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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1)
2011/02/22   마흔 다섯 번째 마당- 잉카문명의 나라 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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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여행 | 2011/02/27 13:25

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쿠엥카, 키토에서 만 하루 편, 2011. 2/18-2/22)



깜박 깜빡 잊어버리고 칠칠맞게 항상 무언가를 흘리고 다니는

로자와 카라 같은 중년의 뇌가 그래도 가장 지혜로운 인간관계망을
만든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바라 스트로치의 2010년 신작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에 따르면 ‘미엘린’이라는

신경의 백색 지방질 피막이 중년 말기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간의 주위를 이해하도록 돕는 연결망이 성장하여

중년(여기서는 60대 후반까지 가능 기간으로 산정)의

세련된 전문 지식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건망증의 그림자가 중년의 우리를 덮칠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는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

지난번 분명히 버스회사에서 비싼 돈 주고 산 버스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가방을 홀딱 헤집고, 구석구석 여기저기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항상 뭔가를 찾아 헤매는 배! 째라 부부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깜빡이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 강림하사

사람의 오장 간장을 다 뒤집어 놓는다.

툭하면 놓고 내리는 물병과 우산은 기본이요, 이젠 버스표까지...

아직 서로의 얼굴을 잊어버리지는 않고 다니니 다행이라 해야지..



적도의 나라로 간다고 그동안 마르고 닳도록 입었던 낡은 긴 바지도

과감하게 버리고, 얇고 서늘한 남방 하나에 시원하고 큼지막한 치마 대용 스카프도
장만하였다. 카라도 반바지에 챙 넓은 모자에 새 운동화까지

더위 먹지 않기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하였다.

우리가 향하는 도시들이

아무리 고도가 높다 하지만 명색이 적도의 나라인데

얼마나 땀띠 나게 고생하게 될지 그것만이 염려가 된다.

이 기회에 선크림도 최강 60으로 구입하고, 전자 모기향도 준비하고

땡볕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라로 향하는 마음이 걱정 반 두려움 반이다.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 게으른 여행만이 몸보신하는 길이라 여기면서...


2011년 2월 18일 금요일, 늦은 아점을 먹고 에콰도르의 역사 도시
쿠엥카(Cuenca)로 향한다. 페루의 해변도시 만코라에서 약 8시간이 예상되는
이곳까지 두 사람이 100솔( 약 5만원 정도, 보통 버스- 참고로 에콰도르 버스는 cama 종류의 안락한 버스시설은 없다),
물론 에어컨, 화장실은 꿈도 꾸지 말기를. 오후 1시에 페루의 만코라 출발,

사막을 지나고, 논을 건너 북부지방 툼베스를 경유하자,

쿠엥카로 가는 사람들은 오후 4시 15분에 출발하는

Pullman Sucre 버스로 갈아 타라고 한다.


에콰도르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마무리 된

국경 통과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겨우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에콰도르 국경에서부터 보이는

푸르른 초록이 거의 광활한 바나나 농장이다. 델몬트가 붙여진

다국적 거대기업의 자본이 송두리째 이곳을 다 삼켰나 싶을 만큼,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바나나 농장이 에콰도르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다. 또한 예상을 빗나간 찬바람이

우리가 적도의 나라에 왔음을 잊게 만든다.(세상에나...어휴~ 추워...)


저녁 10시에 도착한 쿠엥카 버스 터미널에서 얼마 멀지 않은

시내 호텔로 향하는 택시비를

한 사람당 1달러를 달라고 한다. 두 사람이면 2달러...

이런 방식의 택시 요금 산정은 처음이다.

기분이 상해 여러 택시를 찾아 다녔지만

모두가 부르는 가격이 다 똑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여기서 누군가가 1달러로 할인해서 손님을 태우면 아마도

그 운전기사는 왕따 내지는 테러라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어느 한국인 여행객의 추천으로 가게 된 호스탈 마제스틱이
참으로 고풍스럽고 싼 숙박시설임에는 분명하나 (두 사람이 1박에 10달러)

객실을 늘리기 위해 나무 판대기를 짜 맞추어 급조하여 만든

저렴함의 극치인 방에서 머무는 기분이 묘하다.

화장실 물은 내려가지도 않고, 오싹하게 소름 돋는 찬물이

등줄기를 서늘케 한다. 넓은 2층 전체에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다 지친 괴기스러움에 밤잠을 설치며,

단 하루 현장 체험처럼 눈 딱 감고 지내자 다짐하고 잠을 재촉한다.


어제 페루 만코라에서는 황후의 침실에서

오늘 에콰도르 쿠엥카에서는 무수리의 방에서...

숙박은 언제나 여행자를 괴롭히는 문제이다.
어떤 여행자는 싸다는 정보만을 가지고 숙소를 인터넷으로
장기 예약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기에, 잠자리 문제는
여기는 아니다 싶으면 하루만 머무르고

무조건 옮겨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심사에 편하다.

우리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약한 호텔이 멀리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과 너무 늦은 시간에 바르셀로나 항구에 도착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과감하게 포기를 한 적이 있다.

이미 지불한 금액은 아깝지만 시내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다시 잡아,

전철로 시내버스로 저렴하게 곳곳을 돌아다녔다.


또한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는 관광객이 넘치는 바람에
유스호스텔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 이럴 때는 그다지 큰 호텔이 아닌
작은 호텔의 금액이 훨씬 호스텔 보다 싸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여행하는 시기가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넘치고 남는 게 숙박시설이기에 어렵지 않게, 환대받으면서,

시설이 좋은 호텔(호텔 쿠엥카 1박 35불, 아침 포함)을 구할 수 있었다.


쿠엥카는 볼수록 매력적인 도시이다.

물론 구 시가지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남미에서 스페인 풍의 도시 전체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도시 건설을 보면 지배 스타일을 알 수 있지만
쿠엥카는 여타의 지역과 다르게 도시 자체를

스페인에서 건너 온 신 기술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대륙에서 자신들의 거주지로서 꿈의 도시를

건설하려는 열성을 보인 것 같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 건너편에 우아하게 서 있는 San Alfonso성당과

도심 한 가운데 장엄하면서도 세련된 Santa Domingo 성당과 교회들...

곳곳에서 만나는 멋진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스페인의 한 지역을 옮겨 놓은 듯 하다.

이것을 이어받은 신도시의 도시계획이 아담한 주택들과 초록의

행렬들이 어우러져 너무나 예쁘고 평화롭게 모여 있다.

쿠엥카가 너무 좋아 하루만 머물고 가려다가 3일을 머물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구경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시티투어 버스(1인 5불)를 탔는데 돈이 안 아까울 만큼 훌륭했다.

접시 가득 고봉으로 음식을 주는 인심도 후한 쿠엥카를 뒤로 하고

2011년 2월 21일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행 를 밤 버스를 탔다.


버스터미널을 출발한지 20분 만에 도착한 어느 곳에서 마약 단속이 시작되었다.
남녀 줄을 구분하여 신분증을 지참하고, 일일이 짐 검사도 실시한다.
또한 버스로 다시 올라오는 승객들을 일일이 비디오 촬영하고,
졸다 엉겁결에 깬 로자가 웅얼 웅얼 항의하였다.

아니...자다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래유?

글고, 여권 복사본도 안 된다구요?....왜요?

궁시렁 궁시렁, 씨부렁 씨부렁....

남미 전역에서 마약 단속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마약사범과의 쫒고 쫒기는 이야기...

손쉽게 취급하고 떼돈도 벌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유혹에

애도 어른도 풍덩 풍덩 쉽게 빠지고...

비단 이것이 남미 대륙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시커먼 매연과 부족한 초록, 잔뜩 찌든 하늘, 첫 인상이 과하게

심란했던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한식당 ‘고향집’(전화: 3318-016)을 운영하시는

정진수 홍인순 내외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하루 만에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넘치는 정과 인심으로 한 상 가득 정갈한 밥상도 부족하여,
귀한 시간 쪼개서 키토 시내 명소를 안내해주신 정진수 사장님의 화끈한 배려는

키토를 인정이 넘치는 향긋한 도시로 기억하게 만든다.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김치찌개에, 얼큰 쌈박한 짬뽕에,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고향집표 손맛 된장에, 정다운 노랑이 더욱 달콤한 단무지에,

날씬한 멸치에, 초록이 더욱 싱싱 상큼한 열무김치와 시금치에,

거기다가 안데스 산맥의 기운을 받아 비실거리는 여행자들마저

벌떡 팔팔 씩씩하게 만드는 아리안까지...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요리였고, 작품이 아니라 예술이었으며,

인간에 대한 진솔한 사랑과 인정의 파노라마였다.

다시 맛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몸을 부르르 떨어 보지만

두 분의 후한 덕은 영원한 향기로 남아 오래도록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스며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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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희 2011/03/01 20:11 L R X
선생님, 드디어 남미까지 가셨네요. 이제야 글을 남기네요. 탁영희입니다. 기적같이 다시 학교로 복귀하였지만 아직 저의 몸을 관찰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용기를 내어 빨리 복귀하였습니다. 희망세상에도 좀더 회복이 되면 나가고자 합니다. 아직 새로운 배움터에는 가 보질 못했거든요.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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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다섯 번째 마당- 잉카문명의 나라 페루
여행 | 2011/02/22 03:36

마흔 다섯 번째 마당- 잉카문명의 나라 페루

(푸노, 쿠스코, 리마, 투루히요, 만코라 편 2011, 2/4-2/18 )


전혀 다른 곳이지만 우리 동네에서 먹고 즐기던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로,

미국이 전 세계의 더 많은 곳을 달콤하게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명제화 한 조지 리처(George Ritzer, 1999;16)의 ‘맥도날드 화’와 함께

코카콜라는 전 세계를 석권했지만

유독 페루에서는 완패를 당했다는 놀라운 사실^^

골리앗 코카콜라를 쫄게 만든 다윗은 바로 잉카콜라(Inca Cola)!!

페루 사람들의 긍지와 자존심은 마추피추로 대변된다 하지만

로자가 바라보는 페루인들의 자부심 한 가운데에는

잉카콜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카콜라가 오직 페루에서 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거대한 물량공세와 온갖 스타를 동원한 광고 홍수에도 굴하지 않고

노란 빛깔의 잉카 콜라(Inca Cola)는 하늘아래 절대 권력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공세를 도도하게

막아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제껏 이 두 거대 기업이 조그만 잉카 콜라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겨우 2등 3등으로 체면을 이어가고 있다하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정말 놀라운 페루사람들 정체성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다.

잉카 콜라는 1910년에 스페인 사람 호세 린들리가 만든 회사이지만

페루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시장조사와 선호하는 색채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페루인의 취향에 맞게 탄생하였다 한다. 지금은 남미 각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음료로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전 방위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아직도 시장에서

굳건하게 최고의 위치를 점하면서

페루인들의 사랑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병에 담겨 있는 색깔이 배! 째라 부부 아들 어린 시절 급하면

페트병 하나 쑤욱 들이대었던 쉬야 색채랑 비슷한 것이

좀 거시기 해서 그렇지, 그것 말고는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사이다와 콜라와 레몬을 살짝 곁들여 놓은

알싸한 맛이 마실수록 매력적이다.

지속적인 잉카 콜라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남미 3대 절경인 이과수 폭포, 우유니 소금사막, 마추피추를

다 돌아보고 난 후의 심각한 후유증은 이제 과연

우리의 흥미와 관심을 혹하게 하는

명소들을 남미 대륙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거대한 규모와 절경에 감격해 하고, 인간한계를 극복해나간
지혜에 탄복해하면서 돌아보았던 남미 3대 보물 방문 이후,

어떠한 것을 보아도 좀처럼 감동과 재미를 자아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당황스럽다.


벌써 시건방진 호기심을 다 채우기라도 한 것처럼...

소박한 아름다움과 소소한 슬기가 뭉쳐진 인간사의

구석구석을 보기 위한 겸허한 마음 가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볼리비아 로카(Loca)에서 말라비틀어진 노새에 의지하여

터덜 거리며 도착한 페루 국경에서 간단한 입국 절차를 마치고

어렵사리 푸노(Puno)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머무는 시간은 5시간 안팎으로

번갯불에 콩 볶듯이 댕겨 갔지만, 볼리비아 보다는 더욱 잘 단장된 거리하며,
적극적인 관광객 상대의 상술이 한층 더 세련되어 보인다.

거리의 화가도 자신의 작품을 터무니없이 평가 절하 하면, 단호히 거절할지라도,
서로가 기분상하지 않게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가 있다.

덩달아 시내 중심가에서 펼쳐지는 축제의 분위기가

너 나 모두에게 신바람을 안겨 준다.

2011년 2월 5일, 푸노에서 버스로 7시간 만에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Cusco)에
도착하였다. 스페인 식민지 유산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쿠스코의 광장은
새벽 달빛을 받아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198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쿠스코는 1532년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를  기독교 포교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이지만, 황금에 눈이 어두운 그들에 의해 1533년 정복당한다.

이후 잉카 제국은 300년간 스페인의 식민지를 겪으면서

모든 문화와 문명이 말살된다.

혹자는 오히려 잉카인들이 이들 스페인 백인들을 자신의 구세주로 반기며

대접하여 맞아 들였다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배은망덕한 손님들은

야밤에 잉카 왕을 감옥에 가두고 이곳 가득히 황금을 채워놓으면

살려주겠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왕을 능욕하고 황금을 다 채운 후,

그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슬픈 역사가 전해지고 있다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오늘날 마추피추로 향하기 위해서는

필히 쿠스코를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아픈 과거의 식민지 유산이

지금은 후손들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주는 보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노다지 마추피추가 이 쿠스코를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조들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한 푼 두 푼에 소소한 사기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 언제 두 번 다시 만나겠냐는 듯이

관광객들을 오직 봉으로만 취급한다.

2011년 2월 9일,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어서 이곳을 뜨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더 이상 정도 미련도 두고 싶지 않아
페루의 수도 리마 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원래는 낮 12시 30분 출발인데 오후 2시 30분에 출발을 한다고 한다.
이유인즉, 청소를 해야 한다네...얼마나 광나게

밀고 닦길래...참으로 어이없고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지만,

그들의 배! 째라식 똥배짱에 다시 한번 정나미가 떨어져서

쿠스코를 향해 눈길도 보내고 싶지 않다.

관광객들이 사기 당한 실례들을 여기 다 열거 할 수도 없을 뿐 더러,

우리도 소소하게 겪은 사건들은 또 다시 생각나게 할 까봐,

아니꼽고 더러워서 언급도 하기 싫다.

이미 전문적인 삐끼들은 바늘 도둑이 아니라

황소 도둑으로 변신하고 있는 느낌 이다.

정부 차원에서 관광경찰대를 구성하여 불법과 사기를

단속하고 있다하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하는

무기력한 경찰들을 보면서 그래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국제적인 불신을 일소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리마로 향하는 버스 요금으로 두 사람 340솔을 지불하고

구불구불 유자형 도로에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어쩌지 못하고
그냥 눈 만 꼬옥 감고 단전에 힘을 모은다.

21시간 걸려서 도착한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는 에스페란티스토 마리오의
깜찍 발랄한 환영 인사가 모처럼 웃음을 안겨준다.

게 발 새 발, 비틀 비틀 쓴 한글로 우리를 맞아 준 그의 정성이 고맙다.

" 안종수 환영받는 페루 ”

너무 깡 말라서 보기가 안쓰러운 마리오는 페루 리마국립음대생으로,
촉망받는 오보에 주자로서 음반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기특하게 바라보는 그의 엄마랑

함께 열렬하게 맞아 준 그의 집을 찾은 순간 가슴이 꽉 막힌다.

너무도 가난한 흔적들, 낡을 대로 낡은 가구들, 눈을 씻고 보아도

우리가 신세를 지기에는 초라한 살림살이들. 거기에다가
마리오의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쓰고 있는 방을 우리에게 양보했으니
오늘밤 마리오는

부모님이 쓰시는 좁디 좁은 방에서 새우잠을 자야 할 판이니...

이들의 정성을 무시 할 수 없으니 오늘 하루만 민폐를 끼치자 결정하였다.


마리오의 에스페란토 번역을 동시에 들으면서 리마 시티투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대성당(La Catedral de Lima)과
대통령 정청( Government Palace), 거대한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에서
만나는 웅장한 에스파냐 식민지 시대의

신성한 교회들(Iglesia de San Marcelo, Iglesia de San Agustin)과

노랑, 분홍, 파랑의 정겨운 건축물 들,

특이하게도 나무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발코니 들...

해마다 독립 기념일인 7월 28(1821년에 독립)에는 아르마스 광장의

분수대에서 페루 전통적인 알콜 음료 피스코(pisco)를 뿜어주어

오고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시고 즐기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


빠알간 파프리카 속에 다진 고기와 양념으로 맛을 낸

로코토 레제노(rocoto relleno)와 새우와 옥수수, 해산물 등을

우유와 레몬 소스로 새콤하게 만들어진 체비체(ceviche), 아보카도와 과일,
감자를 으깨어서 담백한 맛이 더욱 돋보이는 빨따(Palta rellene) 등

우리의 입맛에도 맞는 다양한 요리가 페루의 또 다른

향긋한 문화를 맛 본 것 같아 즐겁다.


2010년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를 배출한

페루는 페루와 일본계 혼혈 2세인

알베르토 후지모리(Alberto Fujimori)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던 아이러니한 역사도 가지고 있다.

후지모리는 1990년 6월, 1995년 4월, 재선에 성공, 경제발전과

30년 넘게 활동해 온 게릴라 조직을 소탕, 경제, 정치적인 안정도 이룩한

업적을 인정 받고 있으나, 정권 연장에 대한 야욕으로 대통령 3선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제거하고 온갖 술수와 부정부패, 살인 혐의로

2010년 1월 페루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5년 형을 확정 받아 복역 중이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페루는 후지모리의 딸

게이코 소피아 후지모리가 대선 출사표를 던져 놓은 상태이며

자신이 당선되면 후지모리를 제일 먼저 사면하겠다는 공약도 펼치고 있다.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독재자 딸들의 후안무치가

어쩌면 이렇게도 똑 같은지....


투르히요로 가기 위해 두 사람이 거금 180솔을 지불하였다.
마치 공항 보안 검색이라도 하는 것 처럼 비디오로 얼굴을 찍고, 전자봉으로

몸 수색도 철저히 하고, 안정성과 고급화를 컨셉으로 한다는

버스 회사 크루즈 델 수르(Cruz del Sur)가 운영하는 터미널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무료 WIFI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리마 시내에서도

만나기 힘든 행운이었다. 희한하게도 페루에서는 각각의 버스 회사가

자신들의 전용 터미널을 운영해야 한다.


2011년 2월 14일, 에쿠아도르로 넘어가기 위한 코스로 선택한

투르히요(Trujillo)는 흙의 왕국을 건설했던 찬찬 고고 유적지

(Chan Chan Archaeological Zone)로 유명한 곳이다.



리마에서 북쪽으로 560km 떨어진 이곳은 약 800여 년 전 13세초에 번성을 누렸던
치무왕국(Chimu Kingdom)의 본거지로, 15세기 중반, 잉카제국에 의해
멸망 당할 때 까지 수도로서 역할을 하였던 곳이다.

이곳을 처음 연구한 스위스의 고고학자 요한 추디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대응접실 추디궁전 벽면에는 지금도 선명한

새, 물고기, 기하학적 문양 등을 엿 볼 수 있다.


햇볕에 말린 흙벽돌 (어도비)과 흙담 (어도본)으로 만든

신전과 광장, 저수지, 정원, 시신보관소 등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사막의 불모지대 한 가운데에 32km에 달하는 정교한 관개시설로

거대 도시를 건설한 찬찬 고고 유적은 1986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았지만, 같은 해에

보존과 발굴의 역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으로

경고 받기도 하였다.

관광 안내 비용으로 25솔을 요구하는 여기 사람들의 요청을

잘 거절했다는 생각이다. 별로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비슷 비슷한

유적들이 아직은 더 많은 연구와 발굴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2011년 2월 15일 페루 북부 지역 피우라를 거쳐 해변 휴양도시

만코라(Mancora)에 도착하였다. 피우라(Piura)에서 약 3시간 만에 도착한

만코라는 야성적인 파도가 몰아치는 곳으로 젊은 청춘들이

써핑(surfing)을 즐기러 오는 곳이다.

엘도라도(El Dorado) 버스의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두 사람이 30솔)에

싱글벙글 신난다. 버스로 오고가며 산하를 눈여겨 봤지만

대나무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사막처럼 날리는

흙먼지 가득한 이곳에 대나무로 엮어 만든 주택과 호텔들이 멋있다.

마추피추에서 1박 2일 동안 죽자 살자 낙석 피해 도망을 함께 다녔던

아르헨티나 청년을 여기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났다. 너무 반가워

어쩔 줄 몰라 부서지는 파도를 배경으로 행복한 한 컷을 찍는다.


오늘 저녁 우리가 머무는 호텔 kites에서 파티가 열린다고 준비가

한창이다. 사지를 대자로 벌린 아기돼지 한 마리가 냄새를 폴폴 풍기며 익어가고,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라틴 음악이 분위기를 돋군다.

저 새끼 돼지가 다 익으면 길다란 칼로

나붓나붓 도려내어 이곳 손님들에게 향긋하게 대접할 꺼 라는

카라의 말에 따라 침을 꼴깍 거리며 삼킨 지 어느덧 3시간째...

자기들 끼리 깔깔대며 와인을 주고 받고 맥주를 홀짝일 뿐,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괴기는 등장도 안한다.

그럼 그렇지...공짜 먹기가 그리 쉬운가?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지...참는 자에게 먹을 복이 있나니...

근데, 그 아기 돼지 어디로 사라졌지?

방금까지도 지글지글 우리를 유혹하던

그 녀석이 없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자는 점점 많아지네...

위대 빵빵한 저 사람들 입 다 채우려면

아무래도 숨도 안 쉬고 잽싸게 씹어야 할 것 같애...ㅎㅎㅎ

아~ 입안에 군침이 돌돌 거리고,

정신을 홀딱 빼 놓은 살사음악은 뱅글뱅글 돌아가도,

그놈의 괴기는 우리 곁에 올 생각도 않는다.

헤이 카라~ 정말 공짜로 돼지 바베큐 주는 것 맞아?

아무래도 우리가 착각한 것 같은데...

여기 호텔 술 장사하는데 필요한 요깃거리 같은데...

냄새로 유혹하고 눈요기하게 한 것 같은데...

아악~그러면 그렇지... 세상 공짜가 어딨나?

빳빳한 현금(여기서는 반드시 달러로...)이 오고가야 맛 볼 수 있는

특고급 안주였던 것이다..흑흑


장장 세 시간을 안 보는 척, 괴기에는 관심도 없는 척,

우아하게 컴퓨터를 하는 배! 째라 부부의 가슴이 땅으로

척척 떨어지는 아기 돼지 기름 처럼 무너져 내린다.

오늘 파티는 오지랖이도 넓은 상상력이 만든 또 하나의 착각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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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에서 YG 패밀리까지[퍼옴 참세상]
대중문화 | 2010/04/04 15:29

아이돌 팝과 연예제작사 : 빅4의 생존방식

한국의 아이돌 팝 연예제작 시스템은 SM엔터테인먼트의 등장으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HOT”라는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킨 SM엔터테인먼트는 기존 음악 분야의 연예기획사와는 다른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1990년대 이전에 가수들은 주로 음반사 소속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한 명의 매니저가 관리하는 영세한 운영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예기획사 사장은 대게 다른 가수의 로드매니저를 하다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 연예기획사들도 체계화 전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SM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획형-기업형’ 연예기획사 체제를 만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기존의 연예기획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돌’ 이라는 특정한 대상을 선정하고 자신들의 매니지먼트 체계 안에서 훈련을 시켜 데뷔시키는 일종의 ‘인 하우스 팜 시스템’(In-House Farm System)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를 목도하면서 10대 팬들의 소비능력을 간파하고, 이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돌 스타들을 직접 육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는 1990년대 일본의 J-pop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아이돌 그룹들에 대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 가요계에 데뷔한 그룹이 바로 “HOT"이다.

아이돌 팝은 1980년대 미국 음악시장이 불황을 겪었을 때, 이를 타계하고자 기존에 음악 소비자층이 아니었던 10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또래 스타들을 오디션을 통해서 발굴하여 철저하게 기획 관리하는 전략 하에서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팝시장은 10대 소비층을 위한 “뉴키즈 온 더 블록”이란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고, 일본은 미국 보다 오래 전부터 10대 음악 팬들을 겨냥한 아이돌 그룹들을 만들어 냈다. 미국과 일본의 아이돌 그룹들은 기획사의 철저한 계획과 관리 하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기획형 스타들인데, SM 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아이돌 연예제작을 성공시켰다. 하나의 그룹이 데뷔하면 이들을 지원하는 스텦들은 로드 매니저에서 의상, 헤어, 메이크 업 코디네이터, 경호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운영된다.

아이돌 연예제작의 원조: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연예제작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개오디션과 연습생 훈련 체계를 통해서 양질의 10대 예비 스타들을 경쟁시킨다는 데 있다. 오디션을 통해서 통과된 연습생들은 처음부터 해당 그룹들의 멤버로 정해지지 않은 채 연습생 신분으로 계약을 해야 한다. 이들은 연습하는 과정부터 서로 경쟁하고 적절한 파트너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HOT"나 “신화”, “동방신기” 모두 처음부터 팀을 확정하고 준비한 경우는 없다. 이들은 연습생 시절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받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유사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연습생들과 팀을 이루어 데뷔 준비를 한다. 말하자면 기획단계에서 데뷔까지 철저하게 기획사의 인 하우스 체제에 의해서 관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연습생 제작 체제는 지금은 보편적인 조건이 되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는 낮선 방식이었다. 이러한 경쟁적인 연습생 시스템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검증된 팀을 데뷔전부터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에 데뷔 할 때까지 소요되는 제작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는 이미 데뷔하고 있는 팀들에 대한 관리에다 새로운 그룹의 데뷔를 준비해야하는 연예제작의 중복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연예제작사라 해도 대규모 제작 자본이 필요한 아이돌 그룹들을 한꺼번에 데뷔시키면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업 형 대형 아이돌 연예기획사들은 이들을 장기 전속계약으로 묶어두는 한편, 연습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팀들의 데뷔 시점들을 고려하여 적절한 시기에 해체와 데뷔를 연계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아이돌 스타들이 태생적으로 갖게 될 수밖에 없는 짧은 활동기간을 메워주고, 리스크가 많이 발생하는 기존 그룹들의 재계약 방식보다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들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HOT를 시작으로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동방신기” 등 소속 아이돌 스타들의 활동 기간을 5년 정도로 잡고 무리하게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스타가 되기 위해 준비된 예비 아이돌이 넘쳐나고, 이들을 관리하는 팜 시스템이 건실하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아이돌 팝 제작사: DSP

물론 이러한 방식의 연예제작 시스템이 SM엔터테인먼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SM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돌 스타들을 제작했던 DSP 엔터테인먼트(과거 대성기획)도 SM과 비슷한 방식을 취했다. DSP는 1990년대 “젝스키스”와 “핑클”을 데뷔시켜 SM의 "HOT"와 "SES"과 경쟁체제를 만든 가장 토착적인 연예제작사이다. DSP의 연예제작 시스템도 견고한 연습생 그룹들을 보유하고 이들에게 일정기간의 훈련과정을 통해 최적의 멤버들을 조합해 팀을 만들었다. 다만 DSP는 SM과 다르게 일본 아이돌 연예제작 시스템의 노하우를 수용하지 않고, 자생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어 국내활동을 중심으로 제작에 무리하지 않는 매니지먼트를 했다. DSP의 아이돌 그룹의 음악적 스타일이 한국적 댄스음악에 충실하고, 그룹별 활동기간도 SM에 비해 비교적 긴 이유도 무리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DSP의 아이돌 그룹들은 SM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매치 업 방식을 선택하면서도 이들의 주요 활동기간보다 조금 늦게 활동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1990년대 "젝스키스-HOT", "핑클-SES"의 대결 구도는 2000년대 초반 "Click-B-신화“의 대결구도로 이어졌고 지금은 "SS501-동방신기”, “카라-소녀시대”의 대결구도로 재생산되고 있다. DSP는 SM과 국내 아이돌 팝 제작의 양강 구도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2000년대 중반부터는 연예오락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부분까지 확대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확대하려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모타운’의 한국적 변형: JYP 엔터테인먼트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아이돌 팝 시장은 SM과 DSP로 양분되었지만, 한류의 붐과 아이돌 팝 시장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새로운 제작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대표적인 제작사가 바로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이다. 이 두 제작사의 공통된 특징은 이미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스타의 반열에 오른 뮤지션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음악장르에 적합한 아이돌 스타들을 직접 제작한다는 데 있다. 1999년에 설립한 JYP는 대표 박진영의 음악적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970년대 ‘모타운 레코드사’를 근간으로 하는 흑인 블루스 소울음악과 펑키한 스타일을 현대화하는 음악적 코드들은 과거 소속 뮤지션이었던 ‘비’뿐 아니라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원더걸스’나 ‘2PM’, ‘2AM’에게도 적용된다. JYP의 아이돌 팝 제작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말할 수 있다. 먼저, 제작자인 박진영이 작곡과 안무, 코디네이션, 프로모션에 모두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속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모두 디자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원더걸스’의 ‘모타운’ 복고 스타일이나 2PM의 미소년 섹슈얼리티 이미지는 모두 박진영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또한 ‘원더걸스’의 해외진출 역시 박진영의 글로벌한 매니지먼트 전략과 맞닿아 있다. 박진영은 ‘비’를 월드스타로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아시아, 아시아에서 다시 미국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갔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한국의 기획사들은 대부분 국내 활동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시장을 위주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반면, JYP 엔터테인먼트는 팝의 본류인 미국에서 활동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09년에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해서 미국의 빌보드 ‘핫 차트’ 100위 안에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들어간 것은 사전에 미국 음악계에서 작곡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영의 음악적 능력과 폭넓은 인맥의 요인이 크다.

힙합 중심의 아이돌 커뮤니티 그룹: YG 패밀리

이에 비해 YG엔터테인먼트는 힙합 음악의 패밀리 커뮤니티를 강조하면서 가장 성공한 흑인 힙합음악 주류 기획사가 되었다. YG의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이후 제작자로 변신하여 ‘현기획’을 세우고 킵식스라는 그룹을 제작했지만, 실패하고 이후 제작한 “지누션”이 성공하면서 YG 패밀리를 만들었고 원타임, 휘성, 빅마마를 빅히트시켜 지금의 YG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YG는 SM이나 DSP와 같이 전형적인 아이돌 그룹들을 제작하는 전문 기획사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고, 흑인음악을 중심으로 힙합 크루를 만들고자 했지만, 2006년 “빅뱅”을 제작하면서 아이돌 팝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9년 “2NE1”의 데뷔로 국내 아이돌 팝 시장의 돌풍을 몰고 왔다.

YG의 아이돌 팝 제작 특성은 JYP와 대조적이다. YG는 제작자인 양현석의 음악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멤버들의 개인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가령 빅뱅의 경우 팀의 리더인 지드레곤에게 작곡과 작사를 전담하게 하고, TOP에게는 랩을, 태양에게는 보컬을 맡긴다. “빅뱅”이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된다면, 멤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음악제작과 음악스타일을 만들어나간다는 데 있다. 또한 멤버들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차별화된 솔로 음반제작과 개별 활동을 보장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YG의 수평적인 커뮤니티 정신은 다른 아이돌 팝 제작사들 중에서 커뮤니티 정신이 가장 강하고, 멤버들과 제작자들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요인이다. "2NE1"과 같은 걸 그룹의 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YG는 예쁘고 섹시하고 로리타 신드롬을 자극하게 하는 전형적인 걸 그룹 제작 인습에서 벗어나 반항적이고 일탈적인 이미지의 걸 그룹을 만들면서 오히려 10대 여성 팬들이 선호하게 만드는 차별화된 제작 방식을 보여주었다.

▲  주요 아이돌 팝 제작사 비교

한국에서 아이돌 팝 문화자본은 대중음악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 음반 산업뿐 아니라 디지털 음원시장, 방송미디어산업, 이벤트 프로모션, 연예제작 시장에서 아이돌 팝은 핵심적인 문화자본으로 기능한다. 많은 연예기획사들이 아이돌 팝을 제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연예콘텐츠가 아이돌 팝으로 쏠리는 한, 아이돌을 제작하는 연예기획사들 간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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