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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5   서른여덟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2010/07/30   열세번째 마당(6/21-7/13,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피어난 에스페란토의 향기) (5)
2010/06/09   아홉째마당-호주 태즈마니아주 릴리데일 체리탑에서 타마르 강변까지 (7)


서른여덟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여행 | 2011/01/05 06:34

서른여덟번째 마당- 무한 도전의 나라 브라질

(산 카를로스, 플로리아노폴리스 편, 12/13- 12/20)



전생이 아무래도 알뜰살뜰한 주부라고 생각이 드는 산 카를로스의

에스페란티스토 파파고(Papago)와의 만남은 무더운 여름에

만나는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상쾌함이었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교사 출신의 아내와 연로하신 장모님 대신

아침 일찍 일어나 조반을 준비하고 식탁을 장식하는

뒷모습의 그를 보면 영락없이 부지런한 여인네 형상이다.

매일 아침 강아지 칠리 산책 시키고, 신선한 빵을 사기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저녁에는 슈퍼에 들러 동네 아줌마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파파고는 누가 뭐라 하든 아내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애처가이다.



전국 최대 은행 브라질 은행원으로 은퇴한 파파고는

매주 월요일 자신의 쾌적한 집에서 에스페란토 강습회와

교회에서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자선봉사도 놓치지 않는

멋쟁이이다. 눈처럼 하얀 머리 곱게 뒤로 빗어 넘기고

분홍색의 곱디고운 티셔츠와 흰색의 바지는 그의 여성적인

성품을 더욱 화사하게 북돋아 준다.

그의 딸 라리사가 근무하는 산 카를로스 연방 대학 옆에 위치한

생태공원에서 만난 신기한 동물과 새들과 나무들은

브라질이 얼마나 풍성한 대 자연의 식구들을 거느리고 있는

나라인지 느끼게 해주며 그곳에 서 있기만 하여도 향긋한

삼림 냄새로 하루 종일 기분을 맑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브라질 연방, 주립, 국립 대학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은 물론이요 기숙사비까지 무료라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런 어마 어마한 사실은

비싼 학자금에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의 허리마저 휘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천정부지 대학 등록금과 비교해보면서

부러움에 몸서리를 친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과 GNP상 비교가 안 되는

브라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 정치가 올바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알게 해준다.

2010년 12월 31일로 퇴임하는 브라질 최고의 스타 룰라 대통령이

12월 23일 대국민 고별 방송을 하였다. 현재 지지율 87%,

그러나 박수 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대통령 룰라는

'나 에게 이미 멋진 현재를 국민 여러분이 주셨으니

나의 미래는 묻지 마시고, 대신 브라질의 미래를 봐 달라고'

연설을 하여 브라질 국민들로부터 또 한번의 극진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브라질 역사상 카르도주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재선에 성공한

룰라 대통령은 중남미 좌파의 대명사로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자립과 실용주의 경제 노선을 추구하면서

빈부격차 해소에 많은 노력을 과감하게 진행시켜 왔다.

무료 공중 보건실시, 무상의무교육 등등...

역시 윗물이 맑으면 저절로 아랫물도 맑아진다는 사실!!



12월 12일 저녁 10시 30분 플로리아노폴리스(Florianopolis)행

버스가 출발도 하기 전부터 말썽이다. 상파울로에서 10시간 걸린다는

장시간 거리를 이미 두 시간을 터미널에서 발 동동 구르며 허비 했으니

내일 도대체 몇 시에 플로리아노폴리스에 도착할지 궁금하다.

버스만 탔다하면 취침 모드에 들어가는

배! 째라 부부의 꿈결 따라 어느덧 차창 밖으로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니 벌써 오전 11시, 혹시나

우리 부부를 애타게 기다리다 지쳐 에스페란티스토

실비오마테스(Silviomates)가 그냥 가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채 끝내기 전에 그가 인사를 건넨다.



인구 40만의 플로리아노폴리스는 사면이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인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이다. 그는 거창한

구경거리를 보러 오기 보다는 브라질 보통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놀면서 쉬면서 함께 지내자고 한다.



국제무역을 전공한 실비오마테스는 20년 동안 일만 하다가

2009년 처음으로 아내 데바(Deva)와 자동차로 70만km

유럽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자동차 여행의 짜릿함과 고단함을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낀다며 오늘 하루는 무조건 푹 쉬라고 권한다.

세상모르고 자는 동안 데바는 우리의 옷 가지들을 다 빨아주고

바짝 마른 후에는 가지런히 포개서 단정히 우리 침대로

가져다주는 수고도 마다 않았다.

유럽의 전체 면적보다도 더 큰 브라질(8,514,215km²)은

동남부에 위치한 산타 카타리나(Santa Catarina)주의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북부 지역 까지는 버스로

4박 5일이 걸리는 어마 어마한 면적의 나라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대 단위 영토의 국가들이

사막과 황무지와 동토로 사람이 살기도

힘들고 농사짓기도 어려운 곳이 있다면, 브라질은

동서남북 어디서든 농사도, 사람도 살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몇 년 전 북부 지역에서

유전마저 발견됨으로 인해 이제 명실상부한 산유국으로,

농 · 임산물 수출국으로, 버스와 헬리콥터 생산국으로

선진 브라질로 가는 발판을 차곡차곡 다지고 있다.



12월 14일 화요일 저녁 8시, 실비오마테스의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인근 마을 빠요샤(Palhoc'a)에서

이 지역 신문 "Jornal Palavra Palhocense' 와의 인터뷰가 행해졌다.

에스페란티스토 세르기오 셀(Sergio Sell)이 주도로

에스페란토 아카데미(Esperanto de Academio) 창립식을

갖는 그 자리에 로자의 양반춤과 민요 공연이 함께 펼쳐져

가득 모인 많은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와 열띤 호응 속에

기자와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이어서 이틀 후에는 산타 카타리나주 최대의 신문

'DIARIO CATARINENSE'와의 인터뷰가 장장 1시간 동안

해변을 등에 진 아름다운 카페 미소에서 펼쳐졌다. 사진기자의

강력한 요구로 저녁에는 로자의 공연복 차림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세계 여행의 목적과 브라질에서의 느낀 점, 그리고

에스페란토에 대한 궁금증 등 계속되는 질문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받아 넘기는 우리는 이미

50대 부부라는 말에 두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근무 중에도 짬만 나면 우리를 차에 태우고 사방팔방

모두 구경시켜주는 실비오마테스는

크리스마스 송년 모임도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하자고 권유한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나선 그 모임 장소가 대단하다.

개인의 집이라기보다는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갤러리 하나를

옮겨온 듯한, 화장실마저도 잘 꾸며 놓은 거실 수준만한

멋들어진 집에서 그 이름도 흥미진진한

서양식 파뤼(Party)를 한다. 길게 늘어진 드레스 자락하며,

어깨가 드러난 우아한 복식들, 12cm킬힐에 찬란한 금장식은 기본,

너나없이 곱게 차려 입은 화려한 복장 사이로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를 신고 등장한 배! 째라 부부의 형상이 가관이다.

의사, 변호사, 교수, 사업가 등 브라질 상류층의

파티문화를 경험하는 색다른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실비오마테스도 데바도 번쩍이는 실크 의상 차려 입고,

1층 홀에서는 매혹적인 포도주와 친절한 서비스맨이 제공하는

갖가지 와인 향기 가득하고, 교실만한 주방에선

산해진미가 만들어지고, 바다 빛 풀장이 출렁이는 곳에서는

카라와 애연가들이 모여 시거를 즐긴다.

성탄을 축하하는 시낭송이 끝나고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로자의 양반춤과 새타령, 아리랑 공연이 펼쳐졌다. 한국 전통 예술이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는

이들의 칭찬에 로자도 실비오마테스도 입이 귀에 걸린다.

피부과 의사인 마비아는 로자 손을 꼬옥 잡고 다니면서

우리의 여행이야기와 나의 피부 관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51세라는 로자의 나이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비법이 무엇이냐는 말에

자외선 차단과 쑥뜸이라고 영어로 어렵게 설명 해주었다.

실은 화장발~ 조명발인데^^

12월 18일 토요일, 어제는 브라질 상류층의 일면을 보았다면

오늘과 내일은 브라질 농촌의 서민들 생활을 즐겨 보자며

실비오마테스와 함께 향한 곳은 그의 아내 데바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 Petrolandia(페트롤란디아) 라는 시골이다.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동쪽으로 180km 떨어진 이곳은

예전에 석유가 발견되어 노다지 땅으로 불렸지만 매장량이

너무 적고 질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더 이상 시추 작업이

이루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유전이 발견되었던

곳이라 하여 페트롤란디아라고 불린다.

큰딸과 사위, 두 한국인이 온다고 아담한 농촌 주택 마루 가득

크리스마스 트리와 네온사인이 덩실덩실 걸려있다.

생전 처음 본다는 한국인 얼굴 만지작거려도 보시고...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 두 노부부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

동네 방네 소문이 벌써 쫘악~

우리 부부 보겠다고 어린이 3-4명도 수줍게 등장하고

무더운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환영식에 우리도 싱글벙글.^*^

데바 조카 와그네르는 자신과 누나, 여자 친구 이름까지

한글로 써 달라 요청하고, 난생 처음 보는 글자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요리조리 돌려도 보고, 비틀비틀 따라 써 보기도 하고...

하늘에는 휘영청 큰 반달이 뜨고, 시골집 마당 탁자에는

시원한 맥주와 치즈가 분위기를 돋구며 로자의 노래를 재촉한다.

‘사랑가’로 우선 내가 먼저 부르고 이어 데바 친정아버지

안토니오가 답가를 하신다. 주거니 받거니 술도 익고,

소리도 무르익고 이웃집 강아지 블레카도 곤히 꿀잠에 빠지고,

맥주도 바닥을 드러낼 때쯤,

이미 시계는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삼바 장단만큼이나 리드미컬한 데바 친정아버지의 코고는 소리와

사위 실비오마테스의 숨 꼴깍 넘어 갈 듯한 코골이, 거기다가

카라의 반 박자 먹고 들어가는 드르렁 소리에 선잠을 잔

로자의 볼멘 항변에도 껄껄 웃어주시는 데바 부모님의

따뜻한 포옹을 뒤로 하고

1박 2일이 짧지만 구수한 브라질 농촌 체험은 이렇게 끝났다.

매일 매일 호랑이 녀석 장가라도 가는지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는

햇빛 쨍쨍거리다가도 거의 하루 한번은 비가 손님처럼 후딱 왔다간다.
이곳의 짙푸른 신록이 달리 생겨난 것이 아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 얼음도 아이스크림도 반갑지 않다.



거리마다 자동차가 줄을 잇고, 백화점, 상가에도 인파로 들썩이고

세계 경제 한파에 지구촌 곳곳이 덜덜 떨었는데도

브라질만은 예외였다고 한다. 푸진 인심과 웃음을 우리 부부에게

한껏 베풀어 준 실비오마테스에게 깊은 감사의 포옹을 끝으로

그의 사업도 덩달아 번창하길 기원하는 바람을 안고

배! 째라 부부 행복한 발길을 꾸리찌바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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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번째 마당(6/21-7/13,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피어난 에스페란토의 향기)
여행 | 2010/07/30 02:25
열세번째 마당(6/21-7/13,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피어난 에스페란토의 향기)

     약 두 달 동안의 행복했던 호주 최남단 태즈마니아주의 여행을
  마치고 아들레이드로 향하는 길이 꽤나 성가시다.
  새파란 숫처녀같은 순수함으로 우릴 맞을 것 같았던 저가
  항공사 버진블루가 배! 째라 부부의 속을 박박 긁는다.

  짐으로 부치는 수하물에도 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기내의
  오렌지 쥬스 한 잔에도 계산서를 발행한다.
  이건 뭐 완전히 뒤통수 맞는 기분...
  싼 게 달리 싼 게 아니구먼...이렇게 뜯어내고 저렇게 충당해
  나가는 것이 순박한 처녀가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속물 같다.

  거기에다 1시간 30분이나 멜버른 공항에서 연착하는 불상사로
  심통 밥통이 부글부글 끓는다.
  아니, 안개도 없고 날씨도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데...

  C C...도데체 뭔 일이래...

  (궁시렁 궁시렁....중얼중얼...붉으락 푸르락)

  호주 본토 아들레이드의 브리지워터로 초대한 우프 호스트는
  조지이다. 배! 째라 부부는 조지가 남자인줄 알고 이메일에
  미스터 조지라고 꼬박꼬박 존칭을 적어 보냈다. 알고 보니
  조지가 부인, 더크가 남편, 자라는 11살 난 아들이다. 카라가
  이들을 한꺼번에 ‘헬로~떡 조지 자라’ 하고 성질 급하게
  부를 때마다 뒤집어지는 로자의 웃음소리에 세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같이 싱글거린다.

  성명들도 참으로 거시기한 게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어
  배! 째라 부부 매일 매일 자지러진다. 독일 출신의 번역가 더크와
  남미계의 강인한 인상을 갖고 있는 조지는 연하남 연상녀 커플로
  보인다. 조지가 정원에서 삽질하고 있어도 연하의 잘생긴 남편은
  두 손 바지 주머니에 꾹 찔러 넣고 멀뚱거리며 쳐다보기만 한 채
  같이 거들 생각도 않는다.

  자고로 동양이든 서양이든 미남 남편 데리고 사는 일이 참으로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 같구먼...
  돈 못 벌어와도, 하는 모양새가 아니꼽고 치사해도 꾹 참고
  살아야 하고, 손톱에 때가 낄까봐 절절거리는 모습도
  사랑스럽게, 멋있게 보아야하니 말이다.

  아~ 로자는 정말 다행이다. 연하의 미남과 같이 안 살아서~~
  이런 꼬락서니를 보면 복통 터져서 삼신 할매 주신 명줄
  부여잡고 살아갈 수나 있을까...

  11살의 자라는 아빠의 훤칠한 모습을 닮은 귀엽고 잘 생긴
  소년이다. 장래 희망이 쉐프(요리 명인)와 훌륭한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그는 스페인 축구단의 열렬 팬이면서 월드컵 우승도
  스페인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명랑한 이 소년도
  엄마 조지의 잔소리에는 풀이 죽어 단숨에 하던 놀이도 멈추고
  제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된다.

  앙알 앙알거리는 조지의 지친 목소리에는 철부지 남편을
  대신하여 자라가 가장으로 우뚝 성장하여주길 희망하는 것처럼
  들린다. 낯선 땅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배! 째라 부부의 상상력이
  오지랖이 넘게 설쳐대는 것인가?

  얼키설키 엉크러진 가시 많은 불랙베리 나무를 베어낸 그 자리에
  심은 유칼리나무와 이름 모를 과실수들이 싹이 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갈 때 쯤이면 이 부부의 희망 자라의 키도 부쩍부쩍
  자라나서 이들과 함께 값진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친절한 에스페란티스토 산도르가 사는 아들레이드는 호주 남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州道)로서 현 호주 최초
  여성총리 줄리아 길라드가 자라난 곳이다. 영국 웨일즈
  태생으로서 어린 시절 폐렴에 시달리던 그녀의 건강을 위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오기로 결정한 곳이 바로 이곳 이라고 한다.

  인구 110만으로 호주에서 5번째로 큰 해안도시 아들레이드는
  사계절이 비교적 온화한 곳으로서 토렌스강을 중심으로
  북아들레이드와 남아들레이드로 나뉜다. 길게 뻗은
  킹스윌리암스 스트리트를 사이에 두고 북아들레이드는 유럽풍의
  고풍스런 석조 건물들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서 있는
  반면 남아들레이드는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고 파격적인 건물과
  문화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와 고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에서 만난
  에스페란티스토들과의 만남과 교류는 에스페란토라는 용어의
  어원과도 같은 희망 그 자체였다.

  본의 아니게 하루 일찍 도착한 아들레이드의 중앙역에서 만난
  산도르의 상쾌한 미소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었던 산도르와 카라는
  이미 막역한 사이로서 이국땅에서 이산가족 상봉하듯
  뜨거운 포옹으로 반가움을 대신 한다.

  빅토리아 스퀘어 가든역에서 공짜 시티써클 버스를 타고
  산로르의 장모님 패트 여사댁으로 향하는 발길이 마냥 신난다.
  약15분 후에 내린 곳은 멋드러진 나무들이 얼마나 상당 하길래
  역 이름도 굳우드(goodwood)이다.

 

  마치 무당 빤쓰라도 입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패트 여사가 집을
  비우는 날짜를 정확히 알아 맞추어서 이곳에 도착 한 것이다.
  산도르의 놀란 음성만 들어도 이미 우리는 배! 째라 도사님이
  되어 버린 것이다.

     트레 스트랑가...(참말로 이상허데이...)

     키엘 비 코니스 티안 팍톤?...
    (집 비운단 사실 어찌 알았당가?...)

  산도르의 궁금증도 잠시, 흥겨운 콧노래와 함께 도착한
  패트 여사댁은  호주 정부가 은퇴자들에게 수여하는
  공용주택이었다. 아담힌 붉은 벽돌의 2층집으로서,
  1층에는 응접실과 주방, 세탁실, 화장실, 2층에는 2개의 침실과
  서재와 욕실 등이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맑고 화창한 햇빛
  만큼이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아파트이다.

  빛과 소금같은 이곳에서 우리는 2주 동안 호주에서
  제2의 신혼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냉장고에 가득한
  식료품들이며, 거실 가득 쌓여있는 비디오, DVD, 서적들이
  우리의 늘그막한 신혼을 더욱 향기롭게 해준다.
  입에 귀에 걸린 채 배! 째라 부부만의 늘어진 아들레이드의
  여행 또한 행운의 여신이 보내주는 선물로 생각하며 감사함으로
  두 손을 맞잡는다.

  지난 5월 멜버른에서 만났던 당찬 신혼부부 박하와 호호센을
  이곳 산도르의 공동체 보금자리 ‘셀리 후(Seli Hoo)’에서
  또 다시 만난다. 이왕 한국인들이 5명 (한명은 한국 유학생)이나
  모여 있으니 한국의 밤 행사를 갖자고 산도르가 제안한다.

  한국음식과 춤과 음악이 흐르는 조그마한 페스티벌을 갖기로
  결정한 이상 우리l의 먹거리 준비와 양반춤 연습을 해야하는데...   
  늘어지게 게으름 피우던 시간이 새삼 근심스럽게 다가온다.
  산도르와 함께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애니가 토요일 오전에
  한국의 아름다운 춤을 이곳 주민들께도 구경 시켜주자는 말에
  흔쾌히 찬성!

  토요일(7월 3일) 직거래 장터가 클래어랜스 파크 커뮤니티 센터  
  (Clarence Park Community Centre) 대강당에서 열린다.
  유기농을 사고 파는 친환경적인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공연이다.
  한껏 단장한 양반춤과 흥겨운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연방 뷰티풀을 날려주는 이들은 이미 예술을 아는 멋쟁이들이다.

  저녁에는 김밥과 된장국, 비빔밥의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익어가는 박하의 랩과 로자의 양반부채가 휘늘어진
  신록만큼이나 신선한 즐거움을 전해주기 위해 부산하다.
  이왕 시작한 발걸음 다음 주 아들레이드 대학
  영어교육원(ELS)에서 한 번 더 우리의 공연을 주문한다.

  콤프레네블레!!(물론이고 말고요!!) 동서양의 청년들과 교수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관심 속에 우리의 속전속결 공연이 3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나날이 개선되고 발전하고 있다고 산도르가
  한마디 더 거든다. 벌써 우리 춤에 대한 안목이 생겼나봐...

  오는 8월 루마니아공연과 10월 스페인 공연을 위한 전초전이라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한 획을 그어가는 심정으로 힘껏 부채를
  펼친다.

  산도르가 처가의 집안 행사로 호주 북부 다아윈으로 떠나고
  난 후 우리의 친절한 안내인을 자청한 에스페란티스토는
  트레블 스틸과 그의 아내 카트야이다.
  그는 세계에스페란토협회(UEA)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수많은 에스페란토와 영문 저작들로 인해 호주에서는
  유명한 에스페란티스토이다.

  더구나 호주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폭풍의 소년(Storm boy)'에 에스페란토 자막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초보 에스페란토에게 흥미를 전해주었다.

  카트야의 또랑또랑한 에스페란토 발음만큼이나
  걸출한 두 에스페란티스토 부부는 향기로운 금슬을 자랑하면서
  정성스런 식사준비와 함께 우리를 빼어난 아들레이드의
  서남부의 명소로 인도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중남미 아루바 섬(네덜란드령)에서 태어난 인드라니라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에스페란티스토가
  아들레이드 북부를 구경 시켜주어서 아들레이드의 유명한
  명소를 다 둘러 보는 행운을 누렸다.

  오는 2011년은 아들레이드에 에스페란토가 보급된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100년이란 오랜 세월만큼이나 견디고 이겨낸
  호주 아들레이드 에스페란티스토들의 헌신과 애정에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성공적인 대회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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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희 2010/08/06 14:15 L R X
푸하하하
선생님 정말 떠나셨네요.
와앙 부러버요. 신나게 사시는 모습이 그려져서 보기 좋네요.
상흰 결혼해요. 그때 말씀드렸던 9살 연하남과....
잘생긴 연하남은 데리고 살려면 고생한다는 말씀이 와 닿네요. ㅋㅋㅋ
그리고 배 속에 아이도 있어용. 태명은 만복이....

결혼 날짜는 8월 15일 광복절이요.
행복한 나날 보내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그리고 복된 여행되세요.
로자 고경자 2010/08/06 16:41 L X
얼씨구 좋다!!

무지 무지 축하해요.
8월 15일은 내게도 특별한 추억이 많은 날이랍니다.
알콩달콩 향기롭게 두 분 손 꼭잡고 살아가길 빌어요.

김진선 2010/08/11 13:04 L R X
언니 오랜만에 들어와서 읽어보네요.
음~
할 말을 잃게 하네요.
무엇보다도 좋은 여행되세요. 건강 조심하구요. 글을 읽으면서 언니와 형의 열정.정열.꿈이 보이네요. 그 열정이 가장 부러워요. 뚜렷한 목표의식과 버림, 그리고 비움 ...
그리고 여행.
버려야 얻는것도 있겠지요.
오늘 나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물론 안개로 인하여 찾을 수가 없답니다. 여하튼 길 찾기를 북돋아 주신 언니와 형의 과감한 실천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로자 고경자 2010/08/12 18:31 L X
하이~ 진선...

4명의 보물들이 다 크고 나면 자네도 훌훌 털고 남편이랑 떠나보시게..
우리에 못지 않은 정열과 그대의 끼를 우린 자알 알고 있다우.
부디, 꿈을 접지 말고 펼칠지어다.
그대의 끼와 열정의 화려한 부활을 위하여!
vera AN 2010/08/30 11:04 L R X
Kara. Roza.

En dua bildo, S-ro Sandor aspektas iom melankolie kun blankaj maldensaj barboj, iom pli s'ulkigitaj mienoj ol antau'e en seulo.

Tamen, vi g'ojege renkontig'is kun li, sendis kvazau'mielvojag'on. ^*^

Dankon pro via skriba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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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째마당-호주 태즈마니아주 릴리데일 체리탑에서 타마르 강변까지
여행 | 2010/06/09 13:29

     런세스턴 릴리데일 체리 탑에서 타마르 강변까지(5/22-)

5월 22일 토요일은 바하이교를 믿고 있는 요하노의 가족들에게는
성스런 날이었다.

호주, 이란, 부탄, 네팔, 인도, 파푸아뉴기니, 한국 등 그야말로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

이 성스런 날을 기리는 한 판 축제가 열렸다.

우연하게도

태국에서 마르코를 통해 알게 된 바하이교를 여기 호주 요하노의
집에서

또 한번 접하게 되는 것이다.

양 손 가득 각국의 고유 음식을 장만하고

마치 설빔을 차려 입은 듯

단정하고 정갈한 다국적 사람들의 등장으로 요하노의 주방에
국제적인 활기가 넘친다.

가벼운 포옹과 키스가 넘나드는 곳에서

우리도 덩달아 반가운 인사를 날렸다.

살루톤!!(안녕하세요~)

아직도

로자의 얼굴 붓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살 쪄서 주름살이 펴진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리랑을, 무인도를, 양반춤을 선 보여야 한다.

한국의 전통예술가가 왔다고

사방 팔방에 레슬리의 자랑이 대단했다.

하필이면

오늘 아침에는 내 커피 전용 초록 컵도 깨뜨리고
(별 불만 없었는데...)

내 간소한 공연 의상 마저도

카라의 화끈한 다림질에 오징어마냥 비틀어졌다.
(카라의 열정이 너무 뜨거웠나?)

아잉~ 몰라 몰라...궁시렁시렁...

갓도 도포도 생략한 간소한 양반춤이 제일 먼저 소개되었다.

30여명의 파란눈, 갈색눈, 회색눈, 까만 눈동자가 내 손끝을 따라
움직인다.

대금의 청아한 소리를 선두로 능청거리는 굿거리 가락에 맞춰
커다란 부채가 너울댄다.

우아하게, 때론 거드름 피우듯이 굽이굽이 잘도 넘어 간다.

일반적인 한국고전무용의 선비춤과는 다른 이 양반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중 제2과장 양반과장에
등장하는 춤으로서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양반을 나타내는
춤이라기보다는

온갖 추악한 짓거리들을 서슴없이 행하던 개다리소반이라
비아냥 받았던

못난 양반들을 상징하고 조롱하는 춤이다.

바로 이러한 춤을

로자의 수준과 안목에 준해서

2004년 중국 베이징 세계에스페란토 공연을 목표로
새롭게 각색하고

재구성하여 그럴싸한 양반춤을 탄생시켰다.

국내외 수많은 공연 경험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하는 춤사위가 영 어색하다.

그러나

여기저기 카메라 세례와 박수갈채.....(코란당콘, 감사합니다.)

이어서 채 한 숨 돌리기도 전에

부랴 부랴 지인이 보내준 ‘무인도’ 반주음악이
웅장하게 등장한다.

손뼉도 치면서, 어깨도 들썩이면서, 다 같이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레비쥬 순브릴로~ 포르펠르 옴브론...)

관객들 의자 다리 몽댕이를 장구 삼아 두드리면서
‘아리랑’도 한 판...

‘청천하늘엔 잔 별도 많고,,(물타이 스텔로이 쑤르 불루 치엘로..)

내 친김에 ‘진도아리랑’까지...,, 얼씨구 절씨구....

‘노다가세~ 노다가세, 저 달이 떳다 지도록 노다가세....

혼자서

춤 추고, 노래하고, 요리 조리 신명을 돋구느라 기운이 다 빠졌다.

그러나

이 나라 진미 저 나라 성찬을 위장에 가득히 채워 놓았기에

글로벌한 수다꽃을 피우기에는 에너지가 충만한 밤이었다.

오늘(5월 27일)은 런세스턴 도심 가까이에 자리 잡은
타마르강(Tamar river) 관광에 나섰다.
우리의 한강 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가에는 하얀색 크루즈가 떠있고,
백조가 아닌 흑조 두 마리도 유유히 초겨울 준비위해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다.

너무도 놀라운 광경은 도심 주택가 바로 옆을 끼고
아래쪽엔 강과 유람선이 위쪽에는 강원도 오지 산골에서나
만날 듯한 깎아지른 절벽과 짙은 녹음 가득한
다종다양한 나무들이 서로 쌍벽이라도 이루듯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야~ 정말 하늘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싱싱하고 울창한 숲과 물을 사람들이 엎어지면 코 닿을 듯한
곳에 내려주다니..

몇 시간씩 차를 몰고 몰아서 숲과 산과 강을 찾아가야 하는
우리로선
그저 부럽고 놀라울 뿐이다.

두 사람 정도가 지나다닐 만큼의 통로 외에는 일체의
인공적인 기술을 거부하는

천연 그대로의 도도함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그 누가 청하지 않아도 아리랑, 진도아리랑이 절로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맑은 미소가
더욱 신명을 돋우면서...

가장 청아한 아리랑이
이 곳 런세스턴의 하늘에 닿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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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 Jung 2010/06/18 09:43 L R X
처음 왔을때 대충 사진만 둘러보고 갔다가
한가한 아침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찬찬히 글들을 읽어보아요.
글을 참 잘쓰시네요.
여행의 소중한 순간순간이 너무나 재미있게 담겨있어서 좋아요 ^~ ^
로자 고경자 2010/06/19 09:37 L X
감사합니다.
기운이 절로 나네요.
혹시 제가 아시는 분이신지?
소중한 댓글이 이렇게 힘을 줄 줄이야
diana 2010/06/20 12:08 L R X
반가워요,베르둘라, 소노~
멋진 여행이 되길 바래요.
자주 만나 정담을 나누진 못했지만 내가 아주 존경하고 사랑하는 베르둘라가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당ㅎㅎㅎ 소노님두 물론....
축복 가득하길....
사랑해요~ 화이팅!!!

희망세상 2010/06/22 19:40 L X
oh bella Diana!!

koran dankon.
아름다운 그 마음과 향긋한 박수에 큰 힘이 샘솟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발걸음 늦추지 마시길...

베르둘라 아니,
이젠 '로자'로 불러주세요.
diana 2010/06/23 22:38 L R X
친애하는 로자!!
아름다운 고행이 자꾸 궁금합니다.
카라님과 함께하며 더 강해지고 멋져질 로자!!!ㅎㅎㅎ
태평스런 여유를 세상에 조금씩 뿌려서 두분 같은 평화를 키우시리라...
미리 계획하고 계산하는데서 부터 실망이 싹이트는 거라고....
하지만, 닥치는대로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들까....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실천하는 의지는 표창감이구....
용기는 큰 재산인듯....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로자님은 특별합니다. 화이팅!!! ㅎㅎㅎ 카라님두~
김인자 2010/07/10 21:59 L R X
정말 멋지세요. 용기와 정열! 내 인생에 큰 영향이 미칠것 같네요. 두분 아무쪼록 큰 뜻 이루시고 훗날 희망세상에서 희망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로자 고경자 2010/07/16 18:31 L X
반갑습니다. 김인자님..
매사에 열정과 헌신을 다 하시는 김인자님도
참으로 멋진 여성이라 생각합니다.
꼭 큰 뜻 이루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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