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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1)
2011/02/12   마흔 세 번째 마당- 원주민의 저력 볼리비아


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여행 | 2011/02/27 13:25

마흔 여섯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쿠엥카, 키토에서 만 하루 편, 2011. 2/18-2/22)



깜박 깜빡 잊어버리고 칠칠맞게 항상 무언가를 흘리고 다니는

로자와 카라 같은 중년의 뇌가 그래도 가장 지혜로운 인간관계망을
만든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바라 스트로치의 2010년 신작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에 따르면 ‘미엘린’이라는

신경의 백색 지방질 피막이 중년 말기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간의 주위를 이해하도록 돕는 연결망이 성장하여

중년(여기서는 60대 후반까지 가능 기간으로 산정)의

세련된 전문 지식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건망증의 그림자가 중년의 우리를 덮칠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는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

지난번 분명히 버스회사에서 비싼 돈 주고 산 버스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가방을 홀딱 헤집고, 구석구석 여기저기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항상 뭔가를 찾아 헤매는 배! 째라 부부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깜빡이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 강림하사

사람의 오장 간장을 다 뒤집어 놓는다.

툭하면 놓고 내리는 물병과 우산은 기본이요, 이젠 버스표까지...

아직 서로의 얼굴을 잊어버리지는 않고 다니니 다행이라 해야지..



적도의 나라로 간다고 그동안 마르고 닳도록 입었던 낡은 긴 바지도

과감하게 버리고, 얇고 서늘한 남방 하나에 시원하고 큼지막한 치마 대용 스카프도
장만하였다. 카라도 반바지에 챙 넓은 모자에 새 운동화까지

더위 먹지 않기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하였다.

우리가 향하는 도시들이

아무리 고도가 높다 하지만 명색이 적도의 나라인데

얼마나 땀띠 나게 고생하게 될지 그것만이 염려가 된다.

이 기회에 선크림도 최강 60으로 구입하고, 전자 모기향도 준비하고

땡볕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라로 향하는 마음이 걱정 반 두려움 반이다.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 게으른 여행만이 몸보신하는 길이라 여기면서...


2011년 2월 18일 금요일, 늦은 아점을 먹고 에콰도르의 역사 도시
쿠엥카(Cuenca)로 향한다. 페루의 해변도시 만코라에서 약 8시간이 예상되는
이곳까지 두 사람이 100솔( 약 5만원 정도, 보통 버스- 참고로 에콰도르 버스는 cama 종류의 안락한 버스시설은 없다),
물론 에어컨, 화장실은 꿈도 꾸지 말기를. 오후 1시에 페루의 만코라 출발,

사막을 지나고, 논을 건너 북부지방 툼베스를 경유하자,

쿠엥카로 가는 사람들은 오후 4시 15분에 출발하는

Pullman Sucre 버스로 갈아 타라고 한다.


에콰도르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마무리 된

국경 통과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겨우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에콰도르 국경에서부터 보이는

푸르른 초록이 거의 광활한 바나나 농장이다. 델몬트가 붙여진

다국적 거대기업의 자본이 송두리째 이곳을 다 삼켰나 싶을 만큼,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바나나 농장이 에콰도르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다. 또한 예상을 빗나간 찬바람이

우리가 적도의 나라에 왔음을 잊게 만든다.(세상에나...어휴~ 추워...)


저녁 10시에 도착한 쿠엥카 버스 터미널에서 얼마 멀지 않은

시내 호텔로 향하는 택시비를

한 사람당 1달러를 달라고 한다. 두 사람이면 2달러...

이런 방식의 택시 요금 산정은 처음이다.

기분이 상해 여러 택시를 찾아 다녔지만

모두가 부르는 가격이 다 똑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여기서 누군가가 1달러로 할인해서 손님을 태우면 아마도

그 운전기사는 왕따 내지는 테러라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어느 한국인 여행객의 추천으로 가게 된 호스탈 마제스틱이
참으로 고풍스럽고 싼 숙박시설임에는 분명하나 (두 사람이 1박에 10달러)

객실을 늘리기 위해 나무 판대기를 짜 맞추어 급조하여 만든

저렴함의 극치인 방에서 머무는 기분이 묘하다.

화장실 물은 내려가지도 않고, 오싹하게 소름 돋는 찬물이

등줄기를 서늘케 한다. 넓은 2층 전체에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다 지친 괴기스러움에 밤잠을 설치며,

단 하루 현장 체험처럼 눈 딱 감고 지내자 다짐하고 잠을 재촉한다.


어제 페루 만코라에서는 황후의 침실에서

오늘 에콰도르 쿠엥카에서는 무수리의 방에서...

숙박은 언제나 여행자를 괴롭히는 문제이다.
어떤 여행자는 싸다는 정보만을 가지고 숙소를 인터넷으로
장기 예약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기에, 잠자리 문제는
여기는 아니다 싶으면 하루만 머무르고

무조건 옮겨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심사에 편하다.

우리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약한 호텔이 멀리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과 너무 늦은 시간에 바르셀로나 항구에 도착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과감하게 포기를 한 적이 있다.

이미 지불한 금액은 아깝지만 시내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다시 잡아,

전철로 시내버스로 저렴하게 곳곳을 돌아다녔다.


또한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는 관광객이 넘치는 바람에
유스호스텔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 이럴 때는 그다지 큰 호텔이 아닌
작은 호텔의 금액이 훨씬 호스텔 보다 싸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여행하는 시기가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넘치고 남는 게 숙박시설이기에 어렵지 않게, 환대받으면서,

시설이 좋은 호텔(호텔 쿠엥카 1박 35불, 아침 포함)을 구할 수 있었다.


쿠엥카는 볼수록 매력적인 도시이다.

물론 구 시가지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남미에서 스페인 풍의 도시 전체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도시 건설을 보면 지배 스타일을 알 수 있지만
쿠엥카는 여타의 지역과 다르게 도시 자체를

스페인에서 건너 온 신 기술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대륙에서 자신들의 거주지로서 꿈의 도시를

건설하려는 열성을 보인 것 같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 건너편에 우아하게 서 있는 San Alfonso성당과

도심 한 가운데 장엄하면서도 세련된 Santa Domingo 성당과 교회들...

곳곳에서 만나는 멋진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스페인의 한 지역을 옮겨 놓은 듯 하다.

이것을 이어받은 신도시의 도시계획이 아담한 주택들과 초록의

행렬들이 어우러져 너무나 예쁘고 평화롭게 모여 있다.

쿠엥카가 너무 좋아 하루만 머물고 가려다가 3일을 머물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구경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시티투어 버스(1인 5불)를 탔는데 돈이 안 아까울 만큼 훌륭했다.

접시 가득 고봉으로 음식을 주는 인심도 후한 쿠엥카를 뒤로 하고

2011년 2월 21일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행 를 밤 버스를 탔다.


버스터미널을 출발한지 20분 만에 도착한 어느 곳에서 마약 단속이 시작되었다.
남녀 줄을 구분하여 신분증을 지참하고, 일일이 짐 검사도 실시한다.
또한 버스로 다시 올라오는 승객들을 일일이 비디오 촬영하고,
졸다 엉겁결에 깬 로자가 웅얼 웅얼 항의하였다.

아니...자다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래유?

글고, 여권 복사본도 안 된다구요?....왜요?

궁시렁 궁시렁, 씨부렁 씨부렁....

남미 전역에서 마약 단속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마약사범과의 쫒고 쫒기는 이야기...

손쉽게 취급하고 떼돈도 벌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유혹에

애도 어른도 풍덩 풍덩 쉽게 빠지고...

비단 이것이 남미 대륙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시커먼 매연과 부족한 초록, 잔뜩 찌든 하늘, 첫 인상이 과하게

심란했던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한식당 ‘고향집’(전화: 3318-016)을 운영하시는

정진수 홍인순 내외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하루 만에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넘치는 정과 인심으로 한 상 가득 정갈한 밥상도 부족하여,
귀한 시간 쪼개서 키토 시내 명소를 안내해주신 정진수 사장님의 화끈한 배려는

키토를 인정이 넘치는 향긋한 도시로 기억하게 만든다.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김치찌개에, 얼큰 쌈박한 짬뽕에,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고향집표 손맛 된장에, 정다운 노랑이 더욱 달콤한 단무지에,

날씬한 멸치에, 초록이 더욱 싱싱 상큼한 열무김치와 시금치에,

거기다가 안데스 산맥의 기운을 받아 비실거리는 여행자들마저

벌떡 팔팔 씩씩하게 만드는 아리안까지...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요리였고, 작품이 아니라 예술이었으며,

인간에 대한 진솔한 사랑과 인정의 파노라마였다.

다시 맛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몸을 부르르 떨어 보지만

두 분의 후한 덕은 영원한 향기로 남아 오래도록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스며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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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희 2011/03/01 20:11 L R X
선생님, 드디어 남미까지 가셨네요. 이제야 글을 남기네요. 탁영희입니다. 기적같이 다시 학교로 복귀하였지만 아직 저의 몸을 관찰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용기를 내어 빨리 복귀하였습니다. 희망세상에도 좀더 회복이 되면 나가고자 합니다. 아직 새로운 배움터에는 가 보질 못했거든요.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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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세 번째 마당- 원주민의 저력 볼리비아
여행 | 2011/02/12 12:29

마흔 세 번째 마당- 원주민의 저력 볼리비아

(우유니, 라파쓰, 코파카바나 편 2011. 1/28-2/4)



2박 3일간 우유니사막 체험 후 세계 상 거지 경연대회를 벌인다면,

아마도 일본인 여행객 커플이 단연 으뜸이라는 것이 로자의 생각이다.

일단 그들은 이목구비도 그저 그런 대다가, 대충 아무렇게나 걸친

히피 의상하며, 개발 세발 산발한 머리가 세계 왕 거지로 손색이 없다.^^

로자는 선크림, 비비크림에 차양이 넓은 모자에 덕지덕지 바르고

안간힘을 다해 얼굴을 가려 최강거지 형상은 면했지만,

카라는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쓰고, 선글라스로 안면의 반을

가려 보아도 수염은 거뭇거뭇 제멋대로 자라고, 흙탕친 바지에 운동화에
일본인 커플과 오십 보 백 보이다.

늘씬, 수려하게 잘 빠진 하얀 청년들의 모습도 거기서 거기~

불그죽죽 타들어간 피부에, 튀김기름에 뻥 하고

한 번 튀겨 낸 듯 삐죽빼죽 삐친 머리에

흰옷인지 검은 옷인지 구분이 안가는 거무죽죽한 옷차림에...

2박 3일 우유니 사막 체험 끝나는 날, 누가 누가 왕창 망가졌는지

세계 글로벌 걸인 축제라도 벌이는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평생 잊을 수 없이 즐겁고 아팠던

우유니 소금 사막 여행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날,

그새 정들었다고,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다시 만날 날 고대하면서

동으로 서로, 남으로 각자의 행복한 발길을 돌린다.



남미대륙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하는

몇 나라 중 하나인 볼리비아에 불법체류하며 희희낙낙 사막 여행을

즐긴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수도 라파쓰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미국인들에게는 비자 발급 비용으로 100달러를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얼마를 요구하는지 정확히 몰라, 여행자들 각자가
서로 다른 정보를 전해준다.

2011년 1월 28일 오후2시 30분, 우유니에 있는 출입국 사무실 문이 열렸다.
강력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곳에서

친절(?)하게도 별다른 조건 없이 입국비자 비용으로

1인당 380볼리비아 페소를 요구한다.

황열병 주사 접종에, 콜레라 예방 검사표에 이것저것 복잡한 조건을

일시에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출입국 사무소에서 직접

입국 비자 비용을 현금으로(카드는 안 된대요...) 건네는

초간편 시스템이 이 나라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나서서 돈 벌기로 작정한 것인지, 7-9살 애들도,

무뚝뚝한 표정의 어른들도 여행객들을 상대로

물 한모금도, 화장실 사용료도 모두가 그들에게는 외지인이

건네주는 푼돈이 되고, 쌓이고 쌓여 종자돈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관광지라서 어련히 그러려니 생각하려해도, 원주민들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여행객들과 관광객들이 오고가며 이들의 정체성을 훼손시켜 놓았다고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마저도 모두다 경제 전선에서 한몫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 해야 할지, 너무하다 해야 할지,

자본의 횡포를 이미 알아 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2011년 1월 28일 저녁 8시, 우유니에서 출발한 버스가 1월 29일 아침 7시에,
볼리비아 수도 라파쓰까지 11시간이 걸려 힘겹게 도착하였다.

어둠의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 출렁 출렁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별들과 벗 하면서, 울퉁불퉁 비포장도로에

엉덩이만 무수히 난타당하는 아픔에 쓰라리게 왔다.

어느 여행객 왈, 볼리비아로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치마를 입으래요...

눈치가 삼치인 로자 왈, 난 없는데 왜요?

버스에 화장실이 없어서, 소변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으면

운전수에게 달려가 하소연을 해야 한대요...

아저씨...쉬야 마려 죽겠어요..제발 차 좀 세워주세요..흑흑

원주민 운전수, 머쓱한 얼굴로 군말 없이 급정차를 해준대요...

그러면 쉬야가 급한 남녀들은 버스에서 후딱 내려, 여기저기서,

바지를, 치마를 울타리삼아 시원한 배설의 기쁨을 누린대요.


허나, 걱정도 팔자였다.

비좁고 물도 잘 안내려가는 화장실이었지만, 쏟아지는 별님들 부끄럽게
사막위에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마시고 싶은 쥬스도 시원한 물도 마다하고 버스에 올랐다는

생각에 아쉬웠지만, 덜덜 거리는 버스 안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욱 컸다.

평화를 상징하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쓰는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많은 고통과 쓰라림이 지금 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꽉 들어찬 낡은 차량 행렬에다, 식전 댓바람부터 거리마다 가득한

초라한 사람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의 초록이 너무도 아쉬운 곳곳,

눈도 코도 매연으로 쓰라린 라파쓰의 첫 인상은

우리나라 70년대의 달동네를 연상 시킨다.


고산지대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붉은 벽돌집 들,

저 꼭대기에서 어떻게 사람이 오고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잠시,

시커먼 연기를 흩날리며 거침없이 들이미는 낡은 오토바이와

칙칙한 자동차들마다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에스페란티스토 단테(Dante)와 레안드라(Leandra)는 척박한

볼리비아 에스페란토의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이었다. 이 기특한 오누이는

에스페란토의 정신에 감화를 받으며 독학으로 배움을 이어갔다고 한다.

두 사람의 안내로 라파쓰 시내 관광에 카라만 홀로 나섰다.

로자는 계속되는 고산증의 두통으로 휴식을 취했고, 아쉬운 대로

저녁 식사를 자연식 레스토랑에서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안드라 그녀 자신도 작년 쿠바 세계 에스페란토 청년대회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며칠간 고산증에 시달렸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므로 로자의 두통은 당연한 것이라고 위로한다.

이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라파쓰의 북쪽에 있는

코파카바나(Copacabana)로 향한다. 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호수
티티카카를 사이에 두고 페루와 둘로 나누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곳은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코파카바나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의 재탄생에 대한 바람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2011년 1월 31일 오후 2시, 라파쓰에서 출발한 버스를 2시간 넘게 타고,

이제 코파카바나에 다 왔나 싶더니, 비틀거리는 보트를 타고

San Pedro de Taquina라는 곳까지 출렁 출렁 가야 한 대요.

허술하게 나무로 잇대어 만든 바지선 위에 올려 진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엉덩이는 하늘 향한 채로

폼도 엉성하게 넘실넘실 호수 타고 넘어온다.



하늘나라 약수터가 이 보다 더 신비할까?

해발 3.000여 미터 높이의 경이로운 티티카카호수를

보려고 몰려드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로 연신 코파카바나가 들썩거린다.


때맞추어 매년 2월 2일에 시작하는

축제(Virgen de Candelaria) 시작을 알리는 축포 소리에

온 동네가 흥겹다. 덩달아 함께 울려 퍼지는 수자폰, 트럼펫 등

관악기의 웅장한 소리가 지축을 흔들며 신명을 돋운다.

하늘빛, 은빛, 연보라 등 원색적인 색깔이라기보다는

옅은 파스텔 계열의 세련된 색채가 원주민들의 오색 찬란한 전통의상과

어우러져 화려함을 더해준다. 이곳 주민들도, 관광객들도 하루 종일

울려 퍼지는 몽환적인 음악소리에 취해 덩실 덩실 춤추고,

맥주 회사의 협찬으로 거리마다 푸짐하게 술 인심이 넘친다.

원래, 이틀 축제라고 하던데 못다 푼 흥이 아직도 남았는지

3일째 되는 날에도 연신 거리는 흥청거린다.


2011년 2월 3일, 매일 아침 손님처럼 오는 비는 오늘도

변함없이 바람과 함께 거세게 들이닥쳤다.

티티카카호수를 타고 태양의 섬(Isla del Sul)을

한 바퀴 돌고 오는 일정이 아무래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잠시도 가만히 서 있지 못하는 조그마한 보트는

밤새 축제 놀음에 취한 사람 마냥, 이리 비틀 저리 비척

아슬아슬하다.

약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속이 울렁거리며 함께 탄 20여 명 얼굴들의 명암이 갈린다.
이곳 주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다로 이 출렁거림을 이겨내지만,
로자를 비롯한 관광객 6-7명은

눈이 감기며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 거린다.


심한 입덧을 하는 사람처럼, 냉수에 제육볶음밥이라도 말아 먹은 것처럼

심한 불협화음으로 분출하려는 어제 먹은 음식들을

꾹꾹 눌러 삼키며, 안간힘을 다해

오랜만에 만나는 배 멀미와 싸워본다.

아~ 속 뒤집혀 미칠 것 같아... 이 양반아..c..c.

다음에 또 한번 배 타고 관광만 해봐라...바로 이혼이야...

옆에 앉아 훌쩍이는 로자를 위로하는 죄 없는 카라에게 괜히 퍼부어대며

이 괴로움을 면해 보려 해도, 이겨낼 방법이 없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거센 비바람에 시달린 로자 같은

약골 관광객들이 비실비실 새 하얗게 모래 사장에 쓰러진다.



햇님이고 달님이고 다 싫다고...

당신이나 열심히 구경하라고...나, 돌아갈래...찡얼찡얼

(두 사람이 관광비용으로 50 볼리비아 페소 지불한 것이 아깝지만...)

그러나 되돌아 갈 일도 끔찍, 앞으로 4시간 후인

오후 3시 반이 되어야 코파카바나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단다.

태양의 최고로 아름답다는 이 섬을 여러 각도로 돌아보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얻은 것은 여러 섬들과 어깨동무하며 펼쳐진

티티카카호수가 대서양과 형님 아우 할 만큼 수정같이 맑고

망망대해의 광활함을 간직한 신비한 곳이라는 것이다.

이미 2주일간 대서양 뱃길 여행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호수도 큰 바다도 모두가 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안식이며

함께 가꾸며 지켜나가야 할 가족이라 생각한다.

훼손 말고 있는 그대로를 고이고이 소중하게...


2011년 2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일반 버스로

페루의 마추피추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푸노(Puno)로 향하는 날이다.

근데 호텔 관리인의 근심스런 얼굴로 문제가 생겼다고 알려준다.

로카(Loca)라는 국경지역에서 급감하는 학생들로 인해 지방 정부의

폐교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페루로 향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한다.

페루로 오늘 기어이 가야 한다면 코파카바나에서 쉼 없이 걸어서

한 시간은 가야 페루 국경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시골 분들이 말하는 한 시간은 절대 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

프랑스 커플과 배! 째라 부부 터벅거리며 울퉁불퉁 시골길

도전에 나섰다. 사막체험도 했는데 이 까이꺼 하면서...

오고 가는 여행객들이 등짐 가득 짊어지고 물 한 병에 의지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흙탕길을 휘어 휘어 간다.

가도 가도 국경이 안 보인다.

산이 바로 저 앞 인줄 알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네...

점점 휘어지는 허리, 헥헥 거리느라 입도 못 다물고,

날리는 흙먼지 다 마시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약골 체력,

다리는 천근만근, 프랑스 청년들은 저 만치 앞서가고...

이대로 가다가는 그냥 볼리비아 시골 바닥에서 폭삭하고

부서질 것만 같다. 아악~


그러나 아직은 쓰러지지 말라는 신의 뜻^^

거짓말처럼 말라비틀어진 노새 한 마리와 두 어린이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10페소에 우리 짐을 날라 주겠다는

깜찍한 흥정을 제안한다.

마지막 남아있는 9페소로 결정하고 앙상한 노새 등짝에

세 개의 짐 가방을 올려놓았다. 이제야 시골 들판이 정겹게 보인다.

콧노래가 절로 나고, 얼룩 아기 돼지도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재미있는 광경에 웃음 지으며 여행이 고문수단이란

원뜻을 새삼 되 새겨본다.



스페인 제국 식민지 독립 투쟁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볼리비아는

원주민 출신 대통령 모랄레스(Evo Morales)를 2005년에 이어 2010년

재선에 성공케 함으로써 남미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모랄레스는 2000년 고차밤바라는 지역에서 물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중 시위를 주도함으로써 그의 지도력을 입증 하였다.

남미 대륙 제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고, 수도 라파쓰는

1991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는 등

그동안 세계인의 관심 밖에 있던 나라에서 원주민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자존심 있는 국가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제라’라는 굵은 주름치마와 챙이 좁은 모자를 머리위에 살짝 얹어 놓고

등 짐 가득 짊어지고 가는 검은 원주민들의 행렬을 보면서

지금은 비록 고단한 일상이지만 볼리비아 내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원주민들의 강인하고도 건강한 근면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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