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Rock)라도 치자!!

대중문화 2009/12/01 21:32

록(rock)이란 무엇인가?
절대 깨지지 않을 바위?
전후좌우로 흔들어 주는것?
크게 감동하는 것?

난 결단코 록은 바위를 깨뜨리는 그 무엇이라 본다.
그 바위는 기성세대일수도 고정관념일수도 편견과 차별, 억압과 착취와 모든 부조리 등등이라고 본다.계란은 무명의 록그룹들, 소수자들의 외침, 빼앗긴 자들의 절규,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양심 등이다. 그러므로 록은 뭐니 뭐니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일품 해석이라 생각한다.

불온한 상상력과 진보적 감수성을 표방해온 문화연대 10주년, 록그룹 불랙홀 20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 금, 토요일(11월 27-28) 성동구의 소월홀에서 열렸다.

애떨어질 뻔한 굉음소리에 놀라 처음에는 귀도 살짝 막고(남 눈치못채도록), 가슴이 터져 나올까봐 똥배에 힘도 꽉 주고서 진정할 시간을 갖느라 음악 감상의 여유도 없었다. 적응이 안되는 당황스런 음량에 깜짝 놀라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음악이라면 장르를 안가리고 좋아한다고 믿었던 나의 신념이 무너질 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차츰 굉음소리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나의 고막과 심장의 박동수가 안정을 찾을 때 쯤 해선 록 그룹 구성원 한 사람 한사람을 눈여겨 보는 시건방 마저 생겼다.

왜? 록 밴드 구성원들은 머리를 길게 길게 기르는지를 이제야 알겠다.
우선 비듬을 털어내듯이 음악에 맞춰 마구 흔들어 주면 굉장한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피가 머리끝으로 쏠리면서 순간 몰아의 경지 내지는 뿅가는 분위기로 진입하는데 이 보다 저렴하고 합법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두발의 락커가 머리를 흔들때의 그 스산함과 아쉬움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만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같은 머리로 사자후를 토하듯이 흔들어줘야지 '아~저들이 록을 하는구나'  하지 민둥산 쥐대가리 같은 머리로 흔들면은 오던 감흥이 도망 갈 수도 있겠거니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록 공연은 발바닥에 열불이 나도록 콩콩 팔짝 폴짝 뛰어 주어야 제격이다. 노래하고 연주하는 그 자신들이 미치고 팔짝 뛰지 않고는 게으르고 엉덩이 무거운 나 같은 사람들을 덩달아 뛰게 만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크라잉넛 처럼 유명세라도 타는 팀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나마 땅콩만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도 없는 팀으로선 핏대를 올리고 비듬 너댓말은 털어주어야 박수라도 왕창받게 된다.

록그룹들은 가사 전달에는 신경을 별로 안쓰는 것 같았다. 곡목에 대한 소개, 팀 구성원에 대한 소개(공연 전 자막엔 나왔지만), 그들만의 산전수전 공중전 스토리 등이 부족으로 불친절한 그들이라 잠깐 생각했다. 그 외는 다 친절했다. 토요일 저녁 공연 출연진중 크라잉넛을 제외한 스트라이커스, 디아블로, 블랙홀 등이 대중의 인기를 많이 받고 있는 그룹이 아니기 때문에 친절한 설명은 어쩌다 가끔 관객이 되는 우리같은 사람(50초반의 부부)에겐 숨도 돌리고 귓고막도 식힐겸 꼭 필요하다.

크라잉넛의 야무진 네 명의 땅콩 알갱이들은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루저 신드롬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멋진 조합이였다. 역시 작은 고추가 맵고 맛있고 속알이 찼다. 그 네명 옆으로 땅콩 껍질 처럼 우람한(상대적으로) 건반과 아코디언을 연주한 넉넉한 품의 그 멤버는 크라잉넛의 삼촌같은 푸근함 그 자체였다. 애수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아코디언 소리는 울고 불고하는 땅콩들에게 그만하라고 건네주는 손수건같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진보적 감수성과 불온한 상상력을 키우려면 진보적인 록밴드를 게릴라처럼 키워야 겠더라.
이 멋쟁이 게릴라들이 우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안내한 다음 마법의 주문처럼 소리치게 만드는 것이다. 강렬한 드럼과 사자머리 록 보컬의 샤우트 창법에 맞추어서

쿵쿵짝 쿵쿵짝 세상을 바꾸자 !!쿵쿵짝 쿵쿵짝

너와나 하나돼 쿵쿵짝 쿵쿵짝!!  뭉치자 나가자 쿵쿵짝 쿵쿵짝!!  4대강 취소해쿵쿵짝 쿵쿵짝 쥐박이 내려와 쿵쿵짝 쿵쿵짝!!

두 주먹 불끈쥐고 붉은 띠 두르지 말고 한 일주일 감지 않은 머리를 마구 흔들어 주고 승리의 브이자로 손가락 길게 뻗어 잔치마당에 온 것처럼 축제처럼 흥겹게 신나게 니일 내일 함께 기운을 모아주자. 울던 자도 힘을 내고 웃던 자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착한 에너지를 모으자.

20주년 관록의 블랙홀은 노련함과 열심으로 목청껏 우리에게 소리쳤다. 연신 준비되어 나오는 올드팝으로 이미 20대에서 50대가 하나되게 멍석판을 깔아주었다. 물흐린다고 걱정한 필요도 없이 앞뒤 좌우로 앳되지 않은 관객들이 서로 서로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내 아들(대학교 1학년) 같은 애들이 모인것만은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눈치안보아서 훨씬 신났다. 왕년에 한번은 음악과 풍류에 미쳐본 적이 있었을 열정적인 과거의 젊은이와 중년의 젊은이와 더 산 젊은이들만이 있었다.

음악의 힘, 록의 힘, 록의 정신, 예술 정신의 근원은 저항이다. 억압에 저항하고,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고 굴종과 비굴에 저항하는 것이다. 또한 목이 터져라 핏대를 올리고 외치는 것이다. 자유를 향한 소리침이고, 양심에 대한 간절함이고, 상호연대를 위한 절규이고 변화에 대한 외침이다.

모두다 가슴에 불씨를 묻어둔 화로 하나씩 안고 나타난 사람들, 허벅지가 땡기고 허리가 뻐근해지도록, 뒷목이 뻣뻣하여 내일 당장 목 디스크 걱정해야 할 지라도 오늘의 외침이 내일을 향한 다짐이고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상업적인 기획사 어느곳에서도 20주년이라 러브콜이 없었던 좀 더 산 청년 그룹 블랙홀, 강산이 두번 바뀌도록 변하지 않았던 그들의 신뢰와 배려와 양보에 박수를 보낸다. 돈과 유명세와 사특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함께 해준 그들에게 록계의 고목이 아닌 거목으로 커나가길 기원한다.

이제 사랑을 노래하는 대신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을 노래하고
사람을 노래하는 대신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도 노래하고
세상을 노래하는 대신  그 세상을 살맛나게 해줄 연대를 노래하라!!

블랙홀의 구멍속으로 모든 잡 것들을 담아서 저 우주로 날려버리고
사람과 세상과 진보와 연대를 꿈꾸고 만들어내길 바란다.

록커들이여 세상에 소리치는 그대들이여!!
계란으로라도 계속 바위를 향해 던져라. 비록 깨지진 않더라도 계란의 흔적은 뚜렷이 남아
남은자가 기억하고 따르리니 쉼없이 던지고 소리쳐라.

top

Trackback Address :: http://esperamondo.com/es/trackback/83

Write a comment


◀ PREV : [1] : [2] : [3] : [4] : [5] : [6] : [7] : [8] : [9] : .. [5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