음 기착지가 바로 거기 인데, 하루 종일 뉴스에서 경찰과 마약 갱단간의 총격전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말로만 듣던 무기로 무장한
도시 게릴라전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닌지, 간밤의 꿈속에서 조차 종일 총싸움했다. 크루즈 승객 중 리우에 살았었다는 어느 독일인에게 물어 보니 별거 아니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 리우는 극히 안전한 아름다운 도시라고 절대 겁먹지 말고 실컷 즐기다 오라고 하는데... 칼도 아닌, 총을 들고 싸운다는데, 한방이면 다 날려 버리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과의 난타전인데... 람보의 후예들 처럼 건장한 브라질 특공대원들이 투입되고, 탱크가 등장하고 무슨 전쟁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인데도 리우 데 자네이르 거리가 한산하다. 더구나 큰 도로 양옆의 상점들도 셔터를 내리고, 무장한 경찰들이
2-3명씩 짝을 이뤄 도시를 순찰 한다. 세계적인 명성과 오명을 다 가지고 있는 약칭 리우는 이태리 나폴리, 호주 시드니항과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고 있으나, 거의 세 시간에 한명씩 총격전으로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오명도 안고 있다.
그
러나 악명 보다는 어느 스타 도시 못지않게 명예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리우는 1763년부터 1960년까지는 브라질의 수도였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코르코바도 언덕(Morro Do Corcovado)의 거대한 예수상은 리우의 명성에 꽃다발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1월의 강(Rio de Janeiro)이란 뜻의 리우는 연평균 기온이 23도로 습하지만
서늘한 무역풍의 영향으로 그 유명한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해변을 탄생시켰다.

우뚝하게 솟아 있는 고층빌딩과 도심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이곳은 리우 항구 입구의 거대한 종 모양의 기암괴석 팡데아수카르와 함께 살벌 오싹하지만 향긋한 리우를 만들어준다. 와우!! 드디어 두 발로 땅을 밟으며 사는 날이 돌아왔다. 출렁 출렁 황홀했지만 타이타닉의 공포가 가시지 않았던 2주일간의 바닷길 여행이 끝났다.^^ 커피, 요구르트, 시리얼, 달콤 새콤한 구아바까지, 밥심 가득, 선상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마치고 브라질 에스페란티스토 펠리페가 기다리는 흙냄새가 향기로운 육지로 인생 2막의 배! 째라 부부 성큼 성큼 발을 들여 놓는다. 대서양 안녕...잘 있어...또 보지는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