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 배낭여행기(3)

여행 2010/05/10 19:41

배~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

-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배낭여행기(3)-

5. 다섯 번째 마당(2010년 5월 3~5일, 멜버른, 프란체스카와 베르니에의 집에서)

  

마르코와 니다의 염려 덕택으로 12시간의 비행 끝에 무사히 멜버 른에 도착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섭씨35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몸부림을 쳤는데 멜버른의 기분좋은 쌀쌀한 날씨가 상쾌하기만 하다. 나는 열대지방 사람들은 게으르다고 별 생각없이 얘기를 해왔는데 더운 나라 와서 지내보니 게으르지 않고서는 견뎌낼 재간이 없음을 알았다.

태양이 열 받는 시간을 피해 새벽에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므로 아마도 늦잠꾸러기 나는 그들의 치열한 노동의 현장을 보지도 않고 지껄였으니. 아~ 입이 방정이여, 알지 못하면 입 다물고만 있어도 중간은
가리라.

이제 영어권 국가에 왔으니 모든 일들은 영어담당 내가 해야 할 차례이다. 철저히 영어를 거부하는 카라는 평등의 언어 에스페란토의 사용을 적극 권하지만 아직도 나는 영어를 잘 구사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에스페란토의 한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영어의 광범위한 사용은 에스페란토를 능가한다고 믿기에 난 아직도 영어에 대한 짝사랑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들리는 말은 오직 쏘리, 탱규!! 뿐이니 어쩌면 좋아...

빨간색 스카이 버스를 타고 써든 크로스까지 가는데는 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우린 거기서 호주 에스페란티스토 프란체스카의 남자친구 베르니에를 만나기로 되어 있다.

프란체스카는 에스페란토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서 그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프란체스카와 베르니에는 약 60대 후반의 생기발랄한 청년같은 분들로서 항상 유머와 풍부한 표정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진함을 느끼게 한다.

부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은 14년 전에 SAT(무민족성 세계 협회)대회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단다. 도저히 노인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들의 빛나는 눈동자와 목소리에는 삶과 이념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쉼 없이 공부하고, 노동하고, 토론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이 노연인의 멋진 삶은 나와 카라가 추구하는 삶과도 일맥상통한다.

베르니에와 멜버른 써든 크로스를 걸어나와 스펜서 스트리트에서 86번 버스를 타고 프란체스카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향했다.
약16여개의 소수민족 언어의 방송을 허용하는 3ZZZ라는 프로그램 속에 에스페란토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프랑스 태생의 프란체스카는 10여년째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를 배우고, 일본 무술 종류인 아이키도를 익히며, 아일랜드 춤을 즐기는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우리나라 2-30대 멋쟁이들이 즐겨입는 쫄쫄이(일종의 얇은 스니키 진)를 입고 그 위엔 풍성한 겨울 쉐타와 머플러를 두르는 센스이다. 오히려 귀여움마저 느끼게 하는 패션 감각은 그녀의 진보적인 생각과 조화를 이루며 멋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우아하게 멋있게 늙어가야 한다고 늘 다짐하는 내게 있어 프란체스카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얇아지는 것이 비단 돈 지갑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열정까지도 포함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집이고 앞이 양봉 저장하는 곳 >

점심을 하얀 알랑미 쌀밥에 소고기와 호박, 당근, 양파 등이 푹 삶아진 스프에 신듯 하면서도 맛있는 짙은 초록의 피조이(혹은 파인애플 구아바라고도 함)를 뼈 발라 먹듯이 고아먹고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프란체스카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인터뷰와 함께 아리랑을 에스페란토로 소개하는 내용이 주로 진행되었다.

우리부부 호주 방문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우프(WWOOF: 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체험을 하기 위해서이다. 공정한 교류(fairly exchange)를 모토로 삼는 우프는 현재 전 세계80여개 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호주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 호주 1500여 개 우프 농장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선진 유기농을 배우기 위해, 호주의 문화와 생활 등을 체험하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우프 체험자들의 하루 3-5시간 노동과 우프 호스트들의 무료 숙박 제공이 공정하게 교환된다. 만 30세 미만의 청년들에게 호주의 워킹홀리데이가 영어와 돈을 버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우프는 청년 뿐만 아니라 중장년의 여행자들에게도 영어와 호주 생활 체험이라는 색다르고도 흥미진진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호주가서 캥거루를 만나지 못하고 오면 절름발이 여행을 했다고 한다.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가 산다는 처칠국립공원(Churchill National Park)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프란체스카의 집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이 공원에 야생 캥거루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캥거루 트랙을 따라 네 사람이 캥거루를 찾아 나섰다. 공원에 도착하기 전 까지는 캥거루가 우릴 향해 쌍수 들고 환영하러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녀석들 어디로 꽁꽁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네. 어렵쇼, 얘들 어디 간거야? 여기가 정녕 캥거루 나와바리란 말이지? 근데 코빼기도 안보이네...공원은 하늘만큼 땅만큼이나 넓디 넓은데... 어딜 가서 이 콧대 높은 녀석들을 만나지?...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대체 어딜 싸 돌아다니는건지..

우리가 요 녀석들을 찾아 애걸복걸 한번만 얼굴 좀 보자고 머리 숙이고 숨죽이고 가야하다니... 나 원참, 아니꼬아서리....그래도 꾹 참고 살금살금 찾아보아야 한다. 쥐꼬리 만한 정성이라도 들여야 요 녀석들이 ‘나 잡아봐라’하고 나타나줄지도 모르잖아. 앗싸! 드디어 발견, 옹기종기 모여서 저녁식사 당번 뽑기라도 하고 있었니?

낯선 침입자에 대한 경계심으로 두 눈은 땡글, 작은 두 귀는 쫑끗 세워서 모두 차렷 자세로 우릴 쳐다본다. 야~ 너 정말 귀엽게 생겼구나...어쩜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쁘니,,.어머머 엄마 뱃가죽에 담겨 있는 애기 캥거루 좀 봐...하하하...너무 너무 깜찍해...옥타브 하나가 올라간 신바람난 내 목소리에 캥거루 가족들이 놀래서 겅중겅중 도망간다. 야~야 니들 안 잡아 먹는다, 가지 마라....죽자 살자 도망가는 엉덩이 뒷 태가 또한 볼 만하네.... 참, 살다 살다 남의 똥꼬 보면서 좋아라 박수치며 웃는 것도 난생처음이네.

여기저기에 모여 있는 캥거루의 출현에 즐거워하며 돌아가야 할 시간도 잊고, 얼마남지 않았던 해도 이미 바다로 떨어지고, 새삼 시커먼 하늘을 인식한 순간 집으로 갈 길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에이, 그래도 여기 오랫동안 살고계신 베르니에가 있는데 뭔 걱정이야? 베르니에를 앞장세우고 내려가는데 점점 앞에 계신 두 분의 모습이 검푸른 숲에 묻힌다. 배!째라 부부 두 손 꼭 잡고 열심히 쫓아 내려가보지만 택도 없다.

서걱서걱, 스슥스슥 나뭇잎 스치는 소리 음미 할 새도 없이 내려가다보니 프란체스카가 의심스럽다는 듯 여기가 올바른 출구냐고 자꾸 묻는다. ‘예스’ 한 마디에 더는 묻지 않고 말없이 내려가는데 캥거루트랙은 나오지 않고 아미트랙(army track) 팻말이 우릴 맞이한다. 정반대 방향으로 나온 것이다. 어둠을 헤치고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다. ‘영감탱이 땜시 난 몬산다~’

달콤 살벌한 프란체스카의 비난 한마디에 꼬랑지를 팍 내리고 고개는 푹 숙인 채 말없이 프란체스카에게 선두자리를 내주고 뒤따라가는 그 모습에 배! 째라 부부 뒤에서 얼마나 배꼽잡고 때굴때굴 웃었는지 아름다운 노연인은 알고 있을까? 아침마다 기운차게 장작을 패주는 베르니에를 우리끼리 비밀리에 돌쇠 형님으로 부르기로 하였다.

호주의 가을과 겨울을 책임지는 벽난로가 낭만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곳 거실에서 새벽서리 찬바람에 돌쇠형님으로부터 타작당한 나무들은 온 몸을 불태워 따뜻하게 온 집안을 감싸준다. 돌쇠와 마당쇠의 차이는 마당쇠는 마당 쓸고 장작패고 힘쓰는 일만 한다면 돌쇠는 노동하면서 넘치는 기운을 자랑도 하지만 마님방도 넘나들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이다. 프란체스카 마님의 사랑과 정열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우리의 돌쇠형님 아마도 오늘 배게 머리에서 쥐어뜯기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네용.....

난생처음 본의 아닌 야간 산행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 방울 만큼이나 배! 째라 부부에게 오늘 하루도 포도알 같은 사연들이 대롱대롱 영글어가고 있었다.

6. 여섯 번째 마당(2010년 5월 6-7일, 캥거루야 미안해!!)

야간산행의 피로는 다음날 쾌종 시계 종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였다. 배! 째라 부부 타국에서 늦잠 자는 불상사는 막고자 세수 비누는 챙기지 못해도 귀가 따가우리 만큼 강렬한 소리의 작은 시계를 장만했다. 얼마나 고단했던지 커튼을 열어보니 해는 이미 한 낮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일체의 피곤한 관광을 거부하기로 한 배! 째라 부부는 잠이 보약이라 위로하면서 느즈막한 아점을 준비하였다. 한국에서 사고 간 인스턴트 된장국과 컵라면으로 프란체스카를 제외한 세 사람의 점심식사가 이어졌다. 뭐든지 잘 먹는 우리 부부는 전혀 모르는 남들이 보면 하루 한 끼 끼니나 제대로 잇고 사는가 하는 형상으로 비교적 마른 체구를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아침마다 시원하게 나팔부는 방귀소리 만큼이나 우렁찬 비장과 위장을 간직하고 있는 전형적인 여행자의 체질이라 할 수 있다. 머리만 붙이면 코를 골고 불로 익혀지기만 하면 맛깔나게 먹을 줄 아는 배! 째라 부부 오늘은 캥거루 요리 풍미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쇠고기 같이 조금은 짙은 붉은색을 띠는 캥거루고기는 우량의 종만을 존속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호주 정부의 승인 아래 사냥과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니들 안 잡아 먹는다’는 간밤의 약속은 송두리째 던져버리고 프란체스카네 정원의 싱싱한 알록달록 야채와 초록의 과실에 파묻힌 붉은 캥거루는 어느새 향긋한 음식이 되고 있었다.

미안해! 이걸 안 먹겠다고 거부하자니 열심히 우릴 위해 만들어 준 베르니에가 울 것이고, 먹자니 어여쁜 너희들 얼굴이 떠오르네, 이것 말고도 넘치는 먹거리를 두고 너희를 넘보는 우리를 용서해다오, 캥거루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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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모타 2010/05/17 10:41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메일보고 따라 왔습니다. 그 용기 대단하심... 부러붜! 여행중에 큰 사고 없이 잘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며칠째 태국에서는 유혈 시위 진압 뉴스가 나오네요. 그런 사고 만나지 말고 잘 여행하시길...

    • karaAn kaj Roza k 2010/05/18 21:34 PERMALINKMODIFY/DELETE

      코란당콘!!

      노모타님 가족도 항상 행복한 일만 만나시길 빕니다...
      GXIS REVIDO!

  2. 탁영희 2010/05/18 13:5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선생님, 안녕하세요. 호주로 드디어 가셨군요. 태국에 계신다고 할 때는 좀 걱정했습니다. 지금 태국 사정이 안 좋은 것 같아서요. 이렇게 블로그에서나 사진으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국을 떠나 계신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집 팔고 아들 버리고 세계여행을 간다는 것이 용기를 필요로 한 일인 것 같은데,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용기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고경자 2010/05/18 21:32 PERMALINKMODIFY/DELETE

      탁샘도 안녕하시죠?
      여러가지 많은 도움을 주신 샘께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죄송해요...
      항상
      열정과 진정으로 뭉쳐진 탁샘...
      보고 싶고,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때 까지
      아자 아자 아자!!

  3. 신순애 2010/05/22 21:17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선생님 올려놓으신 여행기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선생님 블로그 들여다보게 돼요
    유정화님도 여행기 읽으면서 행복해하시고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여행기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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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 배낭여행기(2)

여행 2010/05/10 19:38

배~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

-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배낭여행기(2)-

3. 셋째 마당(2010년 4월 29일-4월 30일 태국 촌부리에서 치앙마이까지)

약 50평이 넘음직한 목조 건물 마르코 집 2층에서 빈둥빈둥 글도 쓰고 샤워도 하고 건들거리기만 하는데도 줄줄 흐르는 땀방울에 연신 집중력을 잃고 있다. 삼성에어컨이 천정에 달려 있지만 차마 마음대로 사용하기가 미안할 뿐이다. 짝퉁 달마시안 댄도 마당에 널부러지고 우리의 의지도 늘어질 때 쯤 오늘 저녁 7시50분 버스를 타고 내일 오전 11시 경에 도착하는 치앙마이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치앙마이는 목이 유난히 긴 카렌족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여 한국인들의 방문도 많은 곳이라 한다. 이미 관광지화 되어서 사진찍히고, 물건팔기에만 여념이 없는 그런 상품들이 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람을 갖는다.

1인당 530바트 일반고속버스를 타고 장장 14시간의 긴 밤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근데 견우 직녀마냥 우리부부의 자리는 서로 떨어져 있어서 애닲은 눈짓과 손짓만 보낼 뿐이다. 한국 같았으면 자리 좀 바꿔 달라 요청이라도 했을 텐데, 여기에서는 통 영어도 안통하고, 에스페란토도 먹통하고, 그냥 손짓 발짓 할 때마다 순박한 미소만 보여줄 뿐이다.

사람들만큼이나 순박한 버스에어컨이 시키는대로 일을 잘해서 참 좋은데 갈수록 걱정이 태산, 이제 좀 있으면 완전히 얼어죽을 판, 반팔, 반바지에 시원한 여름 복장만 준비 했는데, 덜덜 떨면서 움츠리고, 운전기사 도우미의 옷도 빌리고, 꼼지락 꼼지락(추위이기려는 몸짓)

치앙마이 가는 동안 약2-3시간마다 정거장에 세우는데 재미난 것은 화장실입장료 3바트를 내야 된다. 그렇지 않고서 방광의 수축력만 믿다가는 큰일. 뭔지도 모른 채 맨몸으로 가서 일 보고 나오는 나를 관광객으로 인식하고는 선선히 미소로서 그냥 가라 한다. 탱큐! 순박한 태국인들의 무료서비스는 여러 번 진행되었다. 화장실 2번, 선글라스테 무료수리 1번, 암튼 탱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치앙마이 도착, 와우! 툭툭(tuk tuk)란 오토바이개조 차량이 즐비하게 우리에게 달려든다. '헬로, 위 원트 고우 스웨나 와나 부티크 리조트’ 전혀 못 알아 먹음, 들고간 종이를 보여줘도 매엥~, 영어로 쏼라 해도 캄캄, 통 말이 안 통해, 겨우 머뚝한 인상의 아저씨 자기가 갈 수 있대. 쌩하고 처음 간 곳은 땡! 여기 아님, 다시 돌아 두 번째 간 곳이 바로 우리가 묵을 아담한 리조트, 50바트에 가기로 합의해 놓고서 100바트를 내니 잔돈 없다고 16바트만 내준다. 좋던 태국인 인상 이 아저씨가 다 망쳐놓을 판.

스웨나 와나 부티크 리조트는 초록의 열대 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시원한 풀장과 사이사이 만들어놓은 오솔길이 너무도 예쁘고 아담한 곳이다. 싸고 예쁜 곳 베스트순위에 올라있는 이곳의 명성에 걸맞게 정말 다시 오고 싶을 만큼 도란도란, 옹기종기, 알콩달콩 꿈과 이야기와 사랑이 영글어 갈 곳 만 같다.
http://www.travelpod.com/travel-photo/kara12345/1/1275232259/en-la-hotelo_1.mov/tpod.html

태국에 와서 마사지를 받지 않고 가면 서울와서 찜질방 갖다오지 않은 것과 꼭 같이 태국의 맛을 즐기지 못한 것이라 한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우리부부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거금 6000바트가 드는 풀코스 마시지를 3000바트로 50% 할인받아서, 때를 불리고 벗겨내는 스크럽부터 오일 아로마 마사지, 경락마사지의 2시간 소요하는 3단계 풀코스 완주 결정~

한국의 TV를 통해서 보는 태국의 위험한 정치상황으로 한국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인지 환대와 대접이 융숭하기만 하다. 간소한 전통의상의 태국 아주머니의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시작된 우리의 전신 호강은 태어나서 처음 받는 것이라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이내 편안하게 손과 발과 등짝을 그녀들에게 내 맡겼다. 몽환적인 태국의 향과 힘차지만 조심스런 그녀들의 손놀림에 이미 우린 태국 마사지의 예찬론자로 변하고 있었다. 길거리 시장표 발마사지만 받아도 태국이 좋아지더라고 하던데 우린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어지니 탄성이 절로 나오지 않겠는가?

한 번 맛 들이면 둘이 있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울릉도 호밧엿 아니~태국표 경락마사지!!

약 2-3달에 걸친 집 정리와 여행 짐 준비로 이미 허리와 어깨를 혹사시킨 우리로선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호사를 부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 돈이란 쓰기위해 번 것이야, 이럴때 만큼은 아낌없이 써야 된다고 생각해!

오늘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에는 귀차니즘교주도, 나쁜1004도, 게으름1004도 등장하지 않았다. 오직 배낭여행의 고단함을 단박에 물리치고도 남을 의지 충만한 즐거운 50대의 로자와 그의 낙천적인 남편 카라 만이 있을 뿐이다.

4. 넷째 마당(2010년 5월1일-2일 치앙마이에서 다시 마르코의 집으로)

아침8시-5시까지의 하루 일정의 관광을 예약했다. 목이긴 카렌족을 볼 수 있는 코스로서 점심식사 포함 일인당1100바트. 간밤의 호강으로 장거리 버스피로도 모른 채 코 한번 골지 않고 꿀잠을 잤다. 우·~우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시리얼과 과일 샐러드 커피 팬케잌 등 간단하면서도 정갈한 아침 식사로 오늘의 관광은 시작되었다. 30분에 늦게 도착한 우리의 스타랙스 보다 조금 큰 차량은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자가용이 되었다.

당신들은 행운아에요!!
관광신청자가 우리부부밖에 없지만 우리를 위해 기꺼이 오늘 함께하겠다는 관광가이드의 유쾌한 영어소리에 우린 깜짝 놀랐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우리둘만을 위해 운전수가 딸리고 가이드까지 동반하니 세상에나 이런 호강이 또 있을까....어제는 온 전신이 호강하더니, 오늘은 눈과 발과 생각을 즐겁게해주네... 아~정말 우린 복이 많은 사람들인가봐...

카렌족 만남과 치앙다오 동굴 등 4군데를 돌아보는 오전 8시-오후5시까지의 하루 관광이 콧노래 속에 시작되었다. 치명적인 유혹의 태국의 향기가 넘치는 방에서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자고 난 후의 가벼운 몸과 마음이 우릴 벌써 즐겁게 한다. 자~떠나요, 초록이 숨 쉬고 사슴같은 여인들이 사는 곳으로...태국 남부의 파타야가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라면 북부의 치앙마이는 카렌족이라는 목에 긴 링을 달고 사는 여인들로 인해 유명해진 곳이다.

먼저 들른 난초와 다양한 나비와 이름모를 꽃들이 있는 정원도 보는 둥 마는 둥, 그저 목이 긴 여인만 보고 싶다는 카라(남편의 에스페란토 애칭)의 요청으로 후딱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long neck Karen이란 팻말을 따라 들어가 보니 에이! 정말 실망이다. 카라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그들 부족의 생활하는 모습은 커녕 10여개의 노점 상품 진열대를 설치해 놓고 동상처럼 앉아있는 카렌족의 여인들만 있을 뿐, 연신 자기네 상품 좀 팔아달라고, 제발 이거 와서 사가라고, 이미 그들은 장사꾼이 되어 있었다. 카렌족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관광객들을 그들의 마을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물건 판매원과 사진모델로 전락한 그녀들의 현 모습에는 애잔한 아픔을 느낀다.

별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동정심이 무슨 필요가 있나... 원주민, 아니 먼저 정착한 선주민들이 자본의 횡포 앞에 자신들의 정체성이자 존재감 자체를 팔아 먹고 살아야하는 현실이 비단 이곳 뿐만은 아니다. 5월 3일 이후 호주로 들어가면 거기서도 호주 원주민(일명 애보리지니)을 만나러 갈 생각이지만 그들에게서 만큼은 이런 쓸쓸한 현실을 보지 말았으면 한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 부부와 백인 1-2명 정도인데 우리도 그들도 물건 살 생각은 않고 사진만 찍어대니 원망의 눈초리가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목이 길어 슬픈 것이 아니고 그들의 정체성이 상품으로 전락한 것이 슬프다. 실망과 안쓰러움을 안고 코끼리의 응가 냄새가 진동하는 곳으로 옮겨갔다. 숨이 막힐 듯 한 냄새와 더위에 아찔했지만 아기 코끼리의 재롱으로 어느덧 그 냄새마저 잊어버렸다. 사람들에 의해 학습되어 재롱도 일종의 교육이라지만 수돗물이 철철 나오는 호수를 코로 말아서 요구르트 빨듯이 쭉쭉 마시고 더 먹겠다고 뒹굴고 앙탈거리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꼭 개구쟁이 사내아이처럼 우습고 귀여워서 그 냄새마저 정겹게 느껴진다.

치앙다오 동굴은 별 기대를 않고 가서 본 절경 중 으뜸이었다. 용암동굴은 아니라고 한다. 약 6-70년 전에 발견되어 관광 상품화 되었다고 한다. 더위 속에 찾아간 동굴이니 만큼 시원함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수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흙바닥이 차돌같이 윤이 나고 구석구석, 여기저기 계신 태국의 부처님들은 방문객들의 극진한 기도 속에 조용히 누워서, 앉아서, 혹은 서 계셨다. 약 30분의 동굴 유람 후에 쏟아진 소나기로 인해 그 옆의 영험한 절 구경도 사양하고 우리의 관광은 그야말로 심플하게 끝났다.

사실 우리부부는 명승고적을 보기위해 이 여행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아니 온 세상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그 곳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을 만나는 일이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명승고적과 문화유적을 만들어 낸 그 곳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욱 소중한 여행이라 생각하기에 우리에게 있어 절경이라는 것이 사람보다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우린 곧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인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하려 애쓰고, 즐기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이다. 웬만한 천하절경에는 그리 큰 감동을 안 하지만 정성이 담긴 따뜻한 작은 친절과 배려에 우리는 찌리리~ 전율하고 감동한다.

만리장성이 제 아무리 길고, 에펠탑이 제 아무리 높다 해도 인간들의 고매한 우정과 이상 보다는 못하리라!!

하루 관광 종료 예정시간보다 약 2시간 30분 정도를 일찍 끝내주는 것으로 운전기사와 가이드의 봉사료를 대신하고 우린 서둘러 치앙마이 버스터미널로 갔다. 시라차로 가는 버스표를 달라는 말에 매표원이 고개를 흔든다. 이미 예약 완료되어서 표가 없다는 것이다. 이걸 어째...발 동동, 땀은 줄줄.. 그러나 또 다시 느껴지는 행운의 기운!! 매표원 팀장으로 보이는 맑고 아름다운 눈망울 가진 30대 초반의 그녀가 어디론가 전화로 열심히 우리의 사정을 전하나 보다.

약 2-3분 후 우리에게 아무 걱정 말고 있으래, 자기가 곧 표를 구해줄 수 있대, 태국의 자연을 닮은 여인이 수줍게 우리가 가야할 시라차행 버스표 3장을 갖고 있었다. 마치 은인인양 서로서로 고마워서 두 손 모아 합장. 말은 안 통하지만 갑자기 그녀의 일정이 취소되어 표를 환불해야 되는 상황이었나 보다.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를 사고 보니 지난번의 530바트 보다 약 200바트가 비싼 티켓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아무표라도 구매해서 내일 아침 시라차에 도착해야만 한다. 거금 약 1500바트(2인)를 필요로 하는 이 버스는 오후6시15분 치앙마이 출발해서 다음날 5월 2일 오전 6시 경에 시라차에 도착한다. 출발까지는 약 3시간 30분 정도가 남아있어서 역전을 배회하면서 우리가 앉아서 쉴 만한 곳을 탐색했다. 에어콘이 작동하는 곳은 역전 반경 10미터 내에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밖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섭씨35도가 일상인 이곳에서 에어콘 없이 견디기란 우리 같은 이방인들에겐 고문이나 다를 바 없다. 역시 여행은 고문수단이 맞는 말인가보다. 정말 옛날 어른들 말 하나도 그른 것이 없나봐~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니찌라는 과일 1키로그램을 35바트에 파는 상점으로 자리 잡기로 했다. 껍질을 까고 먹으면서 그 맛에 감탄하고, 너무도 싼 가격에 서로 싱글거리면서 우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30분 만에 니찌를 먹어치우고 나서 손을 씻기 위해 카라가 먼저 자리를 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야~ 아니, 얌전하게 앉아있던 그 식당의 태국 변견 한 마리가 잽싸게 카라의 종아리를 물었다. 자기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온 것에 대한 경고인가 보다. 갑자기 식당안의 부산스럽기 시작했다. 주인여자의 몽둥이 찜질에 그 멍멍이는 어디론가 줄행랑을 치고,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날씬하다 못해 마른 몸매의 아저씨등장하면서 서튼 영어 한마디 던진다.

노 프로블램!
! 손짓 발짓으로 이 개는 광견병 예방약을 먹었으니 정말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는데 우리가 어쩔것이여...우리도 한 마디 댓쓰 오케이!....

멍멍이 이빨 자죽 하나로 여행 다니는데 지장이야 있겠어? 빨간약을 종아리에 3-4번 발라주는 것으로 그들만의 최선의 처방은 끝이 났다. 모두다 댓쓰 오케이다.

우리가 심심할까봐서, 아니면 자칫 자만과 태만에 빠질까봐서, 우리에게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크게 마음쓰지 않아도 될 일들이, 우리 여행에 양념이 될 만한 것들이 연신 생기고 있어서 우린 그저 재미있게, 생뚱맞게 경험하면서, 오늘도 깔깔 거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여행자들에게 기다림이란 필수과목을 잘 통과하지 못하면 중도탈락이라는 고통과 자괴감에 직면하게 된다. 기다려야 누군가를 만나고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니 인내라는 녀석을 꼭 주머니에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 겠다. 약3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우리의 버스가 당도했다.

우유빛깔로 깔끔하게 단장된 벤츠사의 이 버스는 국내외에서 내가 경험해 본 버스 중 최고였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다니, 세상에나... 말 다하지 않았는가? 이 버스가 내가 보기에는 비행기를 빙자한 녀석이다. 그것도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흉내 냈다.

위쪽에 비치된 선반이며 뒤로 거의 120도 이상을 젖힐 수 있는 침대 같은 좌석이며, 짝퉁 버버리 문양의 세련되고 포근한 좌석하며, 거기에다 담요, 물과 간식, 각 좌석위에 달려 있는 미니 텔레비전, 휴게소에서의 무료 식사권 등 정말 상상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버스였다. 우리 돈 약1만원 정도를 더 내는 것에 비해 듬뿍 받은 푸짐한 선물에 연신 싱글거리면서 배! 째라 부부는 오늘도 이런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행운의 여신에 감사를 보낸다.

안락한 휴식 끝에 드디어 다음날(5월 2일) 새벽 30분 일찍 시라차에 당도했다. 새벽을 가르는 툭툭 기사아저씨들과 복권을 갖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들로 벌써부터 새벽이 분주했다. 그런데 배! 째라 부부 아니랄까봐, 마르코의 집 주소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오직 이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 밖에는 없는데 이 휴대폰도 불통이다. 에이, 어찌 되겠지뭐~ 상점 앞에 설치되어 있는 낡은 대리석 비스므레한 벤취에 앉아서 이제야 생각을 가다듬는다. 흥, 에스페란티스토는 모두 카라가 담당하기로 했거늘, 우째 이런일이...

이런 똥 배짱이 없다 아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간땡이란 놈 자체가 없는 것인지, 두려움이나 근심 걱정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남자랑 집 팔고 세간 다 처분하고 따라 나섰으니 이런 황당무계한 일들을 자주 경험해야만 할 것 같다. 앞으로 닥쳐 올 기기묘묘, 이상망상, 별별 일을 다 만날 것 같은 두려움과 설레임이 나를 공포와 스릴에 전율케 한다. 그래 가자, 끝까지 함께 가지 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어? 이 정도의 공포는 얼마든지 즐겨주마, 다시 평상심을 찾고 있는데 마르코랑 통화가 되었단다.

시라차에서 방푸라 시장까지 100바트에 가기로 결정하고 시커먼 매연을 뿌려대며 우린 아침을 달렸다. 야! 드디어 마르코네 집 가까이 온 거야? 근데 내리려는데 25바트 더 달라고 요구하는 아저씨, 전화 두 통에 대한 요금을 달라고 한다. 안돼요, 우리 돈 없어요, 깎아주세요...옥신각신, 아웅다웅, 시장아저씨들 구경거리 생겼다고 웅성웅성, 노점 아주머니들 이것 맛있으니 먹고 나서 흥정하라고 손짓, 발짓, 야호~ 배! 째라 아저씨 카라의 판정승!

오늘 오후에, 마르코의 집에 손님들이 오신다고 2층 발코니도 쓸고 1층에는 소박한 수채화도 걸렸다. 태국의 몽환적인 향기가 배어있는 몸을 씻기가 싫었지만 손님들이 오신다니 씻어야겠지? 새끼 도마뱀이 장식물처럼 화장실 벽에 붙어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꽁지가 빠져라 도망간다.

아침에는 이름 모를 새들의 음악소리에 잠을 깨고 저녁 식탁 위 천장에는 귀여운 새끼 도마뱀들이 악세사리 처럼 달려있다. 가끔 ‘뚜케뚜케' 하면서 노래 부르는 청년 도마뱀을 만나는 날은 축복의 날이란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뚜케뚜케' 행운을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밤에 아무도 몰래 나타나서 어쩌다 한번 울어주는 이 소리를 듣는 것은 대박이란다. 코란당콘! 리저드(고마워요, 도마뱀군)

제일 먼저 당도한 손님은 태국의 아리따운 낭자 닝과 미국인 마샤이다. 60대 초반의 건강미가 넘치는 마샤는 또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로 태국에 온 지는 4년이 되었다고 한다. 영어와 에스페란토가 공존하는 마르코의 정원 식탁에서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집 팔고 아들도 팽개치고 세계 배낭여행 중이라는 말에 연방 원더풀을 외쳐주는 그녀가 정말 좋았다.

그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에스페란토 선각자 중의 한 분이신 해평 선생님이 번역해 놓은 에스페란토 아리랑을 두 사람만을 위해 힘껏 불러 제꼈다. 베리 뷰티플이란다...내가 뷰티풀이 아니고 아리랑이, 그 음률이, 그 느낌이 베리베리 뷰티플이란다.

5월 3일 00:15분 멜버른행 비행기를 타기 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한 낮의 오수도 즐기고, 수다도 떨고, 여행기도 쓰면서 보내고 있었다. 2층에서 모임을 갖고 있던 니다가 내려오더니 ‘한국과는 시간에 대한 차이 때문에 비행기 시간표에 대한 오해가 종종 있다’면서 티켓을 보여 달란다. 우리가 내일 5월 3일 저녁을 6시경에 먹고 공항으로 출발하겠다고 말 한 상태라서 니다의 놀라움은 더 컸다. 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바로 오늘 5월 2일 저녁에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2일 밤 10시전에는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밟아야 된다고 한다. 아니, 내일 3일날 떠나는 것 아니었어? 우리 부부 서로 눈이 동그래져서 00:15분은 이미 다음날이 된다는 것을 까맣게 무시하고 아무 생각 없이 우린 또 한번 무개념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지금 시각이 오후 5시이니깐 그리 염려말라고, 우릴 안심시키면서 니다는 공항가는 차량 티켓을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거야 원, 도데체 뭘 믿고 이렇게 천하태평인지, 언제나 카라의 변은 오늘 못가면 다음에 가면 되고 다음에 못가면 또 담에 가면 된단다, ‘투테네 조르구’(절대 걱정마)란다.

부랴 부랴 여기 저기 널브러진 짐 정리하는 동안 니다와 방문객들은 1층 정원에서 파티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안전여행을 기원위해, 바하교의 번창을 위하여, 가난하고 소박한 이웃들과 태국어로 영어로 에스페란토로 파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르코와 니다는 일주일에 한번 이 지역의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바하교를 전파하고 있는 선교사같은 개척정신으로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나누어주고 공유하면서 모범적인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리랑을 한국어와 에스페란토로 불러서 이들과의 만남을 기념하고, 답가로 이들은 우리의 강강술래 같은 그들의 전통 놀이와 노래를 불러주면서 우리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종지부를 아름답게 장식해주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항상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린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진실하고 선한 사람
    들과 만나고, 친구하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한다.

    마르코와 니다를 만나고 보니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음을 알았다. 이들의 정성스런 배려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1주일은 여행자에겐 길고도 짧은 시간이다.

   방콕이라는 도시에서의 시간이 아닌 시라차, 방푸라, 치앙마이 등 비교적 도심 외곽지역에서의
   시간은 나의 마음도 순화되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수줍은 미소와 선한 눈빛을 간직한 사람들이
  좋았고,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순박함이 좋았다.

    역시 미소와 눈빛은 영어와 에스페란토와 이 세상의 어떤 언어도 뛰어넘는 최고의
  소통수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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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란영 2010/05/11 20:21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안녕!!!
    나 란영이야.
    오늘로 네 여행기 이틀째 보구있어.
    눈으로 보는듯 선 하다.
    재미있구 여유가 느껴지는것 같아.
    그리구 행운의 기운도 넘치는것 같구.
    앞으로도 계속 즐겁고 신나게 여행하며 좋은글 쓰기 바래.
    네 낭군님께도 안부 전해주고.
    나도 네가 즐겁고 무사한 여행이 되도록 우리 주님께 기도드려 줄께.
    나 좋은빽 있잖아.^0^
    화이팅!!!
    항상 건강조심하구
    사랑해

    • 고경자 2010/05/18 21:39 PERMALINKMODIFY/DELETE

      란영아!!

      정말 보고싶고, 네 목소리도 그립고...
      우리만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가능하면 봉사도 많이하고
      우리가 필요한 곳 열심히 달려갈꺼야..
      물론 너의 기도가 큰 힘이 되리라 믿어
      고맙고 사랑해..
      항상 건강조심....

  2. 김동환 2010/05/29 04:0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안, 고선생님 정말 떠나셨네요.

    갑자기 잠이 안와 눈을 뜨고 컴을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니 오랜만에 쓴 편지에 몇 장의 답장이 있네요. 희망천사도 눈에 들어와서 확인해 보니 반가운 소식이..

    와우 진짜루 가셨구나~ ㅎㅎㅎ
    여행기 아주 조금 쪼금 보았지여.
    지금 잠이 안와 혼자서 쏘주 마시며 보고 있어요.
    좋은 여행되시고요. 자주 들릴께요. 아 따라가고 시퍼~
    증말 멋진 여행되시와요. 두 선생님 제 맘속에 있어요. 화이링~ 딸꾹!
    아 인제 누우면 잠이 올까나요.

    밥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여행기 느낀 점 다 쓰면 재미없으니 오늘은 인사말만
    쓸께요. 행님, 누님 좋은 여행되시길.. 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렇게 외칩니다.
    술 멱으면 발을이 잘될라라~ 화이링이 아니라

    얼씨구, 지화자, 잘~ 한다. 사랑합니다.

    한국 2010년 5월 29일 토요일 새벽 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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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 배낭여행기

여행 2010/04/29 16:37

배~째라!! 부부의 인생2막 이야기

-집 팔고 아들도 버리고 떠난 세계배낭여행기-

들어가면서...

여행(travel)이란 단어 어원인 라틴어 트레팔리움(trepalium)은 ‘고문수단’이란 뜻이다. 여행을 통하여 추억과 낭만을 만들고 삶의 의지를 지켜가는 여행자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이다. 사람들의 상태가 가장 안 좋은 시점이라고 하니 바로 우릴 두고 하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다. 집도 팔고, 집안 세간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다 나누어 주고 금쪽같은 아들도 팽개치고(군입대) 떠난다니 제 정신인가? 혹자는 거침없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반면, 혹자는 이기적인 부모, 아무 생각 없는 철부지 엄마 아빠라고 비난한다.

어쨌든 박수와 비난 속에서 우리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우리네 인생 아차 한번 돌아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니 그저 떠나기로 했다.

1. 첫째날 여정(2010년 4월 27일 화요일, 인천공항에서 태국의 방콕, 촌부리까지)

지난밤(4월 26일)의 해프닝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절도 사건과는 좀 다른 것 같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우리의 여행 가방을 자기 것이라 우기면서 일은 시작되었다.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황당한 이 사건의 빌미는 ‘닥터세닥’ 칫솔이 되어주었다. 잇몸이 부실한 내가 즐겨 사용하는 이 칫솔은 모가 부드럽고 섬세해서 잇몸 질환이 있는 나에게서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다. 남편의 칫솔을 챙겨놓지 못한 죄로 내 것을 빌려주어야 해서 내가 먼저 양치하고 치약을 발라 얌전하게 여행가방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이 칫솔로부터 강력한 메시지를 받아서 여행 가방에 손을 댔다는 황당무계한 이 여자의 변명은 그녀의 엉덩이를 보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붉은색 몽고반점마냥 바지에 생리혈을 아무렇지 않게 장식하고 다니는 그녀를, 울산에서부터 돈 한푼 없이 인천공항까지 온 그녀를, 통장의 잔고가 1000원 밖에 남아있지 않은 채 취리히, 파리 등 해외여행도 자주 다녀온다는 그녀를 메마른 감성의 우리가 어떻게 이해를 해야하나? 면도칼로 밀다만 히틀러의 눈썹이 오르내릴 때마다 작렬하는 그녀의 감수성은 작가로서 소설 속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저 인천공항에서는 닥터세닥 칫솔을 쓰지 마세요, 어디선가 그녀가 짠!! 하고 나타나요!! 약 13시간 먼저 도착한 공항에서 일어난 이 해프닝이 우리의 여행길에 대한 액맥이가 되어주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세계여행 이브의 밤은 저물어갔다.

아! 드디어 출발이다. 약5시간이 걸려 도착한 방콕은 섭씨 36도로 거의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가방의 짐을 줄이려고 겹쳐 입은 옷으로 이미 사우나는 시작되었고 냉방시설이 잘 된 공항이지만 벌써 흥건하게 내 등줄기는 젖어 있었다. 처음 만나는 에스페란티스토 마르코를 만나야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진으로 본 마르코 인상은 지성미와 온화함이 그림처럼 멋진 백인 노인이었다. 에스페란토의 상징인 초록색으로 단장한 우리의 모습만으로도 대번에 알아본 마르코는 반가운 듯 수줍은 듯 엷은 미소로서 환영하였다.

살루톤!(안녕하세요의 에스페란토) 만나서 반가워요, 그리 유창하지 않은 마르코의 에스페란토 실력이 한편으론 나를 안심시켰다. 나도 에스페란토 공부 손 놓은지 거의 7-8년 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마르코는 독학으로 9개월 전부터 에스페란토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은 서투른 에스페란토 회화지만 듣는 것에는 별 무리는 없어 보였으며 차 속에 사전을 비치해놓고서 모르는 단어를 묻고 찾고 익히면서 즐겁게 대화하려고 하였다. ‘미 네 콤프레나스!(이해가 잘 안되네요)’ 결코 그냥 흘려듣지 않으면서 이해하고자 애쓰는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나이에 상관없이 여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보이는 마르코는 호주사람으로서 태국에서 35년째 살고 있다. 약 6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마르코는 중국계 태국 출신의 부인 니다와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1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한 촌부리(Chun Buri)의 마르코의 집은 목조 2층 건물로서 사방이 열대 과일과 아름다운 꽃들과 초록의 잎사귀로 에워싸고 있었다. 스안(마르코 집에서 머물면서 일도 도와주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자)의 순박한 미소와 짝퉁 달마시안 개 deen의 열렬한 환대가 우리의 긴장과 피로를 한꺼번에 날려주었다.

                                                                                     < 마르코와 니다가 사는 집 >
영국의 심리분석가 Adam Philips는 ‘걱정하는 사람은 걱정을 통해 삶을 단순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걱정도 팔자인양 미리 염려하는 나도 여행지에서 만큼은 단순한 생각으로 사람도 사물도 보려고 한다. 근데 이것이 그리 간단치만은 아닌 것 같다. 복잡한 세상살이를 단순하게 보도록 해야겠다. 오늘은 비교적 호사스런 여행의 첫째 날이라 할 수 있다.

2. 둘째날 여정(2010년 4월 28일 수요일, 태국의 Asian University에서)

어제 저녁까지만 하여도 모든 것은 단순 명료하게 생각하고 보리라 다짐을 했건만 어느새 복잡이란 놈이 정신을 산란케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락가락하는 내 안의 다른 나를 끄집어 내어서 그들로부터 진솔한 소리를 찾아내려 한다.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변덕이 팥죽처럼 끓을지 지켜 볼 일이다. 이렇게 등장하는 그들의 소리만 귀담아 듣고 글로 써내려간다면 여행 중에 느끼게 되는 불평과 불만과 희망과 다짐을 각기 다른 입장과 안목에서 이해하게 되리라. 그러면 훨씬 스트레스도 즐길 줄 아는 여행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 다하고 다니니깐.

매일 매일 등장인물이 달라지리라, 그날의 기분과 의지와 건강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팥죽도 끓어야 제 맛이 나고 변죽도 끓어야 흥을 돋우는 법.



둘째날 등장인물--주인공 50대 로자, 착한천사, 나쁜천사, 게으른천사, 귀차니즘교주, 20대 피 끓는 로자 (1004는 나의 메일 네임)

20대로자---단 하루만이라도 간섭도 시선도 없는 곳이 정말 필요해! 그래서 여행을 해야 해, 상상과 호기심이 고갈된 삶이란 절여진 배추마냥 생기가 없는 삶과 뭐가 달라?

50대로자---그래 니 잘났다~내 나이 되봐! 이 몸도 대문 밖 한 발자국만 나가도 껑충 껑충 흥분했던 시절이 있었어. 차타고 돌고 비행기 타고 오르내려도 온 삭신이 쑤시고 허리가 묵직하고 여기저기 고장 났다고 아우성 쳐봐라 여행이고 뭐고 다 싫다.

착한1004---맞아요, 그러나 이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겠어요? 힘들더라도 이겨내요.

나쁜1004---뭘! 그 나이면 이제 호기심이니 도전이란 단어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녀야지. 아파트 평수 늘릴 생각, 남편 바람 단속하면서 주름살 피고 보톡스 집어넣으면서 우아하게 사모님처럼 살아야지, 무슨 얼어 죽을 배낭여행이야? 관광도 아니고,

50대로자---마르코의 대학(태국의 Asian University)에서 영어와 에스페란토로 한국의 전통예술과 에스페란토 역사를 소개하기로 했어. 근데 그 학교는 모두가 영어로 수업을 받는다고 하던데 어쩌지 요즘 바빠서 영어공부 소홀히 했는데...망신이나 당하는 것은 아닐까? 글고 아리랑도 소개하기로 했는데... 에이, 내가 누구야 배! 째라 아니야? 그냥 해보는 거야. Good morning... 쏼라 쏼라....손짓 발짓...

와우! 내가 조금은 해낸거야? 11명(백인1명 포함)의 태국청년들과 아리랑을 한국어와 에스페란토로 부르고, 태국의 전통춤도 함께 추었다. 서투른 영어지만 색다른 방문자의 즉석 공연과 미니수업은 마르코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해주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엉겁결에 이루어진 것이다. 빈약한 영어대화 기술에 미안하지만...

문제는 점심 식사 후 외국인(네덜란드인, 영국인 2명, 아일랜드인1명 모두 총 4명의 교수) 교수 앞에서 해야 할 일이 대략 난감, 번데기 앞에서 주름도 어지간해야지, 세상에나...에이, 몰라 몰라, 지들이 아리랑을, 에스페란토를 알겠어? 그냥 자신만만 철판 깔고 다시 쏼라 쏼라... 오히려 영국인 교수는 나의 공연 판플렛에 싸인까지 해달라고 요청한다. 못이기는 척, 멋들이지게 일필휘지 날렸다---Roza. K

게으른1004---됐어, 그만하면 됐어! 간밤에 피곤에 쩔어 영어 한자도 들여다 보지 않고도 그만큼 쏼라쏼라 했으면 됐지 뭘, 처음부터 너무 잘하면 영어권 애들이 존심 상하 잖아, 몸 생각해서 살살 영어공부하고 게으름을 벗삼아 쉬엄 쉬엄 놀아.

귀차니즘교주---섭씨 36-37도 폭염에서 웬 수업? 공부? 만사 다 귀찮다. 에어컨 팡팡 나오는 곳에 짱 박히고 누워 잠이나 자고 인터넷 바다에서 헤엄이나 칠 일이지, 더위에 공부하면 얼 빠지고 흰 머리만 늘어간다~

50대로자---아니야, 이기고 극복해야해, 여행 출발전날 까지 철딱서니 맏아들 맏며느리에게 많은 불만과 호통을 쳤던 시아버님을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참고 견뎌내야해. 여기저기서 박수와 격려와 여행경비를 주신 그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이겨내야 하고 성취해야해. 나의 목표와 꿈을!

같은 날 쓴 KaraAn의 여행 블로그 보기 http://blog.naver.com/solidareco/1001044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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