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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에 해당하는 글3 개
2011/03/12   마흔 여덟 번째 마당- 에콰도르의 전통풍물시장 오타발로 (1)
2011/03/03   마흔 일곱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적도 박물관 등 (1)
2011/02/27   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1)


마흔 여덟 번째 마당- 에콰도르의 전통풍물시장 오타발로
여행 | 2011/03/12 06:38

마흔 여덟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원주민 전통풍물시장 오스발도, 꼬차까치 편 2011. 2/24-2/28)



엄마~우리 같이 살아요..엄마 엄마...앙앙앙

엄마 없이는 못산단 말이야...엉엉엉

엄마 엄마 가지마...미워 미워...꺼이꺼이...

얘야, 저 아지매가 맛난 것들이랑 실컷 줄꺼야...

말 잘 듣고 배불리 먹으면서 튼실하게 잘 자라다오...

착하지...우리 애기..흑흑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돼지 모자(母子) 이별로 피눈물이 뿌려진다.

인간이나 가축이나 똑같은 헤어짐의 아픔을 온 몸으로, 억센 저항으로

버팅겨 보지만 맥없이 돌아서야 하는 검은 돼지의 애 간장을 녹이는

이별가가 아침 공기를 세차게 가른다.

2011년 2월 26일, 없는 것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는

에콰도르의 북부 지방 오타발로(Otavalo)의 전통풍물시장은

새벽 4시 가축시장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닭, 소, 돼지, 알파카 심지어는 뱀까지 등장하는 전통 풍물 가축시장에서는

식전 댓바람부터 울어대는 어린 가축들의 애끓는 소리가

여행객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한바탕 울고 불고 생난리를 겪고 난 후 새 주인이

쓰다듬어 주는 따뜻한 손길에 안심해 하면서도 연신 엄마 돼지를 찾아

그 작고 여린 눈길을 여기저기 돌린다.

가축이기 이전에 이들도 똑같은 생명을 가지고,

감정을 가진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중생임을 새삼 느끼면서...

만해의 말씀처럼 만날 때 이미 헤어짐을 염려해야 하는 것을

아기 돼지는 듣도 보도 못한 채 그저 엄마의 흔적을 찾아

동그랗게 말린 짧은 꼬리 요리 조리 흔들며 불안한 심사를 표현한다.


매주 토요일 7일장으로 열리는 오타발로 전통풍물시장에는

이곳 원주민들의 전통인 남녀노소들이

머리를 세 가닥으로 길게길게 땋고 선조들이 전해 준 기법들을

적용한 다양하고 멋진 상품으로 변신한

많은 물건들을 펼쳐 논다.


알파카털로 짠 편직물에, 희디 흰 브라우스, 정열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미술작품들,
손으로 일일이 조립하고 즉석에서 만드는 악세사리,

막 고인돌에서 발굴해 온 듯한 인형들...

튼튼한 마직으로 만든 안락한 해먹에,

세련미와 유머가 넘치는 도자기 작품들,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명작, 멋들어진 모자 등등...

시몬볼리바르 광장에서부터 중앙로를 관통하는 시내 요지 곳곳에

신나는 풍물시장이 하루 종일 열린다.


누렁이, 얼룩이, 거무튀튀한 동네 변견들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신바람내며 떼 지어 몰려 다니고,

호호 깔깔 남녀 청소년들은 물 세례에, 헤어 스프레이 뿌리면서 관심있는

이성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지글지글 돼지 껍데기는 동글동글 말리면서

노릇노릇 익어가고...왁자지껄...
가난한 살림살이의 조그만 좌판들이지만 알록달록 원색적인 흥겨운 시장에
웃음꽃이 펄펄 피어난다.


흥정은 기본이요, 거침없이 할인도 할 줄 아는 이곳 원주민들의

온화한 표정 때문에 깎아 달라 떼를 썼지만 괜히 미안하고,

빳빳한 지폐를 쓰고도 아깝지 않다.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원주민 전통이 살아있는 풍물 시장이 끝나면

오타발로 중앙로에는 강렬한 미국 팝송이 신식 젊은이들을 불러 모은다.

디스코 열풍이 지금 남미를 강타 중인지 가는 곳 마다

마이클 잭슨과 존 트라볼타와 보니 타일러 등등

디스코 열풍의 주역들이 이곳을 달군다.



오타발로에서 시내 버스로 약 30분이면 도착하는 꼬따까치( Cotacachi)는

꾸이꼬차라는 거대한 화산 호수( Laguna del Cuicocha)로 유명한 곳이다.
마치 백두산 천지를 보는 듯 고요한 적막에 쌓인 이곳을 향해

가는 곳곳 마다 솜사탕 처럼 뭉게 뭉게 걸려 있는

둥근 구름들이 너무 예쁘다.

너무도 착한 버스 가격(오타발로에서 꼬따까치까지 1인당 0.25센트)에도

즐거웠지만 이곳 꼬따까치 시내에서 만나는 가죽 시장은

미국 여행자들마저 인정하는 세련되고 질 좋은 가족 제품들로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검은색, 흰색 빨강은 기본이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빛 가죽 제품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르다.

가방, 모자, 롱코트, 자켓, 신발 등등 가죽의 다양한

변신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지난해 경찰들이 봉급 인상을 요구하며 대통령을 납치했던

오싹한 외신 하나로 에콰도르라는 나라와 사람들을 오해했다면

큰 실수인 이곳은 짚푸른 녹음이 산하를 뒤 덮은 싱싱함이 살아있고

사람들의 수줍은 미소와 마주보지 못하는 순한 눈빛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적도의 나라라고, 과격한 국민들이라는 오해를 안고

이 나라를 그냥 지나쳤다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을 곳이다.

미안해, 초록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순박한 나라 에콰도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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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15:53 L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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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일곱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적도 박물관 등
여행 | 2011/03/03 14:51

마흔 일곱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키토의 적도박물관, 문화의 집, 과야사민 기념관 방문 편,

2011. 2/21-2/25)


싱크대의 물이 빙글 뱅글 돌지도 않고 그냥 바닥으로 쏴악~쏟아지고,

녹슨 못 위에 계란을 꼿꼿하게 세워 놓을 수도 있으나,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린 채 정신일도 하사불성, 아무리 반듯하게

걸으려 해도 갈지자 주정뱅이 품새로 비틀거리게 되는

세계 유일의 장소, 위도가 제로인 곳,

적도박물관(Museo de Sitio Intinan- 이곳은 사립)은

국가와 개인이 서로 개성 만발하게 운영한다.


사립박물관이 더욱 운치 있고 아기자기 실험을

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면,

국립 적도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기념품들과

형형색색의 벽화 등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뭐니뭐니 해도 이곳(사립 적도 박물관)에 오는

사람들의 최고의 관심사는 바로 이것!!


어느 여행자의 말대로 세계 7대 불가사의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인디오들의 기념품,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얼굴 그대로를 축소해서
목에 걸고 다니는 목걸이(?)로 만드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 방식도 아니고, 포르말린에 보관하는 형식도 아닌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안면을 손상 않고 보존하는 방법은

지금껏 밝혀지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약 2-300년 전의 원주민 얼굴이 마치 인형처럼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끔찍 오싹하기도 하지만, 상당한 해부학 및 의학기술을 가지고 있음에

놀랍기도 하다.

스산하게 쏟아지는 보슬비와 축 늘어져 있는 보아뱀,
쫙쫙 찢겨진 동물 박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이곳의 광경은
한 편의 괴기 영화를 찍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지만,
남성들의 성기가 너무 거하게 커서

배 위로 끌어올려 단단히 묶어 놓고 활동했다는

과라니족의 마네킹을 보면 어느새 찡그렸던 이마가 절로 펴진다.

서로 비교 하느라고 방문하는 거의 모든 남자 관광객들의 손이

저절로 아래로 향한다.^^


한국식당 고향집 사장님의 푸근한 인정으로 따뜻해진 가슴을 안고

키토 시내 문화의 집(Casa de Cultura)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에콰도르 전통 예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산 블라스 광장( San Blas)옆에 위치한 호스탈 벨몬트(Velmont)의

너무도 착한 가격(한사람이 1박 6달러)에 감격할 새도 없이....


이름하여 JACCHIGUA, 90명의 무용가와 음악가, 2,800kg의 의상들이

등장한 에콰도르 민속 무용공연은 화려함과 유머가 넘치는 공연이었다.

유난히 모자를 형형색색 장식한 다양한 춤(The Hat Dance)과

사슴사냥춤(The Deer Hunt), 들판에서 첫눈에 반한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고, 성행위를 나눈 후 예쁜 애기가 탄생하는 춤 등을

향긋하게, 코믹하게, 때론 격렬하게 표현한다.

또한 요모조모 소품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모자와

두툼하고 큼지막한 판초의 쓰임새가 결국은

사랑을 나누는 잠자리로 적나라하면서도 유쾌하게 표현된다.



리듬도 악기도 의상의 색깔도 거의 비슷한 안데스 산맥에 인접한

페루 볼리비아의 춤까지 한데 뭉뚱그려 놓은 것이

다문화, 다인종, 다언어를 가진 에콰도르 민속 문화로

승화된 점이 돋보였다.

일인당 30달러를 관람비용으로 지불하였지만,

거의 100여명에 달하는 출연진의 비 오 듯 흘리는 땀방울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박수~)


우리나라에 박수근 화백이 있다면 에콰도르에는 국민화가 겸 조각가인
오스왈도 과야사민(Oswaldo Guayasamin)이 있다.

1919년 원주민 아버지와 메스티소(스페인과 인디언 혼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

원주민의 고통과 한과 울분을 숱하게 경험한다.


그의 작품의 저변에는 기쁨보다는 슬픔을, 소망과 바램 보다는

극한 절망감을, 아픔을, 무언가를 절규하는 비탄에 빠진 눈빛과

뼈마디가 앙상한 손들이 많은 말들을 대신해 준다.


마치 에콰도르 판 게르니카를 연상케 하는

작품(Mural de La Miseria, 1969작)에서부터

예수의 죽음을 표현 한 피에타(PIETA', Avignon 원작)를
재해석해

놓은 작품, 칠레의 독재자 반 피노체트 운동까지를 그림으로 형상화 한다.
1963-1965년에 완성한 과야사민의 일그러진 자화상(AUTORETRATO)을 보노라면
그가 얼마나 현실에 대한 고발과 타협 않는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려 애썼는지
진실한 예술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로이 리히텐스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우리나라 초강력 울트라 빵빵 재벌가 사모님의 취향 때문에

눈물도 어마어마한 돈으로 변신하였다면, 과야사민 작품 속의 피눈물들은

아직도 잠들지 못한 에콰도르 원주민들을 해원하는

참된 예술가가 바치는 비나리이리라.



“나는 신발이 없어서 울었다. 발이 없는 사내아이를 보기 전 까지는.”

-과야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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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여행자 2011/03/03 20:39 L R X
글이 간결하면서 사진과 같이 있어서 좋습니다.
사진 한개가 안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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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여행 | 2011/02/27 13:25

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쿠엥카, 키토에서 만 하루 편, 2011. 2/18-2/22)



깜박 깜빡 잊어버리고 칠칠맞게 항상 무언가를 흘리고 다니는

로자와 카라 같은 중년의 뇌가 그래도 가장 지혜로운 인간관계망을
만든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바라 스트로치의 2010년 신작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에 따르면 ‘미엘린’이라는

신경의 백색 지방질 피막이 중년 말기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간의 주위를 이해하도록 돕는 연결망이 성장하여

중년(여기서는 60대 후반까지 가능 기간으로 산정)의

세련된 전문 지식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건망증의 그림자가 중년의 우리를 덮칠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는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

지난번 분명히 버스회사에서 비싼 돈 주고 산 버스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가방을 홀딱 헤집고, 구석구석 여기저기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항상 뭔가를 찾아 헤매는 배! 째라 부부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깜빡이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 강림하사

사람의 오장 간장을 다 뒤집어 놓는다.

툭하면 놓고 내리는 물병과 우산은 기본이요, 이젠 버스표까지...

아직 서로의 얼굴을 잊어버리지는 않고 다니니 다행이라 해야지..



적도의 나라로 간다고 그동안 마르고 닳도록 입었던 낡은 긴 바지도

과감하게 버리고, 얇고 서늘한 남방 하나에 시원하고 큼지막한 치마 대용 스카프도
장만하였다. 카라도 반바지에 챙 넓은 모자에 새 운동화까지

더위 먹지 않기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하였다.

우리가 향하는 도시들이

아무리 고도가 높다 하지만 명색이 적도의 나라인데

얼마나 땀띠 나게 고생하게 될지 그것만이 염려가 된다.

이 기회에 선크림도 최강 60으로 구입하고, 전자 모기향도 준비하고

땡볕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라로 향하는 마음이 걱정 반 두려움 반이다.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 게으른 여행만이 몸보신하는 길이라 여기면서...


2011년 2월 18일 금요일, 늦은 아점을 먹고 에콰도르의 역사 도시
쿠엥카(Cuenca)로 향한다. 페루의 해변도시 만코라에서 약 8시간이 예상되는
이곳까지 두 사람이 100솔( 약 5만원 정도, 보통 버스- 참고로 에콰도르 버스는 cama 종류의 안락한 버스시설은 없다),
물론 에어컨, 화장실은 꿈도 꾸지 말기를. 오후 1시에 페루의 만코라 출발,

사막을 지나고, 논을 건너 북부지방 툼베스를 경유하자,

쿠엥카로 가는 사람들은 오후 4시 15분에 출발하는

Pullman Sucre 버스로 갈아 타라고 한다.


에콰도르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마무리 된

국경 통과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겨우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에콰도르 국경에서부터 보이는

푸르른 초록이 거의 광활한 바나나 농장이다. 델몬트가 붙여진

다국적 거대기업의 자본이 송두리째 이곳을 다 삼켰나 싶을 만큼,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바나나 농장이 에콰도르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다. 또한 예상을 빗나간 찬바람이

우리가 적도의 나라에 왔음을 잊게 만든다.(세상에나...어휴~ 추워...)


저녁 10시에 도착한 쿠엥카 버스 터미널에서 얼마 멀지 않은

시내 호텔로 향하는 택시비를

한 사람당 1달러를 달라고 한다. 두 사람이면 2달러...

이런 방식의 택시 요금 산정은 처음이다.

기분이 상해 여러 택시를 찾아 다녔지만

모두가 부르는 가격이 다 똑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여기서 누군가가 1달러로 할인해서 손님을 태우면 아마도

그 운전기사는 왕따 내지는 테러라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어느 한국인 여행객의 추천으로 가게 된 호스탈 마제스틱이
참으로 고풍스럽고 싼 숙박시설임에는 분명하나 (두 사람이 1박에 10달러)

객실을 늘리기 위해 나무 판대기를 짜 맞추어 급조하여 만든

저렴함의 극치인 방에서 머무는 기분이 묘하다.

화장실 물은 내려가지도 않고, 오싹하게 소름 돋는 찬물이

등줄기를 서늘케 한다. 넓은 2층 전체에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다 지친 괴기스러움에 밤잠을 설치며,

단 하루 현장 체험처럼 눈 딱 감고 지내자 다짐하고 잠을 재촉한다.


어제 페루 만코라에서는 황후의 침실에서

오늘 에콰도르 쿠엥카에서는 무수리의 방에서...

숙박은 언제나 여행자를 괴롭히는 문제이다.
어떤 여행자는 싸다는 정보만을 가지고 숙소를 인터넷으로
장기 예약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기에, 잠자리 문제는
여기는 아니다 싶으면 하루만 머무르고

무조건 옮겨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심사에 편하다.

우리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약한 호텔이 멀리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과 너무 늦은 시간에 바르셀로나 항구에 도착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과감하게 포기를 한 적이 있다.

이미 지불한 금액은 아깝지만 시내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다시 잡아,

전철로 시내버스로 저렴하게 곳곳을 돌아다녔다.


또한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는 관광객이 넘치는 바람에
유스호스텔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 이럴 때는 그다지 큰 호텔이 아닌
작은 호텔의 금액이 훨씬 호스텔 보다 싸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여행하는 시기가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넘치고 남는 게 숙박시설이기에 어렵지 않게, 환대받으면서,

시설이 좋은 호텔(호텔 쿠엥카 1박 35불, 아침 포함)을 구할 수 있었다.


쿠엥카는 볼수록 매력적인 도시이다.

물론 구 시가지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남미에서 스페인 풍의 도시 전체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도시 건설을 보면 지배 스타일을 알 수 있지만
쿠엥카는 여타의 지역과 다르게 도시 자체를

스페인에서 건너 온 신 기술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대륙에서 자신들의 거주지로서 꿈의 도시를

건설하려는 열성을 보인 것 같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 건너편에 우아하게 서 있는 San Alfonso성당과

도심 한 가운데 장엄하면서도 세련된 Santa Domingo 성당과 교회들...

곳곳에서 만나는 멋진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스페인의 한 지역을 옮겨 놓은 듯 하다.

이것을 이어받은 신도시의 도시계획이 아담한 주택들과 초록의

행렬들이 어우러져 너무나 예쁘고 평화롭게 모여 있다.

쿠엥카가 너무 좋아 하루만 머물고 가려다가 3일을 머물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구경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시티투어 버스(1인 5불)를 탔는데 돈이 안 아까울 만큼 훌륭했다.

접시 가득 고봉으로 음식을 주는 인심도 후한 쿠엥카를 뒤로 하고

2011년 2월 21일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행 를 밤 버스를 탔다.


버스터미널을 출발한지 20분 만에 도착한 어느 곳에서 마약 단속이 시작되었다.
남녀 줄을 구분하여 신분증을 지참하고, 일일이 짐 검사도 실시한다.
또한 버스로 다시 올라오는 승객들을 일일이 비디오 촬영하고,
졸다 엉겁결에 깬 로자가 웅얼 웅얼 항의하였다.

아니...자다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래유?

글고, 여권 복사본도 안 된다구요?....왜요?

궁시렁 궁시렁, 씨부렁 씨부렁....

남미 전역에서 마약 단속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마약사범과의 쫒고 쫒기는 이야기...

손쉽게 취급하고 떼돈도 벌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유혹에

애도 어른도 풍덩 풍덩 쉽게 빠지고...

비단 이것이 남미 대륙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시커먼 매연과 부족한 초록, 잔뜩 찌든 하늘, 첫 인상이 과하게

심란했던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한식당 ‘고향집’(전화: 3318-016)을 운영하시는

정진수 홍인순 내외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하루 만에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넘치는 정과 인심으로 한 상 가득 정갈한 밥상도 부족하여,
귀한 시간 쪼개서 키토 시내 명소를 안내해주신 정진수 사장님의 화끈한 배려는

키토를 인정이 넘치는 향긋한 도시로 기억하게 만든다.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김치찌개에, 얼큰 쌈박한 짬뽕에,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고향집표 손맛 된장에, 정다운 노랑이 더욱 달콤한 단무지에,

날씬한 멸치에, 초록이 더욱 싱싱 상큼한 열무김치와 시금치에,

거기다가 안데스 산맥의 기운을 받아 비실거리는 여행자들마저

벌떡 팔팔 씩씩하게 만드는 아리안까지...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요리였고, 작품이 아니라 예술이었으며,

인간에 대한 진솔한 사랑과 인정의 파노라마였다.

다시 맛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몸을 부르르 떨어 보지만

두 분의 후한 덕은 영원한 향기로 남아 오래도록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스며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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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희 2011/03/01 20:11 L R X
선생님, 드디어 남미까지 가셨네요. 이제야 글을 남기네요. 탁영희입니다. 기적같이 다시 학교로 복귀하였지만 아직 저의 몸을 관찰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용기를 내어 빨리 복귀하였습니다. 희망세상에도 좀더 회복이 되면 나가고자 합니다. 아직 새로운 배움터에는 가 보질 못했거든요.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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