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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문화산업 경쟁력강화 대책
2007/10/24   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ㅣ라고 하는가?
2007/05/14   문화산업의 개념과 마케팅
2006/09/14   문화정책의 영역


문화산업 경쟁력강화 대책
문화관련 정보 | 2008/01/24 13:47

(이 보고서는 제25차 경제정책조정회의(’07.12.10)를 통과한 “3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대책” 중 문화산업 분야 발췌본입니다. 문화부는 서비스경쟁력 강화방안 핵심이 문화산업 진흥이라는 판단하에 재경부 등 관련부처와 함께 지난 몇 개월간 이 분야에 특화하여 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목   차 >>

. 추진배경 1

Ⅱ.기본방향 및 특징 2

Ⅲ.문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4
1. 현 황

2. 문제점  
3. 단계별 대책

Ⅳ.향후 추진계획

  <별 첨1>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로드맵

Ⅰ. 추진배경

그간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 

ㅇ 특히, 06.12월과 07.7월 두 차례에 걸쳐 범정부 차원의 「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추진

이에 따라 서비스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기반이 구축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은 아직까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여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 

     *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우리나라 100기준) : (미국) 252.2, (영국)154.6, (일본)187.6


    ** 서비스수지(억불) : (03년)△74.2 → (05년)△136.6 → (06년)△187.6 → (07.상)△105.7

□ 따라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완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필요

서비스산업은 분야별로 발전정도와 성장 가능성에 많가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성장잠재력은 높으나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별로 경쟁력강화 대책 추진이 바람직

이번 3단계 대책은 「1․2단계 경쟁력강화 종합대책」 의 보완대책으로서, 차세대 유망 성장산업인 문화․디지털콘텐츠 산*의 경쟁력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


   * 「문화․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지식기반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나,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2.3%, 3.6%에 불과

아울러, 관광 등의 분야경쟁력 강화 및 기업의 애해소를 위해 긴요한 개선대책을 함께 추진

Ⅱ. 기본방향 및 특징

07.9〜11월중 업종별단체 의견수렴, 시․도 서비스산업 정책토론회, 기업현장방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선과제를 발굴

   * 전문가(8.16), 제작(8.23, 9.14), 투자(9.11), 유통(9.19), 공연예술(9.28)

  ** NC 소프트, 오콘방문(9.18), 수도권내 문화산업단지 방문(10.4)

특히, 담당팀별로 분야별 전문가․업계 간담회를 개최하여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

위 절차를 걸쳐 아래와 같은 정책의 기본방향을 마련

아시아 문화콘텐츠산업의 허브 구축을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있는 문화콘텐츠 기업”을 집중 육성

문화산업 육성 기반 확충과 함께, “창작→ 제작→유통ㆍ수출”가치사슬 전 단계에 걸쳐 애로해소 및 경쟁력 강화대책을 추진

①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 등에 분산되어 있는 문화산업을 대분류 항목(J)*으로 통합하여, 향후 산업 육성기반을 공고화


     *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산업(대분류 : J)


창작 R&D 활동 및 사업화”를 집중 지원하여 “핵심콘텐츠(Killer contents)”를 보유한 경쟁력있는 기업을 육성


   - 창작개발비 세제지원, 창작저작물 보호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창작 R&D 투자를 유인


   - R&D 결과가 원활히 사업화되도록 초기단계부터 투자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성장단계에서는 금융․인력 등을 지원

문화클러스터 육성, M&A활성화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문화콘텐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환경 조성

기획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


문화산업의 창작원천국내창작공연이 활성화되도록 지원 강화하고, 인프라 확충 및 공연예술시장 저변 확대

Ⅲ.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가. 현 황

문화콘텐츠산업은 21세기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 고부가가치 성장산업


     *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 성장현황      * 콘텐츠산업 전망(세계, 10억불)  

00년

05년

연 성장률

ㆍ매출

21조원

54조원

20.8%

ㆍ수출

5억불

12억불

19.1%

ㆍ고용

36만명

46만명

5.0%

연 6.4% 성장

  자료 : 문화산업통계연보

  자료 : PWC

           

ㅇ 세계 각국 및 주요 기업은 21세기 핵심성장산업인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


  - (정부부문) 자국 콘텐츠산업의 보호·육성을 위한 지원 확대


 

* 주요국가 콘텐츠산업 육성정책 현황


  미국 : 디즈니 등 콘텐츠기업 보호를 위해 지적재산권 강화 통상정책 추진

  ․ 일본 : 7대 신성장산업으로 ‘콘텐츠산업’을 선정(04.3)하여 R&D 지원 강화

   ․ 중국 : 콘텐츠산업 육성 전담기구인 ‘동만게임산업진흥기지’ 설립(04.7)


  - (민간부문) 타임워너,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등 세계적 방송ㆍ영상 업들은 M&A,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콘텐츠부문에 역량을 집중


한편,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3%로 세계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


    *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점유율(05년) : (미국) 39.9%, (일본) 9.2%, (영국) 6.9%, (중국) 3.5%, (이탈리아) 3.3%, (우리나라) 2.3%

나. 문제점

(창작단계) 최근 일부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이 크게 성공*하는 성장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나, 여전히 창작분야 경쟁력은 취약


    * 뽀로로 : 오콘(주)의 창작애니메이션으로 프랑스ㆍ일본 등 81개국에 수출

   ** 우리나라 문화산업 경쟁력 지수(04년 문화부, 미국 100 간주) 


      (문화산업 전반) 39.6,  (창작기반) 25.2,  (자원공급) 57.9,  (유통구조) 38.9


음악․게임․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불법복제(05년 1조 539억원)콘텐츠 창작기반을 크게 훼손


(제작․생산단계) 높은 리스크․물적담보 부족 등으로 콘텐츠 산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애로*


    * 융자기능을 수행하던 “문화산업진흥기금” 07.1월 폐지


또한, 기업규모의 영세성으로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고, 문화콘텐츠 관련 기술(Culture Technology)도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

    * 애니메이션 3D 동작생성 특허수 : (미국) 599개, (일본) 513개, (우리나라) 20개


(해외진출․유통단계) 국내의 협소한 시장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으나, 많은 기업이 영세하고  경험이 부족하여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


그리고, 영화, 방송 등 많은 문화산업 부문에서 유통(대)기업의 불합리한 거래관행으로 문화콘텐츠 기업이 성장하는데 제약


(공연예술산업) 공연예술산업은 문화산업 창작 소재의 원천 역할을 하나, 협소한 시장 등으로 산업적 발전정도*는 미흡


   * 1인당 매출액(2,197만원) : 국내 애니메이션 매출액의 46% 수준


ㅇ 공연예술산업은 95년 이후 연 15%이상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나, 수익성이 높은 외국콘텐츠 공연이 주류 이루고 있어 국내 창작콘텐츠의 발굴․육성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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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ㅣ라고 하는가?
문화관련 글들(ktp) | 2007/10/24 22:02
문화란 무엇인가? 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가?


우리는 지금 문화라는 단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이 주요 이슈로서, 21세기의 세계적 과제로서, 한 국가가 이루어야 할 목표로서, 인생설계의 지표로서, 전문가들의 학술적 담론으로서, 그리고 평소 대화에서의 화두(話頭)로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는 엄청나다. 그것은 일상에서 심리적으로 우리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것은 문화가 하나의 힘, 권력으로 우리에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일 수도 있고, 우리를 억압하는 힘일 수도 있다. 모더니티의 여명기에 “아는 것이 힘”이라 했듯이 포스트모던의 이론적 병앓이를 겪은 지금 “문화가 힘”이란, 의욕적이고 능동적 표현일 수 있다. 반면 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대중에게 휘두르는 권력은 전체주의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때에 우리는 수동적 피해자가 된다.

고대로 부터 명민한 인간사고의 기본과제중 하나는 한 사회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는 언어와 그 부수적 작용의 ‘올바른 비중’이 무엇인가를 검토하는데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Socrates)가 그의 대화 상대자들로 하여금 토론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술어를 다각적이고 지속적으로 정의해 가도록 끈질기게 유도하는 것은, ‘술어의 논리적 정의(定義)’에 이르고자 함에 그 근본적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각 언어와 그 사회적 사용의 효과 및 그것이 지칭하고자 하는 현상이 지니고 있을 수 있는 ‘옳지 못한 힘’을 떨쳐내는 데 있었다. 여기서 ‘힘’이란 일반인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

1. 문화의 개념적 특성

문화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문화 개념의 문제다. 문화는 이미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말이지만, 그 다의미어적(多意味語的) 성격으로 인해 개념과 정의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통합적 의미에서 출발해 논지를 전개하기란 쉽지 않을 뿐더러 담론의 실용적 효과를 얻기 어렵다. 다만 상이하게 사용되는 정의들의 의미공통분모를 찾아 볼 수 있으며, 각 정의들의 연관성에 관한 분석의 과정이 곧 문화의 개념을 재정립해줄 수 있다.

문화에 ‘대한’ 담론은 문화라는 화두를 ‘통한’ 담론이라는 성격이 다른 어떠한 언어를 사용할 때보다도 강하다. 문화는 ‘대상 지칭 언어’라기 보다는 ‘방법 매개 언어’로서의 기능이 두드러지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화라는 말의 특징 가운데 매우 중요하면서도 쉽게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다.

곧 자세히 살펴보겠지만(1.3.) 문화의 개념은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중요 논쟁 거리였다. 그래서 이에 지친 학자들은 문화 개념에 관한 논쟁의 진부성을 지적하기도 한다(서구에서는 20세기 초에 이러한 경향이 크게 부각되었었다). 혹자는 “문화란 무엇인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사람의 지나친 천진성을 비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어렵고 그 논쟁이 진부하더라도 이 문제를 끝까지 회피할 수는 없으며, 언제까지나 상식이 보장하는 묵계적(黙契的) 정의(定義)의 보호벽 안에 안주하고 있을 수만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소멸시키기 보다, 오히려 창조적 자세를 갖고 문제 의식을 유지하도록 자극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문화라는 말의 사용 빈도가 점점 영향력 있게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단어들 보다 어의(語義)적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질문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일상적 욕구가 상존하는 한 완전히 유보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1. 문화라는 언어의 유형적 차이

먼저 문화가 다른 언어들과 유형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의 질문들 사이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관찰해 보는 것은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연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경제란 무엇인가’, 그리고 ‘문화란 무엇인가’

연필은 협약된 언어로 지칭되는 대상이 곧 감지의 대상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우리의 감각에 의해 즉각적으로 확인 가능하며, 그 주된 기능을 간단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그 의미가 조작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연필의 역사에 대해 책을 쓰든, 연필이란 소재(素材)의 시와 소설이 은유를 극대화하고 다차원적 상징화를 시도해도 대상의 본질적 의미 소재(所在)는 혼돈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인간 자신의 끊임없는 질문이고, 사상가들의 저서와 논문의 주제이자, 유명 인사들의 강연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던짐은, 대상에 대한 협약 언어가 부재하거나 그 언어의 실체적 대상이 모호하거나, 아니면 대상의 실체적 감지가 불가능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때론 옆집 아저씨가 “인간적이지 못하다” 라고 표현하지만, 그의 즉각적 실체가 고양이나 소나무가 아니고 사람인줄 안다. 복합적 존재로서 인간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은 계속 남아 있으나, 인간이라고 하는 일차적 감지 대상의 실체가 없거나 다른 대상들과 현상적 혼돈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반면 경제는 만질 수 있는 즉각적 감지 대상으로서 실체가 아니다. 경제는 원천적으로 구체적 대상물에 대한 지칭 언어가 아니라, 일정 현상에 대한 추상적 표현이다. 다시 말해, 그 언어 형성의 원천적 동기가 본질적으로 인식적(認識的) 욕구에 의한 개념화 작업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논리성과 역사성을 강하게 내포하며, 언어 사용자의 폭넓은 인식적 동의를 요구한다. 경제란 그 추상성에도 불구하고 개념으로서의 자기 영역이 분명한 편이어서 여타 현상과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재화, 상업, 금융에 관한 것이 경제 현상이라는 데에 즉각적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며, 선거와 정부 구성이 경제가 아니라 정치 현상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따라서 상식적 맥락에서의 묵계적 정의(定義)의 보장도(保障度)가 높은 개념어(槪念語)이다. 다수의 개념어들, 예를 들면, 정치, 교육, 예술, 종교, 체육, 관광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문화도 일정 현상의 추상적 표현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유형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문화라는 개념어에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아니면 최소한 이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어도, 별도의 고찰이 필요하다. 이는 문화라는 언어의 표현적 특성 때문이다.

1.2. 문화라는 언어의 표현적 특성

언어 발달사적 맥락에서 문화라는 언어의 표현적 특성을 관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는 다의미어성(多意味語性)을 지니고 있고, 둘째, 따라서 문화는 묵계적 사용 정의의 보장도가 낮은 개념어이며, 셋째, 사용자의 편의와 이해관계에 따라 그 뜻을 손쉽게 도구화할 가능성이 높은 단어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이유가 주로 개념적, 어의적 문제라면, 세 번째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이다. 물론 이 문제는 앞의 두 문제와 연계되어 있으며, 그 중요도가 그들에 못지 않다.

문화가 다의미어성을 지니게 된 것은 그 언어 변천의 역사 때문이다. 문화의 개념과 그 실용적 사용은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좁은 의미의 개념’에서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그리고 다시 ‘좁은 의미의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전의 개념들이 소멸하지 않고 이후의 개념들과 공존함으로써 각기 다양한 뜻으로 사용되었다. 첫 번째 좁은 의미의 문화 개념은 고전적, 인문학적 개념으로서, 인간의 정신적 성장과 자기 실현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Paideia)의 전통을 잇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넓은 의미의 문화개념은 현대의 문화인류학과 사회과학의 연구 성과로부터 나온 총체성(totality)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으로서 일정한 사회가 생산하고 축적한 모든 것, 더 나아가 일정한 인간 그룹에 관한 ‘모든 것’이란 의미가 강조되었다(이에 관한 이론적 실례를 들기란 어렵지 않다. 문화 개념이 일정 사회의 ‘complex whole’을 대상으로 함을 강조한 타일러(E.B. Tylor)의 말은 이미 인용구의 고전이 되어 버렸다). 이 경우, 총체적 성격의 문화 개념이 유일하고 지배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음으로 해서 얼른 보아 이론적으로는 다의미어성의 문제를 해결한 것 같다(전체는 개별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고,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차피 각기 상이한 부분적 요소들의 집합’, 즉 ‘불완전한 전체’로 전체를 설명하고 표상하려 했기 때문에, 오히려 또 다른 양상의 다의미어적 문제를 가중시켰다(전체를 포함한다고 주장하는 각기 다른 불완전한 전체가 난립하므로).

포괄적이고 완전한 인식과 설명을 위한 총체적 개념의 ‘개념적 실수’는 근본적으로 총체성의 의미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해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완전한 인식과 설명을 위한 총체성이란, 인식론적 의도와 인간의 지식취득을 위한 욕구이지, 그 총체적 개념이 현실적으로는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할 수 없음으로, 개념의 내용으로서는 오히려 그 의미를 상실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을 갖출 수 없는 조건에서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모순적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문화의 주제를 일반화하는데 기여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의 지배적 문화 개념이었고, 문화에 대한 논쟁의 장을 여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재부상하고 있는(그 양상과 성격은 다르지만) 좁은 의미의 문화개념은, 창조행위와 생산행위로서의 문화가 강조된 후기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의 특징을 대변한다. 따라서 총체적 성격의 문화 개념으로부터 탈피하게 되고, 오히려 인간정신과 창조력의 중요성을 함의하는 고전적 문화 개념을 복귀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문화성이 경제성과 연합하는 시대에 문화의 어의적(語義的) 변신뿐만 아니라 권력적 전환을 꾀하게 된다. 바로 이 맥락 위에 ‘문화산업’과 ‘대중문화’의 주제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른바 고급문화 또는 상위문화로 대변되는 첫 번째 좁은 의미의 문화, 즉 고전적 개념의 문화는 정치성과 연관되어 있고, 넓은 의미의 문화, 인류학적 문화는 그 방법론에 있어서 경험주의와 실증주의적 과학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문화산업과 대중문화로 대변되는 지식정보사회의 문화는 경제성과 결합되어 있다. 즉 문화의 생산과 문화의 소비라는 문제는 점점 더 부각될 것이다. 앞으로의 문화연구에서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상의 대화에서 묵계적 사용 정의의 보장도가 낮은 개념이라는 문화의 두 번째 특성 또한 문화의 다의미어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은 자명하다. 이것은 또한 문화란 화두가 담론과 토론을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유효한 개념’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소위 상식적 ‘최소 정의’에 대한 협약을 이끌어 내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문화의 개념화 작업은 다양한 이론적 요소를 자신의 개념적 구조 안으로 유도하여 논리적으로 재조합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그것은 ‘내용적 총체성’으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이론적 요구의 종합적 연결점’으로서 문화개념의 역할을 의미한다.

언어 사용의 도구화는 권력관계 형성과 직결된다는 면에서 적지 않은 사회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한 언어의 각기 상이한 뜻은 개념의 혼돈을 일으키게도 하지만, 일정 행위에 대한 의도적 가치부여를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문화의 경우 그 고전적 개념이 아직도 ‘사회적 특전’과 ‘도덕적 위신’을 함의하고 있어서, 편의와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조작되고 도구화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 문화 개념이 사회 특전적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은, 고전적 의미의 문화가 제한된 사람들에 의해서만 향유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 개념이 내포하는 ‘교양인’이란 의미적 요소 때문에 ‘문화인’은 도덕적이라는 고정 관념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고전적 도덕성과 문화 개념의 연결 고리는 느슨해진 것 같으나, 문화라는 말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는 유지되면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문화의 개념은 한편으로 문화라는 단어 사용의 대중화로 그 의미가 가치중립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역설적으로 점점 더 ‘가치 개념’적 성격을 띠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로 내세우는 ‘문화의 세기’, ‘이제는 문화다’ 등의 구호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상 살펴보았듯이 문화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문화개념의 문제이다. 물론 호르크하이머(M. Horkheimer)가 이야기했듯이 개념은 물체를 단번에 베기 위해서 날을 세우는 연장과 같지 않으며, 니체(F. Nietzsche)의 말처럼, 어의(語義)적으로 현상의 총체적 과정을 모두 조합하려는 개념들은 완전하게 정의되어질 수 없다.

개념은 현실의 이론적 숙소일 뿐이며, 개념의 집은 현실에겐 너무 비좁다. 따라서 한번 지어진 개념의 집에 현실이 머무는 것은 일시적이다. 현실을 새롭게 맞기 위해 개념은 자신의 집을 지속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 앞에 선 개념의 운명적 변모이다. 왜냐하면 개념은 현실이 영원히 안주할 완벽한 집을 짓는데는 항상 실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개념은 다른 개념적 가능성들을 갈구한다. 그리고 한번 설정된 개념은, 자기 자신을 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공개하며, 지속적으로 ‘대화의 장소’와 ‘논쟁의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다.

1.3. 서양 현대사상사의 거울

문화 개념의 변화 추이에는 현대 서양사상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으며,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의 정의와 개념들은 바로 현대 사상의 특성을 대변한다. 물론 시대마다 새로이 부각되는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와 이론화 작업이 있어 왔으며, 이것은 역사의 진행에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이성의 과업이기도 하다.

일정 언어의 역사적 발전 과정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또한 고전적 개념과 새롭게 이론화 된 개념 사이에서, 그리고 전통적 의미와 진보적 의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론적 충돌’과 ‘대조적(對照的) 차이점’을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그 같은 변화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가능하다.

이러한 탐구 태도는 특히 문화와 그것의 개념화 과정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더욱 요구된다. 왜냐하면 문화의 개념화 과정에는 구체적으로 서양사상의 ‘인식론적 투쟁의 역사‘와 ’인간관 및 세계관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충돌, 대조, 투쟁 등의 단어는 ‘이분법적 구조’를 연상하게 한다. 아직도 인간의 사고는 ‘이항대립적’ 인식의 틀을 못 벗어난 것처럼 보이며, 앞서 언급한 사상과 개념의 변화 추이 역시 이러한 틀 속에서의 진행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의 개념화 과정에서 부각된 명제들의 대립적 구조가 이를 잘 나타내 준다. 절대와 상대, 이상과 실제, 관념과 경험, 일체성과 복수성, 일원화와 다원화, 선별과 개방, 차별과 평등, 중심과 변방, 상위성과 하위성, 귀족적인 것과 대중적인 것, 정신과 물질,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 목적과 수단, 인본주의와 과학주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적 상황은 단순하거나 고정적인 것이 아님은 물론, 지속적인 투쟁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그것은 ‘문화’라는 언어 자체가 바로 점령하거나 방어하여야 할 직접적 전투의 장소였기 때문이며, 문화의 주제화를 통해 지적 헤게모니를 얻기 위한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의 이름’으로 상이한 이념들이 각기 주장되고 이를 위한 이론화와 실천 전략이 세워졌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이러한 경향을 주도한 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인간학과 이에 연관된 제학문, 특히 문화인류학의 발달이었다. 철학자 바티모(Gianni Vattimo)는 ‘문화인류학의 탄생’을 ‘군중 사회의 등장’ 및 ‘과학적 기초의 위기’와 함께 20세기의 실존주의를 가능케 한 역사적 조건으로 꼽기도 한다. 현대의 문화인류학은 자신의 연구대상을 규정하기 위한, 그리고 과학으로서 자신의 자율적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서 문화의 개념화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래서 인간의 정신적 성장 및 자기실현이라는 이상과 가치를 함의하는 고전적 개념을 표상하기 위해 사용된 문화라는 언어를, 초창기 문화인류학자들이 일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취득하고 생산한 ‘모든 것’을 나타내는 탈이상적이고 몰가치적 개념을 가리키는 용어로 택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문화의 개념에 복수적, 다차원적, 상대적 요소를 도입한 이 새로운 인간 과학의 특성은 물론 19세기의 다른 근본적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한 특성이 형성된 것은 중세적 보편주의의 분명한 위기, 민족주의의 급속한 전파, 근‧현대의 지리상 발견의 구체적 여파, 경험주의의 지속적 확산 등과 연관하여 고찰될 수 있으며, 타문화와 접촉을 통해 서구인들의 ‘자기 비판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시기와 맞물려 있다.

또한 인류의 삶의 형태가 복합성을 띄게 된 데에도 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실존의 형태에서 매우 복합적인 삶으로의 전이는 현실의 이해를 위한 통합적 지식에 대한 욕구를 낳게 했다. 그래서 가능한 한 근대적 삶의 모든 복합성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을 찾게 되었다. 이것은 인류학적 또는 과학적 문화 개념의 또 다른 측면들을 보여준다. 첫째 고전적‧인문학적 개념의 주된 관심이 이상(理想)적, 규범적, 목적론적인데 비해, 인류학적 개념은 본질적으로 ‘지식(知識) 추구적’이다. 둘째 그것은 앞서 언급했듯이(1.2.) 총체적 성격의 개념이다. 이는 방법론적으로 총체적 접근이라는 단순 사고이든, 문화현상 이해의 전제(前提) 이념으로서 총체성이든, 상이한 요소들의 인식적 가치를 각각 인정함과 동시에 접합하고자 하는 의도의 표시인 것이다.

따라서 서양사상사의 맥락에서 보면, 문화의 이념은, 19세기 중반부터, ‘인간관과 세계관 형성의 근본적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의미성(多意味性)을 포함한 문화 개념의 제 문제는 분화된 각 학문이 나름대로 통합적 지식을 추구하는 발전 양상 및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역사적 특성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이론화 작업을 위한 언어 차용의 관점에서 볼 때에, 문화 개념의 역사는, 기존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이념을 품고 있는 이론의 발전사이다. 다시 말해, 이런 전환기에 이루어진 문화의 개념은, 이미 일정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삼았지만, 새로운 ‘이론적 입장’과 ‘지식의 창출’을 위한 이른바 ‘과학적 구성’의 개념임을 주장한다. 물론 ‘입장의 주장’을 위한 ‘언어의 차용’은 단순히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었으며, 새로운 이론화 작업을 위해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의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문화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이념적, 방법론적 전투의 결과는 그 어느 쪽에도 결정적 승리를 안겨 주지 못했다. 따라서 문화라는 한 단어를 통해 나온 상이한 이념적 의도(意圖)의 두 목소리는 현실에서 그 단어 사용의 이분화를 초래했다. 이것은 오늘날 일상적 사용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인류학적‧과학적 개념의 문화는, 자신의 본질적 총체성으로 인해, 다른 형용사적 접두어에 의해서 구분성과 영역을 획득하는 명사가 되었다. 예를 들면, 정치문화, 정신문화, 물질문화, 군대문화, 예술문화, 출판문화, 고급문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외형상 일정 ‘분야’에 의해서 한계가 지워지는 수동적 의미어가 되어 고유의 의미를 상실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고전적‧인문학적 개념의 문화는 고유의 가치 개념적 성격을 유지하여 일정 명사에 가치론적, 목적론적 의도를 부여하는 형용사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문화유산, 문화수준, 문화정책, 문화교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일정 명사에 능동적 ‘의미부여’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식적 구분은 일차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주변상황의 변화 추이를 정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식론적 기준과 세계관 형성을 위한 ‘인간 사고의 역정’을 동반자적 자세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뿌리깊은 곳까지의 관찰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의 개념과 존재론적, 역사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여타 개념들을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그 대표적 개념이 사회이다. 다시 말해, 문화와 사회의 개념적 구분성과 연관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문화의 세기’에 맞는 ‘관계의 위기’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난하다. 우리는 새 세기를 맞이하기 전인 20세기 말부터,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구호처럼 외쳐댔다. 그런데 문화의 세기가 우리에게 가져온 것이 무엇인가? 아니면 문화의 세기의 도래와 함께 우리 삶에서 변해 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문화의 세기와 함께 온 것은 ‘관계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즉 사람 사이의 관계에 다양한 위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적 성과가 부상하면서 사회적 관계에 급격하고 다양한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와 사회가 조화로운 공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심한 갈등의 상황에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인터넷 문화의 확산은 부부 관계, 세대간의 관계, 부자와 빈자의 관계,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관계 등에 위기를 가져 왔고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성찰을 위해서는 당연히 문화와 사회의 개념과 그 현실적 의미에 대한 재조명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사람들이 이론적이라고 외면하기 쉬운 개념 천착의 실용적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구나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여기기도 하는 사회와 문화라는 말의 개념 형성 과정에서 인간관과 세계관 변화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오늘날 ‘문화의 세기에 맞는 관계의 위기’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과제다.

2.1. 인간은 사회적 동물?

우리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현대적 이성의 그 못 말리는 의구심과 해체 작업으로 진리라는 신화는 더 이상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 시대에도 이 말은 ‘진리’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말의 원조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것도 이제는 상식 수준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정말 인간을 무엇이라고 정의했을까?

그가 자신의 정치학과 윤리학 저서에서 인간을 수식하기 위해 쓰는 말은 주로 ‘폴리티콘(politikon)’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본성은 ‘폴리티콘 조온’(politikon zoon)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폴리스를 구성하며 폴리스에서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서 폴리스는 본질적으로 정치공동체이고, ‘폴리티콘 조온’을 직역하면 ‘정치적 동물’이다.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폴리스만이 자족(自足)의 능력이 있고, 각 개인은 물론 그 이하의 공동체, 예를 들어 마을이나 가족은 그 자체로 자족의 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이런 소규모 공동체나 각 개인은 도시-국가 폴리스의 일원으로서 그에 참여할 때, 비로소 자족의 수준에 이를 수 있고 그것은 바로 행복의 조건으로 이어진다. 이는 공동체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갖는 정치 권력의 실체가 일상 생활에 침투하는 정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고대 공동체에서는 오늘날 민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상당수 형법적 해결의 대상이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덕(德)을 논할 때도 그 덕은 주로 폴리스의 공적인 일에 참여하는 공인으로서 덕을 의미한다(이는 동양사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유가에서 덕은 상당수 군자의 덕이고 군자는 공인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유가사상 역시 사회철학이라기보다 정치철학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인들에게는 다수 공동체로서 폴리스에서 정치성과 사회성은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더 나아가 오늘날 현대인이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시에는 정치의 영역에 흡수되어 있었다. 폴리스의 사람들에게는 ‘정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개인이나 가족 또는 마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우선하는 것이었다. 개인은 우선적으로 자신과 폴리스를 동일시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영어를 비롯한 현대 서구어로 된 아리스토텔레스 저서에서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 ‘사회적 존재(social being)’라는 표현들을 발견하는 것은 한편으론 번역 관습의 문제이고, 다른 한편으론 개념 적용의 문제이다. 물론 개념이 형법적인 것이 아닌 이상 ‘개념 불소급의 원칙’은 없다. 오히려 개념은 상당수 소급 적용의 원칙(?)을 따른다. 하지만 어떤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서 어디에 소급 적용되었는지를 아는 것과 그 적용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여기서 주지하고자 하는 바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사회의 개념은 18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고대와 중세사를 사회라는 화두로 조명하는 것은 차후에 형성된 개념의 소급적 적용이라는 것이고, 따라서 그 적용의 정당성은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에서 이른바 ‘사회 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인간관계가 국가 개념에 의존하는 것에서 분리돼 인식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이것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구체적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루만(Niklas Luhmann) 등의 사회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사회적 실존을 나타내는 공동체적 삶(koinonia)이 사회적 관계의 한 영역인 정치 공동체(koinonia politike)를 의미하는 고대의 전통은 이어져 왔고, 그것이 존재론적 윤리학적 우선권과 가치를 부여받았다. 따라서 사회적 성격에 대한 관찰과 이해는 정치 이론의 범주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인간 공동체의 의미가 기능, 구조, 과정, 정보, 행위 코드, 복합성 등의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주로 공적 대인 관계, 법률, 제도 등의 개념으로 조명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자율적 영역의 현실’로서 사회는 무엇보다도 사회의 실재(實在) 자체에 대한 굳은 신념에 의해서 가능했다(사회가 존재하지 않았다니? 지금의 우리로서는 우스울 정도의 일이겠지만, 서구에서 불과 250여 년 전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천착하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사회이론의 실질적 발전을 위한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회의 자율성이 확립되기 위한 터전을 제공한 제일 조건은 산업혁명의 강한 영향이었다. 산업혁명과 함께, 국가에 대해 상당한 자율권을 가진 영역으로서 사회(구체적으로 Civil Society)의 개념이 부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시빌 소사이어티로서의 사회는, 정치적인 면에서는 국가와 구별되는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삶의 물질적 조건의 총체적 영역에서 시민계급의 혁신적 정신을 표상하게 되었다. 이는 산업혁명의 영향과 시민계급의 부상이 ‘인간 관계에 개입하는 물질적 조건’을 새로이 형성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계가 사회의 의미 있는 본질적 구조로 자리잡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적 사회의 존재와 그 존재에 대한 의식이 확립되면서 지난 2세기 동안 ‘사회’라는 말은, 인간 현상에 관한 이론화 작업에서 현상 전체를 겨냥하는 개념이자 각 연구 분야의 지배적 개념이었다. 이것은 인식론적 관점에서도 지식의 근본적 비판은 사회이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 -단순히 물질적 생산의 증가 현상을 넘어서- 사회를 ‘인간 관계에 개입하는 물질적 조건’이라는 맥락에서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또한 사회 관찰에 있어서 법적 특성을 내포하는 정치적 요소가 약해지는 반면, 경제적 특성을 내포하는 문화적 요소가 강해지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즉 인간이 정치적 동물에서 사회적 동물로 새로이 부상함과 동시에 문화적 동물로 각별히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물질론을 바탕으로 한 문화 의식, 산업으로서 문화, 대중 전달과 소비로서 문화는 이 때부터 싹튼 것이다.

통시적 안목으로 볼 때 오늘날 우리가 특별한 의미로 사용하는 ‘문화의 세기’의 시작은 18세기 후반에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시대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서구에서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중요시 여기지만- 문화의 세기를 구호로 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유난히 구호로 삼았다는 것은 우리 역사 인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2.2. 사회와 문화

문화의 개념은 문화인류학 용어로 정착하던 초기부터 사회의 개념 못지 않게 인간의 삶을 총체적 이념으로 묘사하고 분석하려 했기 때문에, 이 두 개념은 서로 배타적이 되기도 했었다. 지금 들으면 이상하겠지만, 오늘날 문화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프랑스 학계의 일부에서는 불과 20세기 초까지 사회의 개념과 혼동된다는 이유로 문화라는 말의 술어적 사용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연관하여 인식될 수 있는 문화의 개념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 인류학자들은 문화라는 요소가 사회에 비해 인간의 속성을 더 잘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인간 외의 동물, 곧 벌이나 개미, 철새 떼, 늑대 무리 등 여러 동물 집단에서도 사회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지만(물론 여기서도 동물의 군집성과 인간의 사회성은 구별되지만), 문화적 성과는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입장에서 우리는 사회로부터 구분되는 문화 개념의 기준이 ‘생산’을 비롯한 창조행위와 그 ‘성과’ 및 그것을 ‘즐김’에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생산 활동과 연관이 있다. 쉽게 말해, 사람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과 연관이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바로 사람의 삶에 개입한다. 따라서 인간의 생산물(창조물이라고 해도 좋다)과 그 생산물의 영향이 특히 오늘날 문화라는 말이 갖는 본질적 의미다. 우리가 오늘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인류학에서 인간 삶 전체와 동일시하는 총체적 의미의 문화 개념과도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고급 예술과 밀착된 고전적 문화의 편협한 개념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물론 고전적 개념도 창조 및 생산의 의미와 분리될 수 없다).

18세기 말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생산물은 그 이전의 시대와는 현격한 차이를 두면서 증가해 왔다. 그리고 이른바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생산물은 양적으로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갖게 되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표현하면 하드웨어의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창조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산물과 함께 인간은 역사적으로 특별한 의미의 문화적 삶을 살고 있다. 자동차와 비행기로 관광 여행을 하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인터넷을 이용하고 이동전화로 대화를 한다. 그뿐 아니라 극장에서 영화와 뮤지컬을 보고 VTR이나 DVD플레이어로 다시 보며, 오디오 시스템으로 고전 음악을 듣고, 캐릭터와 콘텐츠라는 말이 친근해지는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의미의 문화적 삶은 대중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즉 문화산업과 대중문화를 아우르면서 고전적 문화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포함하는 것이 오늘날 문화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이다.

반면 오늘날 문화라는 유행어 때문에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의 역할과 의미다. 사회는 ‘관계’를 그 본질로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 말이다. 가정이라는 기초 단위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부부 사이의 관계와 부모 자식 사이의 관계를 비롯해, 좀 더 큰 인간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사회라는 말이 본질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개념 형성의 역사와 논리적 구조로 보아, 사회의 개념은 ‘관계’의 요소를 본질로 하며, 문화의 개념은 ‘실현’의 요소를 본질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생산의 맥락에서 보아도 사회의 개념을 통해서는 생산행위가 이루어 질 때에 생산주체 사이의 관계를 주로 관찰하려 하고, 문화의 개념을 통해서는 생산이라는 실현 과정을 주로 분석하려 한다. 이것은 서양어의 라틴어 어원에서 문화는 ‘경작(cultura)’이라는 뜻에서, 사회는 ‘동료(socius)’라는 뜻에서 유래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사회라는 말로는 사람 사이의 관계, 체제 사이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체제 사이의 관계를, 문화라는 말로는 생산을 포함하는 인간의 실현능력과 자기실현의 가능성을 주로 의미한다.

그런데 사회와 문화, 즉 관계와 실현이라는 두 명제를 이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매개(媒介)의 개념이다. 이것은 또한 현실적으로도 오늘날 사람 사이 및 인간집단의 관계는 문화적 실현 행위에 따른 성과물에 의해 끊임없이 매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문화 활동 자체가 인간 관계를 끊임없이 매개한다.

쉽게 말해, 문화 생산물은 인간 관계에 개입한다. 생산과 그 생산의 성과물로서 현대문화는 사람 사이의 사회 관계에 끊임없이 개입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나 인터넷처럼 물질적 성과를 그 기본으로 하든, 아니면 대중음악과 각종 퍼포먼스같이 예술적 성과를 기본으로 하든 문화적 실현은 사회 관계에 개입한다. 이를 다시 말하면 사회 관계는 문화적 성과에 의해서 끊임없이 간섭받고 매개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동물의 군집성과 인간의 사회성을 구분해주는 것도 문화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자 매즐리시(Bruce Mazlish)는 인간이 군집성 동물들과 다른 사회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인간은 생물학적 유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유전도 가지며, 더 나아가 인간의 진화는 물리적이지 않고 문화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이런 사회 문화적 진화의 특성을 자손의 번식을 통제하는 수단과 방식에서도 관찰한다. 다른 동물들도 새끼 살해 등의 수단으로 출생을 조절하여 개체 수를 통제하는 경우가 있지만, 인간만이 관습을 통해 출산을 조절하며, 낙태 기술과 문화적으로 발달시킨 여러 가지 피임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만 특유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 자체가 문화적 질문이라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문화가 사회에 개입하는 구체적 예는 사회과학자들의 주된 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포스트먼(Neil Postman)은 “서구에서 비생물학적 정보관리를 위한 제도로서의 가족은 인쇄술의 부흥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쇄술의 발달과 도서의 보급 확산과 함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주제에 대한 책을 구해 볼 수 있게 되면서, 부모는 보호자, 후원자, 양육자 그리고 취향과 바른 판단을 유도하는 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는 것이다. 즉 부모의 기능은 가족을 허물 위험이 있는 정보들을 가족의 영역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아이가 의당 어떠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포스트먼의 주장은 자신의 관점이 인터넷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물론 실현으로서 문화가 관계로서 사회에 개입‧간섭‧자극‧방해하는 매개 현상은 관계를 맺어주는 매개일 수도 있고 관계를 파괴하는 매개일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보면 -이미 18세기에 칸트(I. Kant)가 간파하였듯이- 문화의 성과물은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조건을 제공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적 판단이다. 인간 정신과 기술의 실현성이 고도에 이른 시대에는(지금보다 더 발달한 정보‧지식‧멀티미디어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지만) 문화적 활동의 결과는 매우 복합적일 것이고 관계를 매개하는 방식도 극도로 다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문화 연구에서 ‘관계에 대한 실현의 매개가 어떻게 최적의 성과를 얻는가’라는 것은 시대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문화적 입장에서의 성찰’과 ‘문화에 대한 사회적 입장에서의 성찰’이 교호적(交互的)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3. 시대와 위기

시간 숭배는 또한 시대 숭배를 가져오는데, 우리가 문화의 세기라고 할 때 우리는 한 시대를 단순히 특징짓거나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상징화한다. 바르트(Rolan Barthes) 같은 학자라면, 사람들이 그 상징성을 당연시하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현대의 신화’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얼마 전 어떤 대학 교수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필자에게 이렇게 물어 보았다. “몇 년 전부터 문화의 세기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문화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무슨 특별히 좋은 뜻이 있을까요? 그것이 정보지식사회의 발전과 연관이 있습니까? 문화로 돈 벌자고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이 문화적이 되자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그는 계속 물어댔다. 그는 지성인답게 범인들의 당연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질문을 잘 보면 어떤 형태로든 문화의 세기가 긍정적 가치일 것이라는 것이 ‘당연하게’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특별히 좋은 뜻’, ‘정보지식사회의 발전’, ‘문화로 돈 벌기’(일종의 문화국부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되기’(이건 고전적 문화 개념의 잔재다) 등 그리 부정적인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는 그 긍정의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답답한 것이다.

시대의 당연성은 그 의미와 특징을 잘 파악하지 않으면 의구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넘어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문화의 세기라는 말을 할 때에,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긍정적인 의미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말인데 안 그렇겠는가. 그런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에 의한 가정 불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전화 사용 때문에 공공 장소에서 일어나는 시민들 사이의 갈등, 문자문화에서 영상문화로의 급속한 전이로 인한 문화 향유 방식의 불균형 등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화의 세기와 밀접하다는 것은 얼른 생각하지 못한다.

반면 어떤 표현에 문화라는 말이 붙어 있으면 그것이 문화의 세기라는 우리 시대의 특징과 연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예를 들어서, ‘일본 문화 수입’이라든가, ‘문화 상품 개발’이라든가 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이른바 ‘해리 포터 신드롬’이 문화의 세기와 밀접하다고는 바로 생각하지 못한다.

영국 작가 롤링(Joan K. Rawling)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도서‧영상 양 분야에 걸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에 각종 캐릭터 상품과 게임 상품으로 연계되는 것까지 합하면 그 문화적 성공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그 작품의 환상성 때문에 어른들조차도 현실도피 심리가 발동될 수 있고, 현실감이 결여된 아이들의 균형적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나친 우려일지도 모른다. 해리 포터 책을 읽은 남편이 갑자기 아내에게 아이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나. 아니면 마법의 학교를 찾아 가출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일상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그 책을 사주고(그것도 시리즈니 계속 사주어야 한다) 영화 예매를 하고 캐릭터 상품을 사주기 위해 별도의 가계 지출을 해야 하며 그러다 보면 부부끼리 아니면 부모와 아이들이 다투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듯 문화적 ‘사건’들은 항상 관계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 생산물의 증가와 문화 교류는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기던 사회 관계가 문화적 매개로 인해 위기를 맞는 사태를 가져온다. 이에 더해서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문화추종적 경향’은 ‘사회 관계에 대한 관심’조차 약화시켰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사회적 관계는 아직 전통적 틀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 비해, 문화적 생산물은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라 주로 남의 나라에서 창조 발전된 것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그 위기의 강도는 강하게 느껴진다. 그 가운데서도 각 세대간 괴리 현상과 빈자와 부자 사이의 문화 향유 불균형은 ‘관계의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물론 문화적 매개에 의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는 부정적인 만큼 긍정적 모습도 많이 갖는다. 하지만 문화의 세기라는 말은 그 긍정적 대표성 때문에 부정적인 모습들을 감추기 쉽다. 오늘날 중요한 것은 기존의 인간 관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관계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사람 사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에 위기가 온 것이다. 문화의 세기에 맞는 관계의 위기, 즉 문화력에 의해 매개되는 사회성의 위기가 현재 우리의 위기인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성취를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지혜 또한 필요하다. 이런 지혜가 우리의 미래를 좀 더 평안하게 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문 http://blog.naver.com/verthandi/8001581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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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의 개념과 마케팅
문화관련글발 | 2007/05/14 21:27
문화산업의 개념


- 문화산업이란 용어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저서 '계몽의 변증법'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당시 문화산업에 대한 논의는 문화산업자체에 대한 논의보다는 문화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따른 대중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하기 위한 도구적 개념으로 사용된 성격이 짙다.

- 20세기 중엽에 들어서면서 대중문화는 경제적 부흥기를 등에 업고 보다 전문화되고 광범위화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 문화산업도 좀더 세분화되고 상품화의 형태도 다양해지기 시작하였다.

- 문화산업은 '문화·예술을 상품화하여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한 산업'이라는 개념으로 정착하게 되었으며, 소수 특권층에만 국한되었던 '엘리트 문화'에서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대중참여 문화'로의 이행이라는 문화민주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이 논의되었다.

- 이에 따라 학문적 연구경향도 문화산업의 집중화와 독점화 등을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정치학자' 그룹들이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산업구조 재편과 함께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의 문화산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 1990년대 들어서는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첨단기술이 문화산업에 가속적으로 융화되고 새로운 창의적 산업으로 지속적인 확대가 이루어져 신지식산업의 중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문화산업의 특성

o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의하면, 문화산업은 문화상품의 생산·유통·소비와 관련된 사업으로서 영상, 음반·비디오물·게임물, 출판, 미디어, 문화재, 캐릭터, 디자인, 광고, 공연, 미술품, 전통공예품 관련 산업, 기타 전통의상·식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망라하고 있다.

o 문화산업의 특성

- 문화산업은 제작자의 전문성과 창조성이 제품의 질과 가격을 결정하는 창조산업으로 중간재의 투입에 비하여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또한, 문화산업은 창의력 및 기획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집약적인 산업으로 첨단기술과 문화가 융합되는 미래형 산업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 문화산업은 환경오염 및 공해 등 외부효과를 유발하지 않으며, 주어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이며, 또한,  국민 모두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문화향수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공공재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 externality

- 문화산업은 일개 영역에서 창조된 문화상품이 부분적인 기술적 변화를 거쳐, 활용이 지속되면서 그 가치가 증대되는 효과(윈도우 효과)를 지니고 있다. 또한, 문화산업은 초기 상품생산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일단 생산된 상품을 복제할 경우,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 --> windowing effect/increasing returns to scale

- 문화산업의 집적효과는 타 분야보다 더욱 높게 나타난다. 즉, 콘텐츠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문이 혼재해 있고, 제작 및 생산과정에서 고급인력과 중급인력의 협력이 요구되며, 생산단계상 아웃소싱이 고도화되어있는 문화산업의 특성상, 산업내 혹은 산업간 집적은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 문화산업을 한 가지로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는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 포괄적이기 때문인데, 문화산업을 '다양한 산업이 지니는 문화적 측면'으로 정의할 경우 오락이나 스포츠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이 문화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선진산업국에서 정의하는 문화산업은 '대중을 위한 문화상품을 제작함으로써 영리를 추구하는 산업'(koivunen, 1998)을 의미하여, 여기에는 영화, tv, 라디오, 출판, 음반 및 각종 문화컨텐츠 등이 포함된다.  이들 문화산업이 가지는 또 다른 공통점은 기술 의존도가 높으며 동일한 상품을 반복적으로 재생·판매할 수 있고, 한 번 생산된 제품을 다른 매체에 맞게 전환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부각된 문화상품의 '디지털화'는, 대부분 문화상품의 재생산 및 전환비용을 극도로 낮추어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무한한 시장의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문화산업의 발전

- 모쉘라(moschella, 1997): 1964년 이후 시작된 정보통신혁명을 4단계 - 시스템중심기(1964-1981), pc중심기(1981-1994), 네트워크중심기(1994-2005), 컨텐츠중심기(2005-2015) - 로 구분하였다. 그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고도화가 완성될 시점이 오면, 산업계의 구도는 컨텐츠와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변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화, 인터넷, 방송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결국 하나로 통합되고, 대부분의 인간활동들이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웨어, 정보, 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소위 「컨텐츠 중심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화와 온라인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문화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세계 각국은 정부차원에서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 문화산업의 생산은 크게 네 단계 - 창작, 개발, 패키징, 마케팅 및 판매- 로 나뉜다(ministry of education, 1997).  창작단계는 예술가, 극작가, 음악가 등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문화상품의 원천품(source)을 창작하는 단계이며, 이 단계에서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발단계는 예술가의 독창적 창작물을 대중에게 전달시키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상업화' 단계라 할 수 있다. 패키징단계는 만들어진 단위 원천품을 가지고 공연, 이벤트, tv시리즈, 인터넷 서비스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묶음'으로 만들어 하나의 문화상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마케팅 및 판매단계는 극장, tv, 인터넷 등 채널을 통해 문화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주로 예술가의 창작활동 지원이나, 이용자의 문화상품향유 지원측면에 국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문화산업을 위한 지원은 개발단계 등 산업적인 측면에 보다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koivunen, 1998).


문화산업과 도시발달

o 문화산업은 사회발전의 여러 측면에서 크게 기여한다.

- 우선, 문화산업은 지방경제기반의 한 부분으로서 주민들에게 일거리와 소득을 창출해주며, 후기산업사회에서 주도적 부문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서 문화산업을 접근하고 있는데, 이 때, 문화는 더 이상 '삶의 방식'이나 좁은 의미의 '예술적 활동'이 아닌 경제적 기반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o 문화산업은 도시의 이미지 향상과 정체성 확립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 문화산업은 한 국가나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내용을 창조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재창조한다는 측면에서 고유의 문화를 재조명하고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더 나아가 상품에 체화된 문화적 요소로 도시의 긍정적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역으로 국민적 자긍심을 고양하는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에 기여한다.

- 또한 문화산업은 문화의 창조 및 생산을 촉진시킴으로써 예술가들의 창조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게 하여 지역이나 도시의 고유한 문화예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킨다.

o 문화산업의 활성화로 시민의 생활수준 향상과 여가기회 확대 등으로 더욱 커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상품에 대한 욕구와 수요에 부응하게 되며, 시민들의 문화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시민 개개인의 문화감수성을 증진시키고 창조력을 습득시킨다. 이는 도시나 개인이 지식기반산업 및 창조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미래산업 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점차 필수적인 것으로 요구됨.
문화산업의 육성

o 클러스터 정책은 클러스터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수단이나 조치들을 의미한다. 클러스터의 경쟁력은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내외 주체가 유기적으로 혹은 전략적으로 얼마나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클러스터 정책이란 클러스터와 관련된 주체들 스스로 할 수 없는 영역이나 혹은 할 수 있으나 개별 주체들의 노력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역할을 보강하는데 필요한 정책들로 이해될 수 있다.

o 클러스터 형성을 위한 정책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되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이는 하나의 클러스터가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갖고 성장하는데 절대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혼합형 발전 전략을 지향해야 한다.

- 문화산업을 지역경제활성화에 연계하는 일반적인 전략은 생산자 지향과 소비자 지향 등 크게 둘로 나뉜다. 소비자 지향전략은 지역의 삶을 개선하는 문화관광 사업을 개발함으로써 외부로부터 투자와 전문인력을 유입하는 방안이며(영국의 에딘버러, 노팅힐 등), 생산자 지향전략은 문화산업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 지역의 문화산업 전략을 채택할 때 둘 중 하나를 지향하나, 결국에는 두 전략이 수렴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는 문화산업의 가치사슬체계가 생산과 소비, 관광 등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o 포터의 클러스터 개념을 문화산업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모형으로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세필드 시의 cultural industries quarter: strategic vision & development study(1998)과 oecd의 innovative clusters(2001)의 두 보고서가 있다.

- 세필드 시청은 아라와 같은 포터의 경쟁력 평가 모형을 사용함으로써 시내에 분포되어 있는 문화산업이 여타 경쟁도시에 비해 성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가를 분석한 바 있다.


문화산업의 가치사슬 단계

o문화산업은 일반적인 정보와 지식 가운데 인류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목적으로 창의적인 문화와, 예술, 오락 등의 콘텐츠가 창출되고 확산되어 사용자에게 사용됨으로써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21세기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이다. 문화산업의 가치사슬 단계는 '창작단계-생산/제작단계-유통단계-소비단계'의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문화의 생산과 소비 장소

문화산업이 갖는 '문화'라는 독특한 특성이 '지역적인 이미지'와 '분위기'에 결합할 때 문화산업의 지역에의 뿌리내림과 공간집적은 가속화된다.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 곡이 만들어지고 연주가가 연습하며 공연장에서 공연되고 스튜디오에서 녹음된다. 이때 이들을 연결하는 매니저의 역할도 중요하다. 오케스트라, 오페라. 뮤지컬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

모두 다양한 장소에서 생산되고 연결된다. 디자인, 영상 관련 활동은 디자이너와 제조업자가 신속히 연결되어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리드해야 한다. 이때 판매, 마케팅도 다수의 소비자와 근접하게 위치하고 있어야한다. 문화상품은 그 특성상 공간적 근접을 특징으로 하고 필연적으로 만나서 협의하는 직접적인 접촉 과정이 필요하다. 또 문화의 창조, 생산에 이용되는 수단, 즉 용구, 기기, 시설, 조직 등 문화 자본이 필요한데 이것 역시 창조자들과 관련 생산자들과 근접하게 위치해야 한다.

지역을 중심으로 결합한 문화 생산을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scott(1997, 2000)은 도시의 문화 생산 시너지 효과를 다음 3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 장인산업 지역으로 예를 들어 이태리 지역이다. 프라토의 모직 섬유, 사솔로의 도자기, 페사로의 가구, 플로랜스의 가죽 제품 등이다. 둘째, 여행 휴양지이다. 생산과 서비스의 집적, 문화적 이미지, 접근성 등이 결합하였다. 셋째, 문화산업의 집적이다. 도서, 잡지, 방송, 광고, 의류, 보석등이 결합하여 도시의 문화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산업 생산의 공간은 소비의 공간과 밀접히 연관이 되어있다. 이 공간은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과 소비자의 문화 욕구 다양성을 고려하여 문화상품의 전시와 판매 및 소비는 한 곳에 집적되는 경향이 있다. 문화상품의 소비는 인간의 직접적인 접촉과 감상이 전제된 행위이기 때문에 공간적 근접성이 요구된다. 소비자가 많고 문화적 욕구가 높으며 다양한 대도시에 밀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비스와 감상의 형태를 띠는 문화 상품(연극, 관광, 스포츠 관람 등)은 소비의 집적이 일어나지만 제품의 형태를 띠는 문화 상품(영화, 음반, 출판,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 등)은 생산의 집적이 일어나고 정보 통신과 운송의 발달로 인해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소비의 집적의 경우는 소비를 위해 장소로 모여들기 때문에 장소의 특화가 일어나 장소의 독점력을 높이지만 생산의 집적과 상품의 전파는 생산지의 진품성과 명성을 높여 주어 장소의 독특함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도시 경제공간 발전에 사회적 자본이 중시되면서 첨단문화산업의 집적과 그 내적 특성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도시의 역사, 장소적 특성과 참여하는 경제주체간의 긴밀한 상호의존을 기반으로하는 도시의 사회.문화경제 발현의 기제로서의 첨단문화산업집적지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지, 세계적 연계망에 연결되어 국지적 집적에 의해 생산, 재생산되며, 둘째, 장소성에 바탕을 둔 산업생산의 혁신창출능력에 의존하며, 셋째, 집적지의 산업간 상호 합리적인 신뢰와 제휴관계에 바탕으로 하는 학습활동이 활발하며, 마지막으로, 생산-분배-소비가 네트워크화된 국지적 경쟁우위 창출하며, 장소, 문화, 경제는 공생적 관계로 발전하므로, 도시의 역사가 오래되고 경제주체가 역동적일수록 첨단문화산업집적지로의 발달가능성이 풍부하다.

따라서 도시공간경제의 발달과정에서 발현되는 내적 특성에 기초한 문화산업집적지가 아닌 외부 이식적인 문화산업집적지의 인위적인 육성은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문화산업시대의 마케팅


들어가며..

문화의 힘은 강하다. 한 국가가 지닌 문화의 힘은 그 국가의 국력과 직결된다. 고대의 그리스가 그랬고, 중세의 로마가 그랬으며, 근대의 영국이, 현대의 미국이 또한 그렇다. 우리는 지금도 "그리스로마신화"를 묵상하고, "비틀즈"를 암송하며, "헐리우드 영화"를 찬양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화산업을 지원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문화활동에 투자하며, 수많은 문화콘텐츠의 물결 속에서 소비자는 환호한다. 바야흐로 문화를 모르고는 살 수 없는 문화산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 국가의 문화는 국가정신이 집결된 자산이요 코드다. 다른 문화에 대해 폐쇄적인 국가의 문화가 발전할 수 없듯이 모방과 수입으로 점철되는 문화산업도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창의적인 고유의 문화코드와 다양한 異문화가 골고루 섞여 균형을 이루는 사회야말로 문화로 다양하고 문화가 창의적인 문화로운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 문화산업의 개념

최근까지의 문화산업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우선 협의의 개념으로는 오락의 요소가 상품의 부가가치 형성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산업을 의미하며 광의의 개념으로는 문화와 예술분야에서 창작되거나 상품화되어 유통되는 모든 단계의 산업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문화와 예술 상품을 생산하고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을 문화산업의 주요 활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 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상이하고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문화산업의 범위가 다르고 용어도 다른 형편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산업 동향 분석 기관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는 우리가 흔히 문화산업이라고 지칭하는 산업을 '오락, 미디어산업(entertainment and media industry)'이라고 표현하며 이 같은 범주에는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음반, 인터넷, 잡지 출판, 신문 출판, 서적 출판, 정보 서비스, 광고, 놀이공원, 스포츠 등의 산업 군이 포함된다.

이 같은 정의에서 특기할 것은 최근 디지털 기술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인한 문화산업 환경의 변화를 이 법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위의 문화상품의 정의에서 보듯이 2002년 개정안에는 '디지털 문화콘텐츠'라는 개념이 삽입되어 있는데 문화산업은 "디지털문화콘텐츠의 수집?가공?개발?제작?생산?저장?검색?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을 포함한다. 이 법에서 '디지털문화콘텐츠'라 함은 "문화적 요소가 체화 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콘텐츠"를 말하며 '디지털콘텐츠'란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한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문화)콘텐츠와 관련되는 개념으로 '멀티미디어콘텐츠'라는 용어가 있는데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멀티미디어콘텐츠를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과 관련된 미디어를 유기적으로 복합 시켜 새로운 표현 및 저장 기능을 갖게 한 콘텐츠"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내의 이러한 문화산업의 개념확대는 최근 문화산업의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는 1)온라인화, 2)무국적화, 3)디지털화, 4)독점화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우리가 흔히 문화산업이라고 부르고 있는 영화, 음악, 공연, 게임, 전시 등의 장르는 일반산업과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는 2000년 1월 표준산업분류를 개정, 문화산업을 '특수분류'로 설정해 출판, 음반, 게임, 영화, 방송, 공연 분야를 문화산업의 영역에 포함시켰다. 이밖에 건축 및 조경설계 서비스업, 사진촬영 및 처리업, 전문 디자인업, 광고업, 공예품 및 한복 제조업과 유통업, 뉴스제공, 도서관, 박물관, 예술 및 문화 부문 교육 서비스업 등을 기타 문화산업으로 분류했다. 문화산업은 1)사회구성원의 정체성과 생활양식에 영향을 끼치고 2)공공재(public goods)의 성격이 강하며 3)유행 상품이어서 수명이 짧고 4)타 산업에 비해 창구효과(window effect)가 높다는 특성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은 아직까지는 산업화의 초기단계이며, 산업화의 성숙기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의 확대가 필수적인 관건이다.


2. 문화산업의 규모

조사 대상이나 범위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0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요 문화산업(영화, 방송,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시장 규모는 13조원을 넘어섰으며 1999년에서 2003년까지 연평균 21.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1 문화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00년 우리나라의 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음반, 게임 산업의 매출액은 7조 1,138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2003년에는 1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률은 2000년에서 2002년 상반기까지의 우리나라 평균 경제성장률 6.1%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한민국 문화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77%에 불과하다. 자동차 5.5%, 반도체 7.7%, 조선 40.9%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수치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은 아직 많은 발전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문화산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최고의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가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아웃룩 : 2001-2005'에 따르면 세계의 엔터테인먼트산업 및 미디어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7.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보고서는 이 같은 고도성장 추세가 이어진다면, 2005년 이 분야 시장규모는 1조 2천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2000년 3천520억 달러에서 2005년 4천960억 달러, 캐나다는 2000년 147억 달러에서 2005년 205억 달러,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를 포함하는 이른바 'emea 시장'은 2000년 2천700억 달러에서 2005년 3천750억 달러로 규모가 커질 전망이이며, 라틴아메리카는 가장 빠른 속도로 엔터테인먼트산업 및 미디어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지역의 시장규모는 2000년 393억 달러에서 2005년 708억 달러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2000년 1천540억 달러에서 2005년 2천1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각각 예측했다.

문화산업은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어떤 산업보다도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다. 대한민국에 문화산업의 열풍을 몰고 온 영화 '쥬라기공원'과 '타이타닉'의 경우 각각 8억 5,000만 달러와 32억 달러라는 막대한 흥행수입을 올렸다. 또한 국내영화 '쉬리'의 경우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600만 관객동원과 506억의 수익을 올려 소나타 자동차 11,657대의 생산효과와 동일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2001)에 의하면 연평균 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세계 문화산업의 성장속도는 80년대와 90년대 세계 gdp 성장속도의 3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문화산업이 세계적으로 차기 핵심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문화산업시장의 현재 시장규모때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잠재 성장가능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3. 문화산업의 동향

지난 몇 년간 세계 거대 미디어들이 시도한 엄청난 규모의 전략적 제휴, 합병은 문화산업의 영역이 나날이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반증이며,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문화산업시장의 출현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aol 타임워너, 월트 디즈니를 비롯하여 일본의 소니, 호주의 뉴스코퍼레이션 등 소위 'big 7' 기업들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근거에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라는 경제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 전략 혹은 '미디어 믹스(media-mix)' 전략은 이러한 시장구조를 실현시키기 위한 독특한 경영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문화산업에서의 융합과 통합은 한 기업의 경영전략이기에 앞서 오늘날 문화산업시장의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들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뚜렷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미디어 선도기업들은 문화산업 비즈니스의 황금율(golden rule)이라고 할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의 극대화 전략’을 예외 없이 중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제휴와 협력을 통한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의 완성이라고 하는 공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날로 변화무쌍하게 진전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흐름과 콘텐츠 개발 및 배급의 추세가 서로 일체화되고 수렴해 가는 현상으로 특히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구체적인 수익모델과 연결되어 아주 중요한 전략적 가치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다자간 연합 수익모델의 구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일부 대형 미디어 복합그룹들은 심지어 다른 경쟁사와도 손을 잡고 콘텐츠 유통과 최종 과금(지급, 결제)의 전 과정에서 협업을 추구하는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의 패턴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게임, 음악, 공연 등에서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연평균 14.6%씩 성장하여 2003년에는 36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양적성장으로 문화산업의 토대가 구축되었으나 이후 2차 질적 성장을 방해하는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 산업의 성장 주기상 인프라가 정착되는 초기 태동기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후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하지 못하고 산업전체가 깊은 슬럼프에 빠지는 캐즘(chasm)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성장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은 형편이다. 기획, 제작, 마케팅 전문 인력의 부족, 문화산업 기업의 영세성, 전근대적인 유통구조, 불법 복제물의 범람, 저작권 보호와 이용의 조화, 협소한 국내시장 규모에 따른 빈약한 내수의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은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로 인식되고 있다.


4. 문화산업의 특징

문화산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창구효과'다. 흔히 'one-source multi-use'라고 부르는 개념이 그것인데, '원소스 멀티유즈'란 하나의 원천 콘텐츠가 게임·만화·영화·캐릭터·소설·음반 등의 여러 가지 2차 문화상품으로 파급되어 원소스의 흥행이 2차 상품의 수익으로까지 이어지는 문화상품만이 가지는 연쇄적인 마케팅 효과를 의미한다. 이러한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마케팅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장르에서의 성공이 다른 장르의 문화상품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문화콘텐츠의 가장 핵심적인 마케팅전략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요즘은 오리지널 소스가 성공한 후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원소스 멀티유즈'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전략인 '원브랜드 멀티유즈(one-brand multi-use)'가 각광을 받고 있다. '원브랜드 멀티유즈'란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게임·출판·음반·애니메이션 등으로 동시에 발표, 시너지효과를 겨냥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일명 '미디어 믹스' 전략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영화 '매트릭스'의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동시발매가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화산업의 창구효과는 원소스의 흥행여부에 따라 파생상품의 흥행이 결정되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문화산업은 그 특성상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높으며, 성공시의 수익성이 극도로 높은 '고수익 고위험(high risk high return)'을 수반한다. 흔히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도박적인 용어로 통용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오랜 시간 동안 문화산업분야에 안정적인 자본의 유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또한 이러한 문화산업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열악한 문화기업들을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문화상품만의 고유한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 문화의 획일화와 무국적화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문화상품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문화상품의 특성상 기업의 가치평가와 같이 아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지표화는 힘들겠지만, 소비자 사전조사 및 전문가 평가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은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특수성은 문화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문화마케팅의 개념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는 문화마케팅의 개념은 크게 '마케팅을 위한 문화(culture for marketing)'와 '문화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culture)의 두 가지 측면이다. 일반기업의 문화지원 및 문화경영을 전자로 본다면 문화산업의 마케팅활동을 후자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 음악, 공연,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의 문화장르는 산업화의 초기단계이며, 산업화의 성숙기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마케팅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문화상품의 특수성은 문화산업에서의 마케팅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데, 문화산업의 마케팅은 일반산업의 마케팅활동과 비교할 때, 1)감성마케팅, 2)체험마케팅, 3)구전마케팅, 4)제휴마케팅 등이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다.


5. 문화마케팅의 사례

최근 들어 산업화되고 있는 공연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단연 '난타'다. 1997년 초연 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는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에서는 처음으로 관객 100만 명 고지를 돌파했다. 2000년 7월 전용극장을 마련해 현재도 공연 중에 있으며 지금까지 16개국 81개 도시에서 공연을 가졌다. 공연상품 수출사상 최고가인 400만 달러를 받고 지난해 미국 순회공연에 나섰는가 하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현지 프로덕션을 설립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난타'의 주인공처럼 칼이나 주걱으로 도마와 냄비 등을 두드리는 '아케이드 게임'도 선보였다. '난타' 마케팅의 성공요인으로는 전통리듬의 서구화, 공연의 브랜드화, 상설 극장을 통한 고정 수익의 확보, 전문 인력의 확보, 마케팅 조사를 통한 공연 트렌드 분석, 극단의 기업화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공연계에서는 관객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는 점을 '난타'의 인기 비결로 꼽는다. 공연 도중 요리한 음식을 관객에게 먹인다든지, 고무공 수백 개를 객석에 던져놓고 편싸움을 벌인다든지, 관객을 무대로 끌어내 즉흥연기를 시킨다든지 하는 식으로 공연마다 예상치 않은 '깜짝쇼'를 벌이는 것이 '난타'라는 작품이 가진 성공요인이라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지 못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경우, 3d 애니메이션 '큐빅스'는 최초의 미국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큐빅스'는 2001년 8월부터 미국 워너브라더스의 지상파 채널에서 방송돼 일본의 세계적인 히트작 '포켓 몬스터' 시리즈의 시청률을 상회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는 sbs를 통해 방영되었던 '큐빅스'는 각종 게임과 캐릭터에 활용돼 200억 이상의 수익을 달성했으며, 현재 3편이 완성되어 상영을 준비 중이다. 또한 국내 최초로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만들어 성공시킨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뮤지컬 큐빅스'의 경우 원소스의 브랜드파워를 활용, 기업투자를 통한 경영적 접근으로 공연분야로의 멀티유즈를 시도하여 성공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 '큐빅스'의 제작사인 시네픽스는 기존 2d 애니메이션으로는 미국이나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렵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출발 시점의 차이가 작은 3d 애니메이션에 주력했다. 지금까지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차가운 금속성 질감을 지닌 반면 '큐빅스'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이며 주사위 모양의 독특하고 친근한 로봇과 아이들이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이 '큐빅스'만의 작품적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하는 1인 기업이라고 불리는 가수 '보아'는 현재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 음반산업에 해답을 제시하는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한국과 일본에서 팔린 보아의 음반은 대략 3백50만장이며 양국 앨범 판매가를 고려하면 매출액은 6백3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cf와 기타 수익까지 합치면 액수는 7백억원 대로 치솟는다. 가수 활동을 시작한 2000년 8월부터 따지면 보아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1백27만장, 일본에서 4백22만장의 앨범을 팔았다. 보아의 성과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댄스와 가창력이라는 가수의 실력이 가져온 소산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10대들은 보아의 댄스 발라드 r&b를 망라한 노래솜씨와 유연한 춤 실력에 넋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보아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노래와 댄스를 배우기 전에 일본어 교육을 먼저 시작하는 등 시장출시 이전부터 세계진출을 염두에 두었다. 또한 일본 현지법인과 손잡고 현지화 전략에 집중한 점, 그리고 현재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중국어 교육에 몰두하는 점 등이 그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6. 문화마케팅의 당면과제

성공적인 문화상품의 세계시장진출을 위해서는 문화마케팅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특히 과학적인 마케팅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문화산업 가치평가모델 개발이다. 문화산업 가치평가모델은 문화산업분야의 각종 콘텐츠와 기업의 유무형 가치를 평가하는 논리적이며 객관적인 모형으로써 기존의 학문적 검토에서 벗어나 실용적 산업활용을 위해 계량적으로 평가지표를 분석, 데이터 화하여 지수로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가치평가모델은 영화, 공연,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음반, 축제 등 각종 문화콘텐츠의 가치평가, 각종 공적 기금으로 추진하는 문화사업의 사전, 사후 가치평가. 공연장, 극장, 문화센터, 테마파크 등 각종 문화시설 사업성, 문화환경 가치평가, 문화산업 내 기업의 가치평가 등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그 동안 문화의 특수성으로 인해 판단하기 어려웠던 문화산업분야의 객관적인 가치척도를 제시함으로써 산업 내 기업과 콘텐츠의 실질가치를 적시하여 기업의 가치부족분을 충당하는 자기노력 제고 및 정부와 민간차원의 투자여부 판단, 문화분야의 산업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영화분야에서 흥행요인분석을 중심으로 한 기초적인 모델링작업이 일부 있었으나 문화산업의 각 분야를 망라하여 가치를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은 없었다. 하지만 2002년 하반기부터 문화산업분야의 유무형 가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2003년 초 (재)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가치평가모델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등 현재 문화콘텐츠의 투자가치를 계량화하여 판단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단계이다. 현재 국내외 문화산업분야에서 가치평가 모델과 프로그램이 개발된 특별한 사례는 아직 없으나 미국에서 영화와 음반의 수요예측 모델이 개발된 사례가 있다. 국외 및 국내 산업 일선에서는 eva, capm 등 다양한 재무적, 기술적 평가 모델들을 중심으로 기업가치와 단위사업의 가치 및 타당성을 판단하고는 있으나 문화산업분야에 적용하기에는 문화라는 소재의 특수성으로 인해 기계적 결합을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우려는 문화와 마케팅의 경계를 볼 수 있는 기업이나 단체의 활동을 통해 해결될 수 있으며, 현재 문화마케팅 전문기업(주)cmj international 을 통해 가치평가모델의 연구개발이 진행중이다.

문화마케팅의 활성화는 문화시장만의 마케팅활동으로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일반기업과 문화산업의 적극적인 만남이 전제될 때 문화마케팅의 활성화는 가능하다. 즉, 기업은 문화산업을 전략적, 실용적으로 활용하여 자사의 제품 및 기술에 문화를 효과적으로 접목하고, 인접 문화영역과의 연계마케팅을 통해 제품 충성도를 확보하며, 문화산업을 기업경영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기업문화활동은 간접적이고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의 시대를 맞는 기업의 문화전략은 [기업문화]에서 [문화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해야만 한다. 즉, 지금까지 중시해오던 기업내부의 社豊과 고유문화를 넘어서 외부에 비치는 기업이미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문화기업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확립하게 된다면 對사회 및 對고객관계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이는 불가피한 사고 등의 발생시에 이미지와 신뢰 회복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업과 문화예술의 성공적인 만남을 위해서는 기업과 문화의 상호호예의 관계정립이 중요하다. 또한 점점 다양해지는 기업의 마케팅활동과 수 많은 문화예술이 서로 win-win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과 문화예술을 연결시켜 주는 개인 또는 단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마치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소비자는 행복하다.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생산은 그들에게 문화생활의 선택에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쉬리, 난타, 오페라의 유령, 리니지, 마시마로, 살인의 추억, 투란도트 등 대표적인 성공사례만을 나열해도 21세기의 문화산업은 너무나 화려하다. 그리고 소비자가 그 화려함을 즐기는 동안 대한민국 문화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살기 좋은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문화산업과 관련한 각 개인과 단체, 기업이 서로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때 문화산업은 활짝 꽃필 수 있다. 또한 한 발짝 떨어져서 서로의 성실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만이 다양한 문화산업의 탄생은 가능할 것이다. 문화산업의 시대, 문화마케팅의 진정한 의의는 우리 모두가 문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행복한 문화 만들기에 주력하는 모습이 아닐까?


참고문헌

문화산업백서(2002) :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의 7대 발전과제 : 삼성경제연구소
문화마케팅의 부상과 성공전략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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