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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8   서른세번째 마당-스페인, 레알 코르도바, 세비야 편
2010/11/28   서른번째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베니카심, 발렌시아) (1)
2010/09/23   열 아홉번째 마당-동유럽의 향기 -불가리아의 카잔륵, 소포트, 소피아편
2006/10/25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그리고 평화 (선인출판사/ 저자 : 안종수)


서른세번째 마당-스페인, 레알 코르도바, 세비야 편
여행 | 2010/12/18 01:31

서른세번째 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

(레알, 알마구로, 코르도바, 세비아 편 10/23-10/27)



10월 23일 토요일 오후 1시 마드리드 에스페란토연합회

강의실에서 로자의 양반춤과 민요 공연을 서둘러 마치고

마드리드와 급히 이별을 고했다.

하루 2회 공연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쌩쌩 날리는

신바람과 함께 배! 째라 부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신난다.

스페인 에스페란토 연합회 회장인 페드로가

귀한 한국의 전통예술을 볼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며

여기 저기 수소문 끝에 레알(Ciudad Real)에서 열리는

CNT(스페인 아나키스트 노동조합) 행사에

배! 째라 부부 초대를 건의하였다.


카라의 공정무역과 에스페란토 평화 활동,

로자의 한국의 전통예술 발표시간이 함께 마련되었다.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만에 도착한 레알에서는

젊고 발랄한 CNT노조원들과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열렬한 포옹과 키스로 우리를 반겨준다.


어느 누구 생전 본 적도 없는 이들이

버선발(?)로 달려 나와 와자지끈 허리가

두 동강이 나도록 안아준다.^^

깔끔하게 단장된 CNT사무실에서 카라의 발표와

로자의 공연이 펼쳐진다.

열렬한 박수갈채와 카메라 세례 속에

푸진 인심 가득한 음식과 포도주로

피로를 씻어내며 화기애애 만남의 기쁨을 즐긴다.

CNT는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노동조합으로서

프랑코 독재 정권과 맞서 싸우면서 노동자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결사 조직된 조합이다.
 

            
                1994년 미국 시애틀에서 전 세계 아나키스트 3,000여명이 모여

세계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테러리스트라는 오명과 실천하는 활동가란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나키스트들은

오늘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강령을 가슴에 품고

세계 각지에서 투쟁을 벌인다.

좁디 좁은 골목과 하얀색의 페인트 칠, 시원한 돌 기운을 받아

건축한 주택들이 즐비한 레알의 이웃 지역 알마구로(Almagro)는

매년 6-7월 중 12일 동안 국제연극제가 열리는 곳이다.

한 여름 40도까지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를 막아내고

시에스타라는 한 낮의 달콤한 휴식도 탄생한 스페인의 곳곳은

그야말로 거대한 광장과 뒤늦은 식사, 포도주 세례,

왁자지껄 정열적인 사람들의 흥취로 밤새

거리를 달군다.

알마구로의 대 광장(Plaza Major)은 여느 지방과는 달리

초록의 창살과 풍만한 허리 곡선같은 기둥들로

마치 잘 정돈 된 전원 공동 주택 같다.

신록 빛깔의 시원한 느낌이 한 낮의 더위 마저도

상큼하게 이겨낼 것 같다.

싱싱함이 묻어나는 에스페란티스토 라울(Raul)의 배려로

포근한 잠자리와 알싸한 음식이 더욱 군침을 돌게 하고

총각이면서도 깔끔하게 방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그의 집에서

맞는 하루는 황홀한 숙면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커피숍에서

선혈이 낭자한 초현실적인 그림들과 어울려

우리 좌석 옆의 아리따운 두 낭자의 사랑 놀이는

여성동성애를 처음 접하는 로자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로자의 놀란 두 눈을 의식한 듯 라울이 한마디 거든다.

동성애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스페인 어디에서나 누릴 수 있는

인권이라며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도무지 그냥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로자의 어색한 미소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의 진한 애정 표현만이 식은 찻잔을 달군다.

진한 애정 표현과 성의 개방화도 라울의 할머니 시대에는

전혀 허용하기 어려운 과제였단다. 그 시대에는

담배 피는 것은 물론이요, 헤픈 웃음 마저도 통제 받고

순결치 못한 여자로 낙인찍히는 시대였다고 한다.

거리 곳곳 마다 화끈한 애정 영화 찍는

사람들의 행위가 자유로운것이

스페인 역사상 약 100여년 내외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인다.


집집마다 아름다운 정원과 벽 장식으로 유명한

코르도바(Cordoba)를 친절한 총각 라울이

데려다 주는 바람에 룰루 랄라 정말 편하게 왔다.

중세 시대 세계 최고의 도시라고 자랑스레 말하는

라울의 말이 한치의 틀림도 없다.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마당을 장식했는지

작렬하는 태양을 피하고자 잠시 한숨 돌려

이집 저집 구경하고 있노라면 남의 집일 망정

냉큼 들어가 꽃들과 입맞춤하며 사랑노래 부르고

싶을 만큼 발길을 옮기기가 싫다.


앙증맞게, 우아하게, 때론 독야청청하게, 알록달록

동글동글 도자기 접시 벽 장식물과 어우러져

세련미를 더해준다.

이슬람의 영향으로 생겨났다는

타일 모자이크 벽 장식물들은

좁디 좁은 골목의 답답함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촌철살인 같은 악세사리이다. 웃음도 주고, 즐거움도 주는...

코르도마 골목마다 극성스런 경찰의 호위는

한편으로는 여행객들을 안심하게 해주지만

뚱뚱한 몸매에 자전거로 엉금거리는 경찰 아저씨들이

날고 뛰는 잽싼 새치기들을 당할

재간이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40유로 이하의 절도 강도 사건은 하룻밤 유치장에서

간단하게 때우는 걸로 그 죄과를 해결한다니

참으로 거시기 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마치 보물 찾기라도 하듯 골목 구석마다 숨겨져 있는

중세의 볼거리를 찾아내는 숨박꼭질은 코르도바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손님을 환대하는 소나무(迎客松) 뷔페 식당에서

먹은 중국인 주방장이 만든 스시는

이제 스페인 전역 곳곳에서 맛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고, 오늘도 중국인들이

일본 음식 스시와 사시미를 팔면서

스페인 곳곳을 잠식하고 있다.


코르도바에서 2시간도 안 걸려 도착한 세비야(Sevilla)는

플라멩고(Flamenco)의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대표적인 곳 세비야는 대성당(Catedral)과

이슬람풍의 정원이 아름다운 성 알카사르(Alcazar)가 인상적인 곳이다.

무엇보다도 무료로 플라멩고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면 바로 코앞에 두고도 찾지 못할 그런 곳이다.

세비야 안내 지도 52번(Calle Levies)에 위치한
카르보네리아(Carboneria)가 바로 그곳이다.

운 좋게도 이 지역 에스페란티스토 안토니오의 안내로

관람하게 된 플라멩고는 한과 흥이 적절히 조화로운

그야말로 스페인판 살풀이라고 해야 할까...

살찐 카르멘의 후예가 보무도 당당히 발을 구르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춤을 추는데

잠시 뚱보 댄서의 등장에 실망했던 로자의 마음을

단 몇 분 만에 빼앗아 간다.

무엇이 그리도 그토록 애절한지 한 맺힌 사연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젊고 샤프한 남자 가수의

애닲은 노래소리와 기타소리는 100여명의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건축가인 안토니오마저 배우고 익혔다는 플라멩고는

이 지방 사람들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세계에 내 놓은

자랑스런 상품이자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고물가의 나라 스페인에서 싸고 안락한

호스탈(Hostal) The Living roof의 낮은 투숙 가격에 잠시 감격했었다.

감격도 잠시, 저렴함이란 수상함 속에 작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하룻밤 두 사람이 26유로이지만 담요, 수건, 컴퓨터 이용료 등

야금 야금 돈 빼먹는 수법이 너무 자연스럽다.

다행히 아침은 공짜라고 하니 악착같이 먹여야겠다.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카니(SAT 멤버)의 집에서

푹 쉴 날 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스페인의 마지막 행선지

돈베니또(Don Benito)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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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째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베니카심, 발렌시아)
여행 | 2010/11/28 22:33

서른번째 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

(베니카심, 발렌시아 편 10/12-10/15)

‘시에스타’가 휩쓸고 간 인적이 드문 거리에는 상점도

문을 닫아걸고 조용히 잠에 빠진다. 마드리드 및 바르셀로나 같은

거대 도시는 이러한 풍습이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시에스타는 아직도 스페인 곳곳에서

유효한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휴식이다.

알카라 데 씨베르트에서 버스로 30분 만에 후딱 도착한 베니카심(Benicasim)의
거리가 적막하다. 오후 1-3시 전후로

마법에 빠지는 시에스타는 한 여름 35도에서 거의 40도를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생겨난 생존 방식이라 한다.

거리의 야자수가 고공행진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이곳도

열대성 기후가 대단한 곳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새 파란 바다와 흰 눈같이 하얀 집들이 골목골목 서 있는

베니카심은 코마루자와는 또 다른 해변휴양지이다.

코마루자가 산책과 해수욕이 적절한 곳이라면

이곳 베니카심은 써핑(surfing)과 요트 및 조정 등,

좀 더 젊음의 열기를 발산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컴퓨터프로그래머이면서 에스페란티스토인 조안이

써핑 보드를 들고 바다에서 뛰어나와 우리를 반긴다.

pasportaservo 2.0과 klaku.net 등 여타 많은

에스페란토 관련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또한

생태 환경보호 아나키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조안은

4년 전 세계 에스페란토 청년대회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온 폴란드 출신의 카쉬아와 살고 있었다.

결혼은 생각 않고 심플하게 둘이 함께 하고 있다 한다.

서양의 또 다른 문화, 혼인과 상관없는 동거문화는

오직 서양의 독특한 풍습이라 하기에는 억지스런 면이 있지만

자타공인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하는 우리의 풍속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혼전 동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전혀 나쁘지가 않아서 쉬쉬 거리며 조심을 다해야 하는

우리의 혼전 동거생활하고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철저하게 아내와 동거인을 구분해서 소개하는 이들을 보면서

잠시 머물다 가는 로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았지만,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흉이 아닌

서양의 개인주의가 이런 동거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안네 집에서 걸어서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라스팔마스(Las Palmas)사막 정복에 나섰다.

급할 것 하나 없이 땡볕아래서 허리띠 질끈

동여매고 오직 물 한 병에 의지하여 구불구불

산등성이를 탄다. 사막이라고 해서 모래가 사방팔방

흩날리는 곳 인 줄 알았는데 지천에 널린 석류가 속을 빠알갛게

드러내며 한 입 먹고 가라고 유혹하는 희안한 곳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거대한 산과 자동차, 쭉 뻗은 도로,

힘내라 응원해주는 이름 모를 새들, 그리고

가끔 만나는 싸이클족들 뿐...

열혈 하이킹족 할배들이 힘들어서 인사도 못 받을 정도의

고공 산맥 도전을, 오직 두 다리에 의존하여 걸어가는

동양의 두 사람을 ‘독하다’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그냥 놀며 쉬며 룰루랄라 가는 것인데도

지나가는 차안에서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본다.

잠시 길가 그늘에 퍼질러 앉아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열창하며 고국에 두고 온

그리운 이들을 생각한다. 가까이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몰랐던 수많은 분들이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다.

이어서 '회심곡'으로 불효자의 변명을 담아보고,

'금강산타령'으로 수려한 우리의 산하를 떠올려 본다.

구름마저도 잠시 쉬어 넘는 광활한 라스팔마스 사막은

젖과 꿀이 흐르는 파라다이스는 아니지만

거치른 들판에서 만나는 한 줄기 오아시스로서

대 자연이 선물하는 석류와 올리브, 선인장 등이

앞 다투어 서 있는 아름다운 사막이었다.

명품 브랜드로 더욱 친근한 이름 발렌시아는

명장들의 빛나는 솜씨 못지않게 강의 범람을 막고 설치한

공원과 체육시설이 더욱 인상적이 곳이다.

예전에 시내를 관통하던 강의 흐름을 외곽 지역으로 돌려

만든 녹색의 터전에서는 한낮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스페인 전역으로 향하는 버스터미널 앞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고풍스런 발렌시아의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초록의 장관을 만들어 낸다.

병원 부속 건물 성당(Iglesia de San Juan del Hospital)도

슈퍼(Central supermercado)마저도 석조예술의 세련미가

넘쳐흐르고, 발렌시아대학 (Universidad de Valencia)건물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은 그 안에 앉아 있기만 해도

절로 공부가 잘 될 것 같다.

거기다가 렌페 기차역(Tourist-Info Valencia Renfe)의

생기발랄한 노랑색은 포근하게 여행자를 맞아준다.

기차역 옆에 자리한 투우광장(Plaza de Toros)은

마치 이탈리아 콜로세움을 모방하여 만든 듯, 둥그렇게

그 안에 모여 앉아 성난 황소 약 올리며

그들만의 잔인한 리그를 펼치는 것 같다.

맥주 한 병, 커피 한 잔도 모두 밖에서 해결하는

심플한 남녀 조안과 카쉬아가 강력 추천하여

쌩~하고 다녀온 발렌시아를 뒤로 하고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과연 마드리드에서는 어떤 일들이 전개 될지

잠시 숨어 있었던 두려움과 설레임이란 놈도

배! 째라 부부와 함께 냉큼 버스에 올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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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2010/12/16 13:58 L R X
가만 있어도 세계일주 구경시켜주고 견문넓혀주는 학원 있음 나와보라고 하삼!!!!!!
우리는 선택 받은 사람입니다.기다림이 있어 행복하고
희망인이기에 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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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번째 마당-동유럽의 향기 -불가리아의 카잔륵, 소포트, 소피아편
여행 | 2010/09/23 06:46

  열 아홉번째 마당-동유럽의 향기

  (불가리아의 카잔륵, 소포트, 소피아편 9/2-9/7)

  불가리아의 플레벤에서 아침 8시 30분 버스타고 장미의 고장
  카잔륵(Kazanlak)에 도착한 것은 낮12시가 다 되어서이다.

  24레브(약12유로 정도)로 두 사람이 승차하였으니 대중교통

  요금이 정말 저렴한 편이다.

  카잔륵은 5월과 6월 장미의 축제가 펼쳐지는 곳으로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장미의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장미 몇 송이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장미 향수 한 병(약10ml)을 만들기 위해 장미 3,000송이,

  그것도 새벽이슬을 영롱하게 머금은 장미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방인들이 바리바리 짐 싸들고 오기 전에 이미 생을 마감한다.

  장미 향수와 화장품, 장미 잎사귀를 이용한 술과 음료

  등이 이 고장의 상징처럼 되어 있어서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 되어 있다.

  이 향긋한 곳으로 배! 째라 부부를 초대하신 분은 장미처럼

  화려한 외양을 갖고 계신 분은 아니지만 장미를 능가하는

  삶에 대한 붉은 정열을 간직한 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

  스보다(Svoda) 할머니이다.

  지난 8월 루마니아 SAT대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후,

  그녀는 우리를 기꺼이 자신의 보금자리로 초대한 것이다.

  고양이 7마리와 조니라는 멍멍이, 주렁주렁 사과나무와

  무화과나무, 포도나무 등 정원 가득 과실수가 무성한 그곳에서
  그녀는 자연처럼 살고 계셨다.

  두꺼운 돋보기안경 너머로 생글거리는 작은 두 눈과 성치 못한 치아
  가득 머금은 미소, 검붉은 힘줄이 종아리 가득 얼키설키 엉켜 있지만
  화끈하게 아픔을 뛰어넘는 그녀의 파안대소와

  짓궂은 유머로 잠시도 우릴 잡념에 빠지지 않게 구원해주신다.

  아버지가 불가리아 사회주의 체제에 맞서 투쟁한 전력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버지는

  불가리아가 내일 멸망할지라도 외동딸을 위해 넉넉히

  사과나무를 심어 놓으셨다. 그 사과나무가 지금 해마다 가을이 되면
  아버지의 염원처럼 정원가득 일용할 양식이 되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카잔륵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Thracian Tomb로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세계 제1차, 2차 대전
  공습을 피하기 위한 방공호를 파다가 발견한 이곳은 천정과 기둥,
  문 입구의 벽화가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소중한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카잔륵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 금빛 장식돔이 찬란한

  Shipka의 성당은 터어키에 맞서 싸운 불가리아와 러시아

  병사들의 유골을 지하에 간직한 채 세워진 유서 깊은 현장이다.
  게다가   그곳 가까이에 모여 살고 있는 일본인 은퇴자들이 매일
  매일 성당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깨끗이 쓸어주어서 불가리아 전국을 통틀어서
  손꼽히게 청결한 장소라고 한다.

  9월 4일 새벽 5시 30분 기차를 타고 아침 7시에 도착, 이어서 버스타고
  불가리아 전국 에스페란토대회가 열리는 스포트 (Spot)로 향한다.
  오전 9시 개회식에 맞춰서 부지런히

  새벽부터 일어나서 분주히 움직이는 이곳 분들의 정성이

  대단한 것 같다.

  어느 에스페란티스토는 이른 새벽이라 세수는 커녕 머리도

  빗지 못한 모습으로, 뒤통수에는 커다란 까치집을 짓고,

  겨우 눈꼽만 제거한 모습으로 나오셨다. 살루톤!!(안녕하세요!!)
  오직 한 마디 던지고는 기차를 타자마자 의자에 벌렁 드러누워 코를
  골며 단잠에 빠진다.

  같은 기차에 타고 있는 또 다른 에스페란티스토는 로자랑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신세이다. 영어 교사인 그는 한국의

  영화를 수입해서 자막에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부업 삼아

  한다고 한다. 그 또한 오직 살루톤!! 한마디 한다. 근데

  이들이 이른 새벽부터 기차타고 버스타고, 부랴부랴

  에스페란토대회에 참석하는지 궁금하다.

  단 두 사람만 모여도 불가리아 언어로 수다를 떨고, 오직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는 자리에 개밥의 도토리처럼

  우리 부부가 낀 것은 아닌지 민망하다.

  9월 4일 토요일, 약 150여 명 어르신들이 모인 제62차

  불가리아 전국 에스페란토 대회가 불가리아의 자랑, 민족시인
  이반바조프(1850-1921)의 고장 스포트(Spot)에서 열렸다.

  전국대회이니만큼 그해의 주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참석했는데,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신임회장 선거와

  불가리아 에스페란토 협회 사무실에 컴퓨터 한 대 들여오자는
  이야기가 주요 안건이다.

  홈페이지도 없고, 전국대회 순서를 알려주는 안내장 하나 없이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괜히 온 것 같아 적잖이 후회가 된다.
  유창하게 에스페란토를 구사하는 몇 몇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모국어로 대화하는 그곳에 열혈 에스페란티스토가 아닌
  로자가 끼기에는 정말 거시기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호기심 많은 여러분이 말을 건네 와도 살루톤과 자신의

  이름 정도 외에는 더 이상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 정말

  답답하다. 그나마 불가리아 에스페란티스토로서, 사회주의

  체제에 맞선 댓가로 오랜 유형 생활에도 올곧은 신념으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90세 고령의 아나키스트

  알렉산더 나코브 할아버지를 만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천진난만한 미소와 편안한 얼굴이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해 한 치의 후회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소리없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후 5시 대회 모든 일정이

  끝났다. 저녁 8시부터 식사와 친교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장소를 옮긴다.
  각자의 방에 배정이 된 곳으로 가보니 바로 여기서

  학교괴담을 찍어야 제대로 그림이 나올 곳 같은 현장이다.

  4명씩 배정된 방에 들어오자마자 모두들 샤워하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어떤 분은 샤워 할 시간 없다고 팬티만

  수줍게 갈아입고, 쪼글쪼글해진 얼굴이지만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머리에도 빛나는 장식하나 얹어주고, 거칠어진 입술에
  예쁜 장미색 루즈를 바르고, 마지막으로 향수로 마감을 한다.

  넥타라는 이 고장 맥주와 강력한 브랜드, 감자와 치즈, 고기, 빵 등
  식탁 가득 펼쳐진 음식과 술, 음악으로 벌써 친교의 밤은 후끈
  달아오른다. 이브몽땅의 묵직한 음성으로 읊어주는

  모나코와 Feelings 등 친근한 팝송이 더욱 달콤한 밤으로

  모두를 안내한다.

  아!! 드디어 로자는 알았다.

  오직 살루톤 한마디 할지라도 식전 댓바람부터 이들이 왜

  그렇게 부산한 발걸음을 옮겼는지를....

  틈만 나면 병든 닭처럼 졸던 바로 그 할머니가 이 밤을 위해
  꽃단장하고 등장하신 것이다. 짙은 파란색의 빤짝이 셔츠에

  눈처럼 새 하얀 빽바지, 까치집을 지었던 그곳에는 은빛 찬란한
  구슬이 언제 그랬나는 듯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왕년에 한 가닥들 했던 솜씨로 서로 어깨를 부여잡고,
  굵직한 허리도 덥썩 휘감으며, 난리부르스, 올드 쌍쌍 광란의 댄스

  파티가 열기를 더해간다. 이 손 저 손 요청으로 귀에 입이 걸린

  이 분은 바로 오늘밤 직녀가 되어 수많은 견우들을 만나기

  위해 오작교 미팅을 1년 꼬박 손꼽아 기다린 것 같다.

  이미 110살을 훌쩍 넘긴 에스페란토이니 만큼, 연로한

  희망동이들(어르신들)의 내 청춘 돌리도!! 몸짓이려니

  하고 이해하려 애써 보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이 이번

  불가리아 전국에스페란토 대회 참석은 잘한 결정이

  아닌 것 같다.(불가리아 슬리벤 지부에서 초청받음)

  공연 요청도 아프다는 핑계로 매정하게 거절하고

  그 곳을 빠져 나오면서 점점 노화해가는 불가리아

  에스페란토계의 회춘을 빌어본다.

  9월 5일 일요일, 스포트에서 시내 버스로 이동한

  카를로보(Karlovo)역에서 오후 1시 50분 소피아행 기차를

  두 사람이 13.40Lev에 탔다. 마치 세계 1, 2차 대전을

  다 겪은 듯 낡고 녹슬고, 의자는 푹 꺼지고, 유리창은

  올라가다 말고, 가난을 주렁주렁 달고 가는 이 기차를 타고

  덜컹 거리며 내린 곳은 소피아가 아닌 다른 곳이다.

  모두들 짐 까지 챙겨들고 버스로 갈아탄다. 고속철로 건설을 위해
  공사 구간 역 전체를 완전히 폐쇄해 버려서 그 지역은

  버스로 이동시켜 준다. TGV 보다 더 잘 빠진 신형기차가 우릴
  반겨준다. 불가리아에서 처음 만나는 청결한 기차이다.

  와우~ 참는 자에게 복이 참말로 있나니...

  광대한 발칸산맥을 따라 오후4시 50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도착하였다. 이름만큼이나 예쁜 도시일 것이라는

  설레임에 피곤도 잊는다.

  그러나 소피아도 이미 할머니가 되어 버린 듯 낡은 건물과 도로에는
  잡초가 세월 무상하게 자라 있다. 시내 중심가

  쉐라톤 워커힐호텔을 중심으로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과

  전통을 간직한 예술품 같은 건축물들이 간신히 소피아의

  아름다웠던 옛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지만 친절한 안내와 미소 속에서

  불가리아의 희망을 보았고, 싸고 맛있는 과일과 알록달록

  예쁜 꽃 속에서 불가리아의 향긋함을 느꼈다. 

  배! 째라 부부에게 있어 불가리아에서 보낸 약 30일은

  초라했지만 편안했고, 소박했지만 진실하게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를 맛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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