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마당--호주 하늘아래에서 만난 견공들
여행 2010/07/12 13:50열두 번째 마당 (호주 하늘아래에서 만난 견공들)
지미, 샌디, 베일리, 메이시, 루프쓰 등 이것이 사람이름인지
멍멍이 이름인지 통 구분이 안가는 로자는 호주의
아름다운 태즈마니아주의 런세스턴과 호바트,
그리고 본토 애들레이드에서
만난 견공들에 대한 소감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
태국 촌부리, 시라차, 치앙마이도 개판이더니 조금 더 보태서
정말 이곳도 개 반 사람 반이었다.
거리마다에서 만나는 이곳 견공들의 낯을 볼짝시면
그야말로 나라 잘 만나고 주인 잘 만나서 대접받고 있는
형상이다. 한마디로 얼굴이 개판?
어느 분의 우스개 소리를 빌리자면 종자검열이
다 끝나지가 않아서 간지가 흐르지 않는대나...
그 낯으로 한국에서 산다면 아마도 매해 여름 가슴 졸이며,
‘개~파슈’를 외쳐 되는 아저씨가 지나갈 때 마다
숨도 크게 못 쉬고 지내야 하지 않을까싶다.
누르끼리 하고, 거무튀튀한게 애완견으로도 퇴짜 맞기
쉽상 이고, 덩치는 망아지 만하고
형상은 불독 친척이랑 닮은 것이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요즘에 먹이만 많이 먹고 귀여움마저 줄 수 없는
그 모습으로는 거리에서 동가숙 서가식해야 하는
신세마저 되지 않을까?
우리의 성남 모란시장에서 만나는 미끈하게 잘 빠진 녀석들도
벌거벗고 들어 누워 팔려가는 신세가 되어있던데,
이곳 잡견들은 주인의 사랑을 온 몸에 받으면서
거만하게 때론 우아하게 산책하고, 운동도 하면서
늘어진 팔자 자랑을 하는 모습이다.
다만 신통방통하게도 생긴 것은 이래도 하나같이
순둥이라는 사실이다. 거리에서 만나든 시장에서 마주치든
한결같이 순박한 호주의 견공들은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닮은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아는 아들레이드 모씨의 견공 루프쓰는
쉬츠 비스므레한 짝퉁 녀석인데 주인이 배 긁어주면
짧은 두 다리 쩍 벌리고, 드르렁 드르렁 코까지 골면서
단잠을 이룬다. 옆에서 파리가 달려들어도 눈 한번 꿈쩍 않고
한낮의 오수에 빠져드는 형상은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오 마이 베이비’를 외쳐대는 주인님의 달콤한 목소리에
한껏 재롱으로 품에 달려드는 그 녀석의 온몸에서는
몇 날 몇 일 씻지 않은 거북스런 향기가 진동해도
그저 덥썩 덥썩 안아주는 이들을 바라보며
내가 애정이 부족한 것인지 저들이 사랑이
넘치는 것인지 통 모르겠다.
죽고 못 살겠다는 듯이 쪽쪽 대면서도
매정한 구석도 만만치 않다. 살을 빼야 한다며 먹이를
캥거루 생고기에다 사료, 하루 한 끼 감질나게 주고는
점심 저녁을 쫄쫄 굶긴다. 메이시와 루프쓰의
허기진 자존심은
식탁 밑에서 행여나 흘려주는 음식 찌꺼기
받아먹을 생각에
우아함도 팽개치고 비굴한 눈초리만 연신 보낸다.
자기들은 점심, 저녁도 모자라서 야식에다
디저트까지 챙겨먹으면서....참으로 독하데이~
로자가 보기에는 약간 살집이 올라
오동통통하니 보기만 좋던데..
거기에 비하면 주인님의 뱃살이야 말로
쫙쫙 빼야 할 형국이던데...
징한 사람들이더구먼...
인생이든 견생이든 다 잘 먹고 잘살아보자는 것인데...
배! 째라 부부 드디어 이 가엾은 녀석들에게
자선을 베풀기로 했다.
깐깐한 주인이 안보는 틈을 타서
매콤한 신라면도 일부러 흘려주고, 치즈 샌드위치도
실수인 척 뎅겅 떨어뜨려주고...
이제야 말로 이녀석들과 배! 째라 부부간의
모종의 러브라인이 생겼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애절하다 못해
나는 니가 간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며
은밀하고 비밀스런 관계가 되었다.
우리를 향해 온 몸을 다 바쳐 점점 더 세게
꼬리를 쳐주는
이 녀석들의 열렬한 몸짓에 비례해서
우리의 애정 표현도 점점 도를 더해갔다.
국경을 초월하고 종자를 뛰어넘은 러브스토리가
아슬아슬하게 진행되었다.
매 식사시간마다 흘려주는 음식의 양과 종류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도너츠, 삶은 계란, 닭볶음도
철퍼덕 식탁 밑으로 떨어지기가 무섭게 받아먹으며
연신 맛있다고 훑어대는 콧잔등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위험하지만 행복한 먹거리 나눔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아~ 한용운님이 말했던가,
만나면 이별을 생각해야 한다고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돌아왔다,
서로 말도 못하고 비밀스런 눈짓만 교환한 체
짧디 짧은 메이시, 루프쓰와의 은밀한 애정행각이 끝나는 날.
아들레이드의 하늘은 무심하게도
햇살 찬란하기만 하고,
벌써 떠나면 어쩌라는 것이냐는 원망과 아쉬움으로
애끓는 그들의 멍멍 소리는
배! 째라 부부의 가슴을 울린다.
또 다시 시작될 호주 견공 메이시와 루프쓰의
혹독한 다이어트!!
니들도 아프냐? 우리도 아프다!!
배~째라 부부네 멍멍이 열전도 만만치 않다.
희망이, 뽀송이, 흑순이, 재롱이, 봉학이,
왕건이, 아르타 등등
종류도 다양하고 생김새도 개성 만발한
다정한 견공들과 우린 함께 했다.
순종이든 잡종이든, 족보가 어떻고
조상이 누구이든 간에
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웃음꽃
가득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사물놀이 소리를 자장가 삼고, 떡보처럼 인절미를 제일 좋아하며,
우리의 신혼을 향기롭게 해준 ‘희망이’
흑산도 여행길에 단 돈 6천원에 사온, 창자가 항문 밖으로
조금 나와 고통스러했지만 굴하지 않게, 생기발랄한 ‘흑순이’
배! 째라 부부의 아들 어린 시절 가장 즐겨본 TV프로그램
‘임꺽정’의 영웅이름에서 따온 활 잘 쏘는 ‘푸들 봉학이’
생긴 모양은 장군감인데 먹이에만 관심 가득,
주인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왕건이’
뛰어난 외모와 좔좔 흐르는 검은 윤기,
하지만 외로움을 징~하게 싫어해서 발톱에 피가 나도록
문 열어 달라 긁어대는 ‘닥스훈트 아르타’...
이들 모두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지 못해
입이 열 개 라도 할 말이 없는 배! 째라 부부...
우리의 멍멍이들이 헌신적으로 공헌한 즐거움과
행복한 시간에 비해
우리가 준 것이라곤 쉬이 활활 타오른 사랑과
맛대가리 없는 사료 한 그릇,
물 한 사발이 고작인데...
우리를 용서해다오 얘들아!!
새삼 너희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이다.
이타적인 너희들이 이기적인 우릴 깨우치는구나.
다음 생에는 꼭 인간으로 태어나서
말 못했던 설움들을 떨치며 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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