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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8   서른아홉번째 마당- 아! 이과수 폭포 (1)
2010/10/01   스무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 연방국가들-세르비아의 니쉬, 베오그라드 편


서른아홉번째 마당- 아! 이과수 폭포
여행 | 2011/01/08 04:26

서른아홉번째 마당- 아! 이과수

(브라질 꾸리찌바, 아르헨티나 이과수폭포 편 12/20-12/28)



10년 묵은 체증이 있으시거나,

2010년 한 해의 울화, 속상함은 여기에 실어 보내 버리세요,

그리고는 눈은 살포시 감고, 귀는 쫑긋, 마음의 문은 활짝 열고

이과수 폭포가 발산하는

대자연의 장엄한 기운을 마셔 보아요~

이과수 폭포 앞에서는 어떠한 잡념도 망상도 다 씻겨 내릴 것만 같다.

모든 속세의 때를 다 벗겨 내고도 남을 힘찬 물살 앞에서는

몸과 마음의 얼룩을 깨끗이 씻어낸 정갈함만이 있을 것 같다.

누가 폭포를 그냥 물 폭탄세례라 말하는가?

누가 이과수를 세계적인 구경거리로만 얘기 하는가?

이과수는 단순하게 입장료내고 들어오면 되는

그런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과수 앞에서는 온갖 삿된 것들을 뿌리부터 다 씻어내어

자신에 대한 한없는 성찰과 각오가 움트는

배양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오만방자하게도 인간의 호기심은

악마의 목구멍(La Garganta del Diablo)도 들락거리는 모험을 강행한다.

‘니들, 까불지 말라’고 세찬 물벼락으로 호통 치지만

벌거벗은 비키니에 무성한 털북숭이 반나체 차림의 무례한 인간들은

시건방지게도 악마의 목젖을 타고 넘으며 깔깔 거린다.



단 12분 즐기는 모험(Aventura Na'utica)에 한 사람이 110페소를

지불해야 하지만, 사정없이 내리쬐는 땡볕아래 줄서서 기다리는

수많은 관광객들은 오직 하나

성성하게 잠이 깬 악마의 목구멍 털 하나라도 건드려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즐겁게 참고 견딘다.



분홍색 우비에 사각튜브에 성난 물 폭탄 피해보려

로자 혼자 아둥 바둥 거려 보지만

대차게 쏟아 주는 성난 폭포 줄기를 피하지는 못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왕창 다 씻겨 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쪽에서 한번 반대쪽에서 한번 요리조리 보트 엉덩이 들이대면

종횡으로 마구마구 들어부어준다.



잔챙이 폭포들마저 쉼 없이 도도한 빛을 발산하는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세 나라의 경계로 둘러싸여 있다.

브라질 쪽에서 이과수 폭포의 전체적인 조망이 아름답다면

아르헨티나쪽에서는 악마의 목구멍을 비롯한

거친 물살 헤치고 스릴과 모험을

즐기는 이과수 폭포의 부분 부분을 즐기기에 좋다고 한다.



12월 26일, 브라질 최고의 생태도시 꾸리찌바(Curitiba)에서

저녁 9시 30분 (2명 220Real)버스를 타고 다음날 새벽 4시 30분에

브라질 이과수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아르헨티나 이과수로

직접 넘어가는 버스노선이 여의치 않아 택시를 잡아타고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이과수로 향했다.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기 전에 브라질 이과수 시내와

폭포 주변 관광과 파라과이 경계를 가로지르는

길다란 다리를 구경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세 나라가 이과수를 삼등분한 지점까지 50Real 플러스알파를 지불하였다.

숨쉬기도 힘겨워하는 뚱뚱하지만 너무도 순박하게

생긴 택시 기사아저씨의 배려로

국경도 여권심사도 거의 5분 만에 초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영화 '미션'의 촬영지로 이미 세계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의 길가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콜롬비아 에스페란티스토

레오나르도를 만났다. 에스페란토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로자를 보자마자

반갑게 말을 걸어 온 그는 친구들과 브라질을 거쳐

이곳에 왔다 한다. 후에 꼭 콜롬비아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뒤로 하고 서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브라질 남부의 아름다운 생태도시 꾸리찌바는 이미 방문한

다른 도시 못지않게 즐거운 사연을 만들어 준 곳이다.

바로 에스페란티스토 게랄도 마토스(Geraldo Mattos)가 계시기 때문이다.

숱이 적은 하얀 꽁지머리 질끈 동여매어 발랄한 인상을 주시는

이분은 에스페란토 아카데미 회원이면서

분사(Partcipo)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파라나 연방대학(UNIVERSIDADE FEDERAL DO PARANA)

언어학 교수로서 명성을 날리시던 분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마음만은 청춘 젊은이 게랄도는

자신의 막내아들이 6살이라고 기쁘게 말씀하신다.

이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6살 아들 빅토르는 여린 두 팔 다리로

컴퓨터 게임에 하루 종일 몰두하지만

늙으신 아빠는 새벽녘에 잠든 천사 같은 막내아들을

무릎 위에 눕히고 사랑스러운 듯이 자장가를 불러준다.

원주민 출신의 가난한 두 번째 아내 마르샤의 희생으로

온 가족과 사돈에 팔촌까지 게랄도의 편안한 집을 들락거리며

식사도 하고 꼬맹이들은 컴퓨터 삼매경에 빠지고,

하루 종일 애, 어른 열 댓 명이 북적거린다.

커다란 2층은 배! 째라 부부 방이며, 애들 놀이터이며

게랄도의 서재이며 가난한 아내 친척들의 모임의 장소이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게랄도의 관용이 어려운 가정 형편에

힘들었던 아내의 가족들에게 함께 만날 수 있는 즐거움과

모두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의 기쁨을 준다.

12월 24일 자정을 알리자마자 산타할아버지 게랄도가 등장하였다.

이렇게 멋진 산타도 세상에 흔치 않으리라^^

30여명의 사돈, 친인척이 모인 흥겨운 성탄절,

깜짝 변신한 산타 게랄도는 일일이 한 사람씩 호명하며

선물을 안겨주신다. 당신 보다 훨씬 젊은 장모님께도, 장인 어르신께도...

로자에게는 장거리 버스 이용 시 꼭 덮고 자라고

큰 수건을, 카라에게는 브라질 기념 티셔츠를 주셨다.

샴페인과 맥주와 갖가지 음식이 차려진 풍성한 식탁에서는

마르샤의 정갈한 요리 솜씨가 오늘의 흥취를 더해주고

늘씬한 산타 할아버지 게랄도의 넉넉한 인심은

가난한 이웃에게도 한껏 즐거운 성탄을 선사한다.




배! 째라 부부의 인생 2막 세계 배낭여행 브라질 편 마지막 방문도시

꾸리찌바(Curitiba)는 어원 자체가 소나무가 잘 자라는 곳이란다.

꾸리찌바의 상징 아라오카리아(arauca'ria)의 쟁반 같이 둥근

소나무는 거리 여기저기서 푸르게 빛난다.

철골 구조물로 호수 위에 자리 한 오페라 극장(Opera de Arame)은

신비한 기하학적인 원통무늬가 인상적이고,

더운 나라에서는 전혀 필요치 않을 것 같은 Jardim Bota'nico의

유리조각품 같은 식물원은 저녁 조명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돌을 채취하던 곳을 재창조하여 공원으로 변신시켜 놓은 Tangua Parko는
나무 다리의 석조 터널을 따라 들어가서 만나는

길다란 인공 폭포와 수상공원이 함께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안식처가 되고 있었다.



재활용, 재창조라는 모토를 쉼 없이 시도했던 곳으로

도심을 제외한 곳은 자연의 푸르른 신록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존하는 형식을 취하는 이곳의 환경 정책이

바로 생태도시로 가는 기반인 것 같다.

그리 생각보다는 화려하거나 웅장한 그 무엇도 없는 꾸리찌바는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간직하면서 버릴 것,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들을

이생각 저궁리 끝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주므로써

바로 생태도시 꾸리찌바를 만들어진 것 같다.


도시학을 전공한 전직 주지사의 야심찬 계획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는

그 정신이 민관 합동의 멋진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버스노선 체계는 각 색깔별로 도심, 부심, 외곽 순환을

연결하여 편리한 공공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시스템은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한다.



우주 정거장을 연상 시키는 곳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매표원은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신종 직종을 매우 만족스러워 한다.


카를로스와 이반, 리타 등 꾸리찌바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친절한 도심 안내와 만남으로 더욱 발걸음도 가볍게

여기저기를 둘러 본 꾸리찌바는 첨단의 신식 도시라기보다는

잘 가꾸어진 정원과 공원, 푸르른 신록이 외곽에 빙 둘러 있는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런 곳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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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tro 2011/01/17 16:04 L R X
꾸리찌바..? 어디서 들었지...친근한 이름...녹색평론에서 보았나? 두 분 잘 지내고 계신 듯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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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 연방국가들-세르비아의 니쉬, 베오그라드 편
여행 | 2010/10/01 03:12
스무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옛 유고 연방국가들
(세르비아의 니쉬와 베오그라드 편 9/7-9/10)


예전의 유고슬라비아는 발칸반도의 널찍한 땅덩어리와
티토라는 걸출한 대통령의 통치로 우리에게 알려졌던
나라이다. 옛날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유고슬라비아는
현재 6개의 국가로 나누어졌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로 갈기갈기 쪼개졌고 지금도 코소보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혹독한 내전을 겪은
곳으로 향하는 배! 째라 부부의 발걸음 또한 무겁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세르비아의 교통 요충지 니쉬(Nisx)
까지는 약3시간 30분이 걸렸지만 국경을 넘는 거리와 소요
시간에 비해서 요금은 48Lev에 짐 하나당 1Lev를 추가해도
그리 크게 부담스런 비용은 아니다. 불가리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둘만 꼽으라면 주저 않고 저렴한 대중교통요금과
매우 싸고 맛있는 다종 다양한 과일이다.

소피아를 출발한지 1시간 만에 세르비아 영토로 들어왔다.
비교적 간단하게 끝나는 입국 절차이지만 여권 심사대에서
잘못 찍혔다하면 바리바리 모든 짐을 도로 한 귀퉁이에서
손수 다 풀어 헤쳐 놓고 검사받고 다시 싸야한다.

스웨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꽃들이 걸려있는 니쉬역에
당도했지만 우리가 찾아가야 할 곳이 동쪽인지 서쪽인지
통 모르겠다. 우리를 열렬히 맞아주겠다던 세르비아
에스페란티스토 모마 할아버지 얼굴도 안보이고...
아니 럴수 럴수 이럴수가...오직 그분만 믿고 국경을 넘어
왔는데...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누굴 붙잡고 뭘
물어볼라치면 서넛이 모여들어 도와주려고 끙끙 애를 쓰고,
조그만 도움이라도 보태려고 웅성웅성... 머리 맞대고
고민고민...궁리궁리하고...

오늘 드디어 친절함의 극치가 무엇인지를 그들은 보여주었다.
너무도 황당하게 호의적인 니쉬사람들이 인심이 무엇인지,
사람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가르쳐 주었다.

오직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마 할아버지 빛 바랜 사진이
박혀있는 명함 한 장!! 어찌할 바 몰라 하는 우리에게 전혀
걱정 말라는 손짓들... 전화도 안 받으시고.. 그분과의
만남을 포기하자 마음 먹고, 우리는 니쉬의 중심지로 가서
해결책을 찾자 싶어 연신 “쩬트로(centre)"를 외쳤다. 그랬더니
어느 한 분이 자기를 따라오래...그리고는 땡볕에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 우리와 함께 버스를 기다린다. 그분도 볼일이
있어 같이 시내 중심지로 가는 줄 알았다.

약 50분 후에 버스가 당도하더니 그는 우리를 버스에 태우고
자신은 남아서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혹시 우리가 엉뚱한
곳으로 갈까봐 오랫동안 서서 버스를 기다려준 것이다.
작렬하는 태양아래서..거의 1시간 가까이...이렇게 미안하고
황당하게 고마울 데가...

또한 그는 운전기사와 조수에게 뭐라 뭐라 우리 사정을 열심히
설명한다. 그랬더니 또 친절한 그 두 분도 아무 염려말고
있으래...돈을 보여주었더니 아마도 우리 두 사람의 교통비와
짐 값에는 부족한가보다. 그러나 맘 푹 놓고 앉아 있으래...
차비도 왕창 할인 해준다.

헌데 구불 구불 도심을 지나고 시장을 지나고 거대한 중국
상가 를 지나더니 점점 시골로 가는 것 같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도심인데...아무래도 도심 외곽으로 향하는 분위기...

기사 아찌! 여기가 어디에요? 영어로...에스페란토로 손짓
발짓으로...데데 거려보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한 손
번쩍 들어주며 걱정 말라고 보내주는 선한 웃음 뿐...

에고고... 난 몰라...이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설마 잡아 먹기야 하겠어...
좋아요...버스 오라잇...마냥 가 봅시다!

약 4-50분 지나더니 이곳에서 내리래...여기가 바로 우리가
찾는 곳이래... 세상에나...우린 도심으로 간다고 했는데...
그들은 고민 끝에 명함에 나와 있는 주소지 가까이에
우리를 데려다 준 것이다.

본의 아니게 모마 할아버지 마을 가까이에 와 버린 것이다.
온 동네가 조용하게 숨죽이고 있는 이곳에서 가장 예쁘게
단장된 어느 집으로 들어섰다. 명함을 보여주니 여기서
좀 더 가야한대...모마 할아버지는 세르비아 전통의상을
즐겨 입고 다니는 것으로 이미 이 지역 유명인사 인 것 같았다.

아니...좀 더 가야한다고요?
거기까지 직접 가는 버스는 잘 없다고요?
등 줄기에서는 땀이 비 오듯 하고...
배꼽시계는 밥 달라 꼬로록 꼬로록 보채고...
워매...이걸 어쩐대유...

‘정원에 세워져있는 저 자동차로 우릴 데려다 주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이 집주인 할아버지께서
냉큼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오!! 하느님이 보우하사...니쉬 사람들 만세!!

덜컹거리는 승용차에 올라 당도한 곳은 가지 각색 스웨체
화분들이 배란다에 매달려 있고, 낯선 사람 등장으로 더욱
신나게 지지배배 새들이 소리높여 환영해주는 마을이었다.

바로 저 집이 모마 할아버지 댁?
근데 주인은 안 계시고 바로 옆에 살고 계신 모마 할아버지
동생 내외가 열렬히 우리를 맞아 주신다.

수학교사였던 올해 70세라는 동생분은 멀리서 형님을 찾아
온 우리를 위해 연신 집안을 들락 거린다. 행여나
우리부부가 지루해 할까봐, 체스도 가르쳐주시고, 도미노 게임도
함께 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정원에서 갓 따온 맛난
포도로 우리의 갈증을 무마시켜 주시고, 우락부락 생긴 검고
흰 돼지도 구경시켜주신다.

70세 어르신이 ‘얼라들’ 심심해 할까봐 연신 재롱거리를
보여주시며 피곤에 지친 우리 부부를 즐겁게 해주신다.

깔깔...호호..거리며 보낸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드뎌 오늘의 주인공 모마 할아버지 납시오!!

할배... 미워 미워..어디갔다 이제 오삼?
이메일도 안 열어 보시고...
뮈시라고라고요?
컴퓨터도 못하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요?
그럼 이멜 주소는 폼이었나요?

투덜거리며 그의 집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에 뽀얀 먼지와
뒤죽 박죽 엉켜 있는 거미줄이 오늘밤도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 같다. 주방문을 열자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가지며 잡동사니들,
시커멓게 때에 찌든 가스레인지...한동안 잊었던 헝가리
데브레첸의 악몽이 떠오른다.

오 마이 갓...

모마 할아버지는 한때 잘나갔던 선원이었다. 젊고, 잘 생기고
돈도 잘 벌던 시절에 만난 일본인 에스페란티스토 아내와
아들과 오손 도손 그림같았던 이곳에서 살았다. 그러나 조금씩
나이는 들어가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아지고, 아들은 점점 성장해
가고, 지금부터 20여년전, 금쪽같은 아들이 중학생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공부를 시키겠다는 아내의 요구를 거절 못하고
떠나보낸 것이 마지막, 지금껏 그들은 영영 돌아올 줄 모른다.
다만 1년에 단 한번 세계에스페란토대회(Unversala Kongreso) 가 열리는 곳에서 짧은 재회의 시간을 함께 하고는 다시 줄곧
한 해를 해바라기 처럼 일본을 향한 그리움에 파묻혀 산다.

가축 돌보는 일도 정원 가꾸는 일도 다 팽개치고 그는 오직
외로움에 떨며 점점 희미해져가는 아내와 아들에 대한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살고 있었다. 방금 한 말도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중증의 건망증과 그의 순박한 눈동자에 맺히는
이슬을 보면서 이미 그의 마음은 깊이 병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홀아비 3년이면 이가 서 말이라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 모마
할아버지의 집안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콩 벌레가 오늘밤 우리
침대의 파트너였다. 바퀴벌레 보다는 생김새도 순(?)하고
선입견도 덜해서 능히 걱정없이 하룻밤을 잘 보낼 것 같았지만
헝가리 데브레첸의 끔찍한 추억과 클로즈업 되면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방 벽 위에서
자멘호프 박사도 눈 부릅뜨고 매일 매일 이를 악물고 견디는 것
같았다.

여행 5개월 동안 친절하고 선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직접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아낌없이 도와주신 최고의
친절맨은 단연 세르비아의 니쉬사람들이었다. 오랜 독재에도
불구하고 순박하고 인정많은 니쉬사람들의 호의는 이 세상
그 어느 꽃과 향수 보다도 진한 향기로 남아 배! 째라 부부의
온 몸으로 스며 들었다.

다음날 동도 트기 전에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로 향하는
우리의 발길이 분주하다. 가능하면 옛 유고 연방 국가 6개국을
모두 순례하고픈 욕심에 쉬지않고 강행군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와 같은 동족살육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하는 카라의 절절한 바람으로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베오그라드 국제버스 정류장에서 배! 째라 부부를 맞아주신 분은
테레사 할머니이다. 올해 나이 80살인 그녀는 전직
공인노무사 로서 55세에 은퇴한 후 바로 에스페란토에 입문한
늦깎이 에스페란티스토였다.

에스페란토 만학도였지만 그녀의 열정적인 활동과 에스페란토
보급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는 인생 2막을 알차게 살고자 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을 것 같아서 여기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테레사 할머니는 아프리카 브룬디에서의 에스페란토 교육을
잊을 수 없다고 하신다. 그 당시 가난과 질병과 혹독한 내전에
시달려온 브룬디에서의 에스페란토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곳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피부병을
고쳐주기 위한 방편으로 에스페란토 교육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1유로짜리 약 한 병이면 이 아이들이 평생 이런 모진 병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에스페란토 교육과
함께 피부병 약을 제공함으로써 그 아이들에게 희망과 건강을
전해 주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에스페란토 자선
교육은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술회
하신다. 젊은날 오직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만을 위한 시간에
대한 속죄로서 브룬디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싼타 같은 할머니가 되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그녀가 뿌린
씨앗은 오늘날까지 자라나서 브룬디 에스페란토계를
열정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한다.

또한 테레사 할머니는 이란에서 열린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평화캠프에서 뿐 만 아니라, 아마존 지역 등 최악의 환경이
기다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그의 에스페란토 교육에 대한
열정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녀는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현재 SAT 회원인 테레사 할머니는
나이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에게
준엄하게 한마디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젊은이도 만들고 늙은이도
만든다고...결코 나이라는 올가미 안에서 살지 말라고...
인생살이는 하늘이 주신 단 한 번의 선물임과 동시에
속죄의 기회라고...”

하얀 도시라는 뜻을 가진 베오그라드 도심 곳곳에는 수 많은
총탄 자국이 선명한 건물들이 많았다. 시내 옛 건물 어디에도
지하실이 없는 이곳에서 1995년 평화유지이라는 이름아래
투척된 폭탄과 미사일로 숨을 곳이 전혀 없었던 이곳 시민들은
이렇게도 죽고 저렇게도 죽어야 한다면 우리 모두 다 같이
공원에서 춤추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자고 공원으로 몰려 갔다고
슬프게 말씀해 주신다.

밀로세비치의 야망으로 발발한 옛 유고 연방 국가들 간의
내전은 이를 막는다는 NATO군의 공습으로 살포된 우라늄탄으로
지금도 세르비아 국민들은 암과 이름 모를 기관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증언하신다. 길가 여기저기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약국들이 이 모든 사실들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아름다운 다뉴브강은 오늘도 말없이 흐르고, 강을 타고
건너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거대한 옛 성벽은
굳건하게 서 있지만 불과 15-6년 전에 전쟁을 겪은
세르비아 국민들의 기억 속에는 지울 수 없는 아픈
과거가 생생한 역사가 되어 놀란 가슴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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