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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서른일곱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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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세 번째 마당- 원주민의 저력 볼리비아
여행 | 2011/02/12 12:29

마흔 세 번째 마당- 원주민의 저력 볼리비아

(우유니, 라파쓰, 코파카바나 편 2011. 1/28-2/4)



2박 3일간 우유니사막 체험 후 세계 상 거지 경연대회를 벌인다면,

아마도 일본인 여행객 커플이 단연 으뜸이라는 것이 로자의 생각이다.

일단 그들은 이목구비도 그저 그런 대다가, 대충 아무렇게나 걸친

히피 의상하며, 개발 세발 산발한 머리가 세계 왕 거지로 손색이 없다.^^

로자는 선크림, 비비크림에 차양이 넓은 모자에 덕지덕지 바르고

안간힘을 다해 얼굴을 가려 최강거지 형상은 면했지만,

카라는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쓰고, 선글라스로 안면의 반을

가려 보아도 수염은 거뭇거뭇 제멋대로 자라고, 흙탕친 바지에 운동화에
일본인 커플과 오십 보 백 보이다.

늘씬, 수려하게 잘 빠진 하얀 청년들의 모습도 거기서 거기~

불그죽죽 타들어간 피부에, 튀김기름에 뻥 하고

한 번 튀겨 낸 듯 삐죽빼죽 삐친 머리에

흰옷인지 검은 옷인지 구분이 안가는 거무죽죽한 옷차림에...

2박 3일 우유니 사막 체험 끝나는 날, 누가 누가 왕창 망가졌는지

세계 글로벌 걸인 축제라도 벌이는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평생 잊을 수 없이 즐겁고 아팠던

우유니 소금 사막 여행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날,

그새 정들었다고,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다시 만날 날 고대하면서

동으로 서로, 남으로 각자의 행복한 발길을 돌린다.



남미대륙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하는

몇 나라 중 하나인 볼리비아에 불법체류하며 희희낙낙 사막 여행을

즐긴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수도 라파쓰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미국인들에게는 비자 발급 비용으로 100달러를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얼마를 요구하는지 정확히 몰라, 여행자들 각자가
서로 다른 정보를 전해준다.

2011년 1월 28일 오후2시 30분, 우유니에 있는 출입국 사무실 문이 열렸다.
강력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곳에서

친절(?)하게도 별다른 조건 없이 입국비자 비용으로

1인당 380볼리비아 페소를 요구한다.

황열병 주사 접종에, 콜레라 예방 검사표에 이것저것 복잡한 조건을

일시에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출입국 사무소에서 직접

입국 비자 비용을 현금으로(카드는 안 된대요...) 건네는

초간편 시스템이 이 나라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나서서 돈 벌기로 작정한 것인지, 7-9살 애들도,

무뚝뚝한 표정의 어른들도 여행객들을 상대로

물 한모금도, 화장실 사용료도 모두가 그들에게는 외지인이

건네주는 푼돈이 되고, 쌓이고 쌓여 종자돈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관광지라서 어련히 그러려니 생각하려해도, 원주민들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여행객들과 관광객들이 오고가며 이들의 정체성을 훼손시켜 놓았다고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마저도 모두다 경제 전선에서 한몫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 해야 할지, 너무하다 해야 할지,

자본의 횡포를 이미 알아 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2011년 1월 28일 저녁 8시, 우유니에서 출발한 버스가 1월 29일 아침 7시에,
볼리비아 수도 라파쓰까지 11시간이 걸려 힘겹게 도착하였다.

어둠의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 출렁 출렁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별들과 벗 하면서, 울퉁불퉁 비포장도로에

엉덩이만 무수히 난타당하는 아픔에 쓰라리게 왔다.

어느 여행객 왈, 볼리비아로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치마를 입으래요...

눈치가 삼치인 로자 왈, 난 없는데 왜요?

버스에 화장실이 없어서, 소변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으면

운전수에게 달려가 하소연을 해야 한대요...

아저씨...쉬야 마려 죽겠어요..제발 차 좀 세워주세요..흑흑

원주민 운전수, 머쓱한 얼굴로 군말 없이 급정차를 해준대요...

그러면 쉬야가 급한 남녀들은 버스에서 후딱 내려, 여기저기서,

바지를, 치마를 울타리삼아 시원한 배설의 기쁨을 누린대요.


허나, 걱정도 팔자였다.

비좁고 물도 잘 안내려가는 화장실이었지만, 쏟아지는 별님들 부끄럽게
사막위에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마시고 싶은 쥬스도 시원한 물도 마다하고 버스에 올랐다는

생각에 아쉬웠지만, 덜덜 거리는 버스 안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욱 컸다.

평화를 상징하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쓰는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많은 고통과 쓰라림이 지금 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꽉 들어찬 낡은 차량 행렬에다, 식전 댓바람부터 거리마다 가득한

초라한 사람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의 초록이 너무도 아쉬운 곳곳,

눈도 코도 매연으로 쓰라린 라파쓰의 첫 인상은

우리나라 70년대의 달동네를 연상 시킨다.


고산지대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붉은 벽돌집 들,

저 꼭대기에서 어떻게 사람이 오고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잠시,

시커먼 연기를 흩날리며 거침없이 들이미는 낡은 오토바이와

칙칙한 자동차들마다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에스페란티스토 단테(Dante)와 레안드라(Leandra)는 척박한

볼리비아 에스페란토의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이었다. 이 기특한 오누이는

에스페란토의 정신에 감화를 받으며 독학으로 배움을 이어갔다고 한다.

두 사람의 안내로 라파쓰 시내 관광에 카라만 홀로 나섰다.

로자는 계속되는 고산증의 두통으로 휴식을 취했고, 아쉬운 대로

저녁 식사를 자연식 레스토랑에서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안드라 그녀 자신도 작년 쿠바 세계 에스페란토 청년대회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며칠간 고산증에 시달렸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므로 로자의 두통은 당연한 것이라고 위로한다.

이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라파쓰의 북쪽에 있는

코파카바나(Copacabana)로 향한다. 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호수
티티카카를 사이에 두고 페루와 둘로 나누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곳은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코파카바나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의 재탄생에 대한 바람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2011년 1월 31일 오후 2시, 라파쓰에서 출발한 버스를 2시간 넘게 타고,

이제 코파카바나에 다 왔나 싶더니, 비틀거리는 보트를 타고

San Pedro de Taquina라는 곳까지 출렁 출렁 가야 한 대요.

허술하게 나무로 잇대어 만든 바지선 위에 올려 진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엉덩이는 하늘 향한 채로

폼도 엉성하게 넘실넘실 호수 타고 넘어온다.



하늘나라 약수터가 이 보다 더 신비할까?

해발 3.000여 미터 높이의 경이로운 티티카카호수를

보려고 몰려드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로 연신 코파카바나가 들썩거린다.


때맞추어 매년 2월 2일에 시작하는

축제(Virgen de Candelaria) 시작을 알리는 축포 소리에

온 동네가 흥겹다. 덩달아 함께 울려 퍼지는 수자폰, 트럼펫 등

관악기의 웅장한 소리가 지축을 흔들며 신명을 돋운다.

하늘빛, 은빛, 연보라 등 원색적인 색깔이라기보다는

옅은 파스텔 계열의 세련된 색채가 원주민들의 오색 찬란한 전통의상과

어우러져 화려함을 더해준다. 이곳 주민들도, 관광객들도 하루 종일

울려 퍼지는 몽환적인 음악소리에 취해 덩실 덩실 춤추고,

맥주 회사의 협찬으로 거리마다 푸짐하게 술 인심이 넘친다.

원래, 이틀 축제라고 하던데 못다 푼 흥이 아직도 남았는지

3일째 되는 날에도 연신 거리는 흥청거린다.


2011년 2월 3일, 매일 아침 손님처럼 오는 비는 오늘도

변함없이 바람과 함께 거세게 들이닥쳤다.

티티카카호수를 타고 태양의 섬(Isla del Sul)을

한 바퀴 돌고 오는 일정이 아무래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잠시도 가만히 서 있지 못하는 조그마한 보트는

밤새 축제 놀음에 취한 사람 마냥, 이리 비틀 저리 비척

아슬아슬하다.

약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속이 울렁거리며 함께 탄 20여 명 얼굴들의 명암이 갈린다.
이곳 주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다로 이 출렁거림을 이겨내지만,
로자를 비롯한 관광객 6-7명은

눈이 감기며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 거린다.


심한 입덧을 하는 사람처럼, 냉수에 제육볶음밥이라도 말아 먹은 것처럼

심한 불협화음으로 분출하려는 어제 먹은 음식들을

꾹꾹 눌러 삼키며, 안간힘을 다해

오랜만에 만나는 배 멀미와 싸워본다.

아~ 속 뒤집혀 미칠 것 같아... 이 양반아..c..c.

다음에 또 한번 배 타고 관광만 해봐라...바로 이혼이야...

옆에 앉아 훌쩍이는 로자를 위로하는 죄 없는 카라에게 괜히 퍼부어대며

이 괴로움을 면해 보려 해도, 이겨낼 방법이 없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거센 비바람에 시달린 로자 같은

약골 관광객들이 비실비실 새 하얗게 모래 사장에 쓰러진다.



햇님이고 달님이고 다 싫다고...

당신이나 열심히 구경하라고...나, 돌아갈래...찡얼찡얼

(두 사람이 관광비용으로 50 볼리비아 페소 지불한 것이 아깝지만...)

그러나 되돌아 갈 일도 끔찍, 앞으로 4시간 후인

오후 3시 반이 되어야 코파카바나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단다.

태양의 최고로 아름답다는 이 섬을 여러 각도로 돌아보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얻은 것은 여러 섬들과 어깨동무하며 펼쳐진

티티카카호수가 대서양과 형님 아우 할 만큼 수정같이 맑고

망망대해의 광활함을 간직한 신비한 곳이라는 것이다.

이미 2주일간 대서양 뱃길 여행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호수도 큰 바다도 모두가 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안식이며

함께 가꾸며 지켜나가야 할 가족이라 생각한다.

훼손 말고 있는 그대로를 고이고이 소중하게...


2011년 2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일반 버스로

페루의 마추피추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푸노(Puno)로 향하는 날이다.

근데 호텔 관리인의 근심스런 얼굴로 문제가 생겼다고 알려준다.

로카(Loca)라는 국경지역에서 급감하는 학생들로 인해 지방 정부의

폐교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페루로 향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한다.

페루로 오늘 기어이 가야 한다면 코파카바나에서 쉼 없이 걸어서

한 시간은 가야 페루 국경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시골 분들이 말하는 한 시간은 절대 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

프랑스 커플과 배! 째라 부부 터벅거리며 울퉁불퉁 시골길

도전에 나섰다. 사막체험도 했는데 이 까이꺼 하면서...

오고 가는 여행객들이 등짐 가득 짊어지고 물 한 병에 의지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흙탕길을 휘어 휘어 간다.

가도 가도 국경이 안 보인다.

산이 바로 저 앞 인줄 알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네...

점점 휘어지는 허리, 헥헥 거리느라 입도 못 다물고,

날리는 흙먼지 다 마시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약골 체력,

다리는 천근만근, 프랑스 청년들은 저 만치 앞서가고...

이대로 가다가는 그냥 볼리비아 시골 바닥에서 폭삭하고

부서질 것만 같다. 아악~


그러나 아직은 쓰러지지 말라는 신의 뜻^^

거짓말처럼 말라비틀어진 노새 한 마리와 두 어린이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10페소에 우리 짐을 날라 주겠다는

깜찍한 흥정을 제안한다.

마지막 남아있는 9페소로 결정하고 앙상한 노새 등짝에

세 개의 짐 가방을 올려놓았다. 이제야 시골 들판이 정겹게 보인다.

콧노래가 절로 나고, 얼룩 아기 돼지도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재미있는 광경에 웃음 지으며 여행이 고문수단이란

원뜻을 새삼 되 새겨본다.



스페인 제국 식민지 독립 투쟁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볼리비아는

원주민 출신 대통령 모랄레스(Evo Morales)를 2005년에 이어 2010년

재선에 성공케 함으로써 남미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모랄레스는 2000년 고차밤바라는 지역에서 물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중 시위를 주도함으로써 그의 지도력을 입증 하였다.

남미 대륙 제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고, 수도 라파쓰는

1991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는 등

그동안 세계인의 관심 밖에 있던 나라에서 원주민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자존심 있는 국가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제라’라는 굵은 주름치마와 챙이 좁은 모자를 머리위에 살짝 얹어 놓고

등 짐 가득 짊어지고 가는 검은 원주민들의 행렬을 보면서

지금은 비록 고단한 일상이지만 볼리비아 내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원주민들의 강인하고도 건강한 근면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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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번째 마당- 무한도전의 나라 브라질
여행 | 2011/01/04 00:54

서른일곱번째 마당-무한 도전의 나라 브라질

(산토스, 상파울로 편 11/28-12/12)



50평생 일간지에 얼굴이 큰 대문짝 만 하지는 않더라도

쪽문 짝 만하게 나오는 것도 처음이요, 한 나라에서

연달아 네 번 씩 이나 신문 인터뷰를 갖는 것도

난생 처음이다.


브라질 산토스의 최대 일간지 "A TRIBUNA" 신문 한 면을

배! 째라 부부 이야기로 도배를 했으니, 광고가 차지하는 면이

만만치 않았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게 우리의 이야기와

에스페란토의 홍보 효과를 단단히 높였다는 것이

이 지역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생각이다.


세계 배낭 여행 8개월째에 접어 들면서 느끼게 되는

감회와 죽은 언어라 여겼던 사람들에게 단 한방에

에스페란토 유용성이 증명되는 강펀치를 날리는

순간이었다고 모두 입을 모아 즐거워한다.

리우 데 자네이르의 코파카바나 해변에도 절대 뒤지지 않을

이곳 산토스의 해변은 아름다운 조각품이 설치된 산책로와 함께

시퍼렇게 일렁이는 파도, 싱그러운 초록이 숨 쉬는 멋진 곳이다.

이 해변과 다정하게 마주 가고 있는 이 공원은 장장 8km로

기네스북에 가장 긴 산책로로 그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 지역 정부가 소비도 촉진하고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시민들의 비만 해소를 위해 매주 마다 음악회와 댄스 파티 등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도록 준비되어 있다 한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그의 자서전「미완의 시대」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짐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서

함부로 단정 짓지 말라 한다. 사람들이 진리라고 믿는 부분의 뿌리부터

흔들어대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말 것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만져지는 것 등등 이 모두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이며, 라틴 아메리카에 와서는

세상을 달리 보라는 말씀이것다...^^

젊디젊은 아낙들이 가슴과 등짝을 환하게 드러내놓고

오토바이 타고 시내를 질주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행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어깨, 쇄골, 엉덩이 등에 뱀, 용, 해골,

심지어는 한자 어미 모자와 사랑 애자를 문신하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모두가 조폭마누라 혹은 그의 여친들이나

아닌지 하는 옹졸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기가 어디?

바로 라틴 아메리카의 브라질...

이 여인네들은 깍두기들의 걸프랜드도 애인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 은행원, 회사원, 심지어는 의사 선생님 등...

다양한 담배 갑에 암 덩어리, 썩어 문들어진 발, 흉측하게

주름져 찌그러진 얼굴 사진들이 박혀 있어도, 생기발랄

립스틱 진한 입술 오므리며 담배 물고 오토바이 쌩쌩 달리는

그 모습은 상상 초월, 상식 파괴이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레스토랑, 바, 카페 할 것 없이

앉을 자리도 없이, 애, 젊은이, 어르신 할 것 없이

거의 발광하는 응원 소리에 조용한 대화를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황당한 경험을 안겨 준다.

마치 우리가 당도한 날이 그날인 듯,

산토스 지역 사람 모두가 단체로 마법에 걸린 것 같다.


산토스 해변을 장식하는 진한 주홍색의 설치 미술품

일본 이민 100주년 기념비는 비상하고자 애 쓰는 용틀임 같다.

일본, 중국, 우크라이나, 어느 나라든지

오고 싶은 사람들은 어느 누구라도 와서 개간하면서

살라고 문을 활짝 열어준 브라질 정부는 인종 차별이란

몹쓸 단어는 이미 대서양 바다에 버린 것으로 취급한대요.

피부가 거므스름한 분한테 물어보아도, 노리끼리한 분한테

여쭈어보아도 살아가면서 피부 색깔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고 하니,

대단한 나라의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흰 피부에 파란 눈, 검은 곱슬머리에 파란 눈,

누르스름한 피부에 파란 눈까지, 모든 인종이 총 망라되어

새로운 모습들을 만들어 내는 다종다양한 나라 브라질은

인종차별이란 불씨는 거의 없는 무한한 기회와

도전의 나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장님, 코끼리 만지기?)

그럼에도 흑인들의 거주지가 많은 북동부 지역에 비해

백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남부 쪽이 훨씬 풍요로워 보인다.

집집마다 널찍한 정원과 주차장은 기본이요, 땅 덩어리가 넓어서인지
사람들의 인심 마저도 덩치에 걸맞게 통이 크다.


브라질이 이렇게 잘 사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로자는 새들이 지저귀고 오색의 꽃들이 찬란한

이곳을 보면서 부러움과 놀라움에 입을 다 물 수 없다.

산토스에서 제일 먼저 우리 부부를 맞아 준 펠리페는

전기공사에 다니는 청년으로서 그의 부모님 모두가 치과의사이나

지독한 골초로 그 때문에 자신은 담배를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께 드리려고 쿠바에서 사 온 시거를

애연가인 카라에게 성큼 내준다. 로자에게는 한 없이 미안해하면서...


그의 집 멍멍이 비글 벡은 올해 나이 15살로 사람으로 치면 105살이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듯이 만사에 흥미가 없는 벡은

시원한 돌계단을 이쪽 저쪽 바꾸어가면서 잠만 쿨쿨 자는데

어쩌다 한번 눈을 동그랗게 뜨는 시간에는 모두가 자지러진다.

마치 팬더 친척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커다란 눈에 그려진

시커먼 다크 서클이 그를 진한 아이라인 그려 넣은 왕눈이로 둔갑시킨다.

모두가 깔깔대는 소리에도 눈길 한번 안주는 벡은

저녁 산책 나가자는 펠리페 아버지의 호출 소리에만

유일하게 팔짝 팔짝 기쁜 반응을 보인다.

산토스에 한국인 에스페란티스토로서 처음 방문하는 카라와 로자는

북부 지역 아마존을 가지 못하는 대신 에스페란티스토

지우다(Zilda)의 농장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딸 둘을 유럽에 유학 보내고,
일만하며 살았다는 남편 루이즈(Jose Luiz)와 전직 포르투갈어 교사였던

지우다와 산토스의 남쪽,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몽가구아(Mongagua)에 있는 그들의 농장으로 향했다.


작은 아마존이라고 일컬어도 될 만큼 초록이 무성한 이곳에서

졸졸 흐르는 얼음 같은 강물은 이 농장의 수영장이 되었고,

하늘 향해 솟아 있는 야자수와 난생 처음 보는 커피나무,

아름드리 하이힐로 커텐을 쳐 놓은 듯한 나무

사파토 데 쥬디아(sapato de judia) 등

풍성한 유실수와 왠 갖 꽃밭에 소풍 나온 닭과 오리들마저도

자연과 더불어 무척 행복해 보여 낙원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바로 옆 동네에서는 일본 이민 1, 2세들이 녹색의 낚시터를 만들어

고기 잡는 즐거움과 함께 싱싱한 생선요리마저 선을 보이며 성업 중이었다.

민물고기를 날 회로 먹기에는 맛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나 살이 연하고 보드라운지 살포시 회를 떠서

흰 쌀밥위에 사뿐 얹어 간장과 겨자를 곁들여 모처럼

속 시원하게 맛깔난 점심을 브라질 산토스에서 만끽하였다.^^

가난한 어린이들의 미래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지우다는

2010 Projecto Oficina do Futuro라는 프로그램에서 에스페란토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선사하고 있었다. 1층 건물은 청과물 시장, 2층의

빈 공간을 쪼개서 교육 장소로 쓰고 있는 이곳에서

음악과 미술, 춤과 공작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협동성과

생산성, 적극성, 자신감 등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 싱글 벙글 달려오는 이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하늘색의 눈동자를 보면서 문화예술 교육의 힘은

산토스 항구 지역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는 등대가 되어주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파롤루 몬도(parolu mondo)에서 활동했었다는

발음이 선명한 에스페란티스토 에밀리오의 걱정과 함께

이 지역에서도 젊은 신인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등장이 부족하다는

그의 염려가 있었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은 한 두 명의 헌신적인

열정이 오늘도 산토스 지역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산토스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뒤로 하고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상파울로로 향한다. 우리를 기다리기로 약속한 에스페란티스토

프란체스카는 보이지 않고 거대한 인파와 복잡한 소음만이

우리를 맞는다. 오고가는 사람들 10명 중 한 두 명은

동양인인 듯한 얼굴들이 꽤 많다. 기다리다 지쳐 카라가 공중전화도

찾을 겸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려는데 여기서도

영락없이 사용 요금을 요구 한다.

한사람 사용료 1.25레알, 먼저 1레알을 지불하고 0.25레알 동전이 없어서

지폐 2레알을 지불했다. 거스름돈 1.75레알을 요구했으나

2레알 지폐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이 양반 땜에 산토스에서 느꼈던

브라질의 좋은 인상을 다 구겨논다.

목소리도 걸걸하게 큰 프란체스카가 2-3시간 만에 나타났다.

우리가 다음날 오는 줄 알았다고 하는데 뭐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는 택시 기사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며

그녀의 집으로 우리 안내를 부탁한다.

웬걸... 이 택시 겉은 멀쩡하나 속은 이미 고물인지,

아무리 부릉 부릉 용을 써 봐도 시동도 안 걸린다.

아무래도 오늘 상파울로 첫날 일진 김이 팍 센 듯...

이럴 때 일수록 몸조심 마음조심 주머니도 조심...

산토스에서 상파울로까지 두 사람이 35Real에 왔는데

상파울로 버스터미널에서 프란체스카네 집까지 약 30분 걸리는

거리를 택시로 54Real에 왔다.

배 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 두고 하는 말.

인구 1200만 명이 복작거리며 사는 브라질 제2의 도시 상파울로는

혼잡한 소음 공해와 고물가, 교통체증 등 우리의 서울과 너무 닮은꼴이다.


1500년도에 브라질이 건립되고 1554년에 상파울로가 세워진 것을 보면

고대의 아스라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중세의 암흑 같은 식민지 시대와 함께 탄생한 곳이 바로 여기이다.

12월 3일인데도 벌써 거리마다 집집마다 산타 할아버지들이 걸려 있고

아름드리 나무에도 네온사인들이 빙 둘러 쳐져 있다.

한 여름 땡볕인데도 긴 팔에 털 모자, 솜 털 가득한

복장을 해야 하는 산타 할배도 땀띠 땜에 좀 고생해야 할 판.

근데 왜 산타 할배는 여름 옷 안 입으시나요^**^


상파울로 에스페란토 협회 회장인 로베르트의 안내로

일본 전통 종교 오오모토의 연말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정갈한 대나무 발이 쳐져 있는 교당에서 엄숙한 의례가 끝나고

즐거운 송년 모임에서 카라와 로자는 행운의 당첨권을 받는

기쁨마저 누렸다. 로베르트는 이곳에서 에스페란토

수업을 진행시킨 바 있다.



일본식당도 중국집도 즐비한 상파울로 Luz역에서

한국 식당 찾아 삼 만 리...드디어 일미정 발견하다.

근 8개월 만에 먹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 청포묵 무침, 오이김치, 눈물이 날 만큼 황홀한

우리의 음식으로 행복해진 발걸음을 돌려 보니,

마치 동대문 의류시장 축소판을 여기다 옮겨 놓은 듯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옷 가게가 곳곳마다 성업 중이다.

근처의 아르메니아(Armenia)역은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쎄(Se')역에 위치한 성당 주변에는 걸인도, 경찰도,

상인들도, 어느 종교 신도들의 열렬한 기도도

모두가 개성이 철철 넘치고 넘쳐서 시끌 복잡한

상파울로 거리의 소음공해를 배가시킨다.

상파울로에서 버스로 약 1시간 만에 도착한 인근의

산 미구엘(Sao Miguel)에서 우리를 맞아주신

구순의 에스페란티스토 오스발도 올란도(Oswaldo Holando)와

칠순의 아내 데우자(Delza)는 정말 존경스런 분들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연세도 놀라웠지만 두 분이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는

자멘호프 모임(Klubo Zamenhof)이 2009년에 60주년을

맞았다고 하니 그저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한 사람의 신념과 헌신이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도

멈추지 않고 줄기찬 에스페란토 비를 뿌려주고 있으니

가랑비처럼 작고 가느다란 빗줄기지만 언젠가는

산 미구엘 땅 곳곳을 촉촉이 적셔 주리라 믿는다.

12월 11일 토요일 오후 3시 상파울로 에스페란토 협회에서

자멘호프 탄신제가 열렸다. 로자의 양반춤과 민요가 곁들여진

이날 행사에는 안토니오의 에스페란토 랩 공연, 연극,

1년 동안의 활동 상황 보고 등

너 나 없이 흥겨운 약 50여명 이 지역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모여

때맞춰 몰아친 천둥 번개 만큼이나 화끈한 시간을 즐겼다.



2011년 7월 9일부터 14일까지 전체 라틴 아메리카 에스페란토 대회와
브라질 전국 대회 등 3개의 굵직한 대회가 열리는 상파울로의

영원한 발전과 2011년 성공적인 대회를 기원하면서

배! 째라 부부 플로리아노리스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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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번째 마당- 대서양 바닷길 따라
여행 | 2010/12/25 04:13

서른여섯 번째 마당- 대서양 위에서

(바닷길 여행, 테네리페, 레찌페, 살바도르,

리우데자네이르 편11/15-11/28)


유럽 여행을 모두 마치고 남미 대륙으로 넘어 갈 일이 막막하다.

그냥 후딱 비행기 타고 쌩~하고 날아가면 될 일을

카라가 죽자 사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고집 부린다.

옛 포르투갈 정복자의 후손도 아니면서 극구 바닷길로

브라질 들어가는 수단을 찾아보자고 버팅기니 로자 인들

별 도리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돈 주머니 관리랑 카드를

카라가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씀씀이가 헤픈 로자에게 맡겼다가는

일찌감치 부도 나기 십상이라고

로자 보다 좀 더 알뜰한 카라가 여행의 전반적인 경비를

관리하기로 서로 동의 했기에 더 이상 로자도 할 말이 없다.


아~ 드뎌 집념의 카라가 바닷길로 떠날 묘수를 찾아내었으니

이름하여 '대서양 횡단 바닷길 여행'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브라질 산토스까지 장장 14일 걸리는

크루즈 여행에 배! 째라 부부도 승선하기로 하였다.

일반적인 항공요금 보다는 약간 저렴하고, 저가 항공사 비용보다는

비싼 크루즈 요금은 자고 놀고, 영양 보충하고, 2주일 동안 숙식비까지

계산해서 보면 오히려 우리에게는 훨씬 경제적인 가격이다.

두 말 않고 카라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으나,

군에 가 있는 심약한 배! 째라 부부 아들의 가슴에

한 줄기 걱정거리를 안겨 주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망망대해에서 죠스랑 범고래랑, 해적이랑 치열하게 싸우며

사투를 벌이는 것으로 착각이나 하는 것은 아닌지.^^

타이타닉 영화의 진한 기억으로 바다 여행의 공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철딱서니 없는 엄마 아빠 땜에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쬐끔 염려된다.


수용인원 3,100명, 16층 건조물 , 골프 연습장, 테니스장,

풀장, 극장, 공연장 등 이름 하여 떠다니는 문화마을

MSC ORCHESTRA는 신비하고 황홀한

5대양 6대주 바다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이탈리아 소속 크루즈이다.

왕년의 명배우 소피아로렌이 대주주로 있는 이 배의 회사는

어느덧 8척의 커다란 크루즈를 진수시키며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바다 여행길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다.

11월 15일 오후 1시 리스본을 출발한 배가 다음날 아침 8시에

하얀 집이란 뜻을 가진 카사블랑카(Casablanca)에 도착하였다.

황당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하는

모로코 정부의 통제로 육지에 내려 보지도 못하고,

자존심만 상한 채 그냥 배 위에서

하잘난 카사블랑카에 야유를 날린다.

'나 원 참 더러워서, 그 땅 안 밟고 만다.'(붉으락 푸르락)

카사블랑카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왕국의

대서양 연안 항만도시로서

1942년 워너 브라더즈사가 제작하고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또한 1982년 미국 플로리다 출신의 가수 버티 히긴스가

동명의 이름으로 노래를 불러 빌보드 차트지에서

맹위를 떨치던 당대의 히트곡 이었다.

명성 보다는 그리 볼 게 없었던지, 아침 일찍 서둘러 관광 떠났던

사람들이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서둘러 돌아 왔다.

우리를 위안 해주려는지 선상에서 보이는 이슬람 신전

저것 말고는 볼 것 하나 없다고 한다.

만경창파의 대서양 푸른 물결은 잔잔하고,

육지가 가까워졌는지 바다 갈매기들의

물고기 사냥 다이빙에도

더 한층 탄력이 붙었다.

근 4일 만에 스페인 흙을 밟는 배! 째라 부부 발길에도

흥겨움이 덩달아 묻어난다.

테네리페(Santa Cruse de Tenerefe)는 스페인 영토

카나리아 제도의 주도(主島)로서 인구 약 66만(1992)의 가장 큰 화산섬이다.
맑고 수정 같은 해수욕장과 함께 휴양지로서도

인기가 높은 대서양 항구도시이다.

거리 곳곳 마다 WIFI ZONE이라 써 붙여 있지만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 작동도 쉽지 않다. 속은 것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 인상 좋은 인터넷 카페 주인장의

후한 인심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르르 다 녹는다.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는 대서양 물결만을 바라보며 지내야 한다.

오만가지 불길한 생각 가까이에도 가지 못하게

크루즈에서 마련하는 가지각색 프로그램이 널려 있지만

늙지도 젊지도 않은 배! 째라 부부는

깍두기 마냥 하얀 할매 할배들 사이에 끼기도 거시기 하다.

다만 카라 만이 앙상한 뼈다귀를 드러내며,

부러운 듯 바라보는 너브대대한 그들의 시선을 즐기며,

대서양을 달구는 태양아래 널브러져 해바라기에 빠진다.

항해 6일째,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당기라는 알림과 함께

일몰의 장관이라고 선장이 강력 추천하는

The Republic of Cape Verde가 나타났다.

이곳은 대서양 중앙에 위치한 10개의 다도해 국가 중의 하나이다.

서아프리카 해변에서 570km 떨어진 이 작은 나라에서도

발전소 같은 원통형 건물도 보이고, 평지 따라 옹기종기

인가도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근 5일 동안 한도 끝도 없는 짙푸른 물결만 보다가

섬나라를 발견한 흥분에 와글 바글 모든 승객들이 뱃머리로 올라왔다.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우물에서 두레박이라도 찾아낸 것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하고, 사진 찍고, 감동스런 장면 연출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주방장이 아시아 음식까지 준비했다.

말라깽이 김밥 말이에 연어 초밥, 미소 된장국,

거기다가 곱게 장식한 난초까지, 승객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도 지루하다 느낄 만 할 때쯤

청량음료 같은 이벤트 하나씩 펑펑 터트려 준다.

이들 모두가 평범한 선박회사 직원들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노련한 심리전문가들인 것 같다.

저녁식사 후에 이어진 브라질 무용단의 열정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삼바의 나라 사람들답게 털기 춤은 기본이요, 맨발로 바닥을 구르는 춤,

마구 마구 돌리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춤춤,,,,사랑하면 춤을 추라는 듯...

갖가지 춤판이 COVENT GARDEN 극장을 달군다.

11월 24일 아침 7시, 브라질의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Pernambuco주의 주도인 레찌페(Recife)에 도착하였다.

보아 비아겜 해변(The Boa Viagem beach)은 브라질의

도시 해변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다. 고운 모래사장과

온천수로 각광 받는 이곳은 레찌페가 자랑하는 관광 1번지란다.

크루즈에서 내리기 전부터 항구를 달구는 열렬한 환영 음악회가 열렸다.

경쾌하다 지쳐 너무 빠른 박자로 춤 주기도 힘든 이 강렬한

비트는 바로 삼바의 주된 리듬이라 한다.

'와우! 우리의 봉~들이 당도하였다. 어서 어서 돈 풀어라~'하고

외쳐 되는 것처럼 길길이 날뛰고, 팔딱거리며 연주하고,

뱅글뱅글 돌고, 식전 댓바람부터

우리들의 얼을 홀딱 뻬 놓는다.

브라질의 북부 지역에 위치한 항구도시 레찌페에서 오늘

무료 공중 보건 서비스가 행해졌다. 열악한 브라질 동북부 지역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주는 제도라고 한다.

골목 마다 쓰레기가 뒹굴고, 고기 굽는 연기로 거리를 혼미하게 할지라도,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의 적극성은 문화의 집 마저도

기념품을 파는 상점으로 둔갑 시켰다. 이왕 돈 벌기로 작정한 이상

모든 아이디어와 묘수를 주 정부와 개인이 짜내고 있는 모습이다.

11월 25일 오전 10시 브라질의 또 다른 항구도시 살바도르(Salvador)에 도착하였다.
구세주라는 뜻을 가진 살바도르는 1549년 포르투갈 식민지시대 수로도서
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중심지였다.

그런 연유로 지금도 가장 많은 흑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며,

자연을 닮은 알록달록, 희디 흰 전통의상과 음식 등 아프리카 풍속이
지금껏 전해지고 있다. 198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살바도르는 현재 바이아(Bahia)주의 주도이다.


억울하게 죽어 간 조상 노예들의 영혼을 달래 주기라도 하는지,

이제 모든 것 다 잊으시고, 잘 살아보려 애쓰는 후손들

거두어 살펴달라는 듯, 한마음, 한뜻으로

족히 살바도르 주민들 모두가 모여 실룩 샐룩, 덩실 덩실 춤춘다.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는 곳 일수록 걸인도 소매치기도 많다고

항상 조심하라 알려주지만, 살바도르에서의 오싹한 경험

또한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언제나 넘치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에 카라가 남들이 잘 안다니는

자동차 도로를 따라 아래 항구 쪽으로 걸어 간다고 먼저 앞장 섰다.

땡볕이라서 그런지 오고가는 자동차와 주차된 차들 외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을 가고 있는데

젊은 남자 3-4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을 무심히 보아 넘기고

아랫길로 향하는데, 어느 선량한 브라질 여자가 자신의 자동차

경적을 크게 울려 주며 손짓으로 그리로 가지 말라고,

위험하다는 긴급한 신호를 그 젊은이들 몰래 보낸다.


다행히 카라가 잽싸게 상황을 파악하고 자연스레 방향을 돌려

윗길로 되돌아왔다.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이, 아주 무사히!!

다만, 로자는 그 바로 몇 분 전에 카라랑 아웅다웅 다투어서

십리만치 입을 삐죽 거리며, 카라의 뒷통수를 째려보며

투덜투덜 따라 가느라 전혀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다.

다행히 배로 돌아와서 샤워도 하고, 밥도 먹고,

룰루랄라 변덕이 부활하여 또 다시 즐거워진 때,

그제서야 카라가 살 떨렸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휴~)


블룸버그 TV 뉴스(Bloomberg News)를 통해 보게 된 리우 데 자네이르

소식이 심상치가 않다. 우리의 다음 기착지가 바로 거기 인데,

하루 종일 뉴스에서 경찰과 마약 갱단간의 총격전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말로만 듣던 무기로 무장한
도시 게릴라전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닌지, 간밤의 꿈속에서 조차 종일 총싸움했다.

크루즈 승객 중 리우에 살았었다는 어느 독일인에게 물어 보니

별거 아니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

리우는 극히 안전한 아름다운 도시라고

절대 겁먹지 말고 실컷 즐기다 오라고 하는데...

칼도 아닌, 총을 들고 싸운다는데, 한방이면 다 날려 버리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과의 난타전인데...

람보의 후예들 처럼 건장한 브라질 특공대원들이 투입되고,

탱크가 등장하고 무슨 전쟁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인데도 리우 데 자네이르 거리가 한산하다.

더구나 큰 도로 양옆의 상점들도 셔터를 내리고, 무장한 경찰들이
2-3명씩 짝을 이뤄 도시를 순찰 한다.

세계적인 명성과 오명을 다 가지고 있는 약칭 리우는

이태리 나폴리, 호주 시드니항과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고 있으나, 거의 세 시간에 한명씩

총격전으로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오명도 안고 있다.



러나 악명 보다는 어느 스타 도시 못지않게 명예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리우는 1763년부터 1960년까지는

브라질의 수도였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코르코바도 언덕(Morro Do Corcovado)의 거대한 예수상은

리우의 명성에 꽃다발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1월의 강(Rio de Janeiro)이란 뜻의 리우는 연평균 기온이 23도로 습하지만
서늘한 무역풍의 영향으로 그 유명한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해변을 탄생시켰다.


우뚝하게 솟아 있는

고층빌딩과 도심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이곳은 리우 항구 입구의 거대한 종 모양의 기암괴석

팡데아수카르와 함께 살벌 오싹하지만 향긋한 리우를 만들어준다.

와우!! 드디어 두 발로 땅을 밟으며 사는 날이 돌아왔다.

출렁 출렁 황홀했지만 타이타닉의 공포가 가시지 않았던

2주일간의 바닷길 여행이 끝났다.^^

커피, 요구르트, 시리얼, 달콤 새콤한 구아바까지,

밥심 가득, 선상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마치고

브라질 에스페란티스토 펠리페가 기다리는

흙냄새가 향기로운 육지로 인생 2막의 배! 째라 부부

성큼 성큼 발을 들여 놓는다.

대서양 안녕...잘 있어...또 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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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애 2011/01/01 00:00 L R X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귀국하시는 그날까지 건강하시구요.^^
로자 고경자 2011/01/04 01:51 L X
코란당콘^^

김인자 2011/01/01 13:35 L R X
신묘년새해 건강+소망+웃음+나눔+사랑 +행복
복 마니마니 받으세요~~~~
로자 고경자 2011/01/04 01:53 L X
감사 감사~ 꾸벅^^

김인자님의 꿈과 희망도 함께 영글어 갈
신바람나는 새해가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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