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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서른일곱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2010/10/09   스물한번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연방국가(크로아티아의 벨리카고리차 편 9/10-9/12)
2006/10/25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그리고 평화 (선인출판사/ 저자 : 안종수)


서른일곱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여행 | 2011/01/04 00:54

서른일곱번째 마당-무한 도전의 나라 브라질

(산토스, 상파울로 편 11/28-12/12)



50평생 일간지에 얼굴이 큰 대문짝 만 하지는 않더라도

쪽문 짝 만하게 나오는 것도 처음이요, 한 나라에서

연달아 네 번 씩 이나 신문 인터뷰를 갖는 것도

난생 처음이다.


브라질 산토스의 최대 일간지 "A TRIBUNA" 신문 한 면을

배! 째라 부부 이야기로 도배를 했으니, 광고가 차지하는 면이

만만치 않았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게 우리의 이야기와

에스페란토의 홍보 효과를 단단히 높였다는 것이

이 지역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생각이다.


세계 배낭 여행 8개월째에 접어 들면서 느끼게 되는

감회와 죽은 언어라 여겼던 사람들에게 단 한방에

에스페란토 유용성이 증명되는 강펀치를 날리는

순간이었다고 모두 입을 모아 즐거워한다.

리우 데 자네이르의 코파카바나 해변에도 절대 뒤지지 않을

이곳 산토스의 해변은 아름다운 조각품이 설치된 산책로와 함께

시퍼렇게 일렁이는 파도, 싱그러운 초록이 숨 쉬는 멋진 곳이다.

이 해변과 다정하게 마주 가고 있는 이 공원은 장장 8km로

기네스북에 가장 긴 산책로로 그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 지역 정부가 소비도 촉진하고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시민들의 비만 해소를 위해 매주 마다 음악회와 댄스 파티 등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도록 준비되어 있다 한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그의 자서전「미완의 시대」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짐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서

함부로 단정 짓지 말라 한다. 사람들이 진리라고 믿는 부분의 뿌리부터

흔들어대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말 것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만져지는 것 등등 이 모두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이며, 라틴 아메리카에 와서는

세상을 달리 보라는 말씀이것다...^^

젊디젊은 아낙들이 가슴과 등짝을 환하게 드러내놓고

오토바이 타고 시내를 질주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행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어깨, 쇄골, 엉덩이 등에 뱀, 용, 해골,

심지어는 한자 어미 모자와 사랑 애자를 문신하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모두가 조폭마누라 혹은 그의 여친들이나

아닌지 하는 옹졸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기가 어디?

바로 라틴 아메리카의 브라질...

이 여인네들은 깍두기들의 걸프랜드도 애인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 은행원, 회사원, 심지어는 의사 선생님 등...

다양한 담배 갑에 암 덩어리, 썩어 문들어진 발, 흉측하게

주름져 찌그러진 얼굴 사진들이 박혀 있어도, 생기발랄

립스틱 진한 입술 오므리며 담배 물고 오토바이 쌩쌩 달리는

그 모습은 상상 초월, 상식 파괴이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레스토랑, 바, 카페 할 것 없이

앉을 자리도 없이, 애, 젊은이, 어르신 할 것 없이

거의 발광하는 응원 소리에 조용한 대화를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황당한 경험을 안겨 준다.

마치 우리가 당도한 날이 그날인 듯,

산토스 지역 사람 모두가 단체로 마법에 걸린 것 같다.


산토스 해변을 장식하는 진한 주홍색의 설치 미술품

일본 이민 100주년 기념비는 비상하고자 애 쓰는 용틀임 같다.

일본, 중국, 우크라이나, 어느 나라든지

오고 싶은 사람들은 어느 누구라도 와서 개간하면서

살라고 문을 활짝 열어준 브라질 정부는 인종 차별이란

몹쓸 단어는 이미 대서양 바다에 버린 것으로 취급한대요.

피부가 거므스름한 분한테 물어보아도, 노리끼리한 분한테

여쭈어보아도 살아가면서 피부 색깔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고 하니,

대단한 나라의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흰 피부에 파란 눈, 검은 곱슬머리에 파란 눈,

누르스름한 피부에 파란 눈까지, 모든 인종이 총 망라되어

새로운 모습들을 만들어 내는 다종다양한 나라 브라질은

인종차별이란 불씨는 거의 없는 무한한 기회와

도전의 나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장님, 코끼리 만지기?)

그럼에도 흑인들의 거주지가 많은 북동부 지역에 비해

백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남부 쪽이 훨씬 풍요로워 보인다.

집집마다 널찍한 정원과 주차장은 기본이요, 땅 덩어리가 넓어서인지
사람들의 인심 마저도 덩치에 걸맞게 통이 크다.


브라질이 이렇게 잘 사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로자는 새들이 지저귀고 오색의 꽃들이 찬란한

이곳을 보면서 부러움과 놀라움에 입을 다 물 수 없다.

산토스에서 제일 먼저 우리 부부를 맞아 준 펠리페는

전기공사에 다니는 청년으로서 그의 부모님 모두가 치과의사이나

지독한 골초로 그 때문에 자신은 담배를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께 드리려고 쿠바에서 사 온 시거를

애연가인 카라에게 성큼 내준다. 로자에게는 한 없이 미안해하면서...


그의 집 멍멍이 비글 벡은 올해 나이 15살로 사람으로 치면 105살이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듯이 만사에 흥미가 없는 벡은

시원한 돌계단을 이쪽 저쪽 바꾸어가면서 잠만 쿨쿨 자는데

어쩌다 한번 눈을 동그랗게 뜨는 시간에는 모두가 자지러진다.

마치 팬더 친척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커다란 눈에 그려진

시커먼 다크 서클이 그를 진한 아이라인 그려 넣은 왕눈이로 둔갑시킨다.

모두가 깔깔대는 소리에도 눈길 한번 안주는 벡은

저녁 산책 나가자는 펠리페 아버지의 호출 소리에만

유일하게 팔짝 팔짝 기쁜 반응을 보인다.

산토스에 한국인 에스페란티스토로서 처음 방문하는 카라와 로자는

북부 지역 아마존을 가지 못하는 대신 에스페란티스토

지우다(Zilda)의 농장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딸 둘을 유럽에 유학 보내고,
일만하며 살았다는 남편 루이즈(Jose Luiz)와 전직 포르투갈어 교사였던

지우다와 산토스의 남쪽,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몽가구아(Mongagua)에 있는 그들의 농장으로 향했다.


작은 아마존이라고 일컬어도 될 만큼 초록이 무성한 이곳에서

졸졸 흐르는 얼음 같은 강물은 이 농장의 수영장이 되었고,

하늘 향해 솟아 있는 야자수와 난생 처음 보는 커피나무,

아름드리 하이힐로 커텐을 쳐 놓은 듯한 나무

사파토 데 쥬디아(sapato de judia) 등

풍성한 유실수와 왠 갖 꽃밭에 소풍 나온 닭과 오리들마저도

자연과 더불어 무척 행복해 보여 낙원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바로 옆 동네에서는 일본 이민 1, 2세들이 녹색의 낚시터를 만들어

고기 잡는 즐거움과 함께 싱싱한 생선요리마저 선을 보이며 성업 중이었다.

민물고기를 날 회로 먹기에는 맛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나 살이 연하고 보드라운지 살포시 회를 떠서

흰 쌀밥위에 사뿐 얹어 간장과 겨자를 곁들여 모처럼

속 시원하게 맛깔난 점심을 브라질 산토스에서 만끽하였다.^^

가난한 어린이들의 미래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지우다는

2010 Projecto Oficina do Futuro라는 프로그램에서 에스페란토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선사하고 있었다. 1층 건물은 청과물 시장, 2층의

빈 공간을 쪼개서 교육 장소로 쓰고 있는 이곳에서

음악과 미술, 춤과 공작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협동성과

생산성, 적극성, 자신감 등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 싱글 벙글 달려오는 이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하늘색의 눈동자를 보면서 문화예술 교육의 힘은

산토스 항구 지역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는 등대가 되어주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파롤루 몬도(parolu mondo)에서 활동했었다는

발음이 선명한 에스페란티스토 에밀리오의 걱정과 함께

이 지역에서도 젊은 신인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등장이 부족하다는

그의 염려가 있었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은 한 두 명의 헌신적인

열정이 오늘도 산토스 지역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산토스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뒤로 하고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상파울로로 향한다. 우리를 기다리기로 약속한 에스페란티스토

프란체스카는 보이지 않고 거대한 인파와 복잡한 소음만이

우리를 맞는다. 오고가는 사람들 10명 중 한 두 명은

동양인인 듯한 얼굴들이 꽤 많다. 기다리다 지쳐 카라가 공중전화도

찾을 겸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려는데 여기서도

영락없이 사용 요금을 요구 한다.

한사람 사용료 1.25레알, 먼저 1레알을 지불하고 0.25레알 동전이 없어서

지폐 2레알을 지불했다. 거스름돈 1.75레알을 요구했으나

2레알 지폐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이 양반 땜에 산토스에서 느꼈던

브라질의 좋은 인상을 다 구겨논다.

목소리도 걸걸하게 큰 프란체스카가 2-3시간 만에 나타났다.

우리가 다음날 오는 줄 알았다고 하는데 뭐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는 택시 기사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며

그녀의 집으로 우리 안내를 부탁한다.

웬걸... 이 택시 겉은 멀쩡하나 속은 이미 고물인지,

아무리 부릉 부릉 용을 써 봐도 시동도 안 걸린다.

아무래도 오늘 상파울로 첫날 일진 김이 팍 센 듯...

이럴 때 일수록 몸조심 마음조심 주머니도 조심...

산토스에서 상파울로까지 두 사람이 35Real에 왔는데

상파울로 버스터미널에서 프란체스카네 집까지 약 30분 걸리는

거리를 택시로 54Real에 왔다.

배 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 두고 하는 말.

인구 1200만 명이 복작거리며 사는 브라질 제2의 도시 상파울로는

혼잡한 소음 공해와 고물가, 교통체증 등 우리의 서울과 너무 닮은꼴이다.


1500년도에 브라질이 건립되고 1554년에 상파울로가 세워진 것을 보면

고대의 아스라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중세의 암흑 같은 식민지 시대와 함께 탄생한 곳이 바로 여기이다.

12월 3일인데도 벌써 거리마다 집집마다 산타 할아버지들이 걸려 있고

아름드리 나무에도 네온사인들이 빙 둘러 쳐져 있다.

한 여름 땡볕인데도 긴 팔에 털 모자, 솜 털 가득한

복장을 해야 하는 산타 할배도 땀띠 땜에 좀 고생해야 할 판.

근데 왜 산타 할배는 여름 옷 안 입으시나요^**^


상파울로 에스페란토 협회 회장인 로베르트의 안내로

일본 전통 종교 오오모토의 연말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정갈한 대나무 발이 쳐져 있는 교당에서 엄숙한 의례가 끝나고

즐거운 송년 모임에서 카라와 로자는 행운의 당첨권을 받는

기쁨마저 누렸다. 로베르트는 이곳에서 에스페란토

수업을 진행시킨 바 있다.



일본식당도 중국집도 즐비한 상파울로 Luz역에서

한국 식당 찾아 삼 만 리...드디어 일미정 발견하다.

근 8개월 만에 먹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 청포묵 무침, 오이김치, 눈물이 날 만큼 황홀한

우리의 음식으로 행복해진 발걸음을 돌려 보니,

마치 동대문 의류시장 축소판을 여기다 옮겨 놓은 듯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옷 가게가 곳곳마다 성업 중이다.

근처의 아르메니아(Armenia)역은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쎄(Se')역에 위치한 성당 주변에는 걸인도, 경찰도,

상인들도, 어느 종교 신도들의 열렬한 기도도

모두가 개성이 철철 넘치고 넘쳐서 시끌 복잡한

상파울로 거리의 소음공해를 배가시킨다.

상파울로에서 버스로 약 1시간 만에 도착한 인근의

산 미구엘(Sao Miguel)에서 우리를 맞아주신

구순의 에스페란티스토 오스발도 올란도(Oswaldo Holando)와

칠순의 아내 데우자(Delza)는 정말 존경스런 분들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연세도 놀라웠지만 두 분이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는

자멘호프 모임(Klubo Zamenhof)이 2009년에 60주년을

맞았다고 하니 그저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한 사람의 신념과 헌신이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도

멈추지 않고 줄기찬 에스페란토 비를 뿌려주고 있으니

가랑비처럼 작고 가느다란 빗줄기지만 언젠가는

산 미구엘 땅 곳곳을 촉촉이 적셔 주리라 믿는다.

12월 11일 토요일 오후 3시 상파울로 에스페란토 협회에서

자멘호프 탄신제가 열렸다. 로자의 양반춤과 민요가 곁들여진

이날 행사에는 안토니오의 에스페란토 랩 공연, 연극,

1년 동안의 활동 상황 보고 등

너 나 없이 흥겨운 약 50여명 이 지역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모여

때맞춰 몰아친 천둥 번개 만큼이나 화끈한 시간을 즐겼다.



2011년 7월 9일부터 14일까지 전체 라틴 아메리카 에스페란토 대회와
브라질 전국 대회 등 3개의 굵직한 대회가 열리는 상파울로의

영원한 발전과 2011년 성공적인 대회를 기원하면서

배! 째라 부부 플로리아노리스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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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번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연방국가(크로아티아의 벨리카고리차 편 9/10-9/12)
여행 | 2010/10/09 04:58

      스물한번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연방국가

         (크로아티아의 벨리카고리차 편 9/10-9/12)

  옛 유고 연방 국가 중의 하나인 크로아티아에 버스로 입국 할 시에는
  모두 다 차에서 내려서 여권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무표정한
  두 경찰관이 서로 분담해서 후딱후딱 일 처리했으면 좀 좋겠나
  싶은데, 한 명은 열심히 업무 처리하는 것 같은데 또 한 명은
  빈둥거리며 앉아 있는 것 같다. 비교적 간단하게 끝나는
  과정이었지만  곤히 잠에 빠진 사람들을 내려라 다시 차에 올라가라
  참 성가시게도 군다.

  그러나 버스 기사가 2-3명 함께 승차하여 번갈아 가면서 운행해가는
  배려는 바로 승객들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로 느껴진다. 또한 우리가
  방문했던 그 어느 휴게실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무료 화장실을
  크로아티아에서 만났으니 여권심사의 불편함 쯤은 감수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가는 곳 마다 화폐를 바꾸어야 하는 불편함은 가뜩이나 산수에 약한
  배! 째라 부부를 혼란에 빠뜨려 전혀 돈 계산을 못한다.
  비싼지 싼지 점점 무신경해진다. 크로아티아의 화폐단위는
  쿠나(kn)로 유로 가입국가로서 물가가 상당하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약 5시간이 소요되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까지 가는 버스 요금이 짐값 2개(150din)를
  포함하여 6660din(세르비아돈)이다. 우선 돈 단위가 엄청 커짐과
  동시에
  우리 부부의 부담도 점점 커진다.

  거대한 숲속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벨리카고리차(Velika Gorica)는 호주 방문 이후 가장 신록이
  우거진 곳으로 로자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제1의 도시이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트램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은 거의 모두가 크지 않은 아담한 2-3층 양옥집에 소박한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어서 어느 대문을 열고 들어가도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반겨 맞을 것 같은 곳이다.

  꽃들의 세상에 온 것 같은 행복함을 안겨 주는 이곳에서
  제8차 크로아티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스페란티스토 스포멘카(Spomenka)의 친절한 배려로
  참석을 하게 된 우리 부부는 그녀의 체계적인 계획과 관리로
  벨리카고리차에서 안락하고 편안한 대회를 즐기게 되었다.

  약 20여 년 전 한국에 방문하여 만난 적이 있었던 그녀를 지금은
  나이가 들어 버려 카라가 몰라 볼 정도로 변해 버렸지만 따뜻한
  그녀의 환대와 마중으로 로자의 마음은 이미 그녀의 펜이
  되어 버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에스페란티스토의 대화가
  궁금해진다. 쉽게쉽게 선명한 발음으로 능숙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이미 거목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저녁을 함께 하자고 초대한 에스페란티스토
  스티페 무츠(Stipe Muic) 의 집에는 그의 노모와 아내, 아들이
  모짜르트 심포니 제40번의 경쾌한 음악과 전통적인 폴란드,
  크로아티아 음식을 준비하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굵은 파프리카에 다진 마늘 및 다양한 향신료로 만들어진
  폴란드 요리와 우리의 만두 같은 부드러운 양념속이 들어간 빵과
  강력한 브랜드 등 풍성한 식탁이 우리를 향긋하게 맞아준다.

  기술공업 교사로 은퇴한 그와 폴란드 출신의 아내, 컴퓨터
  소프트엔지니어인 아들과 노모는 낯선 이방인들에게 최상의 배려와
  친근함을 표하기 위해 당신의 침실도 거침없이 보여주고
  베란다에 만들어진 아담한 카페, 많은 사연을 간직한 사진,
  오밀조밀 조성된 정원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그의 노모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바냐루카에서 살다가 혹독한
  내전으로 친구와 이웃들을 잃은 아픔을 울먹이며 전한다.
  내전의 후유증이 모두의 가슴속에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강력한
  통증을 동반한 바이러스가 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나중에 함께한 에스페란티스토 바요는 그의 아버지의 경우에
  벌써 국적이 4번이나 바뀌는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비장하게
  말한다.  그는 또한 슬로베니아의 어느 도시는 국적이 11번이나
  변경된 사실을 말해주며 정치가 보통사람들에게는 백해무익한
  시스템임을 증언한다.

  56명이 참석한 크로아티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가 크로아티아의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되었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빵과 커피,
  과일쥬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가운데 등도 굽고, 허리도 구부러진
  은백색의 노신사 숙녀들이 곱게 단장하고 등장하신다.
  이곳 또한 우리 부부가 가장 젊은이 인 듯 한 상황이 연출되어
  덩치 큰 어르신들 틈에서 귀여운(?) 동양의 얼라들이 되어 버렸다.

  크로아티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는 오후2시에 아주 화끈하게
  끝내버린다. 이번 대회의 주요 주제는 EU의 정체성과 언어에
  대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설왕설래 끝에 정치적인 해결 없이는 언어문제
  또한 정답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잠정 동의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텔 가르비(Hotel Garvi)에서 호사스런 점심을
  마치고 이 지역 전통박물관으로 모두 향한다. 쭉쭉 빠진 싱싱한
  비보이들이 한 바탕 놀고 난 후에 로자의 양반춤 공연이 이어진다.
  길 가던 사람들이 신기한 듯 관람하고, 초롱초롱 아이들이 보내주는
  호기심이 더해지는 가운데 신록이 우거지고 파란 하늘이 내려주는
  신선한 기운을 받아 힘차게 부채를 펼친다.

  스포멘카의 배려와 건의로 한국에서 온 두 손님에 대한 극진한
  대접은 참가비 및 일체의 모든 비용을 협회 차원에서 대신
  지불해주었다. 이러한 호의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픈 로자는
  부채 한번을 펼칠 때 마다 온 정성을 다해 사방팔방의 좋은
  기운을 쓸어 담아
와서 크로아티아 에스페란토계의 찬란한 부활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춤 사위를 날린다.

  대회 후에 이어진 관광은 ANDAUTONIA라고 불리는 유적지에서
  펼쳐졌다. 전문적인 연극 연출가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이곳의 역사를
  전업 배우들과 동네 사람들이 협력하여 극화시켜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는 정말로 참신했다.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우리 고을의 자랑거리를 함께 즐기고 소개하는 사례로서 문화
  관광의 효과적이고 주민 주체적인 마케팅이 어떠해야 하는지
  좋은 실례를 보여주는는 것 같다.

  여러 번 감격한 사실이지만 단지 에스페란티스토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집 열쇠를 아무 조건 없이 건네주는 확고한 신의를
  이 세상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놀랍도록 감동적인
  신뢰와 믿음은 오직 에스페란토라는 평화의 언어만이 할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임을 새삼 느끼면서 먼 이웃나라 할아버지로만 느꼈던
  자멘호프 박사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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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토 아나키즘 그리고 평화 (선인출판사/ 저자 : 안종수)
Esperanto 관련 | 2006/10/25 15:58

<책 표지>

책을 쓰게 된 목적

                                              안 종 수

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근래에 일본 아나키스트 오스기 사카에 평전 및 몇 권의 아나키즘 관계 서적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아나키스트들의 국제적 의사소통에 관한 문제는 연구과제로 취급 되지 않았다. 그런데 1920-30년대의 아나키스트들은 어떻게 국제적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결했을까? 에스페란토어의 문제를 고찰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아나키스트들이 어떻게 국가와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상호관계를 맺고 국제적 연대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았던 오스기 사카에의 에스페란토어 서신이 어는 일본 아나키스트 이면서 에스페란티스인 70년 넘게 일본 아나키스크 에스페란티스토에 의해서 보관 된 것을 찾아낸 것을  비롯하여 러시아 동화 작가이면서 한중일 아나키스트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친 에로셍코의 관계라 바라.  지금까지 아나키스와 에스페란토관련에 있어 양쪽 다 자료의 부족이라고 바라 볼 수 있지만 보다 심층적으로 한중일,  그리고 대만을 포함하여 보다 심층적인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상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아나키스트들은 국경을 넘는 연대 활동을 가장 열심히 전개하였기에  그 안에서 어떻게 에스페란토가 언어로서 받아들여지고 국제적 연대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   또한 그들이 수행한 활동을 반추를 통하여  과거의 아나키즘에서 현실의 아나키즘 운동의 방법론을 고민 해 보고, 국제 공용어운동의 일반성과는 다른 관점에서 평화의 언어로서 민제적(民際的)관계 속에서 에스페란토를 살펴보려고 노력 했다.


Temo de Studo/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평화


1. 동북아시아(한국, 일본, 중국)에 제국주의화를 거치면서 도입된 이론 중에 막시즘과 아울러 아나키즘이 어떻게 자국에서 수용되고 전개 발전 되는 것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에스페란토가 아나키스트들에게는 어떻게 수용되고 발전해 갔나를 살펴보고자 한다.


2. 현재 나와 있는 에스페란토 운동사에 대한 재조명

국내에 에스페란토가 받아들여지고, 발전 해 나가는 과정 속에 사회, 정치, 문화적인 측면 보다는  언어 운동적인 측면으로 진행 된 운동사 대한 재조명 작업과 아울러 동북아 3국에서 선진적 지식인들에게 에스페란토가 수용되고 발전되는 과정에서 아나키스트들이 국제적 연대에서 실제로 에스페란토가 적극적으로 사용된 점을 사실적 확인 작업 및 그들이 얽혀있는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3.  동북아 아나키스트의 역사

동북아 3국의 가장 선두에서 자국의 국가들의 틀을 바꾸려고 한 아나키스트토들의 투쟁은 민족주의자들과 볼세비키스트들과 투쟁의 역사이다.  그들에게 국가라는 틀을 넘어 국제 연대를 실현한 그들의 삶의 궤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4.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나키즘은 무엇인가? 

아나키즘의 현대적 의미를 통한 새롭게 나타나는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상.

아나키스트 와 에스페란토 그리고 평화란?



목  차


1. 20세기 아나키즘

2. 아나키즘의 어원

3. 노자와 아나키즘

4. 문자와의 관계-국제주의

5. 권력/국가의 부정

6.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7. 민족주의와 대립

8. 볼세비즘과 투쟁

9. 동북아에서의 에스페란토 보급

10. 중국에서의 아나키즘과 에스페란토

11. 일본에서의  아나키즘과 에스페란토의 흐름

  - 오스기 사카에의 에스페라토 글

12. 조선의 에스페란토

  -  아나키스트로서의 삶

13. 에로셍코

- 그들의 만남

14. 아나키스트의 샘터 대구

15. 1930년 국내 아나키즘과 에스페란토운동

16. 남화한인청년연맹

17. 해방 후 아나키스트 조직

18. 21세기 아나키즘

19. 현대 아나키스트 운동의 조류들

  - 문화/경계/연대/네트워크

  - 페미니즘

  - 종교

22. 아나키와 평화

23. 공용어와 interpopola

< 별첨> 자멘호프의 글

           김산의 에스페란토 글

           에로셍코의 일본에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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