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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3   서른다섯번째 마당- 왕년의 해상강국 포르투갈 (1)
2010/12/22   서른네번째 마당- 스페인, 돈베니또, 메리다 편
2010/12/09   서른두번째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 갈라파가르, 엘에스코리알, 아빌라 편
2010/11/28   서른한번째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마드리드, 톨레도, 살라망카) (2)
2010/11/28   서른번째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베니카심, 발렌시아) (1)


서른다섯번째 마당- 왕년의 해상강국 포르투갈
여행 | 2010/12/23 05:37

서른다섯번째 마당- 왕년의 해상강국 포르투갈

(리스본, 알코체트 편 11/4-11/15)



우리나라 순대와 형님 아우해도 될 스페인의 전통적인 음식

모르티쟈 또르띨야와 하몽, 갖가지 피자가 준비된

에스테반의 아파트에서 아쉽지만 흥겨운

배! 째라 부부 환송회가 열렸다.

근 10일 동안 돈 베니또에 머무는 동안 우리의 기쁨조가 되어 준

삼총사 선생님들께서 마련한 자리였다.

갈 사람 가야 하겠지만, 함께 한 추억은 영원히 간직하자고,

손가락 걸고 맹세는 안했지만

그들의 보여주는 정성과 애정에 눈물이 날 정도이다.

서투른 에스페란토 대화 이지만 한시도 끊기지 않는

신기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족히 넘나드는

사람 사는 사연들로 한도 끝도 없다.

페드로의 기타 반주와 에스테반의 노래,

요하니노의 플라멩고,

최선을 다해 끙끙거리는 삼총사의 재롱에

웃음꽃이 떠나지를 않는다.

매혹적인 붉은 빛깔의 포도주가 곁들여지고,

카스트라토의 몽환적인 음성으로 노동가요를 들려주는

안토니오 몰리나(Antonio Molina)의 음악은

우리의 환송회를 절정으로 이끈다.

40일간의 지극히 행복했던 스페인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포르투갈로 향하는 배! 째라 부부의 눈에서도

어느덧 굵은 이슬이 총총 맺힌다.

온 정성을 다해 우리를 맞아준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스페인의 형제 국가라고 생각하는

포르투갈 리스본행 버스에 행복함으로 충만해진 몸을 싣는다.



왕년의 해상강국 포르투갈은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닮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로자의 생각이다.

우선 포르투갈은 불행하게도, 잘 나고

힘도 세고, 관광산업으로 돈도 잘 버는 스페인과

항상 비교가 되는 대상의 나라이다.

공부(?) 잘하는 형(스페인)은 잘 생긴 것(수많은 유물 유적)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떼돈을 긁어모으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매력덩어리 취급 받는 반면,

공부 못하는 동생 포르투갈은 생긴 것도 그닥 시원치 않고

(유물 유적이 그리 풍성 않고), 이곳저곳 돈 빌리러 다니는 형상이

잘난 형 밑에서 기죽어사는 가난하고 부실한 동생처럼

왕년에 한 가닥 했던 체통이 말이 아니다.


포도주병 뚜껑 용 코르크 세계 최고의 수출국가인 포르투갈은

브라질, 앙골라, 모잠비크 등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거느렸던

강대국이었지만 지금은 EU(유럽연합)가입국 중

손꼽히게 가난한 나라 축에 드는 국가가 되어 버렸다.

여행 중 만난 많은 사람들이 중국, 일본은 여행했지만

우리나라는 여행 우선순위 국가에서 항상 밀려나 있었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자금성 등, 일본의 전통적인 다도(茶道),스시 등

두 나라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는

멋진 문화유물 유적이 풍성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올해 발발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오직 우리나라를 남북한의 긴장이 아직도 지속되는

여행하기에는 위험한 나라로 알고 있었다.

개성 없고, 아직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는 나라로 여기고 있으니

카라와 로자의 가슴에도 응어리가 맺힌다.

배! 째라 부부의 아들이 군 복무 중이란 것을 아는 사람들은

팔자에도 없는 우리 아들 안녕까지 걱정해 주면서...

모든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리스본 오리엔트(Oriente)

버스 터미널에 거의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지붕이 두 팔 벌려 마치 고공비행하며 날아갈 것 같은

아름다운 예술 작품 같은 오리엔트 버스 터미널은

포르투갈 국내는 물론이요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동서유럽을 관통하는 통로이다.

터미널에서 이어지는 거대한 예술도시(Urban Art)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예술 섬으로 포르투갈 정부의 야심찬 역작이라 한다.

하늘에는 케이블카가 출렁이고, 짙푸른 초록이

싱싱한 공원에는 바다의 향기와 신록의 녹음이 우거져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운 예술촌을 재현하고 있다.



양옆으로 바다와 강(Tejo river)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는

총길이 15km로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

바슈코다가마(Ponte Vasco Da Gama)를 건너

리스본의 이웃 지역 알코체트(Alcochete)로 우리는 가야한다.

길게 길게 건너 가야해서 그런지

이 다리를 통과하는 곳곳마다 교통요금이 만만치 않다.

편도 버스요금이 한 사람 당 3유로, 대중교통 요금에 대한

부담이 이곳 시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짐이 될 것 같다.



우리를 맞아 준 에스페란티스토 미구엘은 전직 도지사로서

현재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에스페란토 보급과

활동에 있어서는 한 치의 게으름도 허용 않고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또한 전국 자연주의자 협회 회장과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소박하고도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의 전공 원예 식물학을 한껏 활용하여 들판에 자라고 있는

소중한 보약 같은 식물들을 채취하고, 새싹들은 보호하면서

하루하루 땅과 함께 땀 흘린 후의 감사함을 만끽하며

8마리의 닭과 한 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영원한 동반자

사랑하는 아내와 살고 있었다

미구엘과 그의 아내가 제안하여 따라가게 된 유기농 농장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어느 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임대하여 농사짓게 하는 이곳은 지천에 널린 야채와

앙증맞은 꼬마 우산 같은 버섯들과

덩치 큰 노란 메론 등 무농약의 건강한 과일과 채소들이 해충들과

싸우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여기저기 안면이 할퀴어져 있다.

모습은 볼 품 없지만 달고 맛있는 이 과일들의 향기는

샤넬 파이브 향수도 당하지 못할 향긋함으로

입안에 군침이 소용돌이 치게 만든다. 메론 단 한 개 만으로도

배가 든든한 이곳의 유기농 과일들은 자급자족의 형태로

각자가 시간을 내어서 노동하고 수확해가는

자율적인 운영에 맡긴다고 한다.

마치 아들 며느리가 오랜만에 시댁 나들이 나온 것처럼,

미구엘과 그의 아내는 우리를 앞장 세우고 재래시장 구경에 나선다.

왕년에 도지사 했던 분이지만 비닐봉지 양손 가득 주렁주렁 들고

1유로라도 더 깎아 달라 흥정하고, 상추 모종도, 고구마 모종도

좀 더 싱싱하고 튼튼한 놈으로 고르느라 돗보기를 꺼내 쓴다.

에누리 가득한 거래와 기분 좋은 구매를 마치고

우리와 함께 향한 곳은 생선 전문집 레스토랑이다.

세상 태어나서 이렇게 다양한 생선을

줄줄이 많이 먹어 보기도 처음이다.


비늘이 반들반들 뺀질한 놈, 삐죽삐죽 날선 놈, 이빨이

촘촘이 삐져나와 숨 가뿐 저항을 하는 듯 한 놈 등

크고 작은 생선 군상들이 우리 식탁을 구수하게 장식해준다.

서툰 칼질 포크질 보다는 두 손이 제격이라며

미구엘이 먼저 두 팔을 걷는다.

오늘 하루 확실하게 배! 째라 부부의 마니또가 되어준

미구엘 부부께 감사의 말을 다 전하기도 전에

저녁 식사도 자신의 집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입이 열 개라도 고마움을 다 표현하지 못해

카라가 한국의 전통음식을 대접하는 걸로

우리의 마음을 전하기로 하였다.

로자의 팔뚝 보다 더 굵은 가지에다

파, 당근 등 알록달록 빛깔 고운 채소로 장식한 가지찜과

김밥, 수제비로 작지만 우리의 정성을 다해 두 분께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물가에 어린 자식 내 놓은 것 마냥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

일일이 포르투갈말로 써서 챙겨주고, 운전수에게 하차 요청하는

쪽지 남겨 주고, 길 잃지 말라고 백번 천번 전화번호 알려 주고^^

이 세상 부모님의 마음은 이렇게 다 같은가 보다.

그저 할 말을 잃고 두 분께 고개 숙여

감사함을 전한다.

우리 민족의 한과 설움을 육자배기라는 걸출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면, 포르투갈은 파두(Fado)라는

민족음악으로 탄생하였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애절함이, 노래 가사는 이해 못하지만

구구절절이 애닲은 멜로디가 마음을 적신다.



거리 곳곳에 서 있는 푸른빛이 감도는

아줄레주(Azulejo) 양식의 성당 건축물들은 왕년에 잘 나갔던

포르투갈의 영광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운 돌을 뜻하는 아줄레주는

지금도 포르투갈의 개성을 지탱하는

상징적인 건축 양식으로, 현재의 고난을 이겨내고

내일의 선진대국으로 번영해 나가길 바라는

포르투갈 국민들의 시퍼렇게 멍이 든 마음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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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8386 2011/09/20 13:43 L R X
고선생님 멋진여행에
좋은 자료들까지 감동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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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네번째 마당- 스페인, 돈베니또, 메리다 편
여행 | 2010/12/22 22:33

서른네번째 마당- 정열의 나라 스페인

(돈베니또, 메리다 편 10/27-11/4)


아직도 인정이 살아있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 돈 베니또(Don Benito)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여기 저기 다 들리고, 세워 달라는 대로 다 정차해주고,
너무 후한 인심에 처음 방문하는 배! 째라 부부

도대체 언제 하차하는 것인지 통 가늠을 못하겠다.

세비야에서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는 돈 베니또를 4시간이

더 걸렸으니, 들판 가득 싯누렇게 익어가는

올리브도 잘 보이지 않고

캄캄한 어둠만이 우리네 시골 들판과 꼭 닮았다.

건조한 땅 스페인의 농토에서도 씩씩하게 잘 자라는 포도와

올리브나무들이 광야를 가득 채우고, 각 지방 정부마다

산불 우려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해충박멸을 위한 들불 연기는

여기저기서 뽀얗게 피어오른다.

지난 8월 루마니아에서 만난 SAT멤버인 카니(Kani)의 제안으로

스페인의 마지막 행선지로 돈 베니또를 정했다.

이어지는 여행 재충전을 위해 푹 쉬다 가라고

자신의 마을 방문을 적극 추천하였다.

여행 7개월째 고단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스페인 이후의

여행 일정을 위해 무엇보다도, 내 집처럼 맘도 몸도 편히

늘어지게 있어도 될 그런 집이 필요했다.

이제껏 우리를 환대해준 모든 분들이 내 집처럼

아무 조건 없이 열쇠를 건네주어서 편히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데도, 여행 7개월 되면서 틈만 나면 하품과

짬난 나면 졸음으로 피로한 상태가 나타난다.

덩치 만큼이나 통큰 인심 카니는 자신의 집 2층을 통째로

우리에게 내주며, 오늘부터 2층은 배! 째라 부부 아파트란다.^^

맘껏 늦잠자고, 배고프면 1층으로 내려와서

음식 챙겨 먹고, 가끔 심심하면

현직 중고등 동료 교사 초보 에스페란티스토 3명을

만나게 해주기로 계획도 했단다.

건축 교사인 에스테반, 생물교사인 페드로,

경제 교사인 요하니노 등

생기발랄, 웃음이 푸진 삼총사 선생님들은

머나먼 곳에서 온 손님 맞이를 위해 기꺼이

푼수 놀이도 마다 않고

온 몸을 다 바쳐 기쁨조가 되어 준다.

카니의 학교(I.E.S. Cuatro Ca )에서 펼쳐진 로자의 양반춤

공연에 신축 체육관 건물 내에 들어오지 못한 학생들은

유리창 밖에서 관람하고, 우리의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이 아이들이 도저히 중고등학생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짙은 마스카라에 아이라인, 피어싱과 문신은 가벼운 악세사리,

가슴골이 깊이 파진 복장은 물론이요,

누가 선생이고 학생인지, 좀체 구분이 안갈 정도로

너무도 성숙하고 화려한 화장으로 소년 소녀다운

싱그러움은 온데 간데 없다.

그 와중에도 로자의 양반춤 공연 후 쏟아진

영특해 보이는 남학생의 날선 질문,

'한국인들은 북한 사람들 어떻게 생각하냐고?'

순간 당황...그러나 침착하게,

우리 민족은 하나의 언어를 쓰는 한국인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통일 되는

그날을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다고 응답했다.


엑스트레마두라(Extremadura)지역에 속하는 돈베니또와

로마시대 유적이 남아있는 메리다(Merida)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관광명소로 멋진 곳이다.

고대 로마시대 물을 관리하고 농사용 용수를 공급했던

기적이라 불리는 '미라클'과 달의 여신 다이아나 신전도,

멕시코를 정복한 헤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의

의기양양 동상도 볼만 한 구경거리이다.

11월 1일은 크리스트 순교 성인의 날이라 하여 모두가

편안한 휴일을 즐긴다. 성인의 뼈라고 불리는

달착지근한 하얀 롤 말이 간식을 먹으며

설탕같은 달디 단 휴식을 취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있는데 갑자기

저녁 식사 후부터 카라가 가슴이 답답하다며 호소한다.

웬만해선 아프다고 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의 표정으로 보아선 보통 심각한 정도가 아니다.

어제 저녁 CNT노조 100주년 기념행사장 카페 공기가 나빠서

목도 코도 답답한 것이라 여겼는데 밤새 숨도 못 쉬고

끙끙 앓으며 한 숨도 잠들지 못한다.

이제야 말로 20여년 넘게 피워 온 담배 후유증이

그를 덮친 것이 분명하다고 단정 짓고

앞으로 여행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밤새

걱정도 팔자인 로자가 고민한다.

여기서 여행을 멈추고 한국으로 돌아가

병원 가서 진단을 받아보자는 로자의 건의도

듣지 못할 정도로 카라는 가슴의 통증으로 힘들어 하고

오만가지 걱정과 망상에 로자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여행 중에 만난 어느 부부의 생과부 될 뻔 한 이야기 하나,

남편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기차가 잠시 멈춘 사이 발견하고는

후딱 사서 얼른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라졌다.

남편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기차는 야속하게 발차하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새내기 남편은 안보이고...

눈물 콧물 뒤범벅에...눈에 뵈는 것 없이 외쳐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외침 뿐...

앞에 앉은 외국인, 한마디 거든다.

아무래도 당신 남편이 기차를 놓친 것 같다고 염장 지르고...

엉엉 울고 불고 죽자 사자 널브러져 있는데,

철딱서니 없는 남편은 근 1시간 만에

과자가 담긴 비닐봉지 손가락에 걸고

뱅글뱅글 돌리며 희희낙락 돌아오고...

이야기 인즉, 열차 마지막 칸 겨우 잡아타고

우리 기차 칸으로 오는 도중, 호기심 많은 인도인들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응답하고 오느라, 아내가 기다리는 줄도

잊은 채, 그들과 손짓 발짓 대화 하느라, 늦었다네..

다행히 생과부 면해서 고맙지만

저 인간 믿고 한 평생 살아 갈 생각하니 까마득해서

여기서 결혼 생활 끝내고 싶었다고 한다.

또 다른 부부 철부지 남편, 여기가 객지란 사실도 잊은 채

저녁 랩 공연 보고 오겠다고 집 떠나가고 밤새 돌아올 줄 모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새 색시 울다 지쳐

여기저기 인터넷 뉴스 뒤져 보고, 간밤에 혹시 동양인 사고로

비명횡사나 한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 하고,

전화 한 통화도 없는 남편이 사고로 무슨 일이 당한 게

분명하다 생각하며 울며 지샌 그 시간에

수천 개의 영상들이 떠오른다.

여자 잘못 만나 요절했다는 비난에...

팔자 드센 년이 남편 잡아먹었다는 욕설에...

시신은 어찌 수습해야 하는지...

단 몇 시간 만에 비련의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었다.

철딱서니 없는 남편 다음날 무사히 돌아와 하는 말

공연이 어제 저녁 7시인 줄 알았는데

밤 12시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났다.

차가 없어서 집에 못 가는 게 뻔하니깐,

택시비도 아낄 겸, 첫차 타고 왔다네,

이런 절약정신이 기특하지 않냐고...

방귀 뀐 놈이 성을 더 내듯이 되려 노발 대발...



암튼 이 세상 철부지 남편들 땜에 오늘도 속 썩는

아내들이여.. 더 이상 속 끓이지 말고 대범하게

인명은 제천이라 여기며 맘 편히 살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절대 대범하지 못한 로자의

근심 걱정은 카라의 담배 연기 만큼이나 무성해진다.

병원도 갈 수 없어 그냥 쑥뜸의 효력에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카라의 등짝 폐유와 고황의 자리를

뜸 뜨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다음날 무사히 일어난 카라는 로자의

질긴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속는 셈치고 폐유, 고황자리

3천 번 쑥뜸을 약속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롭게

담배 피는 것에 강력히 제재를 가하겠다는 조건과 함께.

이렇게 짧고 오싹한 사건은 쑥뜸으로 기운차게 마무리되고

오늘도 로자의 관대한 허가 속에 카라의 담배 불은

솔솔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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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번째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 갈라파가르, 엘에스코리알, 아빌라 편
여행 | 2010/12/09 03:37

서른 두 번째 마당-정열의 나라 스페인

갈라파가르, 엘에스코리알, 아빌라편 10/21-10/23)



우리나라 남산에서 돌멩이를 던지면 김, 이, 박씨가 맞는다면

스페인에서는 마누엘, 조안, 페드로가 맞는다고 한다.

4명의 에스페란티스토가 우리 부부 마중을 나왔다.

그 중 세 명이 마누엘이란다. 마누엘1, 2, 3으로 불러도

쉽게 구분이 안가서 그냥 얼렁뚱땅 넘어간다.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갈라파가르(Galapagar)에 살고 있는 마누엘이

페드로 집에서 나오면,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자고 한다.

심리학교수인 마누엘은 동글동글한 인상과

천진한 웃음으로 사람 좋은 모습을 간직한 에스페란티스토이다.

오늘부터 안락하고 포근한 잠자리에서

숙면을 취할 것 같아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마드리드 페드로 집에서 8명이 복작거리면서,

우리 부부는 응접실 쇼파와 침낭을 벗 삼아 자느라

5박 6일 동안 등과 허리가 좀 고생했었다.

명색이 교수님댁인데...얼마나 좋을까...

Moncloa역에서 버스로 30분 만에 도착한

마누엘의 아파트는 잘 가꾸어진 정원과 오솔길이 산뜻한 곳이었다.

겉에서 보기만 해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곳 같아서 신난다.

화려한 아파트 입구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누엘의 집은 5층이지만 3층에서 내려야 한 대요,

고장이 나서 꼭대기 층에 있는 그의 집까지는 못 간대요.

어째...예감이 영~ 심상치가 않다...

낑낑 배낭 메고 도착한 마누엘의 집은

상상 이상으로 소박하고 좁았다.

아내와 둘 만이 살기 때문에 큰 방도, 주방도,

널따란 거실도 전혀 필요 없다고 한다.

침실도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옥탑아래 오직 한 개 뿐.

에잉~ 그럼, 우린 어디서 자요?

거실 쇼파와 바닥에 침낭 깔고 자면 되죠...

걱정도 팔자라는 듯, 명랑 발랄하게 대답해 주는

마누엘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아니, 교수님댁이 왜 이리 좁고, 초라해...

하기야 이십 여 년은 메고 다녔다는 손때가 묵은

가방을 보고 짐작 했어야 했다.

교수님이란 분이 생전 처음 보는 우리 부부

마중 나오느라 긴긴 시간 역전에서 발 동동 기다려주고,

페드로네 집 까지, 야밤에 전철로, 도보로 데려다 주기도 하고...

이미 권위의식과 체통(?) 같은 것은 스페인의 박물관에나

쳐 박혀 있는 구시대의 산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목에 기브스 하고 댕기는

하잘난 교수님들이 흔해서인지,

마누엘의 사고방식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온다.

마누엘과 그의 아내 코랄이 추천하는 갈라파가르에서

멀지 않은 고장 엘에스코리알(El Escorial)을 다녀왔다.

마치 스페인판 자금성을 보듯, 사각이 반듯하고 널따란 성에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가 없다.

왕궁(SAN LORENZO D EL ESCORIAL) 옆으로 조성된

키 작은 정원수들과 연못이 없었다면

오직 돌멩이들만 허용되는 나라에 온 것 같다.

권력다툼으로 자객들이 침입과 살해위협에

숨을 수 있는 곳을 전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갖가지 돌을 사람의 손으로 기기묘묘 아름답게 장식하고,

표현했던 다른 지역 왕궁과 교회에 비하면 거의

사각형의 돌과 건물만이 장대하게 남아 있다.

돌 바닥을 운동장 삼아 뛰어 노는 아이들이

없었다면 삭막한 돌 기운으로 맥 빠질 뻔한 곳이었다.

실망감을 안고 서둘러 이웃 고장 아빌라(Avila)로 향했다.

세계 여행 고수들이 하는 말

'큰 기대는 큰 실망과 동기동창'이란

금언을 품고 아빌라에 도착했다.

기대이상으로 멋진 성벽이 빙 둘러쳐져 있는 이곳은

여기저기 소문 듣고 찾아 온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소 정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꼬마 열차를 타고

성벽 전체를 유람하는 기회는 놓쳤지만 걸어서 1시간이면

성곽을 타고 전체를 볼 수 있는 이곳은 기대이상의

경관을 보여주었다.

푸르른 초록이 숨 쉬는 신선한 곳은 아니었지만

아빌라는 부드러운 성곽과 조화롭게 조성된 도로가

신비한 석양과 어울려 신비한 광채를 내 뿜으며

스페인의 새로운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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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IK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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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드 정부의 새로운 문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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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eunmi4417
감사욤
2013 - eunmi4417
안녕하세요 희망세상에 김민경..
2011 - tnr8386(김민경)
고선생님 멋진여행에 좋은 ..
2011 - tnr8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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