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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2   마흔 여덟 번째 마당- 에콰도르의 전통풍물시장 오타발로 (1)
2010/10/18   스물 세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사라예보, 모스타르 편 9/17-9/20)


마흔 여덟 번째 마당- 에콰도르의 전통풍물시장 오타발로
여행 | 2011/03/12 06:38

마흔 여덟 번째 마당-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원주민 전통풍물시장 오스발도, 꼬차까치 편 2011. 2/24-2/28)



엄마~우리 같이 살아요..엄마 엄마...앙앙앙

엄마 없이는 못산단 말이야...엉엉엉

엄마 엄마 가지마...미워 미워...꺼이꺼이...

얘야, 저 아지매가 맛난 것들이랑 실컷 줄꺼야...

말 잘 듣고 배불리 먹으면서 튼실하게 잘 자라다오...

착하지...우리 애기..흑흑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돼지 모자(母子) 이별로 피눈물이 뿌려진다.

인간이나 가축이나 똑같은 헤어짐의 아픔을 온 몸으로, 억센 저항으로

버팅겨 보지만 맥없이 돌아서야 하는 검은 돼지의 애 간장을 녹이는

이별가가 아침 공기를 세차게 가른다.

2011년 2월 26일, 없는 것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는

에콰도르의 북부 지방 오타발로(Otavalo)의 전통풍물시장은

새벽 4시 가축시장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닭, 소, 돼지, 알파카 심지어는 뱀까지 등장하는 전통 풍물 가축시장에서는

식전 댓바람부터 울어대는 어린 가축들의 애끓는 소리가

여행객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한바탕 울고 불고 생난리를 겪고 난 후 새 주인이

쓰다듬어 주는 따뜻한 손길에 안심해 하면서도 연신 엄마 돼지를 찾아

그 작고 여린 눈길을 여기저기 돌린다.

가축이기 이전에 이들도 똑같은 생명을 가지고,

감정을 가진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중생임을 새삼 느끼면서...

만해의 말씀처럼 만날 때 이미 헤어짐을 염려해야 하는 것을

아기 돼지는 듣도 보도 못한 채 그저 엄마의 흔적을 찾아

동그랗게 말린 짧은 꼬리 요리 조리 흔들며 불안한 심사를 표현한다.


매주 토요일 7일장으로 열리는 오타발로 전통풍물시장에는

이곳 원주민들의 전통인 남녀노소들이

머리를 세 가닥으로 길게길게 땋고 선조들이 전해 준 기법들을

적용한 다양하고 멋진 상품으로 변신한

많은 물건들을 펼쳐 논다.


알파카털로 짠 편직물에, 희디 흰 브라우스, 정열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미술작품들,
손으로 일일이 조립하고 즉석에서 만드는 악세사리,

막 고인돌에서 발굴해 온 듯한 인형들...

튼튼한 마직으로 만든 안락한 해먹에,

세련미와 유머가 넘치는 도자기 작품들,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명작, 멋들어진 모자 등등...

시몬볼리바르 광장에서부터 중앙로를 관통하는 시내 요지 곳곳에

신나는 풍물시장이 하루 종일 열린다.


누렁이, 얼룩이, 거무튀튀한 동네 변견들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신바람내며 떼 지어 몰려 다니고,

호호 깔깔 남녀 청소년들은 물 세례에, 헤어 스프레이 뿌리면서 관심있는

이성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지글지글 돼지 껍데기는 동글동글 말리면서

노릇노릇 익어가고...왁자지껄...
가난한 살림살이의 조그만 좌판들이지만 알록달록 원색적인 흥겨운 시장에
웃음꽃이 펄펄 피어난다.


흥정은 기본이요, 거침없이 할인도 할 줄 아는 이곳 원주민들의

온화한 표정 때문에 깎아 달라 떼를 썼지만 괜히 미안하고,

빳빳한 지폐를 쓰고도 아깝지 않다.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원주민 전통이 살아있는 풍물 시장이 끝나면

오타발로 중앙로에는 강렬한 미국 팝송이 신식 젊은이들을 불러 모은다.

디스코 열풍이 지금 남미를 강타 중인지 가는 곳 마다

마이클 잭슨과 존 트라볼타와 보니 타일러 등등

디스코 열풍의 주역들이 이곳을 달군다.



오타발로에서 시내 버스로 약 30분이면 도착하는 꼬따까치( Cotacachi)는

꾸이꼬차라는 거대한 화산 호수( Laguna del Cuicocha)로 유명한 곳이다.
마치 백두산 천지를 보는 듯 고요한 적막에 쌓인 이곳을 향해

가는 곳곳 마다 솜사탕 처럼 뭉게 뭉게 걸려 있는

둥근 구름들이 너무 예쁘다.

너무도 착한 버스 가격(오타발로에서 꼬따까치까지 1인당 0.25센트)에도

즐거웠지만 이곳 꼬따까치 시내에서 만나는 가죽 시장은

미국 여행자들마저 인정하는 세련되고 질 좋은 가족 제품들로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검은색, 흰색 빨강은 기본이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빛 가죽 제품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르다.

가방, 모자, 롱코트, 자켓, 신발 등등 가죽의 다양한

변신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지난해 경찰들이 봉급 인상을 요구하며 대통령을 납치했던

오싹한 외신 하나로 에콰도르라는 나라와 사람들을 오해했다면

큰 실수인 이곳은 짚푸른 녹음이 산하를 뒤 덮은 싱싱함이 살아있고

사람들의 수줍은 미소와 마주보지 못하는 순한 눈빛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적도의 나라라고, 과격한 국민들이라는 오해를 안고

이 나라를 그냥 지나쳤다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을 곳이다.

미안해, 초록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순박한 나라 에콰도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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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사라예보, 모스타르 편 9/17-9/20)
여행 | 2010/10/18 23:00

스물 세 번 째 마당- 동유럽의 향기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사라예보, 모스타르 편 9/17-9/20)

여행 5개월 만에 짐 값 하나를 줄이는 방법을 뒤 늦게 터득한

무 개념 부부는 새삼 희한한 것이라도 발견한 것 인 양 희희낙락이다.

  아니, 긍께... 배낭 하나만 버스 짐칸에 맡기고 작은 것은 로자가 메고,
나머지  한 개도카라 등짝에 얹어 놓고 차에 올라 통로에 놓았다가,

빈 좌석 신세를 살짝 지면 될 것을... 아무 생각 없이 가방 두 개에

대한 비용을 꼬박꼬박 지불했으니...쯧쯧...

절로 탄식이 나오고 차돌 같은 머리를 박박 쥐어박고 싶다.

동유럽 여러 나라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짐칸에 맡기는 물건은

반드시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돈 단위가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 고생은 물론,

주머니에도 궁끼만 주렁주렁...

암튼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헤헤 거려 보지만 영 찜찜...

여행경비 한 푼 아껴 보려고 아점으로 한 끼, 하루에 딱 한번 식사다운

음식을 먹은 것이 몇 번인데 이렇게 아둔하고 바보 같을 수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1973년 우리나라의 탁구 국가대표 이에리사
선수가 세계대회우승의 낭보를 전해 주었던 기억속의 도시이다.

세계 제1차 대전의 발발지로도 각인되어 있는 사라예보를 거의 6시간 걸려 도착했다.
수도로 향하는 길이 왕복 딱 2차선, 불편한 만큼

산수가 수려한 경치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가노라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다.

동네 마을버스도 아닌데 맘씨 좋은 운전기사 아저씨는

세워 달라는 대로 다 정차 해주고..

우편물도 맡아서 보관해주고...

기사 3명이서 번갈아 가며 느긋하게 운행한다.

이러다 언제 서울 간대유?

앞에서 레미콘이 느릿느릿 엉덩이를 흔들며 가도,

쥐방울만한 2인용 소형차가 알짱알짱 거려도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그야말로 인내의 극치,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운전수는 추월은 물론, 빵빵 거리는 경적

한 차례도 울리지 않는다. (상상이 되나유? 절대 뻥 아님!)

1992-1995년 동안의 참혹한 내전에 부모형제 이웃을 잃고

고통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지만 무뚝뚝한 표정처럼 보였던

그들이 화장실에 로자 혼자 유유히 다녀오는데도

웃으며 기다려 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너무 순박해서 당하고만 살았나 보다.

안전벨트가 전혀 필요치 않을 만큼의 속도로 이 골목 저 골목

수화물도 전달하고, 잠시 짬 내서 담배 한 대 피고 오라고

알려도 주고, 장대한 발칸 산맥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서두르는 것이 없다.

너무 느긋해서 우리의 약속시간 7시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라예보 에스페란토 협회 회장인 세나드가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을 생각에 맘은 급한데 덩치 큰 버스는

바쁠 것이 하나 없다는 듯이

거북이 운행을 한다.

살루톤!(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한 두 시간 늦는 것은 다반사라서 저녁 7시 도착이라면

8시에 마중 나오면 된다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가난한 살림살이들 신세 지기가 미안해서 저렴하게 민박을

이틀밤 머무는 걸로 50유로에 구했다. 뜨거운 물과

넓은 주방, 햇빛 잘 드는

남향집을 골라 못다 했던 빨래도 하고

오랜만에 내 집 처럼 당당히(?) 주인의식을 가지고

청소도 하고, 보글보글 쌀밥에 구수한 누룽지도 끓이고,

귀한 생선 한 마리도 튀긴다.

밥 심 두둑!! 이제야 사라예보가 제대로 보인다.

수 백 년 전통의 자존심을 지켜가는 골목마다

빛나는 바닥돌이 투명 광택제를 칠한 것처럼 반들거린다.

옷깃이 부딪힐 정도로 줄줄이 이어지는 관광객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세상을 바꾸어 보자고

외치는 총선 후보자들의 유세 선전전이 가는 여름 햇살

못지않게 뜨겁다.

3년여의 내전의 아픔을 상기하는

조각품들이 폭발 현장에 전사자의 명단과 함께 부착되어 있다.

도심 번화가 한 가운데서는 돌아가신 영령들에 대한

추모의 불을 매일 밝히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옆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이 무참하게도 이 긴장을 깨버린다.

또 한쪽에서는 마돈나가 마치 자신이 천연기념물이나

되는 것처럼 ‘처녀처럼’ (Like a virgin)

순진을 떤다.

동족살육의 비통한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옛 유고 연방 6개국과는 여러 가지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나,

종교 문제가 분쟁의 씨앗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옛 유고 연방 국가들은 한 민족, 하나의 언어는 아니지만

거의 이해 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종교가

내전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다만 부러운 것은 언제든지

버스타고 기차타고 국경을 넘어

예전의 형제국가들을 맘껏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피해자라는 골 깊은 응어리가

풀리려면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신 유고연방 부활을 외치며 등장한 전범 밀로세비치의

야욕은 인종청소라는 잔인한 동족살육의 참극을 불러왔고

한 독재자의 핏빛 야망으로 뿌려진 비극의 씨앗은

지금도 뽑히지 않는 잡초처럼 남아

순박한 민초들을 고통의 덩굴처럼 휘 감는다.

많은 것을 잃게 한 전쟁이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자랐다.
사라예보의 어린이 12명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도움으로 내전의 격화되던 그 기간에

3주 동안 안전하게 피신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9살이던 세나드 회장의 딸은 지금 어엿한 숙녀로 자라

유창한 에스페란토로 우리와 인사하고, 그 당시 함께 떠났던 소녀 중 한명은
카탈루냐 청년과 결혼하여 스페인에서 살고 있다 한다,

12명의 어린이 중 다른 한명의 아버지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고위공직자로
재직 시, 에스페란토 행사 때 마다

물심양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줌으로써

그 은혜를 갚아 나갔다고 한다.

지금도 세나드 집 마당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녹슨 화분은

전쟁 때 날아 온 3톤짜리 불발탄으로 만들어 진 것으로서,

모진 과거 다 잊으려 안간힘을 다해

오늘도 평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사라예보를 실컷 누리다가 또 다른 이슬람 문화가 묻어나는
모스타르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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