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불과 한 달 사이에 이름이 바뀔리도 없고...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분명 이 곳이 맞다고라고라?
호텔 상호명이 변경되어도 알려주지도 않고....이런 우라질...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친절한 설명 안내판은 전혀 없다...
아이구 두야...
다행히 잘 찾아왔으니 된 것 아닌가? 라며 무심히 반응하는
호텔 직원하며...미치고 팔짝 뛸 일이네...
참으로 프라하의 향기를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정나미
팍팍 떨어져서 그냥 이곳을 뜨고 싶은 생각밖에는 없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내부는 썩 괜찮아서
부글부글 열 받은 배! 째라 부부의 머리를 식혀준다.
우리의 케이블 방송 같은 ON TV에서는 벌거벗은 남녀들이
대낮임에도 아랑곳없이 서로의 섹시함을 자랑하며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차지하려고 야수처럼 낼름거린다.
시내 중심가 곳곳에서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카지노와
지옥으로 데려다 준다는 섹스숍이 보란 듯이
정육점 불을 밝히고 있다. 마치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자본주의의 쓰레기 더미가
이곳을 덮친 것 같다.

한 낮의 불쾌한 해프닝과 피곤을 말끄미 씻어 준 정갈한
이브자리가 우리를 좀 더 머물다 가라고 붙잡는다.
주렁주렁 줄 인형이 유명한 프라하 시내 관광을 결심하고
호텔을 나서는 발걸음이 푸짐하고 신선한 아침 식사로 가볍다.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
은은하게 울려나오는 가운데 2시간짜리 시티 투어가 시작되었다.
한, 중, 일본어 등 25개국의 언어 서비스가 완벽하게 지원되는
헤드폰을 끼고 독일인 9명과 함께 15인승 버스에 앉아서
바라보는 프라하 시내는 성질을 돋구던
어제와는 다른 곳이었다.
은은한 체리핑크와 다정다감한 노랑색조의 아르누보 건축 양식 및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화려함과 세련됨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거기에다 금장장식을 더함으로써
웅장함과 신비함마저 풍겨준다.

체코의 수호신 파찔라브의 광장에서 만나는 로마네스크 양식과
신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은 지난날의 영광을 송두리째 간직한
채 후손들의 풍요와 부를 담보하는 거대한 유산이 되고도
남는 것 같았다.
1993년 1월 1일 체코공화국은 슬로바키아와 평화적인
분립을 선언한다.
국가적 상징인 불따반강은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채 말없이 흐르고 있지만
관광 선진 대국을 향한 체코 정부의 각고의 노력은
곳곳에서 돋보인다.
크고 작은 버스를 비롯하여 늘씬한 쌍두마차,
오랜 전통의 명차, 전차 등 골목 골목을 누빌 수
있게 만든 다양한 관광객 운송수단들이 사람들의
발의 피로를 덜어준다. 물론 비용을 지불해야 하겠지만...
현재 체코의 대통령궁으로도 쓰이고,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 등이 돋보이는 프라하성에 몰려든
수 천 명의 관광객들을 보면서 그 지역 체코상인들은
벌떼 처럼 몰려든 외국관광객들의 불룩한 지갑이
내 것인 양 너무 빨리 오만방자표 샴페인을
터트려 버린 것 같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에 떨고 있지만
이곳 프라하 성에서 만큼은 예외인 듯 발 디딜 틈이 없이
혼잡한 곳곳에서 알짜 장사를 하고 있는
약삭빠른 장사치들이 배를 두드리며
달러며 유로며 체코 코루나 등을 마구 마구
긁어 모으고 있었다.
붉은색 벽돌 지붕과 빛바랜 비취색 돔,
황금색의 화려한 장식들이 아름다운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분명 문화적인 저력이 차고도 넘치는 곳이었다.
다만 졸부의 심보처럼 변해가고 있는
몇몇 장사치들의 눈에 뵈는 것 없이 하는 행태들이
아직은 순박한 전체 체코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항상 물고기 한 마리가 전체를 흐린다고 하지 않는가.
씁쓸한 향기와 유쾌하지 않았던
프라하에 대한 기억들이 종종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씻겨 내려가길 빌면서
배! 째라 부부는 체코와는 쌍둥이 같은 형제의 나라
슬로바키아로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