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 번째 마당-옛 유고 연방 국가 (크로아티아의 드브로브닉 편 9/20-9/22)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에서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과 교회를 흔히 볼 수 있는 모스타르를 짧게 머물고 아드리아해의 숨은 보석 드브로브닉(Dubrovnik)으로 향하는 길이 아슬아슬하다. 안전벨트도 갖추어지지 않는 버스가 해안선 절벽 길을 따라 굽이굽이 넘어가는데 아찔하다. 도로 밑에서 새파랗게 일렁이는 아드리아해안의 장관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그저 조마조마 가슴이 뛴다. 아드리아해로부터 가장 많은 선물을 받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크로아티아 드브로브닉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유럽 각지의 호화 유람선이 머무는 미항으로서 제2의 나폴리가 되고도 남을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이다. 물고기들이 숨박꼭질을 해도 숨을 곳이 없을 만큼 물속 여기저기 훤히 들여다보이는 청정한 바다의 고장이다. 
이렇게 맑고 깨끗한 바다라면 너나 할 것 없이 풍덩 바다로 뛰어 들어 몸과 마음의 때를 박박 씻어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에서 몰려오는 부자나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람에 물가가 하늘 향해 널 뛰어 오르려 하기 때문에 맘 편히 머물기도 겁난다. 우리 같은 가난한 여행객들은 사과 하나, 빵 조각 하나, 물 한 병 사서 먹기도 주저 하게 만든다. 성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예술작품 같은 공동 수도가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에게 적선하듯 물은 맘껏 제공한다. 여기저기 삐끼 할매, 할배, 아지매 아찌들이 하룻밤 지내고 가라고 부르는 가격에 놀라 자빠질 지경이다. 단 하루 머무는 비용이 지금 비수기에
50유로, 성수기에는 부르는 게 값이고 방이 없어서 빌려 줄 수 없다고 한다. 골목 마다 침대 표시가 붙여진 고택들은 당장이라도
삐꺽 거리며 쓰러질 것 같은데 세상에나... 단 하룻밤에 우리 돈 거의 8-10만원을 지불해야 하니 구경이고 팔경이고 간에 영 반갑지가 않다. 다행히 맘씨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이틀 밤에 360쿠나(약 50유로)를 지불하기로 하여 평소의 약 100% 할인 혜택을 받았다. 한국인을 처음 맞는 다며 활짝 웃어주는 그의 환대가 큰 지출에 대한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준다. 철썩 철썩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자연스런 음악이 되고 수십 년 바다와 안녕! 하는 나무 창문을 열면 눈부시게 일렁이는 아드리아해의 수정같은 바닷물이 우리 마음까지 사파이어 처럼 파랗게 물들여 놓는다. 
드브로브닉에 오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오직 한 곳은 중세시대의 옛 성을 고스란히 보존해 놓은 THE OLD CITY이다. 누구나 그 성에 있으면 백작, 공작이 된 것 같은 마법에 걸릴 것 만 같다. 그 곳에서 우아하게 먹고 마시고 자고 돈 쓰고, 부족하면 요술방망이 예금 인출기에서 더 찾아 펑펑 소비하라고 모든 일들을 다 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해 놓았다. 
일체의 성 밖의 일들이랑 다 잊어버리라는 듯, 산과 바다와 웅장한 예술 조각품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이곳은 중세 시대 유럽 귀족들이 자신들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왠 갖 것들을 얼마나 향유했는지 절로 입이 벌어진다. 성안에 모여 있는 동서양의 관광객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서로 다르겠지만
육해공군의 진미를 다 맛보고, 화려한 부채 하나 거머쥐고 느릿느릿 흔들면서
백작부인이 된 듯, 천하무적 귀족이 된 듯한 풍미를 느끼게 하는 고도의 심리적인 관광 마케팅이 성공한 것 같다. 
어느 골목을 따라 들어가도 바로 풍덩 할 수 있는 아드리아해의 보물 드브로브닉에서 카라가 목욕 제계하고 추석을 지내기로 하였다. 여기가 우리나라 보다 약 7시간이 늦어서 9월 21일 밤 12시 쯤해서 간소하나마 정성껏 제를 올리기로 한다. 불효막심한 철부지 후손 땜에 머나먼 해외까지 왕림해야 할 조상님께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아드리아해의 파도소리를 제례 음악 삼아 배! 째라 부부 머리를 조아리고 삼가 엎드려 절한다. 드브로브닉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먼저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어야 여행경비가 절약된다.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에게 직접 비용을 지불 하면 2쿠나를 더 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하루 방 값, 식사 한 끼 제대로 갖추어 먹으려 해도 우리 돈 거의 10만원에 육박하는 천정부지 물가가 부담스럽지만 않다면 여름 내내 이곳 어느 모래 사장에 텐트 쳐 놓고 지내도 좋을 것 같다. 그늘이 거의 없는 이곳 해변가에서 땡볕에 그을릴 자신이 없는 로자로서는 그저 빈 마음 뿐이다. 이글거리는 태양만 보면 훌렁 훌렁 옷을 벗어 던지는 배 둘레 햄이 풍만한 백인 할매들을 보면서 로자가 드디어 하나 크게 알게 되었다. 
조물주가 바빠서 반죽을 덜 익혀 만든 백인들을 좀 더 구워지도록 작렬하는 태양을 바다와 함께 창조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여행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햇빛만 보면 환장하는 그들의 등짝이나 팔뚝을 보면 거의 깻묵을 씹어서 뿌려놓은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곳 어디에서든 드러누워 굽다 지쳐서 거의 화끈하게 태워버리는 그들의 피부는 물에 불어 터진 통가죽 마냥 조금 징그럽기 까지 하다. 저렴한 물가와 함께라면 거의 파라다이스 수준인 드브로브닉을 떠나면서 서유럽의 부유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곳곳 마다 뿌려진 돈의 마력 때문에 예전의 때 묻지 않았던 드브로브닉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10여 년 전 만 해도 우리도 10만원이면 1주일을 편히 지냈다나 어쩠대나..믿거나 말거나...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