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학의 패러다임 전환

문화관련글발 2006/09/03 03:23
   
여가학의 패러다임 전환

- 하위분과 여가연구에서 학제간 여가연구로 -


김영순?이철원 외 저. 2006. 『여가와 문화 - 여가연구의 문화코드』 역락. pp. 47-71.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레저경영연구원 원장)




Ⅰ. 서론 - 여가를 둘러 싼 학문적 편견 극복하기


  현대사회는 움직이고 있는 사회다. 현대세계는 이동이나 여행의 본성과 그에 대한 경험을 현저하게 변화시켜왔다. 현대성을 상징하는 것은 걸어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기차승객?비행기승객?자동차 운전자 등이다. 20세기의 조직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포드는 자동차를 대량생산했다. 이처럼 현대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장거리 교통과 여행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급속한 형태의 이동은 사람들이 실제로 현대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 즉 정체성의 재형성 그 자체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사회생활 규범이 적용되는 새로운 공공장소(역?공항?호텔 등)가 발전되고, 자신과 사회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을 조직하는 수많은 장소신화가 개발된다. 또한 사회생활은 기계적 시간(시계시간?일지?비서 등)으로 편성된다. 이동은 사회적으로 조직되어서 다양한 감시와 규제를 받는다. 이동은 사람들이 현대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변경시키고, 사람들의 정체성과 사회성의 형태를 변경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미적 이해도 변경시킨다(Lash & Urry, 1998: 371-377).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는 여가사회1)다. 이동은 생산보다는 소비를 위한 이동이 점차로 중요해 지고 있으며, 노동이 아닌 여가를 주요한 맥락으로 하는 소비사회가 등장했으며, 사람들의 주된 삶의 관심 자체가 일이 아닌 여가로 이동했다. 일터와는 판이하게 다른 규범이 작동하고 일상적인 경험을 변경시키는 여가공간(리조트?테마공원?백화점?쇼핑몰?뮤직홀?박람회 등)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가공간에서 보내는 시간과 소비하는 돈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제조업가동률과 함께 백화점의 매출액은 중요한 경제적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범죄가 주로 발생하는 무질서한 시간으로 간주되었던 새벽시간과 수면시간이 이제는 여가시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됨으로써 사람들의 시간 경험에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 여가는 예술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생활이 예술작품으로 변하게 했으며 기호와 이미지의 빠른 흐름을 주도했다는 의미에서 일상생활을 미학화하고 있다. 여가는 현대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Featherstone, 1999: 105-130; Urry, 1990: 40-65).


  여가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가의 사회적 조직화에 대한 탐구, 여가시간에 대한 탐구, 이동에 탐구, 다양한 형태의 교통과 여행에 대한 탐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학문적 편견 때문이다. 여가보다는 노동을 분석하고, 소비보다는 생산을 분석하고,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을 분석하고, 여가이동보다는 노동이동을 분석하는 편견과 여가를 노동의 부산물로 간주하고 이동을 본질적으로 다른 보다 본질적인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하는 편견 때문이다(Lash & Urry, 1998: 373). 이러한 편견은 여가관련 변수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여가연구로 대체하게 했으며, 여가를 산업사회학과 직업사회학의 연구영역으로 국한시켰을 뿐만 아니라, 여가학을 독자적인 분과학문으로 성립되지 못하게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과학문의 하위영역으로 머물고 있는 여가연구의 영역한계를 넘어서 분과학문들 간의 학제간 여가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본 논문은 여가에 대한 학제간 연구, 특히 경제학과 사회학의 학제간 연구를 위한 이론적?방법론적 대안을 제시하고, 학제간 여가연구의 쟁점을 검토함으로써 하위분과 여가연구에서 학제간 여가연구를 거쳐 독립된 분과학문으로서 여가학의 위상정립 가능성 모색을 목적으로 한다. 먼저 사회의 변동이라는 맥락에서 여가를 연구한 사회학적 여가연구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이어서 효용과 선택이론으로 여가를 연구한 경제학적 여가연구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경제사회학적 관점에서 기존의 경제정학적 여가연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경제동학과 경제사회학의 학제간 여가연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학제간 여가연구의 쟁점을 검토함으로써 학제간 여가연구 활성화를 제안한다.


Ⅱ. 사회학과 경제학 그리고 학제간 여가연구


1. 여가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1.1. 구조기능주의적 여가연구


  고전사회학 이론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여가에 대한 관심이 회복된 것은 사회학의 역사가 한참 흐른 뒤의 일이다. 산업사회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요구 때문에 여가를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는 ‘삶의 주된 관심이 일에 있는가 아니면 여가에 있는가?’라는 경험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한편으로 ‘일과 여가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보다 이론적인 연구주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산업사회학자들은 일과 여가의 관계에 대해서 개인이 인식하는 방식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사람들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서 ‘삶의 주된 관심’(central life interest)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했다(Dubin, 1963: 53-72; Parker, 1976: 66). 두빈(Robert Dubin)이 만들어서 처음으로 경험적 연구에 적용한 이 개념은 이후로 여러 학자에 의해 연구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과정 연구와 미국의 탈산업사회론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두빈은 산업노동자들의 응답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 그들의 주된 삶의 관심이 일에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관심 자체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으며,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 못지않게 노동자들의 여가생활이 노동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두빈의 연구를 수정하여 전문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오잭(Orzack)은 일이 전문간호사들의 중심적인 삶의 관심이라는 가설을 확증했다(Orzack, 1963: 73-84). 이 두 가지의 경험적 조사연구를 종합하면, 노동자의 삶의 주된 관심은 그 노동자의 직업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노동은 더 이상 삶의 주된 관심이 아니지만,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구현하는 주된 활동영역이 일이다. 이처럼 삶의 주된 관심과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들은 노동에 관한 연구의 부산물로 여가를 연구했다.


  ‘삶의 주된 관심이 일에 있는가 아니면 여가에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산업사회학적 관심은 ‘일과 여가의 관계는 무엇인가?’라는 여가사회학적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사회사적으로 보았을 때, 일과 여가는 그 강조점이 끊임없이 변해 왔으며 통합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했다.2) 일과 여가의 통합과 분리에 착안하여 양자간의 관계를 연구한 사람이 윌렌스키(Harold Willensky, 1960)다. 그는 일과 여가의 통합현상을 확산(spillover)라고 했고,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상(compensation)이라 했다. 윌렌스키의 이원관계 분석을 더 진척시켜서 확대한 것이 파커(Stanley Parker)의 연구다(Parker, 1976: 72-74). 파커는 일과 여가의 관계가 노동변수와 비노동변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고에 바탕을 두고 확장?대립?중립 등으로 관계유형을 분류하였다. 이에 의하면, 일에 있어서 높은 자율성을 가진 사람은 확장유형을 보였고, 자율성이 낮은 사람은 중립유형을 보였다. 확장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이 여타의 생활영역까지 확대된다는 느낌을 가지 있었으며, 중립유형은 일에 대해서 지겨워했고, 대립유형은 일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었다. 또한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질수록 대립유형에 중립 그리고 확장유형에 속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두빈에게서 비롯된 일과 여가의 관계에 대한 연구방법은 여러 학자들의 학문적 관심이 연결됨으로써 점점 더 정교하고 섬세하게 발전해 갔으며, 특히 사회적 형식주의(social formalism) 여가사회학자들의 여가연구(Dumazedier, 1967; Parker, 1976; Roberts, 1999)를 자극했다. 이후로 다양한 사회학적 조망에서 현대사회의 여가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여가연구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가족?생애주기?계층?자유시간 등으로 확대되었다(Wilson, 1980: 21-40).


  1.2. 사회학 이론적 여가연구


  본격적인 여가연구는 사회학이론가들에게서 나왔으며, 각각의 이론가들은 자신의 이론적 지향에 따라서 여가를 긍정적?핵심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부정적?주변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 탈산업사회론, 결합체사회학의 문명화과정론, 베버의 이론을 현대사회에 적용한 리처(George Ritzer)의 맥도날드화 테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계몽으로서의 대중기만”은 호르크하이머(Horkheimer)와 아도르노(Adorno)가 1944년에 발표한 『문화산업론』의 부제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문화산업이라는 개념을 대중문화비판에 적용할 때 그 의도는 단순히 문화의 산업화만을 의미한 것이 아니다. 문화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비판을 가한 대중문화는 산업주의를 바탕으로 한 기계적 반복생산 때문에 진정으로 문화가 유지해야 할 심미성이 파괴 위축되고 이를 수용하는 대중은 표준화?규격화?상업화된 문화 상품을 일방적으로 공급받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은 ‘규격화?상투성?보수성?허위?조작된 소비상품’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문화를 생산함으로써 노동계급의 정치적 역량을 희석시키며, 그들의 정치?경제적 목표를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자본주의 사회의 틀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상품 중의 하나인 여가산업 역시 대중기만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여가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하였으며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Horkheimer & Adorno, 120-167).


  일과 여가를 바라보는 시각을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가 된 기념비적 저서 중의 하나가 리즈만(David Riesman)의『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다. 리즈만은 자신의 저서에서 사회의 변동과 인간유형의 변화를 연관시켜서 논의를 전개했다. 전통사회?산업사회?탈산업사회 등으로의 사회적 이행과정 속에서 인구와 인성도 변해가고 이에 따라 여가도 변동한다고 주장했다. 이행의 최종단계에 접어들면서, 노동영역에서 자유를 상실한 사람들은 여가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노동은 독창성을 상실한 타율적인 영역이 되고, 여가는 자유와 삶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노동에서 빼앗긴 것을 되찾는 장이 된다. 이 때 자율성을 상실하고 동료집단에 의지하여 여가를 해결하려고 하면 군중 속에서 오히려 고독을 느끼게 된다. 탈산업사회론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노동은 핵심적인 삶의 관심으로서의 중요성을 점차로 상실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노동시간도 1920년대에는 주간 평균 70시간이었으나 1958년에는 4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기계화와 자동화는 작업장에서의 단조롭고 고된 일을 추방할 것이다. 반면에 여가는 소비와 생활양식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탈산업사회론자들이 주장한 “산업화의 논리”(the logic of industrialization)에 따르면, 보다 많은 여가, 보다 많은 교육기회, 보다 나은 복지서비스 그리고 보다 높은 삶의 수준이 창출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보다 많은 여가는 산업적 진보의 필연적인 결과였다(최석호, 2005: 44-48; Riesman, 56-91, 445-446; Kerr et al, 1964: 14-29).


  일과 여가에 관한 최신이론은 여가사회학자가 아닌 사회학 이론가에게서 나왔다. 리처(George Ritzer)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베버(Weber)의 합리화이론과 패스트푸드점의 성장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다가 맥도날드화 명제를 수립했다(Ritzer, 1999: 16).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관료제적 합리화에서 비롯된 네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효율성?계산가능성?예측가능성?통제 등이 바로 그 특징인데, 맥도날드가 성공한 이유는 이 네 가지 특징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 사회와 그 밖의 세계의 더욱 더 많은 부분들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리처는 맥도날드화라고 정의했다. 맥도날드화는 패스트푸드업 뿐만 아니라 교육?정치?가정 등 사회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에 여가와 관광도 맥도날드화 되어 간다고 주장한다(21-50). 뿐만 아니라 여가가 사회를 더욱 맥도날화시키기도 한다. 여행객의 증가가 그 한 사례인데, 여행자들은 비록 자기들이 전혀 다른 곳에 와있지만 자기 동네에서 즐기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259-262).


  본격적인 여가연구가 시작된 이래로 최대의 사회학적 문제의식은 여가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화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거둬 낸 사회학자가 엘리아스(Norbert Elias)다. 그는 자신의 문명화과정론을 여가와 스포츠에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연구함으로써 여가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화에 기여했다. 엘리아스는 일과 여가로 양분하는 이분법을 반대하고, 아리스토텔레스주의적인 지적 전통 위에서 여가를 경험적으로 연구했다.


  인습적으로 해 오던 바와 같이 일과 여가로 양극화시켰을 때, 일이라는 말은 보통 특수한 형태의 일만을 일이라고 칭한다. 즉, 생계비를 벌기 위해 사람들이 수행하는 그런 형태의 일만을 일이라고 한다. 보다 분화되고 도시화된 사회에서 대부분은 이 일이 시간에 따라 엄격하게 규제되고 고도로 전문화된다. 동시에 이러한 사회의 성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남는 시간(spare time)에 상당한 양의 부불노동(unpaid work)을 한다. 남는 시간 중에서 일부만이 자신에게 즐겁고 자유롭게 선택하였으며 돈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여가에 사용된다. 대략 계산해 보더라도 남는 시간의 절반가량은 일에 사용된다. 남는 시간은 직업적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전체 시간이라고 한다면, 남는 시간활동에는 사적 노동과 가정관리, 휴식, 생물학적 욕구의 충족, 사교, 모방 또는 놀이활동 등의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남는 시간 중에서 일부를 여가에 쓸 수 있다(Elias & Dunning, 1986b: 67-71). 즉, 여가는 남는 시간에 이루어지지만, 남는 시간 중에서도 약 절반가량은 일하는데 사용한다. 시간과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일과 여가를 양분하는 것은 부적절함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엘리아스는 여가와 일을 양분한 후 여가를 일과 연관해서 연구하는 기존의 전통이 잘못 되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엘리아스(Elias)는 자신의 문명화과정론에 비추어 여가를 연구한다. 문명화과정 속에서 사람의 행동에 대한 통제는 모든 영역을 다 포함하게 된다. 기능의 분화, 인간관계의 인간화, 감정규제력 증대, 중앙집권화, 피지배자에 대한 지배자의 영향력 증대, 탈신화화, 세속화, 과학화 등과 같은 근대 유럽문명의 추세와 국가형성과정은 결합되어 있다. 문명과정의 맥락 속에서 국가형성은 사람들을 길들이고, 평화롭게 하고, 문명화한다. 중세의 무사들이 이해대립이나 감정대립을 해소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즉흥적인 무력행사를 주저하지 않았던 데 반해 일단 물리적 폭력이 중앙정부에 의해 독점된 절대주의 국가에서는 사적인 차원에서의 무력행사는 일반적으로 금지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인성 속에 잠재해 있는 공격욕을 스스로 억제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이러한 훈련은 아주 어려서부터 시작되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최재현, 1987: 239-247). 그러나 사회발전이 이러한 방향으로만 나아감에 따라 사회적?개인적 금지를 완화함으로써 균형을 회복하는 대항운동이 등장한다. 균형을 회복하는 대항운동을 현대사회에서는 여가영역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음악과 극장의 새로운 발전, 노래와 춤의 새로운 형태 등이 그 예에 속한다. 우리의 여가활동에서 흥분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노골적인 감정표현을 통제하고 금지한데 대한 보상이다(Elias & Dunning, 1986b: 65-66). 산업사회뿐만 아니라 여타 모든 형태의 사회에서도 여가활동의 결정적인 특징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감정을 억제하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여가활동 중에는) 통제를 해제하는 것이다(Elias & Dunning, 1986a: 95-96). 여가이벤트의 공통적인 특성인 모방측면은 실제 생활 이벤트를 재현함으로써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감정을 경험함으로써 이다. 실제 생활 상황에서 발생한 흥분(비모방 흥분)과 여가이벤트에 의해 각성된 흥분(모방 흥분)간의 비교는 차이점과 유사점 모두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본적인 생리학적 측면은 양자 모두가 동일하다. 차이는 심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다. 실제로 흥분(비모방 흥분)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 모방흥분은 사회적?개인적으로 위험은 되지 않지만 카타르시스 효과를 가질 수 있다(Elias & Dunning, 1986b: 79-81).


2. 여가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


  2.1. 경제정학적 여가연구


  시계라는 객관적인 측정수단을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함으로서 여가를 경제학적으로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가 벡커(Gary S. Becker)와 린더(Staffan Linder) 그리고 브라이언트(Keith Bryant)다. 이들은 여가를 단순히 일하지 않는 시간으로 보지 않고 노동으로 번 소득을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으로 보았다(정현식, 1997: 272-277; 최석호, 2005: 75-76; Becker, 1965: 493-495; Linder, 1970: 9; Bryant, 1993: 147-208).


  벡커의 작업은 소비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관찰에 기반하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더 부유해 지고 보다 많은 소비재를 소유하게 되면서 각 항목들을 사용하는 데에 필요한 소비시간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계는 이때까지 한 적이 없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윤과 효용이 서로 상충되어서 합리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기회가 변동됨으로 인해 비합리적인 행동을 강요당한 것이다. 이제 가계의 공통적인 반응에서 다양해진 기회들을 선택하는 문제로 합의의 영역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현실은 엉뚱한 변수에 의해서 고정되거나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경제적 변수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변동된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포함해서 다양한 결정규칙들과 함께 가계의 여가행동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비합리적 행동 역시 합리적 선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로써 경제학은 생산과 노동처럼 여가 역시 합리성과 선택의 문제로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Becker, 153-168).


  린더는 경제개발의 정도를 세 가지 단계로 분류하고, 각 단계로 나아가면 갈수록 시간의 효용이 커진다고 말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하게 주어져 있는 시간의 효용이 커짐에 따라 여가는 사회적인 문제인 동시에 문화적?심리적인 문제가 된다(Linder, 1970: 1-15). 사람들이 노동보다 소비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면, 그들 중 대부분은 또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 그 일이 소비시간에 필요한 돈을 벌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 동안에 늘어난 소득을 훌륭한 목적에 사용할 수도 있고, 자신과 환경에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자신의 비노동시간 동안에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여가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여가시간에 아무런 의미 없이 만화를 보거나 콜라를 마신다. 이 또한 여가문제를 야기한다.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은 엄청나게 바쁘지만 무엇 때문에 바쁜지를 모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즉, 시간의 문제는 경제적 자유시간 자체가 아니라 우리 문명 자체의 질적인 문제가 됨으로써 여가문제는 문화적인 문제가 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 개인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소비하기 위한 자유가 아니라 노동에 대한 강제이기 때문에 여가문제는 심리학적인 문제가 된다. 따라서 여가문제의 본질은 세 가지다. 사회적?문화적?심리학적이다. 부유한 나라의 평균적인 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시간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는 약탈당한 여가계급의 일원이다.


  브라언트는 가계의 생산활동을 벡커보다 더 포괄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소비경제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족경제학을 확립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또한 여가뿐만 아니라 벡커와 린더가 미처 다루지 못했거나 등한히 하였던 가계의 인적자본축적을 증가시키는 특수가계행위, 자녀에 대한 수요, 결혼 및 이혼 등도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Bryant, 1993: 17-29).


  2.2. 경제동학적 여가연구


  경제학자인 베블렌(Thorstein Veblen)은 사적소유의 시작과 함께 여가계급(leisure class)이 출현했으며 이들은 생산적인 직업에서 면제된 채 어느 정도 명예가 따르는 정치?전쟁?종교의식 및 스포츠 등으로 구성된 직업에 종사한다고 주장한다. 여가계급에 속한 이들은 강탈 이외의 방법으로 물건을 얻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했기 때문에 공훈 및 강탈에 의한 획득과 생산적인 직업간에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여 노동은 모욕적이고 따분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반대로 노동하지 않고 획득한 재화의 비생산적 소비는 인간 권위의 필수품으로서 명예로운 것이 되었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는 여가인에게 있어서 명성의 수단이 되었다(Veblen, 1983: 37-88). 따라서 여가란 계급적 상징으로 나타났다.

  신고정경제학과 케인즈의 경제학 양자를 비판하면서 여가에 대한 새롭고 대중적인 경제학적 접근을 한 사람이 쇼르(Juliet Schor)다(최석호, 2005: 73-75). 쇼르는 중세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노동시간 변동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적 변동을 일과 소비의 악순환(the cycle of work-and-spend)으로 개념화했다(Schor, 1992: 1-15).

  1960년대 이후로 미국은 지난 백 년 동안의 경험과 대비되는 놀라운 사건을 경험한다. 거의 백 년 동안 노동시간은 감소해 왔는데 1960년대부터 노동시간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 년을 지속해 온 노동시간의 감소는 1940년대 말로 중지되었으며, 1960년대 중반 이후로 약 20년 동안 노동시간은 줄 곧 늘어났다. 미국인의 여가시간 감소는 생산성 증가와 대비된다. 시간당 생산성이 증가하면 우리에게는 자유시간과 소득 양자의 가능성이 동시에 펼쳐지지만, 1948년 이후로 미국인들은 생산성 증가분을 노동시간 줄이기에 사용하지 않았다. 1990년의 미국인들은 1948년의 미국인들보다 두 배로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지만 자유시간은 그 때 보다 더 적다. 소비와 장시간 노동은 일과 소비의 악순환을 형성한 주범이다. 더 오랫동안 일하기를 요구한 고용주들은 더 많은 월급을 안겨주었고 이는 더 높은 수준의 소비를 가능케 했다. 경제적 진보는 자유시간이 아닌 소득을 분배해 주었다.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여유로운 삶과 휴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학이다. 이로써 일과 여가의 균형은 깨지고 사람들은 노동과 소비의 악순환에 휘말려 들어간다. 사람들 중에서 일과 소비의 악순환에 휘말려 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없어서다(Schor, 1992: 107-138).


3. 학제간 여가연구의 장벽


  고전경제학은 생산을 주로 연구했고 생산을 촉진시키는 것은 희소성과 필연성이라는 생각이 150년 동안이나 경제 이론을 지배해왔다. 경제학자들의 공급 측면에 대한 선호를 포기하게 만든 것은 기술과 과학의 거대한 진보로 인하여 공급이 무한한 탄력성을 가진다는 것과 산업생산이 대량소비 단계로 진입한 사실 그리고 신고전경제학이 노동가치설 대신에 효용을 경제학의 주요의제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Giarini & Liedtke, 1999: 58-73). 그 이후로 경제학자들은 효용이란 개념을 분석하고 경제적인 사건에서 그 개념이 갖는 의미를 상세히 구명하였다. 효용은 개인에게 구매욕을 갖게 하는 상품의 속성이다. 역으로 개인이 어떤 상품을 구매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그 상품이 효용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체계 내의 준거는 이제 더 이상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였다. 가치이론을 떠나 효용개념을 지지하는 경제이론으로의 방향전환은 공급지향적인 경제학이 수요에 기반을 둔 접근 방식에 자리를 양보하도록 하였다. 신고전경제학의 기본 가정은 자유방임적인 경제체계가 완전고용이란 안정된 상황을 추구한다는 것으로써, 이것은 신고전경제학의 이상이기도 하다.

또한 신고전경제학은 경제행위자들에 대해서 경제인(Homo Economicus) 가정을 한다. 기업가?노동자?가계 등의 경제행위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최적화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행동 가능성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긴다. 모든 가격은 서로 부응하기 때문에 시장에는 재고가 남지 않는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기 때문에 과잉수요 또는 과잉공급도 나타나지 않는다. 가격기제를 통해 균형에 도달하는 공급과 수요의 법칙은 노동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제는 완전고용3) 상태에서 스스로 안정된다.


  원래 경제학은 서로 갈등이 있었던 두 가지의 전통적인 관심을 공유하고 있었다. 첫째는 공학적 유비를 사용하는 균형 모형으로써 ‘지금 현재 경제적인 변수들의 지형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신고전경제학이 여기에 속하며,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는 생물학적 유비를 사용하는 진화론적 모형으로써 ‘장기간에 걸친 경제개발을 분석하려는 것’이다. 전자는 경제정학(economic statics)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경제동학(economic dynamics)이라 할 수 있다. 마샬(Alfred Marshall)은 자신의 저서 『경제학의 원리들』(Principles of Economics)에서 형식이론에 경도 되어 주로 경제정학을 다루었다. 경제동학을 다루는 또 한 권의 저서를 준비했었으나 실제로 그 책을 쓸 수 있는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사망했다. 마샬 이후로 양자간의 균형이 깨지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공학적 유비가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학의 균형상실로 말미암아 1950년대 말 이후로는 장기간에 걸친 성장을 분석하는 경제학적 연구들조차도 동적인 신고전 균형 모형으로 나아갔다. 즉, 진화론적 언어가 지배하던 영역들에서도 더 이상 진화론적 언어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Nelson, 1994: 108-110).


  이러한 양상은 경제학적인 여가연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초의 경제학적 여가연구인 베블렌의 『여가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은 진화론적 모형에 입각하여 생물학적 유비로 연구를 진행시켰다. 진화론적 언어로 충만해 있는 이 연구는 경제학과 사회학 양자에 걸쳐서 고전으로 남아있다. 경제학에서 진화론적 이론화의 대부분은 사회학자들의 저작과 지적으로 양립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경제학과 사회학 양자의 시민권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베블렌은 최고의 사례로 남아있으며, 경제학의 진화론적 이론은 경제사회학에서도 유효하다(Coser, 1978: 427-433; Nelson, 1994: 108-110).


  그러나 벡커(1976) 이후로 베블렌과 같은 여가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벡커는 가구의 소비결정행동 역시 합리적 행동을 가정한 신고전경제학의 경제인 가정에 의해 설명 가능하다는 것을 경제학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신고전경제학의 영역을 확장했다. 이를 연장하여 가구의 소비시간 활동으로써 여가를 이론적으로 분석하였으며, 린더(1970)는 이를 경제발전 과정과 연관해서 구체적으로 적용하였다. 브라이언트(1993)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구의 소비와 저축, 가구의 시간배분방법으로써 노동과 여가, 개인과 가족에 대한 인적투자, 결혼, 출산, 이혼 등에 걸친 가정경제학을 경제학의 하위영역으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가를 소비경제학의 연구영역에서 가정경제학의 연구영역으로, 즉 가구를 소비의 주체로만 보아왔던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의 주체로 설정함으로써 여가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를 더욱 발전시켰다. 효용이론과 합리적 선택이론으로 가구의 소비행위만을 분석했던 기존의 경제학적 연구를 가구의 생산행위로까지 확대시킨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경제학과 사회학간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있다. 즉, 신고전경제학을 사회학자들이 전통적으로 다루어 왔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Swedberg & Granovetter, 1992: 1-3). 이 세 경제학자의 여가연구는 전형적인 경제학적 연구라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공학적 유비로 가득 찬 경제정학이다. 자본주의적 제도의 정학보다는 동학을 강조하는 경제사회학적 접근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틀을 벗어난 곳에 여가를 자리 잡게 하고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이러한 이론들에 반대한다(Zukin & Dimaggio, 1990: 14-23).


  반면에 쇼르의 경제학적 여가연구는 경제사회학적 여가연구와 수렴의 여지가 다분하다. 쇼르는 신고전경제학적 주장과 자신의 주장 간에 차이점을 밝힘으로써 신고전경제학을 평가한다(1992, 128-132). 신고전경제학은 노동자가 시간을 선택한다고 말하지만, 쇼르는 노동자가 시간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더욱 중요한 차이점은 노동자의 선호도가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신고전경제학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노동시간을 시장이 제공했다고 말하면서 노동자들의 태도를 증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1978년에 미국 노동청에서 행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조사대상 노동자들의 85%가 보다 많은 자유시간을 위해서 미래의 추가적인 소득 중에서 일부 또는 전부를 포기하겠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신고전경제학의 경제인 가정 자체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고발한다(1992: 136-138). 경제인은 절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만은 늘 경제인을 괴롭힌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불만은 완화되겠지만, 욕망은 끝이 없어서 물건을 사 모으는 과정도 끝없이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은 유한한 자원만을 가지고 있는 지구를 이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자원고갈?환경오염?빈부격차 등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쇼르의 여가연구는 신고전경제학의 경제인 가정을 의심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정태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노동자를 합리적 선택의 주체로 보지 않고 빈부격차의 희생자 일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경제학적이기보다는 사회학적이다. 이처럼 공학적 유비에 경도 되어 기계적 모형으로 박제화시키지만 않는다면 경제학과 사회학은 대립되기보다 수렴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4. 학제간 여가연구의 가능성


  경제학은 주로 경제정학적 전통에서 여가를 연구해 왔으며, 사회학은 주로 여가의 사회적 기능 또는 노동의 잔여적 범주로써 여가를 연구해 왔다. 따라서 경제학은 사회를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사회를 크게 삼분(저발전경제?개발도상경제?선진경제)하고 그에 따라서 여가시간?여가소비 등이 어떻게 변동하는가를 살피거나 여가재화와 여가서비스의 소비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파악하거나 예측해 왔다. 이는 경제성장에 따라 여가의 경제적 효용을 검토하거나, 소득효과와 대체효과 또는 소득효과와 가격효과의 실제적 작동을 경험적으로 검토하는 연구성과물로 나타났다. 반면에 사회학은 여가가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가족?자유시간?생애주기?계층?일 등이 여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사회의 변동에 따라 여가시간과 여가소비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여가활동이 다양화되어 가는지 아니면 동질화되어 가는지 등을 연구해왔다. 이와 같이 연구의 역사를 분과학문별로 일별 해 보건대, 경제학적인 여가연구는 양적연구의 장점과 한계를 상당부분 간직하고 있으며, 사회학은 사회의 변형과 여가의 관계를 세밀하게 추적하여 이론화하는 작업을 지속한 반면 사회학적 환원론에 빠졌다는 의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가에 대한 학제간 연구를 가능케 하는 이론적?방법론적 대안이 절실히 요청된다. 먼저 이론적 대안은 경제사회학을 들 수 있다. 경제정학적 연구는 균형모형에 치중함으로써 분석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회피하고, 생물학적 모형의 복잡성을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모형의 단순화가 주는 수월함을 구가함으로서 극복노력을 게을리 했는데, 경제사회학은 이를 보완함으로써 양자간의 의미 있는 수렴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제동학적 연구와 과정문제를 다루는 경제사회학은 이미 수렴의 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 방법론적 대안은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기보다는 경제학적 연구방법과 사회학적 연구방법을 접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의 경제적 변형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와 사회의 변동에 따른 생활시간의 변화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서로 접목될 수 있는 방법론적 접점이 되고 있다. 이와 연관하여 경제학적 연구방법인 산업연관분석(Input output analysis)과 사회학적 연구방법인 생활시간연구(Time budget study)는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적 대안이다. 또한 경제학자의 통시적 경제동학에 대한 연구와 사회학자의 질적 연구방법은 동시에 적용되었을 때 서로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론적 대안이 된다.


  경제학과 사회학의 여가연구가 경제사회학적으로 수렴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경제사회학자인 윌리암슨(Oliver Williamson)은 아래와 같은 공통점에서 찾으면서, 사회학과 경제학간의 상충되는 견해들에 대한 생산적 결합이 필요함을 역설한다(1988: 159-185). 과정의 문제는 사회학과 경제학의 의미 있는 수렴을 위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제학과 사회학은 공히 기술결정론을 배격하고 있으며, 기술과 조직은 동시적으로 결정된다고 본다는 점에서 이미 일치를 보이고 있다. 경제학자의 경제인 가정과 사회학자의 도구적 합리성은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접점에서 만날 수 있다. 다만 조직의 형태에 대한 양자간의 견해차가 존재하는데, 이것 역시 경제학과 사회학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역이 늘어남으로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교연구와 자료의 공유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통합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5. 학제간 여가연구의 쟁점 - 여가과학에서 여가학으로


본 논문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제동학과 경제사회학의 학제간 여가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학제간 여가연구는 독립적인 분과학문으로서 여가학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제기되는 학제간 여가연구에는 여가학인지 아니면 여가과학인지에 대한 것과 여가의 개념, 일과 여가 등과 같은 쟁점들이 있다. 이러한 학문적 쟁점들은 학제간 여가연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여가학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하에서 학제간 여가연구의 쟁점들을 살펴본다.


  먼저, 학제간 여가연구는 여가학(Leisure Studies)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여가과학(Leisure Science)이 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Coalter, 1999: 507-517). 여가과학을 지향하는 미국의 여가연구는 양화된 경험적 연구를 바탕으로 여가가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노력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자유와 해방으로 정의된 여가관이 파생되어 나왔고, 여가만족도와 여가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파악하고 하였기 때문에 사회 없는 여가로 이어졌다. 반면에 영국의 여가학은 보다 폭넓은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여가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였으며, 사회 속에서 여가가 갖는 의미를 규명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여가가 아닌 여가로 여가 이데올로기를 파헤쳤다. 전자가 인지이론적이라면 후자는 규범이론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자는 경제정학적 여가연구와 구조기능주의적 여가연구에 가깝고, 후자는 경제동학적 여가연구와 사회학 이론적 여가연구에 가깝다. 전자는 학제간 여가연구를 어렵게 만들고 여가연구를 독립분과학문의 하위연구영역에 머물도록 만든다. 즉, 한국 여가학이 지금처럼 하위분과 여가연구에 머물고자 한다면 여가과학을 패러다임으로 채택할 수 있겠지만, 학제간 여가연구를 통하여 독립분과학문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여가과학이 아니라 여가학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여가의 개념은 여가학의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학제간 여가연구를 통하여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여가연구는 여가를 자유, 해방,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자율결정 등으로 정의해 왔다. 이에 따르면, 여가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의된다.


? 자유시간 또는 자유재량시간 (노동과 대비되는 시간)

? 자유롭다고 느끼는 경험 (이상적인 마음의 상태)

? 비자발적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행위 (여가활동)


자유시간, 해방경험, 자율적 행위 등과 여가를 연결시킨 강단여가학자들의 여가에 대한 정의 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켈리와 갇비(Kelly & Godbey, 1992: 14-20)이며, 이들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여가는 행위를 통해서 의미를 창조하고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실존적이다. 학습된 형식과 상징적 의미라는 실재적 맥락에서 보면 그것은 사회적이다. 따라서 여가란 체험 그 자체에 일차적인 의미가 부여된 자율적으로 결정한 행위이다” (Leisure is self-determined action with primary meaning contained within the experience).

이러한 정의는 여가에 속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지도 못하고 여가가 아닌 것을 모두 배제하지도 못하는 정의라는 한계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강단여가학 내부에서도 이상과 같은 여가정의를 ‘사회 없는 여가관’이라고 비판(Parker, 1995: 215-226)하는 등 주류의 여가정의에 대한 비판이 여가학계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강단여가학자들의 여가정의에 대한 비판 중에서 가장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는 크리스 로젝(Chris Rojek)으로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여가는 사회적 조건에 영향을 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강단사회학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자유, 해방, 자율결정 등으로만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 해방, 자율결정 등을 중심으로 한 정의보다는 여가 그 자체를 탈중심화 함으로써 맥락의존성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탈중심화 여가(decentring leisure)에 헌신함으로써 강단여가학자들의 강박관념을 털어내고 여가 그 자체를 해방시킬 수 있고, 진정한 여가의 사회적 의미를 복원할 수 있다’(Rojek, 2002: 317-347). 따라서 여가는 더 이상 개인적인 자유와 해방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조건이 부여되는 영역이며, 법률?정책?산업?삶의 질 등의 측면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중요한 사회제도적인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단여가학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여가학자들은 여가 이데올로기를 여가개념으로 고집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 조건에 부합하는 여가개념 정립은 학제간 여가연구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를 파헤침으로써 고도근대사회를 살고 있는 여가학자가 지식전문가가 아니라 지식인으로서 자아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Ⅲ. 결론 - 여가학에서 문화연구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일들을 마친 후에 가능한 사회생활과 여가를 연결시킨다. 즉, 여가는 자유시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자유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자유는 우리가 어떤 참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Rojek, 2000: 196-212).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수호하고 자유를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 우리 자신과 타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자유를 위해서 의무와 책임을 다 해야만 하는 자유의 역설이다. 여가는 자유시간이 아니라 이러한 역설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여가는 자유와 해방 그리고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의무와 책임 그리고 투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은 상실되고 없는 반쪽의 의미로서 여가의 사회적 의미를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여가과학이 아니라 여가학을 한다는 말의 속뜻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상품자본주의의 막강한 힘은 여가실행의 윤리적 내용에 대한 논쟁 자체를 무력하게 만든다. 후기 근대사회의 상품자본주의는 소외된 물건인 상품을 우리에게 준다. 그 대신 그 상품을 생산하는 인간관계의 연결망으로부터 우리를 분리시킨다. 우리가 자유시간에 던지는 질문, 곧 ‘우리는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은 상품화된 여가실행의 의례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자유가 궁극적으로 개인의 참여에 따라 좌우되는 것처럼 사적인 생활은 공적인 차원을 함축하고 있다. 여가학이 성숙단계에 접어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그 단계에서 우리는 사생활의 문화적 차원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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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가부키 경극

문화관련글발 2006/08/01 21:40
 
창극 경극 가부키

고 경 자

1. 한.중.일 전통극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 중. 일 세 나라에는 서양의 오페라와 같은 전통극이 있는데 그 민족적 전통양식 측면에서 관점을 두자면 한국의 창극(唱劇), 중국의 경극(京劇), 일본의 가부키(歌舞伎)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북경의 오페라는 경극 공연 예술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대국의 개방적 정신과 활기찬 동작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가부키는 섬나라의 섬세하고 유연하고 가벼운 동작이 나타나 있으며 한국식 오페라의 창극은 자유로움과 융통성으로 대표된다.

이에 동양 3국의 전통 오페라의 역사와 발전과정, 분장, 배역, 음악 등의 특징들을 서로 비교해 보고자 한다.


1.1 창극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국의 전통 오페라라 할 수 있는 창극은 개화기 이후에 판소리가 서양극의 영향을 받아 새로 만들어진 공연 양식으로 시대적 요청에 따라 듣는 것과 보는 재미를 가미하여 만들어진 한국식 전통 오페라라고 볼 수 있다. 창극은 연극처럼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여 각기 배역에 따른 음악과 노래, 연기의 즉흥적 표현이 춤과 관현악단의 반주와 결합된 진정한 형태의 종합예술이다.

창극의 시작은 20세기에 들어서이지만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신재효(申在孝)가 판소리에 내재된 연극성을 확충한 것이나 진채선이라는 여류 명창을 탄생 시킨 것 등이 20세기 들어서 창극이 탄생 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창극은 1906년부터 창자(唱者 )들이 역을 나누어 공연하기 시작하였고 1910년 이전의 창극 즉 ‘신연극’은 대체로 판소리에 익숙한 관객을 상대로 판소리의 레퍼토리를 연극화 하는 식으로 공연되었다.

1910년대는 일본을 통한 신파극1)의 영향과 가극, 신극 등의 영향으로 창극이 ‘구연극’으로 불리던 시기였다. 특히 신파극의 영향으로 <춘향가>의 이도령 역을 기생이 남장을 하고 등장하였으며 무대장치를 갖추는 등 창극은 점차 무대극으로서의 형태를 조금씩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신문화가 다각도로 들어오면서 창극의 성격 역시 변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 고유의 판소리, 창극, 민요 등이 대중의 재미를 위해 저속화되었다는 명창들 자체 내의 반성으로 인해 잠시나마 창극이 위축되었고 이로 인하여 판소리가 다시 번창하는 모습을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1920년대 중반기 이후에는 축음기회사나 조선 음악협회 등 각종 음악단체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명창대회가 유행하게 되었다. 또한 가극의 출현으로 당시의 창극 공연은 ‘가극’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1930년대에는 서양의 근대극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시기이면서 또한 전통연극에 대한 논의가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시작된 시기이다. 특히 전통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소리 창자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연희 전통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음악을 부활시키기 위해 공연방식의 병폐를 시정하는데 주력하는 이른바 ‘청신운동’이 조선음률협회를 중심으로 펼쳐졌다.2) 그리고 1934년에는 이것을 계승하여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가 ‘전통을 보존한다’라는 의식을 앞세워 공연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조선성악연구회의 이러한 공연활동은 창극 연행의 전형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창극사의 한 정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1910년대와 1920년대의 여러 연행물과 함께 공연하였던 창극과는 달리 1930년대 조선성악연구회의 공연은 한 작품을 하루에 공연하는 식,  다른 연행물 없이 창극만을 공연하는 식으로 그 공연방식이 정착되었다. 또한 이와 함께 무대 장치를 사실적으로 마련하고 대사와 성격에 맞는 연기를 지향하게 되었으며 각색과 연출의 개념도 도입되었다.

1940년대와 1950년대는 창극과 관객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나 흥행만을 추구하면서 창극의 수적 확산이 곧 창극 배우 수의 실질적인 위축으로 귀결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의 문화적인 통제가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정치적인 효용이 더해지면서 극단의 순회공연이 권장되었고 특히 창극계 외부인사가 창극에 직접 참여하게 되어 연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창극이 고전소설 각색극, 야담 소재극, 역사극 등의 창작극으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창극을 국극(國劇)이라 불렀었고 창극단들은 대체로 대한국악원의 산하단체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 같은 국극사, 국극협회, 조선창극단, 김연수 창극단 등 많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1950년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국극단들이 번성한 것도 이 시기이다. 그러나 여성국극단의 난립과 함께 이야기 소재와 전통연희에 숙련된 배우들의 부족 현상이 되풀이 되면서 여성국극단은 창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남긴 채 일시에 거의 흔적 없이 사라져 갔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국립창극단이 창설 되었다. 창설 당시에는 국립국극단 이라고 불렀지만 1973년 국립창극단으로 개칭하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1967년에는 창극 정립위원회가 국립극장에 설치되어 창극 극본의 정리와 연출의 방향 설정 등을 논하면서 창극의 정립을 모색하게 되었고 국립창극단 이름으로 ‘완판창극공연’과 ‘완판판소리공연’을 통해 다양한 표현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를 전후해서는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도립 혹은 시립 창극단이 결성되면서 오늘날까지 창극의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1.2 가부키의 역사와 발전과정


가부키는 1603년 무녀(巫女) 오쿠니(阿國)가 이즈모(出雲)3) 지방에서 가부키 오도리(歌舞伎踊り)4)라는 춤을 춘 것에서 연유한다. 오쿠니가 불교도들을 풍자해서 인기을 얻었던 것에서 비롯되어 남자로 분장하고 춤추는 여자배우와 여자 배우로 분장하고 춤추는 남자배우들을 자기 주변으로 끌어 모으면서 오쿠니의 가부키는 평민의 기호에 맞추어 만든 일본 최초의 중요한 전통극이 되었다. 본래 가부키라는 말은 정신과 복장이 정상에서 벗어난다는 뜻인 가부쿠(かぶく)5)라는 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시 오쿠니의 복장과 춤은 아주 획기적인 것이었다.6) 그 후 가부키는 약 400년 동안 가부키만의 독특한 음악적인 요소와 양식을 바탕으로 노(能)7), 교겐(狂言)8), 분라쿠(文樂)9)와 같은 일본 전통공연예술 중에서도 가장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극이 되었다.

가부키는 가(歌 : 음악성)와 무(舞 : 무용성), 기(伎 : 연기)를 뜻하는 취음자로 호화로운 무대와 의상이 혼연일체가 되어 가면을 쓰지 않고 분장을 중요시 여긴 총체 연극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가부키는 여자들의 가무가 중심이 되어 온 것으로 에도 시대와 그 이전의 인물로 분장하여 역사적 사실이나 전설, 사회현상 등을 노래와 춤, 연기 등으로 표현하였으며 그 동작의 기본에는 무용적인 요소가 많고 대사도 독특한 음률을 지니고 있어 가무기(歌舞伎)가 혼합된 종합예술이라 하겠다.


가부키는 창시 이래 배우중심으로 발전해 온 연극으로 배우의 기예와 그 모습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은 각본, 연출을 통해서이며 특히 분장이 배우에게 자신을 무대에서 최대한 살리는 요소였기 때문에 적어도 에도 시대에는 분장에 대한 책임은 배우 자신에게 있었고 따라서 배우는 연기는 물론 자신이 연기할 의상, 분장, 가발까지 고찰하고 연구하는 일까지 마다 않았다. 가부키는 관객을 즐겁게 하고 배우들이 솜씨를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교훈적 요소가 들어있으며 새로운 형식들을 쉽게 흡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식화된 연극으로서 신사나 절에서 공연되던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많은 관례들을 계속유지하고 있다.

가부키는 중세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92-1573)에 세상이 혼란하고 말법(末法)사상이 사람들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던 시기에 눈부시게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유행한 풍류 춤이 염불 춤과 맞붙어 성행한 것을 ‘염불풍류’라고 한다. 염불 춤은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1185-1333)에 지슈(時宗)라는 불교 일파를 조직한 잇펜 쇼닝(一遍上人)10)이 시작한 정토종(淨土宗)의 한 형태로 표주박이나 징, 꽹과리, 북을 치면서 손발을 마구 놀리며 염불을 외며 난무(亂舞)하는 것으로 가부키는 이 염불 춤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한다. 즉 가부키의 기본이 되는 것은 노(能)의 춤이나 무악의 춤이 아닌 바로 이 염불 춤이었다.11) 1603년 가요나 춤 등과 어우러져 오락성이 강한 염불 춤을 가지고 교토 무대에 등장한 오쿠니는 교토의 강변에서 가설극장으로 판잣집을 짓고 공연을 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오쿠니 연희 집단은 당시 항간에 유행하고 있던 가부키 모노(歌舞伎者)들의 풍속을 무대에 도입해 가부키 춤을 추어 귀천할 것  없이 모든 민중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렇게 오쿠니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남장을 하거나 괴상한 복장을 하고 연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자 가부키는 도쿠가와 막부 정치가 안정되면서 사회 풍속을 문란 시킨다는 이유로 1629년에 금지 당하는데 이러한 여자 가부키 금지령을 계기로 미소년 가부키가 등장한다.

미소년 가부키는 호색적이고 이색적이었는데 당시의 기록에는 관객들이 미소년들의 춤을 보고 넋을 잃었다고 하며 이와 같은 미소년 가부키도 남색의 매음을 겸하여 결국 유녀 가부키와 같은 폐해를 초래하게 된다. 미소년 가부키가 1652년 금지된 후 가부키는 사회에서 모습을 감추었으나 서민들의 부활 운동으로 흥행이 허가 됐으나 여성과 소년이 출연해서는 안되고 소년의 상징인 앞머리를 깎아 버리고 성인 남자만 허락하며 선정적인 무용이 아니고 연극을 하며 노와 교겐을 흉내 내는 연희라야 한다는 조건으로 1653년에 다시 흥행하였다. 남녀가 아니, 여자가 무대에 오르지 않는 연극이란 있을 수 없기에 온나가타라는 특수한 존재가 성립하게 되었다. 온나가타는 ‘오야마(女形)’라고도 하는데 유녀로 분장하는데서 시작이 되었고 또 유녀로 분장하는 것이 온나가타의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12) 성인 남자가 중심이 된 야로 가부키는 점차 종래의 여자 가부키, 미소년 가부키 중에 있던 노가쿠의 연희 형식을 섭취해 가면서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에 걸친 겐로쿠 시대(1688-1704)에 이르러서 성숙기를 맞이하는데 화려한 문화와 새로운 경제 층의 지지를 받고 겐로쿠 시대의 가부키도 질적으로 변화해 갔다. 에도와 가리가타에서 서로 다른 형을 창출해 온 가부키는 도쿠가와 막부의 정치 개혁 운동인 교호 개혁에 의해 엄격한 단속을 받아 쇠퇴해 가다가 조루리(人形劇)의 장점을 1740년대에 받아 들여서 다시 성행하게 된다. 이후 1780년대까지 약 반세기간의 가부키를 당시의 연호를 따서 덴베이 가부키라고 부르게 된다. 덴베이 가부키 시대에 확립한 성격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메이지 시대를 맞이한 에도 가부키는 18세기 후반 예능계에서 주목할 만한 기제와 교겐이라는 특이한 연희 각본이 생긴 것과 변화무용의 발달을 들 수가 있다. 메이지 유신 이후는 문명개화 등 서구화의 영향으로 정계, 재계 그리고 문인들에 의하여 연극개량운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따라서 잔기리극(散切劇)이나 가쓰레기(活歷劇) 등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13) 더욱이 천황관극14)이라는 획기적인 일로 인하여 학자들 또한 가부키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배우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한편 1903년에는 마지막 에도 가부키의 전속작가라고 할 수 있는 모쿠아미가 사망하면서 가부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1.3 경극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의(漢醫), 중국화와 함께 중국의 3대 국수(國粹)로 불리는 경극은 중국의 전통 연극 중 가장 대표적인 민중극으로 일찍이 한 대인 기원전 3세기에 이미 희곡이라 할 수 있는 초기 연극 형태가 존재하여 노래, 춤, 잡기, 씨름, 각투 등과 함께 궁중의 오락물로서 서민에 의해 장터에서 공연되었다. 시대에 따라 내용과 형식을 지니면서 발전해 오던 중국 연극은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각기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된 공연물들이 고도의 품격을 지니게 되면서 등장한 시대적 희곡이 바로 경극인데 이러한 경극은 창(唱, 노래), 과(科, 연기), 백(白, 대사)의 삼위일체를 요구하면서 춤이 곁들여지는 종합 무대 예술로 북경에서 집대성되어 그 지명인 ‘京’룰 붙여 京劇이라 불리어 졌으나 그 실제로는 남곡(南曲) 계통으로 남방에서 북경으로 유입되어 경극이 되었던 것이다.15)


중국의 전통극은 기원전부터 가무희로 존재해 오면서 한나라(BC220-206) 때에 이미 궁정에 광대들이 있어 가면무나 잡희가 성행하여 가무형능의 예능이 존재하여 당대(唐代, 618-907)에는 隨代의 연극을 이어 받아 가무잡희가 성행하여 큰 발달을 이루게 되면서 중국 연극사에서 희극을 발전시킨 공로자인 음악의 황제 현종이 양귀비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이 연극을 시작하여 궁중에 이원(梨園)이라는 연희자 양성학교를 세워 예능의 발전을 꾀하였기 때문에 민중들 사이에서도 여러 종류의 가무희(歌舞戱)와 그림자극이 발달하였다.16) 이러한 가무잡희의 성행은 궁중에서만 그치지 않고 민간에게도 널리 성행되었는데 안사의 난 이후 당나라 중엽에 성격사의 변화가 일어나 당대 말엽과 오, 송대로 이어져 가무희에서 거의 가면을 쓰지 않고 연출의 형성이 발달하기 시작하였으며 주변의 다른 나라와의 접촉이 매우 활발해져 송대의 가무희에서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까지 발달을 이루었다. 이러한 송대(宋代, 960-1279)에는 일명 남희(南戱)라고도 불리는 가면극인 희문(戱文)이 발달하였고 원대(元代, 1271-1368)에는 희문의 음악을 북방인인 원나라 사람들에게 알맞게 고쳐서 원잡극(元雜劇)이라는 가무극으로 발전시켜 배우가 창, 과, 백을 스스로 하고 등장인물을 증가하여 경극의 기초가 되게 하였다. 명대(明代, 1368-1644)에 와서는 명전기(明傳奇)라고 불리는 또 다른 가무극이 발달했는데 이는 원잡극의 영향을 받고 남방언어와 남방곡으로 쓰여진 희곡이다. 경극이 중국 전통극의 결정으로 발달한 과정을 보면 원나라 때의 잡극의 뒤를 이어 명나라에서 청나라에 걸친 300년 동안은 소주(蘇州) 곤산(崑山)에서 일어난 곤곡(崑曲)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경극은 민중오락으로서 오랜 전통을 지닌 잡기 잡예의 맥을 이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의 중국 연극은 원대를 지나면서 여러 변화를 거쳐 각 지방마다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된 고품격을 지니게 되어 경극으로 발전하게 된다. 경극은 청나라 중엽이후 고금의 희곡을 수집 정리하여 많은 보완을 하여 현재 이르렀으며 경극의 발생지는 본래 북경이지만 정치, 경제의 중심이 이동되면서 전국 각지로 전해져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중국 최고의 희극이 되었고 여러 세대에 걸쳐 장인들에 의해 성숙되고 완성되어 노래와 춤과 무술의 기교를 함께 보여주는 무대예술로 자리 잡아 그 이후부터 1942년 전후를 경극의 발전시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 개방이 일어난 1980년대부터 경극은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젊은층의 관심을 끌지 못하여 중국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과 후원으로 경극을 국보로 인정하면서 포괄적 공연예술의 하나인 서양의 오페라나 오페레타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총체극인 중국의 전통극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2. 창극, 가부키, 경극의 특징


2.1 배역


창극과 가부키, 경극은 작품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배역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배우가 작품에서 보여 지는 성격을 바탕으로 주인공과 그 외 조연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또한 이 모든 역은 남과 여로 구분되어 그 역이 정하여진다. 그러나 가부키의 경우에는 그 역의 구성이 모두 남성배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품에서의 여성의 역할 역시 남성배우에 의하여 그 연기가 이루어지고 경극에서는 생, 단, 정, 축 등 4가지의 배역이 정해져 있다.


2.1.1 창극의 배역


창극의 배역은 도창17), 주인공 그리고 감초 역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창극의 배역은 그 역의 성격과 명칭이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을 뿐 작품에 따라 여러 가지의 배역이 존재한다. 또한 창극의 배역을 맡은 배우는 가부키의 경우처럼 한 배우가 계속 같은 작품의 같은 역만 맡을 때도 있지만 그 배역이 바뀌기도 한다.


2.1.2 가부키의 배역


가부키의 배역은 다치야쿠(立役), 온나가타(女形), 고야쿠(子役) 3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다치야쿠는 주인공의 다치 야쿠와 적을 나타내는 가타기 야쿠(敵役), 젊은 역의 와카슈(若衆), 노인역의 후케야쿠(老役)로 구성된다. 이것은 다치야쿠가 주인공 역을 나타내는 의미 이외에 주연의 위치에서 연기하는 모든 역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모두는 큰 범위 안에서 다치야쿠에 속한다. 온나가타는 가부키의 가장 특징적인 배역으로 남자가 여자 역의 연기를 하는 것이며 그 구성은 딸의 역을 말하는 무쓰메야쿠(娘役), 20대 전후의 처녀 역을 말하는 도시마, 할머니 역인 바바가 있다. 고야쿠는 어린 아이의 역을 말한다. 이 외에 조연인 와키야쿠, 어릿광대 역의 도케야쿠 그리고 극 중 중요한 역할로 나이가 쌓여가면서 경험을 필요로 하게 되는 오야지카타가 있다.

이렇게 가부키는 우리의 창극과는 달리 작품에서 보여지는 배우의 성격에 따라 그 역의 명칭과 특징이 구분되어져 있다. 특히 다치야쿠역은 한 집안에서 그 역만 계속 대를 이어 나가기도 하지만 다른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다치야쿠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으로 바꿔서 그 대를 이어 나가기도 한다. 한편 다치야쿠는 배우들 안에서도 지위나 신분이 가장 높은 집단이 맡은 역할로 그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18)


  2.1.3 경극의 배역


경극의 주요 배역은 생(生), 단(旦), 정(淨), 축(丑)등 네 가지가 있다.

생(生)은 남자배역의 총칭으로 노생(老生, 나이가 많은 배역으로 긴 수염을 달고 나오며 혹칭 수생(鬚生)이라고도 한다.), 소생(小生, 젊은 남자 배역으로 수염은 없고 영준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무생(武生, 무술을 주로 하는 배역) 등이 있다.

단(旦)은 여자배역으로 청의(靑衣, 정단이라고도 하며 여자주인공을 의미한다.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 화단(花旦, 천진난만하고 활발한 성격의 여자배역), 무단. 도마단(武旦. 刀馬旦, 무술을 위주로 하는 여자배역), 노단(老旦, 노년의 부인) 등이 있다.

정(淨)은 얼굴 분장이 화려하여 화검(花?)이라고도 하며 성격이 비교적 특수한 배역이다.

축(丑)은 얼굴에 흰색 분장을 한 비교적 해학적인 연기를 한다.


2.2 분장과 의상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분장과 의상은 각 각의 작품에 맞게 이루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그 표현의 형태가 다양하다. 특히 가부키나 경극의 경우 분장이나 의상을 이용해서 배우의 역할과 신분, 특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창극과 비교하였을 때 그 구분이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


2.2.1 창극의 분장과 의상


창극의 분장과 의상은 그 색이나 종류로 배우의 신분이나 지위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가부키나 경극처럼 그 의미는 그다지 엄격하지 않으며 극에 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장과 의상이 중심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분장의 특징을 작품으로 살펴보면 춘향전에서의 변사또의 분장은 성격이 안 좋고 탐욕이 강한 얼굴이며 흥부놀부에서의 놀부 역시 욕심이 많고 자신밖에 모르는 인물로 이들의 특징은 다른 배우들보다 눈썹이 굵고 짙으며 약간 위로 올라간 듯한 형태로 분장된다. 또한 얼굴의 뺨 부분 역시 살이 많이 있는 듯한 분장을 한다. 의상에 있어서는 높은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의상으로 구분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배우의 성격에 따라 의상의 색이 여러 가지로 바뀐다고 볼 수 있으나 가부키나 경극처럼 정형화되지도 엄격하지도 않다.


2.2.2 가부키의 분장과 의상


가부키 배우의 얼굴에 하는 분장은 ‘구마도리(隅取り)’와 ‘시로도리(白塗り)’의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구마도리는 아라고토라는 연기양식에서 비롯된 작품의 배우들이 하는 분장이며 시로도리란 그 외 작품에서 지위나 신분이 높거나 잘생긴 남녀 주인공의 배우들이 하는 분장을 말한다. 구마도리(くまどり)는 배우의 성격에 따라 얼굴 전체를 색으로 표현하는데 구마도리로 분장하는 인물의 성격은 극 중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성격적으로 불안하고 폭력적인 사람, 두 번째는 반역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 세 번째는 영감을 갖고 있는 사람, 네 번째는 역사나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이다.19)

다음의 <표1>은 구마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색과 그 특징을 나타낸 것이다.


<표1> 구마도리의 색과 그 특징

색의 특징

베니구마(紅隅, べにぐま)

홍색

젊음과 정열의 상징, 아라고토 구마도리의 대표

아이구마(鑒隅, あいぐま)

청색

적(敵)과 망령 등 어두운 성격의 역을 표현

차구마(茶隅, ちゃぐま)

갈색

귀신 등 요괴 변화를 표현


베니구마의 색은 홍색으로 가부키 작품 중 아라고토 작품의 대표적인 구마도리이다. 베니구마는 주로 젊음과 정열을 나타내는 역의 분장에 사용된다. 아이구마의 색은 청색으로 적이나 망령 등의 어두운 성격을 표현하며 여자의 모습을 한 귀신 등 악귀 같은 여자나 마녀의 역을 분장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차구마의 색은 갈색으로 귀신 등 요괴역의 분장에 사용되고 구마도리의 색은 이외에도 녹색, 검정색, 황색, 자색, 금색, 흰색이 있는데 녹색은 광폭한 성격, 검정색은 강직과 정의, 황색은 음험함, 자주색은 침착함, 금색은 신이나 불인(佛人)의 경지에 이른 사람, 마지막으로 흰색은 교활한 악당을 나타낸다.

시로도리는 온나카나 또는 지위나 신분이 높은 배역과 마쓰바메 모노20) 작품에서 나오는 고귀한 인물을 나타내는 흰색의 분장을 말한다. 또한 이 외에도 젊은 사람의 배역이나 잘생긴 남녀의 배역도 시로도리를 한다. 이 외 다른 배우들도 분장을 하는데 극 중 보통사람의 배역은 실제와 같은 피부색으로 분장을 하며 노인은 약간 짙은색으로 분장을 한다. 그리고 신분이 낮은 사람의 역이나 익살꾼 역의 도케야쿠( 道化役)는 적갈색 또는 갈색의 분장을 한다. 반면 악인을 맡은 배역은 직선의 형태로 굵고 진하게 겉눈썹을 그리며 눈동자는 돌출할 것 같은 형태로 그리는 것 또한 가부키 분장의 특징이다.

가부키의 의상은 색에서부터 시작하여 옷의 길이나 스타일 등 그 종류의 구분이 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색과 길이로 표현되는 특징만을 간단히 나타내면 먼저 의상의 색중 검정색은 충의와 강직, 적색은 피, 태양, 불, 흰색은 청정, 엷은 하늘색은 청춘과 비창의 상징이다. 또한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배우의 의상 일수록 의상 전체의 길이가 길다고 볼 수 있다.


2.2.3 경극의 분장과 의상


경극 분장에서 좌우가 대칭이 되지 않은 분장은 사악함을 나타내며 복잡한 분장일수록 사나운 인물을 가리킨다. 경극의 분장은 중국 연극의 연출에서 모두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아니며 생, 단, 정, 축의 네 가지 배역에서 단지 억압을 나타내는 정각과 축가의 화장에만 분장의 기법을 사용한다. 분장은 극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용모 및 특성을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경극 화장의 한 종류로 쥰반(俊扮)은 생과 단의 역에 사용되며 각양각색의 인간 얼굴을 경극의 미의식에 준하는 아름다운 얼굴로 만드는 것이 포인트로 경극 무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경극에 있어 얼굴 분장에 대한 체계를 검보(?譜)라 하는데 검(?)은 얼굴, 보(譜)는 형식 및 계보를 의미하며 경극의 특징 중 하나이고 분장 형식은 고정된 검보의 유형에서 기인한 것이다. 모든 배역 중에서 검보가 가장 중요한 것이 정이다. 그 명칭이 암시하듯이 얼굴 분장의 유형과 색깔은 분장자의 특성을 나타내도록 고안된다. 붉은 색, 흰 색, 검은색을 포함하여 8가지의 주요한 색깔이 사용되며 붉은색은 용기, 충성, 관용을 검은색은 정직함, 솔직함을 나타낸다. 비록 경극의 검보가 훨씬 이전의 통속적인 익양강과 곤곡의 것보다 더 복잡하고 고도로 발달했지만 그 상징성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정과 축 배역의 얼굴 분장은 구검(勾?, 화필에 색깔을 묻혀 거울을 보고 특정한 얼굴 분장을 묘사하는 것)이나 유검(??, 손에 색깔을 묻혀 얼굴에 물들이게 문지르고 물들임이 고르게 되면 재차 붓으로 주요 부위를 조금 더 그려 나가는 방법의 분장술)의 화장방법을 쓰며 정의 검보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축의 역할은 문축(文丑)과 무축(武丑)으로 나뉜다. 단이나 생의 역할을 맡은 인물은 말채(抹彩, 얼굴에 먼저 손바닥의 중앙에 골고루 묻힌 유성 화장품의 일종인 흰 도란을 문지른 후 얼굴의 양 볼에 빨간 도란을 칠하고 문지름이 적당하면 재차 물기가 없는 백분이나 연지를 바른다. 물론 눈 주위에도 물기가 없는 빨강으로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칠하여 마치는 방법21)이다.)

수염분장은 구검이나 말검의 화장 이후에는 수염의 화장을 해야 하는데 경극에서의 수염은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에 붙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극에서의 염구(髥口, 일종의 가짜 수염)는 말꼬리나 코뿔소의 꼬리로 만들어 동사(銅絲)나 아연으로 된 수염걸이에 명주실로 만든 끈으로 동여매고 가짜 수염으로는 흑색, 백색, 옅은 청회색, 황색, 홍색, 자색이 있으며 보통 흑색, 백색, 자색은 원색이며 황색, 홍색, 자색은 염색을 한 것이다.22)

경극의 의상은 명대 복식을 기초로 당, 송, 원, 청의 복식을 가미시킨 것으로 시대와 계절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이 복장을 입고 나온다. 극중 인물의 신분에 따라 의관의 모양 색깔이 모두 다른 것은 우리나라의 창극과 비슷하다 하겠다.


3. 창극, 가부키, 경극의 음악


3.1 창극의 음악


창극의 음악은 창(唱) 반주, 무용반주, 서곡 그리고 막간의 음악을 들 수 있으며 음악 연주단의 반주의 역할만 한다. 반주 악기로는 장고, 북,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피리, 대금으로 대표되는데 이외에도 작품에 따라 징, 자바라, 나발, 태평소와 같은 악기가 사용된다. 연주는 주로 무대 아래에서 이루어지며 이곳에서 효과음악도 같이 연주되는데 악기만 연주하며 무대상황이나 배우에 대한 설명은 도창이 담당하고 창극의 모든 음악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엇모리, 휘모리등 국악장단이 바탕이 된다.


3.2 가부키의 음악


가부키의 음악은 무용의 반주 음악으로 시작되었고 그 대표적인 음악 나가우타는 노래연주자, 샤미센연주자, 하야시23) 연주자로 구성되며 무대 위 정면의 하나단 이라는 곳에서 연주된다. 나가우타 중 노래 연주자는 배우나 극의 상황에 대하여 노래의 형태로 설명하며 그 악기는 샤미센(三絃), 다이코(太鼓), 오쓰즈미(大鼓), 고쓰즈미(小鼓), 후에(笛)로 구성된다. 이 중 다이코와 후에는 작품에 따라 구로미스에서 연주되기도 하며 무대위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3.3 경극의 음악


경극의 악곡은 크게 서피(西皮)와 이황(二簧)으로 나뉘는데 서피는 격분, 강개, 서술, 서정의 장면에 사용되며 이황은 감탄과 비애의 정경에 사용된다. 경극의 악기 반주는 문장(文場, 관현악기 반주)과 무장(武場, 타악기 반주)으로 나뉘는데 노래 반주는 문장위주로, 동작 등에는 무장이 주로 사용된다. 문장의 대표적 악기로는 호금(胡琴), 이호(二胡), 월금(月琴), 적(笛) 등이 있고 무장에는 고(鼓), 대라(大?), 소라(小?), 발(?) 등이 사용된다.


4.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공통점과 차이점


지금까지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특징들을 토대로 비교해 보면 창극과 가부키, 경극은 모두 자국의 전통종합공연예술로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표2>와 같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표2>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공통점과 차이점

작품

창극

가부키

경극

공통점

발생

판소리

무용

연극

배역의 구분

주인공, 도창, 감초

다치야쿠, 온나가타, 고야쿠

생, 단, 정, 축

특징적인 배역

없음

있음(온나가타)

있음(무생, 도마단 등)

음악의 종류

반주음악으로만 사용

반주음악, 연주음악

반주음악, 연주음악

有(반주음악)

음악의 장단

있음(국악기본장단)

없음(정형화된 장단이 없음)

없음(정형화된 장단이 없음)

악기의 종류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현악기), 장고, 북(타악기), 피리, 대금(관악기)

샤미센(현악기), 다이코, 오쓰즈미, 고쓰즈미(타악기), 후에(관악기)

호금, 월금(현악기), 적(관악기), 고, 대라, 소라, 발(타악기)

有(현악기, 타악기, 관악기)

특징적인 연기

없음

있음(미에)

있음(색에 따른 상징적 인물)

분장과 의상

분장과 의상의 색으로 역할 표현(엄격하지 않음)

분장과 의상의 색으로 역할 표현(구마도리, 시로도리)

분장과 의상의 색으로 역할을 구체적으로 표현

표현방식

판소리와 대사

노래, 춤, 연기

노래, 춤, 무술,

有 (가무악 총체)

색채

붉은색, 검은색, 노랑색, 주황색

흰색, 붉은색, 남색, 자색

붉은색, 분홍색, 검은색, 흰색, 노랑색, 자주색, 녹색, 금색, 은색, 회색

有(붉은색)



참고문헌


김유순, 『동양의 전통극 여성국극, 경극, 가부키의 화장에 대한 비교연구』, 서울 : 성균관          대 출판사, 2003.

김은전, 「한국 전통분장과 중국의 분장 비교 연구」, 석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대학원,              1994.

김세영, 『연극의 이해』, 서울 : 세문사, 1984.

김학현, 『歌舞伎』, 서울 : 열화당, 1997.

이원희, 『일본문화입문』, 대구 : 영남대출판부, 1994.

윤상인 외, 『일본을 강하게 만든 문화 코드 16』, 서울 : 나무와 숲, 2000.

정한기, 『연극사』, 서울 : 신아사, 1988.

현경채, 「창극과 경극 가부키의 비교연구」, 남원 : 국립민속국악원,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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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두드림

문화관련글발 2006/07/28 00:46
 


“상상과 두드림”

-부활하는 아름다움-


두드리면, 상상하면 악기가 된다!!

내 몸이 악기가 되고 리듬이 되어 나온다!!


                                                           <희망세상 난타 기본장단  배우기 판걸이>

제1강

* 내 몸을 이용한 리듬타기(손, 발, 혀 등을 이용)

* 리듬을 제멋대로 해보기 (목소리로, 발소리로, 손뼉으로)

제2강

* 내 몸의 다른 곳 이용하기 (제1강하고는 다른 부분이용)

제3강

* 페트병과 주변의 널린 도구 이용한 리듬치기

* 내 몸 장단과 널린 도구의 조화로운 리듬놀이

제4강

* 널린 도구를 이용한 자유로운 리듬 연출

제5강

* 강강술래와 함께하는 널린 도구들

* 페트병 등을 이용한 모형놀이

제6강

* 널린 도구에 맞추어 춤을 추어요

제7강

* 3분박리듬과 2분박리듬의 놀이

* 내 몸으로 만나는 3분박, 2분박 리듬들

제8강

* 다양한 3분박, 2분박 리듬들

제9강

* 리듬에 맞춰요!

* 모형을 만들면서!!

제10강

* 마무리 연습과 뽐내기



준비물

 페트병( 대, 중, 소), 콩이나 팥이나 병 속에 넣어서 흔들 재료, 주변의 널린 물건들 (빈 박스, 빈 페인트통, 정수기 물통, 스프레이 담았던 빈 통, 고무호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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