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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여행 | 2011/01/05 06:34

서른여덟번째 마당- 무한 도전의 나라 브라질

(산 카를로스, 플로리아노폴리스 편, 12/13- 12/20)



전생이 아무래도 알뜰살뜰한 주부라고 생각이 드는 산 카를로스의

에스페란티스토 파파고(Papago)와의 만남은 무더운 여름에

만나는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상쾌함이었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교사 출신의 아내와 연로하신 장모님 대신

아침 일찍 일어나 조반을 준비하고 식탁을 장식하는

뒷모습의 그를 보면 영락없이 부지런한 여인네 형상이다.

매일 아침 강아지 칠리 산책 시키고, 신선한 빵을 사기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저녁에는 슈퍼에 들러 동네 아줌마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파파고는 누가 뭐라 하든 아내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애처가이다.



전국 최대 은행 브라질 은행원으로 은퇴한 파파고는

매주 월요일 자신의 쾌적한 집에서 에스페란토 강습회와

교회에서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자선봉사도 놓치지 않는

멋쟁이이다. 눈처럼 하얀 머리 곱게 뒤로 빗어 넘기고

분홍색의 곱디고운 티셔츠와 흰색의 바지는 그의 여성적인

성품을 더욱 화사하게 북돋아 준다.

그의 딸 라리사가 근무하는 산 카를로스 연방 대학 옆에 위치한

생태공원에서 만난 신기한 동물과 새들과 나무들은

브라질이 얼마나 풍성한 대 자연의 식구들을 거느리고 있는

나라인지 느끼게 해주며 그곳에 서 있기만 하여도 향긋한

삼림 냄새로 하루 종일 기분을 맑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브라질 연방, 주립, 국립 대학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은 물론이요 기숙사비까지 무료라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런 어마 어마한 사실은

비싼 학자금에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의 허리마저 휘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천정부지 대학 등록금과 비교해보면서

부러움에 몸서리를 친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과 GNP상 비교가 안 되는

브라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 정치가 올바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알게 해준다.

2010년 12월 31일로 퇴임하는 브라질 최고의 스타 룰라 대통령이

12월 23일 대국민 고별 방송을 하였다. 현재 지지율 87%,

그러나 박수 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대통령 룰라는

'나 에게 이미 멋진 현재를 국민 여러분이 주셨으니

나의 미래는 묻지 마시고, 대신 브라질의 미래를 봐 달라고'

연설을 하여 브라질 국민들로부터 또 한번의 극진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브라질 역사상 카르도주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재선에 성공한

룰라 대통령은 중남미 좌파의 대명사로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자립과 실용주의 경제 노선을 추구하면서

빈부격차 해소에 많은 노력을 과감하게 진행시켜 왔다.

무료 공중 보건실시, 무상의무교육 등등...

역시 윗물이 맑으면 저절로 아랫물도 맑아진다는 사실!!



12월 12일 저녁 10시 30분 플로리아노폴리스(Florianopolis)행

버스가 출발도 하기 전부터 말썽이다. 상파울로에서 10시간 걸린다는

장시간 거리를 이미 두 시간을 터미널에서 발 동동 구르며 허비 했으니

내일 도대체 몇 시에 플로리아노폴리스에 도착할지 궁금하다.

버스만 탔다하면 취침 모드에 들어가는

배! 째라 부부의 꿈결 따라 어느덧 차창 밖으로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니 벌써 오전 11시, 혹시나

우리 부부를 애타게 기다리다 지쳐 에스페란티스토

실비오마테스(Silviomates)가 그냥 가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채 끝내기 전에 그가 인사를 건넨다.



인구 40만의 플로리아노폴리스는 사면이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인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이다. 그는 거창한

구경거리를 보러 오기 보다는 브라질 보통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놀면서 쉬면서 함께 지내자고 한다.



국제무역을 전공한 실비오마테스는 20년 동안 일만 하다가

2009년 처음으로 아내 데바(Deva)와 자동차로 70만km

유럽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자동차 여행의 짜릿함과 고단함을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낀다며 오늘 하루는 무조건 푹 쉬라고 권한다.

세상모르고 자는 동안 데바는 우리의 옷 가지들을 다 빨아주고

바짝 마른 후에는 가지런히 포개서 단정히 우리 침대로

가져다주는 수고도 마다 않았다.

유럽의 전체 면적보다도 더 큰 브라질(8,514,215km²)은

동남부에 위치한 산타 카타리나(Santa Catarina)주의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북부 지역 까지는 버스로

4박 5일이 걸리는 어마 어마한 면적의 나라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대 단위 영토의 국가들이

사막과 황무지와 동토로 사람이 살기도

힘들고 농사짓기도 어려운 곳이 있다면, 브라질은

동서남북 어디서든 농사도, 사람도 살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몇 년 전 북부 지역에서

유전마저 발견됨으로 인해 이제 명실상부한 산유국으로,

농 · 임산물 수출국으로, 버스와 헬리콥터 생산국으로

선진 브라질로 가는 발판을 차곡차곡 다지고 있다.



12월 14일 화요일 저녁 8시, 실비오마테스의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인근 마을 빠요샤(Palhoc'a)에서

이 지역 신문 "Jornal Palavra Palhocense' 와의 인터뷰가 행해졌다.

에스페란티스토 세르기오 셀(Sergio Sell)이 주도로

에스페란토 아카데미(Esperanto de Academio) 창립식을

갖는 그 자리에 로자의 양반춤과 민요 공연이 함께 펼쳐져

가득 모인 많은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와 열띤 호응 속에

기자와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이어서 이틀 후에는 산타 카타리나주 최대의 신문

'DIARIO CATARINENSE'와의 인터뷰가 장장 1시간 동안

해변을 등에 진 아름다운 카페 미소에서 펼쳐졌다. 사진기자의

강력한 요구로 저녁에는 로자의 공연복 차림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세계 여행의 목적과 브라질에서의 느낀 점, 그리고

에스페란토에 대한 궁금증 등 계속되는 질문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받아 넘기는 우리는 이미

50대 부부라는 말에 두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근무 중에도 짬만 나면 우리를 차에 태우고 사방팔방

모두 구경시켜주는 실비오마테스는

크리스마스 송년 모임도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하자고 권유한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나선 그 모임 장소가 대단하다.

개인의 집이라기보다는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갤러리 하나를

옮겨온 듯한, 화장실마저도 잘 꾸며 놓은 거실 수준만한

멋들어진 집에서 그 이름도 흥미진진한

서양식 파뤼(Party)를 한다. 길게 늘어진 드레스 자락하며,

어깨가 드러난 우아한 복식들, 12cm킬힐에 찬란한 금장식은 기본,

너나없이 곱게 차려 입은 화려한 복장 사이로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를 신고 등장한 배! 째라 부부의 형상이 가관이다.

의사, 변호사, 교수, 사업가 등 브라질 상류층의

파티문화를 경험하는 색다른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실비오마테스도 데바도 번쩍이는 실크 의상 차려 입고,

1층 홀에서는 매혹적인 포도주와 친절한 서비스맨이 제공하는

갖가지 와인 향기 가득하고, 교실만한 주방에선

산해진미가 만들어지고, 바다 빛 풀장이 출렁이는 곳에서는

카라와 애연가들이 모여 시거를 즐긴다.

성탄을 축하하는 시낭송이 끝나고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로자의 양반춤과 새타령, 아리랑 공연이 펼쳐졌다. 한국 전통 예술이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는

이들의 칭찬에 로자도 실비오마테스도 입이 귀에 걸린다.

피부과 의사인 마비아는 로자 손을 꼬옥 잡고 다니면서

우리의 여행이야기와 나의 피부 관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51세라는 로자의 나이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비법이 무엇이냐는 말에

자외선 차단과 쑥뜸이라고 영어로 어렵게 설명 해주었다.

실은 화장발~ 조명발인데^^

12월 18일 토요일, 어제는 브라질 상류층의 일면을 보았다면

오늘과 내일은 브라질 농촌의 서민들 생활을 즐겨 보자며

실비오마테스와 함께 향한 곳은 그의 아내 데바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 Petrolandia(페트롤란디아) 라는 시골이다.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동쪽으로 180km 떨어진 이곳은

예전에 석유가 발견되어 노다지 땅으로 불렸지만 매장량이

너무 적고 질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더 이상 시추 작업이

이루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유전이 발견되었던

곳이라 하여 페트롤란디아라고 불린다.

큰딸과 사위, 두 한국인이 온다고 아담한 농촌 주택 마루 가득

크리스마스 트리와 네온사인이 덩실덩실 걸려있다.

생전 처음 본다는 한국인 얼굴 만지작거려도 보시고...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 두 노부부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

동네 방네 소문이 벌써 쫘악~

우리 부부 보겠다고 어린이 3-4명도 수줍게 등장하고

무더운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환영식에 우리도 싱글벙글.^*^

데바 조카 와그네르는 자신과 누나, 여자 친구 이름까지

한글로 써 달라 요청하고, 난생 처음 보는 글자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요리조리 돌려도 보고, 비틀비틀 따라 써 보기도 하고...

하늘에는 휘영청 큰 반달이 뜨고, 시골집 마당 탁자에는

시원한 맥주와 치즈가 분위기를 돋구며 로자의 노래를 재촉한다.

‘사랑가’로 우선 내가 먼저 부르고 이어 데바 친정아버지

안토니오가 답가를 하신다. 주거니 받거니 술도 익고,

소리도 무르익고 이웃집 강아지 블레카도 곤히 꿀잠에 빠지고,

맥주도 바닥을 드러낼 때쯤,

이미 시계는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삼바 장단만큼이나 리드미컬한 데바 친정아버지의 코고는 소리와

사위 실비오마테스의 숨 꼴깍 넘어 갈 듯한 코골이, 거기다가

카라의 반 박자 먹고 들어가는 드르렁 소리에 선잠을 잔

로자의 볼멘 항변에도 껄껄 웃어주시는 데바 부모님의

따뜻한 포옹을 뒤로 하고

1박 2일이 짧지만 구수한 브라질 농촌 체험은 이렇게 끝났다.

매일 매일 호랑이 녀석 장가라도 가는지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는

햇빛 쨍쨍거리다가도 거의 하루 한번은 비가 손님처럼 후딱 왔다간다.
이곳의 짙푸른 신록이 달리 생겨난 것이 아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 얼음도 아이스크림도 반갑지 않다.



거리마다 자동차가 줄을 잇고, 백화점, 상가에도 인파로 들썩이고

세계 경제 한파에 지구촌 곳곳이 덜덜 떨었는데도

브라질만은 예외였다고 한다. 푸진 인심과 웃음을 우리 부부에게

한껏 베풀어 준 실비오마테스에게 깊은 감사의 포옹을 끝으로

그의 사업도 덩달아 번창하길 기원하는 바람을 안고

배! 째라 부부 행복한 발길을 꾸리찌바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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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여행 | 2011/01/04 00:54

서른일곱번째 마당-무한 도전의 나라 브라질

(산토스, 상파울로 편 11/28-12/12)



50평생 일간지에 얼굴이 큰 대문짝 만 하지는 않더라도

쪽문 짝 만하게 나오는 것도 처음이요, 한 나라에서

연달아 네 번 씩 이나 신문 인터뷰를 갖는 것도

난생 처음이다.


브라질 산토스의 최대 일간지 "A TRIBUNA" 신문 한 면을

배! 째라 부부 이야기로 도배를 했으니, 광고가 차지하는 면이

만만치 않았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게 우리의 이야기와

에스페란토의 홍보 효과를 단단히 높였다는 것이

이 지역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생각이다.


세계 배낭 여행 8개월째에 접어 들면서 느끼게 되는

감회와 죽은 언어라 여겼던 사람들에게 단 한방에

에스페란토 유용성이 증명되는 강펀치를 날리는

순간이었다고 모두 입을 모아 즐거워한다.

리우 데 자네이르의 코파카바나 해변에도 절대 뒤지지 않을

이곳 산토스의 해변은 아름다운 조각품이 설치된 산책로와 함께

시퍼렇게 일렁이는 파도, 싱그러운 초록이 숨 쉬는 멋진 곳이다.

이 해변과 다정하게 마주 가고 있는 이 공원은 장장 8km로

기네스북에 가장 긴 산책로로 그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 지역 정부가 소비도 촉진하고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시민들의 비만 해소를 위해 매주 마다 음악회와 댄스 파티 등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도록 준비되어 있다 한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그의 자서전「미완의 시대」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짐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서

함부로 단정 짓지 말라 한다. 사람들이 진리라고 믿는 부분의 뿌리부터

흔들어대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말 것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만져지는 것 등등 이 모두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이며, 라틴 아메리카에 와서는

세상을 달리 보라는 말씀이것다...^^

젊디젊은 아낙들이 가슴과 등짝을 환하게 드러내놓고

오토바이 타고 시내를 질주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행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어깨, 쇄골, 엉덩이 등에 뱀, 용, 해골,

심지어는 한자 어미 모자와 사랑 애자를 문신하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모두가 조폭마누라 혹은 그의 여친들이나

아닌지 하는 옹졸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기가 어디?

바로 라틴 아메리카의 브라질...

이 여인네들은 깍두기들의 걸프랜드도 애인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 은행원, 회사원, 심지어는 의사 선생님 등...

다양한 담배 갑에 암 덩어리, 썩어 문들어진 발, 흉측하게

주름져 찌그러진 얼굴 사진들이 박혀 있어도, 생기발랄

립스틱 진한 입술 오므리며 담배 물고 오토바이 쌩쌩 달리는

그 모습은 상상 초월, 상식 파괴이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레스토랑, 바, 카페 할 것 없이

앉을 자리도 없이, 애, 젊은이, 어르신 할 것 없이

거의 발광하는 응원 소리에 조용한 대화를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황당한 경험을 안겨 준다.

마치 우리가 당도한 날이 그날인 듯,

산토스 지역 사람 모두가 단체로 마법에 걸린 것 같다.


산토스 해변을 장식하는 진한 주홍색의 설치 미술품

일본 이민 100주년 기념비는 비상하고자 애 쓰는 용틀임 같다.

일본, 중국, 우크라이나, 어느 나라든지

오고 싶은 사람들은 어느 누구라도 와서 개간하면서

살라고 문을 활짝 열어준 브라질 정부는 인종 차별이란

몹쓸 단어는 이미 대서양 바다에 버린 것으로 취급한대요.

피부가 거므스름한 분한테 물어보아도, 노리끼리한 분한테

여쭈어보아도 살아가면서 피부 색깔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고 하니,

대단한 나라의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흰 피부에 파란 눈, 검은 곱슬머리에 파란 눈,

누르스름한 피부에 파란 눈까지, 모든 인종이 총 망라되어

새로운 모습들을 만들어 내는 다종다양한 나라 브라질은

인종차별이란 불씨는 거의 없는 무한한 기회와

도전의 나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장님, 코끼리 만지기?)

그럼에도 흑인들의 거주지가 많은 북동부 지역에 비해

백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남부 쪽이 훨씬 풍요로워 보인다.

집집마다 널찍한 정원과 주차장은 기본이요, 땅 덩어리가 넓어서인지
사람들의 인심 마저도 덩치에 걸맞게 통이 크다.


브라질이 이렇게 잘 사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로자는 새들이 지저귀고 오색의 꽃들이 찬란한

이곳을 보면서 부러움과 놀라움에 입을 다 물 수 없다.

산토스에서 제일 먼저 우리 부부를 맞아 준 펠리페는

전기공사에 다니는 청년으로서 그의 부모님 모두가 치과의사이나

지독한 골초로 그 때문에 자신은 담배를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께 드리려고 쿠바에서 사 온 시거를

애연가인 카라에게 성큼 내준다. 로자에게는 한 없이 미안해하면서...


그의 집 멍멍이 비글 벡은 올해 나이 15살로 사람으로 치면 105살이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듯이 만사에 흥미가 없는 벡은

시원한 돌계단을 이쪽 저쪽 바꾸어가면서 잠만 쿨쿨 자는데

어쩌다 한번 눈을 동그랗게 뜨는 시간에는 모두가 자지러진다.

마치 팬더 친척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커다란 눈에 그려진

시커먼 다크 서클이 그를 진한 아이라인 그려 넣은 왕눈이로 둔갑시킨다.

모두가 깔깔대는 소리에도 눈길 한번 안주는 벡은

저녁 산책 나가자는 펠리페 아버지의 호출 소리에만

유일하게 팔짝 팔짝 기쁜 반응을 보인다.

산토스에 한국인 에스페란티스토로서 처음 방문하는 카라와 로자는

북부 지역 아마존을 가지 못하는 대신 에스페란티스토

지우다(Zilda)의 농장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딸 둘을 유럽에 유학 보내고,
일만하며 살았다는 남편 루이즈(Jose Luiz)와 전직 포르투갈어 교사였던

지우다와 산토스의 남쪽,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몽가구아(Mongagua)에 있는 그들의 농장으로 향했다.


작은 아마존이라고 일컬어도 될 만큼 초록이 무성한 이곳에서

졸졸 흐르는 얼음 같은 강물은 이 농장의 수영장이 되었고,

하늘 향해 솟아 있는 야자수와 난생 처음 보는 커피나무,

아름드리 하이힐로 커텐을 쳐 놓은 듯한 나무

사파토 데 쥬디아(sapato de judia) 등

풍성한 유실수와 왠 갖 꽃밭에 소풍 나온 닭과 오리들마저도

자연과 더불어 무척 행복해 보여 낙원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바로 옆 동네에서는 일본 이민 1, 2세들이 녹색의 낚시터를 만들어

고기 잡는 즐거움과 함께 싱싱한 생선요리마저 선을 보이며 성업 중이었다.

민물고기를 날 회로 먹기에는 맛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나 살이 연하고 보드라운지 살포시 회를 떠서

흰 쌀밥위에 사뿐 얹어 간장과 겨자를 곁들여 모처럼

속 시원하게 맛깔난 점심을 브라질 산토스에서 만끽하였다.^^

가난한 어린이들의 미래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지우다는

2010 Projecto Oficina do Futuro라는 프로그램에서 에스페란토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선사하고 있었다. 1층 건물은 청과물 시장, 2층의

빈 공간을 쪼개서 교육 장소로 쓰고 있는 이곳에서

음악과 미술, 춤과 공작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협동성과

생산성, 적극성, 자신감 등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 싱글 벙글 달려오는 이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하늘색의 눈동자를 보면서 문화예술 교육의 힘은

산토스 항구 지역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는 등대가 되어주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파롤루 몬도(parolu mondo)에서 활동했었다는

발음이 선명한 에스페란티스토 에밀리오의 걱정과 함께

이 지역에서도 젊은 신인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등장이 부족하다는

그의 염려가 있었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은 한 두 명의 헌신적인

열정이 오늘도 산토스 지역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산토스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뒤로 하고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상파울로로 향한다. 우리를 기다리기로 약속한 에스페란티스토

프란체스카는 보이지 않고 거대한 인파와 복잡한 소음만이

우리를 맞는다. 오고가는 사람들 10명 중 한 두 명은

동양인인 듯한 얼굴들이 꽤 많다. 기다리다 지쳐 카라가 공중전화도

찾을 겸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려는데 여기서도

영락없이 사용 요금을 요구 한다.

한사람 사용료 1.25레알, 먼저 1레알을 지불하고 0.25레알 동전이 없어서

지폐 2레알을 지불했다. 거스름돈 1.75레알을 요구했으나

2레알 지폐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이 양반 땜에 산토스에서 느꼈던

브라질의 좋은 인상을 다 구겨논다.

목소리도 걸걸하게 큰 프란체스카가 2-3시간 만에 나타났다.

우리가 다음날 오는 줄 알았다고 하는데 뭐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는 택시 기사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며

그녀의 집으로 우리 안내를 부탁한다.

웬걸... 이 택시 겉은 멀쩡하나 속은 이미 고물인지,

아무리 부릉 부릉 용을 써 봐도 시동도 안 걸린다.

아무래도 오늘 상파울로 첫날 일진 김이 팍 센 듯...

이럴 때 일수록 몸조심 마음조심 주머니도 조심...

산토스에서 상파울로까지 두 사람이 35Real에 왔는데

상파울로 버스터미널에서 프란체스카네 집까지 약 30분 걸리는

거리를 택시로 54Real에 왔다.

배 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 두고 하는 말.

인구 1200만 명이 복작거리며 사는 브라질 제2의 도시 상파울로는

혼잡한 소음 공해와 고물가, 교통체증 등 우리의 서울과 너무 닮은꼴이다.


1500년도에 브라질이 건립되고 1554년에 상파울로가 세워진 것을 보면

고대의 아스라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중세의 암흑 같은 식민지 시대와 함께 탄생한 곳이 바로 여기이다.

12월 3일인데도 벌써 거리마다 집집마다 산타 할아버지들이 걸려 있고

아름드리 나무에도 네온사인들이 빙 둘러 쳐져 있다.

한 여름 땡볕인데도 긴 팔에 털 모자, 솜 털 가득한

복장을 해야 하는 산타 할배도 땀띠 땜에 좀 고생해야 할 판.

근데 왜 산타 할배는 여름 옷 안 입으시나요^**^


상파울로 에스페란토 협회 회장인 로베르트의 안내로

일본 전통 종교 오오모토의 연말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정갈한 대나무 발이 쳐져 있는 교당에서 엄숙한 의례가 끝나고

즐거운 송년 모임에서 카라와 로자는 행운의 당첨권을 받는

기쁨마저 누렸다. 로베르트는 이곳에서 에스페란토

수업을 진행시킨 바 있다.



일본식당도 중국집도 즐비한 상파울로 Luz역에서

한국 식당 찾아 삼 만 리...드디어 일미정 발견하다.

근 8개월 만에 먹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 청포묵 무침, 오이김치, 눈물이 날 만큼 황홀한

우리의 음식으로 행복해진 발걸음을 돌려 보니,

마치 동대문 의류시장 축소판을 여기다 옮겨 놓은 듯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옷 가게가 곳곳마다 성업 중이다.

근처의 아르메니아(Armenia)역은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쎄(Se')역에 위치한 성당 주변에는 걸인도, 경찰도,

상인들도, 어느 종교 신도들의 열렬한 기도도

모두가 개성이 철철 넘치고 넘쳐서 시끌 복잡한

상파울로 거리의 소음공해를 배가시킨다.

상파울로에서 버스로 약 1시간 만에 도착한 인근의

산 미구엘(Sao Miguel)에서 우리를 맞아주신

구순의 에스페란티스토 오스발도 올란도(Oswaldo Holando)와

칠순의 아내 데우자(Delza)는 정말 존경스런 분들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연세도 놀라웠지만 두 분이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는

자멘호프 모임(Klubo Zamenhof)이 2009년에 60주년을

맞았다고 하니 그저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한 사람의 신념과 헌신이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도

멈추지 않고 줄기찬 에스페란토 비를 뿌려주고 있으니

가랑비처럼 작고 가느다란 빗줄기지만 언젠가는

산 미구엘 땅 곳곳을 촉촉이 적셔 주리라 믿는다.

12월 11일 토요일 오후 3시 상파울로 에스페란토 협회에서

자멘호프 탄신제가 열렸다. 로자의 양반춤과 민요가 곁들여진

이날 행사에는 안토니오의 에스페란토 랩 공연, 연극,

1년 동안의 활동 상황 보고 등

너 나 없이 흥겨운 약 50여명 이 지역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모여

때맞춰 몰아친 천둥 번개 만큼이나 화끈한 시간을 즐겼다.



2011년 7월 9일부터 14일까지 전체 라틴 아메리카 에스페란토 대회와
브라질 전국 대회 등 3개의 굵직한 대회가 열리는 상파울로의

영원한 발전과 2011년 성공적인 대회를 기원하면서

배! 째라 부부 플로리아노리스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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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과 '특집' 좋아하는 사회 [퍼온글]
문화관련 글들(ktp) | 2007/03/14 02:07
파문놀이로 함께 해요

“오늘 00당 XXX의원이 (당신이 지겹게 뉴스를 통해 본 내용들을 스스로 나열해보라)란 말을 하여 정계에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파문. ‘ㅍ’이 갖고 있는 거센 소리의 임팩트로 인해 당신은 가슴 속에 약간의 공포심을 갖게 된다. 눈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고개를 브라운관으로 내민다. 오늘은 무슨 자극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어떠한 일의 영향’이라는 생각보다 ‘싱거운(?) 명시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파문’이란 단어는 액션 영화에 분출되는 스펙터클,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면 느끼는 쾌감으로 전환되어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뉴스는 정작 사건의 본질을 합리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잊은 채, ‘말’에 담긴 ‘격정’만을 채집한다. 이런 사례들의 빈번함을 볼 때면, <영화, 그 비밀의 언어>의 저자인 장 끌로드 까리에르가 했던 말은 유효하다.
“뉴스는 오락이다.”

얼마나 ‘파문’의 메커니즘이 지겹도록 설파되었는지, 누리꾼들은 ‘파문놀이’라는 것을 만들어 덧글과 덧글의 유머러스한 교환으로 서로의 웃음보를 자극하려 애쓴다. ‘윤은혜, 독일월드컵이 왜 새벽에 중계되는지 몰랐다 파문’, ‘지하철 결혼식, 알고보니 자작극이었다 파문’. 이제 뉴스에서 ‘파문’이란 용어가 나오면 별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뉴스는 자신만의 ‘파문놀이’를 수행한다. 사람들은 뉴스에서 파문이란 단어가 나오면 이젠 들어왔던 습성이 생겨, 예전보다 쉽게 자극을 걸러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파문’이란 단어가 난무하면서 정작 걱정되는 것은 일의 경중이 사라지고, 가치의 옳고 그름마저 본질과 합리가 아닌 이미지와 정서의 잣대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 매주가 특집인 <무한도전>의 특집남발증 -


* 특집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 매달 14일이 되면 설레임이 밀려오는가. 홈플러스엔 14일이 되면 ‘얼씨구나’ 장단 하에 2월엔 초콜렛이, 3월엔 사탕이 그리고 11월엔 빼빼로가 ‘알록달록’, ‘요리조리’ 배치된다.
나의 아련했던 연애사가 생각난다. 5월 14일, 장미꽃 한 송이도 안 챙겨준다며, 이 특별한 날에 나를 가여운 여인으로 만든 자네는 과연 로맨틱한 남자인가라고 심문하는 그녀에게 ‘끽’ 소리도 못하고, 인사동 거리를 죄인처럼 걸었던 그 날. 물론 나의 무지가 그녀의 가슴을 심란하게 만든 것은 그녀의 은장도로 나의 무릎을 찔러도 무방한 일이나, 14일의 이벤트가 난무하는 이 사회에 어찌 원망을 표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은 무슨 프로그램을 볼까. 편성표를 확인해보니, 무슨 ‘특집’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어렸을 때 나에게 텔레비전의 ‘특집’은 명절과 예수 그리고 부처의 탄생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심심하면 찾아오는 것은 울릉도 호박엿이 아니라, 특집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나를 웃겨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개그- 내가 잘 보는 <무한도전> -를 보면 나를 던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그에 내 발을 담그기 전에, 아쉬움이 섞인 ‘딴지’의 가능성은 강력하게 존재한다. 굳이 붙일 필요가 없는 ‘농촌특집’, ‘복고특집’ㆍㆍㆍ특집이란 단어를 왜 이리 남발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방송에서 ‘특집’이라는 테마가 명시된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설레임이 이제는 사라졌다. 마봉춘(MBC)도, 크브스(KBS)도, 스브스(SBS)도 심심하면 ‘특집’을 갖다 붙인다. 이제 ‘특집’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기대는 사라지고, 특집에 담긴 효과는 ‘특집’이란 글자에 표현된 ‘의사-기대감’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연인들은 14일만 되면 ‘무슨데이’라는 특집에 스트레스를 받고, 방송에선 심심찮게 ‘특집방송’을 한다고 설치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특집공화국이다.

* 감동 강요하는 사회

“.. 한국에 돌아와서 유난히 자주 듣는 말이 ‘감동’이다. 감동이란 결국 마음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사람을 움직이려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논리적 설득보다 정서적 감동이 종종 더 큰 역할을 한다. (중략) 굳이 연속극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초기에는 TV를 보면 자주 눈물을 흘렸다. 조금 슬픈 장면에는 영락없이 구슬픈 배경음악이 깔린다. 최근에는 뉴스 보도에조차 배경음이 사용되는 것을 종종 본다. 정념이 풍부한 사람들은 감동을 좋아하는 법이다.”

- 진중권, <호모 코레아니쿠스> 중에서-

혁준이와 신식이가 길을 가다가, 콜라병 몸매의 여인을 발견한다. 신식은 혁준에게 이런 감탄사를 날릴 것이다.

“야! 저 여자 죽이지 않냐?”

좋으면 좋은 것이지, 죽일 필요까지 있으랴. 자동차 사고가 나면 남보다 강하게 성낸 놈이 승자인 사회, 자신과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대화보다 주먹으로 해결하려는 ‘돌발영상’의 이미지에 씁쓸한 웃음을 짓는 사회. 대한민국의 비공식 18번 ‘한 오백년’을 생각한다면, 억압과 분출의 피드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이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의 격분이 때론 합리적 과정을 무시하고, 인맥자본으로 돌변하여 낙하산 인사를 만들고, 극장에서 나를 단시간에 웃기거나 울리지 않으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쓰레기 영화’라고 치부 받는 이 사회에 과연 정념과 감동은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 감동의 결핍인가, 감동의 과잉인가. 자작극으로 밝혀진 지하철 결혼식 -


2006년 2월 10일, 지하철 5호선 우장산 역을 지나는 전동차에서 두 남녀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시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조촐한 결혼식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렬한 효과로 남았다. 심지어 당시 지하철에 있던 할머니 한 분은 그들의 삶을 축복하고 위로하며 더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이 결혼식이 연극영화과 출신 대학생들이 두 달동안 준비해온 '연극'이란 소식이 공개되면서 한편으론 씁쓸한 소회를 감출 수 없었다. 일 년이 지난 후, 인터넷을 통해 ‘진범을 잡아라!’라는 특명이 내려졌던 여학생 성추행 사건도 결국 여학생들의 조작극으로 밝혀졌다. 여학생들은 UCC를 통한 뉴 미디어 기업들의 상업적 부정성들을 알리고자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하지만, 속으로 ‘월척이다!’라고 외쳤을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국이나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는 하나, 진의와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의 어긋남을 보인 여학생들에게 가지는 씁쓸함은 가슴에 깊이 남는다.



- 진의는 좋았지만, 표출과 표현의 심사숙고가 고려되지 않은 일년만에
다시 일어난 제2의 지하철 결혼식, 여학생 성추행 연출 사건 -


갑자기 부는 UCC 열풍엔 오직 ‘감정의 분출’ 뿐이다. 미디어의 수많은 기능 중 인간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지위부여기능’의 유혹에 어찌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감정에 호소하고, 자극에 호소하며 벌이는 ‘관심받기 놀이’의 심리가 미디어의 지위부여기능이 가져다주는 ‘스타 만들기’와 ‘자기 주목의 과잉’에 국한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조작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고 오늘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적실 것이다.


결국 ‘감동’으로 점철된 연극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방송을 조작하는 일이 일어난다. 더욱 괘씸한 것은 ‘사과방송’ 한 번으로 무마해버리려는 속성이다. 미디어는 감동이란 좋은 어감 아래, 하인즈 워드와 위성미를 아무렇지 않게 갖다 쓰며, 황우석과 MBC 사이에서 스릴있는 게임을 즐겼다. 파문놀이, 특집놀이, 감동놀이.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 ‘놀이’ 참 많다. 다음에 태어날 내 자식에게 다음엔 무슨 놀이를 가르쳐줄까.
                                                                               - 출처 : 풀로엮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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