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의 속셈은?

책 리뷰 2009/12/29 22:02
 

매 맞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의 속셈은?



‘하렘의 비극’   오헨리 단편선


                               오헨리 단편선

  대한민국에서 중 · 고등학교를 보낸 사람이라면 아마도 소설가 오헨리를 모르는 사람도, 또한 그의 명작 단편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듣거나 읽어보지 않은 소년 소녀도 흔치 않으리라.


정말 단편이란 말이 잘 어울리듯이 지하철 한 두 정거장 도착하기도 전에 오헨리의 단편 한 편 싸악 읽고 나면 새삼 두 골이 꽉 찬 뿌듯함이 밀려온다.


오헨리의 대표작은 위의 두 작품이 거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자잘한 즐거움과 사소한 공포가 넘치는 재기 발랄한 작품들(‘붉은 추장의 몸값’)이 많았다. 그의 전력(30대에 은행원으로 있을 때 공금횡령죄로 3년간 복역함)을 보니 그것 또한 한 편의 단편 소설감이었다. 그 감옥 속에서 비로소 소설 쓰기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웃긴 비유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하렘의 비극’은 정말 어이없는 얘기이다. 매 맞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의 이야기이므로 더욱 웃긴 작품이다. 밤새 실컷 얻어터진 댓가로 매일 매일  양손 가득 선물 꾸러미 자랑하려고 오는 아랫집 여자 때문에 온 몸이 근질거리는 여자가 남편에게 매 맞기 위한 전략을 짜내는 이야기이다.


남편에게 매일 밤 눈탱이가 밤탱이 되도록 맞고 나선 그 다음날 여우목도리, 오페라관람권, 여러 가지 선물 꾸러미로 아내 폭력에 대한 남편의 사탕발림으로 보상받아 즐거운 아랫집 여자는 경멸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적과의 동침을 자랑스럽게 지껄여대고, 최고의 날이 흠씬 두들겨 맞는 날이라는 아랫집 여자의 염장지름에 속으로는 마냥 부러운 우리의 주인공도 잿밥에 관심이 많아 매 맞아보려고 안달복달 한다.


복장도 긁고, 염장도 지르고, 심지어는 시비를 걸고 손짓 발짓 지랄 발광을 하여도 미동도 않는 남편에게  매 한 번 맞지 못해  호사스런 선물 한 꾸러미 받지 못해 슬픈 ‘하렘의 비극’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적과의 동침’과는 비슷한 느낌이지만 정반대의 대안을 제시한다. 허리띠에 맞으면서 살지라도 달콤한 당근을 원하는 ‘하렘의 비극’의 주인공에 비해,  비록 지금은 매 맞고 살지언정 나의 삶을 찾아가기 위해 주도면밀한 내일을 설계하는 ‘적과의 동침’의 주인공이 오늘을 사는 현대 여성들에겐 더욱 필요한 자세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먼저 때리라고 내 몸을 먼저 던지는 것도 부부폭력을 예방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을 ‘하렘의 비극’을 통해 상상해 본다.  그러다 더 맞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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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만남에도 역사의 불가결성은 있다!!

책 리뷰 2009/12/10 17:34

"하찮은 만남에도 역사의 불가결성은 있다."

<전작시 만인보1  고은 지음, 창작과 비평사, 1986>

만인보 1
글자 그대로 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간다는 전작시  만인보는 시로 쓰는 인물사전이다.

해바라기의 화가 고호와 문둥이 시인 한하운을 동경했던 저자 고은의 본명은 고은태, 1933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생의 환멸로 이어진 출가와 자살기도, 해방 전후와 전쟁 등 극심한 정체성의 혼돈과 갈등으로 파행적 일타행위를 일삼았던 걸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청년기의 방황은 1958년 조지훈 등의 천거로 현대시에 '폐결핵'으로 문단에 데뷔함으로써 일단락된다.

첫 시집 '피안감성'(1960)과 '신 언어의 마을'(1970) 등 초기시에서는 허무와 무상을 탐미적으로 노래한다. 그러나 1962년 환속, 1970년 삼선개헌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정치적 현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1974년 '문의 마을에 가서'를 발표한 이후부터는 어두운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재야운동가로서, 현실 참여시인으로서 치열한 저항의식과 역사의식으로 시 세계가 바뀌어간다.

만인보 시리즈는 우리시대에 흔치 않은 연작 시집으로서 1986년 '만인보1'이 세상에 나온 이래 26권이나 나오기까지는 21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며 이 연작시집을 통하여 3000명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혼란스러웠던 80년대 벽두 남한산성 근처에 살면서 구상하였다는 만인보는 무지랭이 농투산이부터 일제시대 노동투사 강주룡, 역사속의 정여립까지 불러낸다. 시대와 인물을 종횡으로 아우르는 해원굿판을 펼쳐주는 오지랖이로 수많은 사람들의 소리를 찬찬이 듣게 해준다.  또한 만인보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단숨에 한 장의 시로 읽어낼 수 있는 알찬 전기문이면서 친근한 사투리와 운율이 아무나 흥얼거려도 될 편안한 노래이고 한 페이지의 자서전이다.

만인보1은 저자 고은의 어린 시절 기초 환경을 만들어준 100인에 대한 고백이다.

조부모, 부모 형제, 친가와 외가를 넘나들고 동네방네 사람들, 아버지 보다 더 좋았던 '엿장수 아저씨' 심지어는 '내시 처선', '고대 혜공', '곽낙원' 등 역사책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인물들까지도 할 말 있다며 등장한다.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단연 수 많은 인연 중 으뜸이다. 가갸거겨 글을 가르쳐주어 주룩주룩 책을 읽게 해주고, 자다깨어도 그대로 켜져 있는 불빛 같은 동네 아저씨이며 저자 고은의 어린세상 눈을 뜨게 해준 사람이다. 등짐장수 딱한 사정 듣고 세경 뚝 떼어서 돈을 꿔주는 배포 두둑한 의리파 사나이는 어린 마음에도 한없는 존경으로 닮고 싶은 인물이다.

인간사 진선미로 표현되는 것 자체가 위선일지도 모르는 '만인보1'의 주인공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없는 사람들이지만 역사의 불가결성은 하찮은 만남에도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만인보1'은 시인이 가장 맑은 눈동자로 바라다 본 어린 세상이었으며 닥쳐올 어두운 세상을 향해 내미는 부적과도 같은 액맥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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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Rock)라도 치자!!

대중문화 2009/12/01 21:32

록(rock)이란 무엇인가?
절대 깨지지 않을 바위?
전후좌우로 흔들어 주는것?
크게 감동하는 것?

난 결단코 록은 바위를 깨뜨리는 그 무엇이라 본다.
그 바위는 기성세대일수도 고정관념일수도 편견과 차별, 억압과 착취와 모든 부조리 등등이라고 본다.계란은 무명의 록그룹들, 소수자들의 외침, 빼앗긴 자들의 절규,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양심 등이다. 그러므로 록은 뭐니 뭐니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일품 해석이라 생각한다.

불온한 상상력과 진보적 감수성을 표방해온 문화연대 10주년, 록그룹 불랙홀 20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 금, 토요일(11월 27-28) 성동구의 소월홀에서 열렸다.

애떨어질 뻔한 굉음소리에 놀라 처음에는 귀도 살짝 막고(남 눈치못채도록), 가슴이 터져 나올까봐 똥배에 힘도 꽉 주고서 진정할 시간을 갖느라 음악 감상의 여유도 없었다. 적응이 안되는 당황스런 음량에 깜짝 놀라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음악이라면 장르를 안가리고 좋아한다고 믿었던 나의 신념이 무너질 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차츰 굉음소리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나의 고막과 심장의 박동수가 안정을 찾을 때 쯤 해선 록 그룹 구성원 한 사람 한사람을 눈여겨 보는 시건방 마저 생겼다.

왜? 록 밴드 구성원들은 머리를 길게 길게 기르는지를 이제야 알겠다.
우선 비듬을 털어내듯이 음악에 맞춰 마구 흔들어 주면 굉장한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피가 머리끝으로 쏠리면서 순간 몰아의 경지 내지는 뿅가는 분위기로 진입하는데 이 보다 저렴하고 합법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두발의 락커가 머리를 흔들때의 그 스산함과 아쉬움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만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같은 머리로 사자후를 토하듯이 흔들어줘야지 '아~저들이 록을 하는구나'  하지 민둥산 쥐대가리 같은 머리로 흔들면은 오던 감흥이 도망 갈 수도 있겠거니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록 공연은 발바닥에 열불이 나도록 콩콩 팔짝 폴짝 뛰어 주어야 제격이다. 노래하고 연주하는 그 자신들이 미치고 팔짝 뛰지 않고는 게으르고 엉덩이 무거운 나 같은 사람들을 덩달아 뛰게 만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크라잉넛 처럼 유명세라도 타는 팀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나마 땅콩만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도 없는 팀으로선 핏대를 올리고 비듬 너댓말은 털어주어야 박수라도 왕창받게 된다.

록그룹들은 가사 전달에는 신경을 별로 안쓰는 것 같았다. 곡목에 대한 소개, 팀 구성원에 대한 소개(공연 전 자막엔 나왔지만), 그들만의 산전수전 공중전 스토리 등이 부족으로 불친절한 그들이라 잠깐 생각했다. 그 외는 다 친절했다. 토요일 저녁 공연 출연진중 크라잉넛을 제외한 스트라이커스, 디아블로, 블랙홀 등이 대중의 인기를 많이 받고 있는 그룹이 아니기 때문에 친절한 설명은 어쩌다 가끔 관객이 되는 우리같은 사람(50초반의 부부)에겐 숨도 돌리고 귓고막도 식힐겸 꼭 필요하다.

크라잉넛의 야무진 네 명의 땅콩 알갱이들은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루저 신드롬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멋진 조합이였다. 역시 작은 고추가 맵고 맛있고 속알이 찼다. 그 네명 옆으로 땅콩 껍질 처럼 우람한(상대적으로) 건반과 아코디언을 연주한 넉넉한 품의 그 멤버는 크라잉넛의 삼촌같은 푸근함 그 자체였다. 애수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아코디언 소리는 울고 불고하는 땅콩들에게 그만하라고 건네주는 손수건같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진보적 감수성과 불온한 상상력을 키우려면 진보적인 록밴드를 게릴라처럼 키워야 겠더라.
이 멋쟁이 게릴라들이 우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안내한 다음 마법의 주문처럼 소리치게 만드는 것이다. 강렬한 드럼과 사자머리 록 보컬의 샤우트 창법에 맞추어서

쿵쿵짝 쿵쿵짝 세상을 바꾸자 !!쿵쿵짝 쿵쿵짝

너와나 하나돼 쿵쿵짝 쿵쿵짝!!  뭉치자 나가자 쿵쿵짝 쿵쿵짝!!  4대강 취소해쿵쿵짝 쿵쿵짝 쥐박이 내려와 쿵쿵짝 쿵쿵짝!!

두 주먹 불끈쥐고 붉은 띠 두르지 말고 한 일주일 감지 않은 머리를 마구 흔들어 주고 승리의 브이자로 손가락 길게 뻗어 잔치마당에 온 것처럼 축제처럼 흥겹게 신나게 니일 내일 함께 기운을 모아주자. 울던 자도 힘을 내고 웃던 자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착한 에너지를 모으자.

20주년 관록의 블랙홀은 노련함과 열심으로 목청껏 우리에게 소리쳤다. 연신 준비되어 나오는 올드팝으로 이미 20대에서 50대가 하나되게 멍석판을 깔아주었다. 물흐린다고 걱정한 필요도 없이 앞뒤 좌우로 앳되지 않은 관객들이 서로 서로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내 아들(대학교 1학년) 같은 애들이 모인것만은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눈치안보아서 훨씬 신났다. 왕년에 한번은 음악과 풍류에 미쳐본 적이 있었을 열정적인 과거의 젊은이와 중년의 젊은이와 더 산 젊은이들만이 있었다.

음악의 힘, 록의 힘, 록의 정신, 예술 정신의 근원은 저항이다. 억압에 저항하고,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고 굴종과 비굴에 저항하는 것이다. 또한 목이 터져라 핏대를 올리고 외치는 것이다. 자유를 향한 소리침이고, 양심에 대한 간절함이고, 상호연대를 위한 절규이고 변화에 대한 외침이다.

모두다 가슴에 불씨를 묻어둔 화로 하나씩 안고 나타난 사람들, 허벅지가 땡기고 허리가 뻐근해지도록, 뒷목이 뻣뻣하여 내일 당장 목 디스크 걱정해야 할 지라도 오늘의 외침이 내일을 향한 다짐이고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상업적인 기획사 어느곳에서도 20주년이라 러브콜이 없었던 좀 더 산 청년 그룹 블랙홀, 강산이 두번 바뀌도록 변하지 않았던 그들의 신뢰와 배려와 양보에 박수를 보낸다. 돈과 유명세와 사특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함께 해준 그들에게 록계의 고목이 아닌 거목으로 커나가길 기원한다.

이제 사랑을 노래하는 대신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을 노래하고
사람을 노래하는 대신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도 노래하고
세상을 노래하는 대신  그 세상을 살맛나게 해줄 연대를 노래하라!!

블랙홀의 구멍속으로 모든 잡 것들을 담아서 저 우주로 날려버리고
사람과 세상과 진보와 연대를 꿈꾸고 만들어내길 바란다.

록커들이여 세상에 소리치는 그대들이여!!
계란으로라도 계속 바위를 향해 던져라. 비록 깨지진 않더라도 계란의 흔적은 뚜렷이 남아
남은자가 기억하고 따르리니 쉼없이 던지고 소리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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