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가부키 경극

문화관련글발 2006/08/01 21:40
 
창극 경극 가부키

고 경 자

1. 한.중.일 전통극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 중. 일 세 나라에는 서양의 오페라와 같은 전통극이 있는데 그 민족적 전통양식 측면에서 관점을 두자면 한국의 창극(唱劇), 중국의 경극(京劇), 일본의 가부키(歌舞伎)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북경의 오페라는 경극 공연 예술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대국의 개방적 정신과 활기찬 동작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가부키는 섬나라의 섬세하고 유연하고 가벼운 동작이 나타나 있으며 한국식 오페라의 창극은 자유로움과 융통성으로 대표된다.

이에 동양 3국의 전통 오페라의 역사와 발전과정, 분장, 배역, 음악 등의 특징들을 서로 비교해 보고자 한다.


1.1 창극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국의 전통 오페라라 할 수 있는 창극은 개화기 이후에 판소리가 서양극의 영향을 받아 새로 만들어진 공연 양식으로 시대적 요청에 따라 듣는 것과 보는 재미를 가미하여 만들어진 한국식 전통 오페라라고 볼 수 있다. 창극은 연극처럼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여 각기 배역에 따른 음악과 노래, 연기의 즉흥적 표현이 춤과 관현악단의 반주와 결합된 진정한 형태의 종합예술이다.

창극의 시작은 20세기에 들어서이지만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신재효(申在孝)가 판소리에 내재된 연극성을 확충한 것이나 진채선이라는 여류 명창을 탄생 시킨 것 등이 20세기 들어서 창극이 탄생 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창극은 1906년부터 창자(唱者 )들이 역을 나누어 공연하기 시작하였고 1910년 이전의 창극 즉 ‘신연극’은 대체로 판소리에 익숙한 관객을 상대로 판소리의 레퍼토리를 연극화 하는 식으로 공연되었다.

1910년대는 일본을 통한 신파극1)의 영향과 가극, 신극 등의 영향으로 창극이 ‘구연극’으로 불리던 시기였다. 특히 신파극의 영향으로 <춘향가>의 이도령 역을 기생이 남장을 하고 등장하였으며 무대장치를 갖추는 등 창극은 점차 무대극으로서의 형태를 조금씩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신문화가 다각도로 들어오면서 창극의 성격 역시 변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 고유의 판소리, 창극, 민요 등이 대중의 재미를 위해 저속화되었다는 명창들 자체 내의 반성으로 인해 잠시나마 창극이 위축되었고 이로 인하여 판소리가 다시 번창하는 모습을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1920년대 중반기 이후에는 축음기회사나 조선 음악협회 등 각종 음악단체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명창대회가 유행하게 되었다. 또한 가극의 출현으로 당시의 창극 공연은 ‘가극’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1930년대에는 서양의 근대극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시기이면서 또한 전통연극에 대한 논의가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시작된 시기이다. 특히 전통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소리 창자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연희 전통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음악을 부활시키기 위해 공연방식의 병폐를 시정하는데 주력하는 이른바 ‘청신운동’이 조선음률협회를 중심으로 펼쳐졌다.2) 그리고 1934년에는 이것을 계승하여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가 ‘전통을 보존한다’라는 의식을 앞세워 공연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조선성악연구회의 이러한 공연활동은 창극 연행의 전형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창극사의 한 정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1910년대와 1920년대의 여러 연행물과 함께 공연하였던 창극과는 달리 1930년대 조선성악연구회의 공연은 한 작품을 하루에 공연하는 식,  다른 연행물 없이 창극만을 공연하는 식으로 그 공연방식이 정착되었다. 또한 이와 함께 무대 장치를 사실적으로 마련하고 대사와 성격에 맞는 연기를 지향하게 되었으며 각색과 연출의 개념도 도입되었다.

1940년대와 1950년대는 창극과 관객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나 흥행만을 추구하면서 창극의 수적 확산이 곧 창극 배우 수의 실질적인 위축으로 귀결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의 문화적인 통제가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정치적인 효용이 더해지면서 극단의 순회공연이 권장되었고 특히 창극계 외부인사가 창극에 직접 참여하게 되어 연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창극이 고전소설 각색극, 야담 소재극, 역사극 등의 창작극으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창극을 국극(國劇)이라 불렀었고 창극단들은 대체로 대한국악원의 산하단체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 같은 국극사, 국극협회, 조선창극단, 김연수 창극단 등 많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1950년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국극단들이 번성한 것도 이 시기이다. 그러나 여성국극단의 난립과 함께 이야기 소재와 전통연희에 숙련된 배우들의 부족 현상이 되풀이 되면서 여성국극단은 창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남긴 채 일시에 거의 흔적 없이 사라져 갔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국립창극단이 창설 되었다. 창설 당시에는 국립국극단 이라고 불렀지만 1973년 국립창극단으로 개칭하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1967년에는 창극 정립위원회가 국립극장에 설치되어 창극 극본의 정리와 연출의 방향 설정 등을 논하면서 창극의 정립을 모색하게 되었고 국립창극단 이름으로 ‘완판창극공연’과 ‘완판판소리공연’을 통해 다양한 표현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를 전후해서는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도립 혹은 시립 창극단이 결성되면서 오늘날까지 창극의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1.2 가부키의 역사와 발전과정


가부키는 1603년 무녀(巫女) 오쿠니(阿國)가 이즈모(出雲)3) 지방에서 가부키 오도리(歌舞伎踊り)4)라는 춤을 춘 것에서 연유한다. 오쿠니가 불교도들을 풍자해서 인기을 얻었던 것에서 비롯되어 남자로 분장하고 춤추는 여자배우와 여자 배우로 분장하고 춤추는 남자배우들을 자기 주변으로 끌어 모으면서 오쿠니의 가부키는 평민의 기호에 맞추어 만든 일본 최초의 중요한 전통극이 되었다. 본래 가부키라는 말은 정신과 복장이 정상에서 벗어난다는 뜻인 가부쿠(かぶく)5)라는 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시 오쿠니의 복장과 춤은 아주 획기적인 것이었다.6) 그 후 가부키는 약 400년 동안 가부키만의 독특한 음악적인 요소와 양식을 바탕으로 노(能)7), 교겐(狂言)8), 분라쿠(文樂)9)와 같은 일본 전통공연예술 중에서도 가장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극이 되었다.

가부키는 가(歌 : 음악성)와 무(舞 : 무용성), 기(伎 : 연기)를 뜻하는 취음자로 호화로운 무대와 의상이 혼연일체가 되어 가면을 쓰지 않고 분장을 중요시 여긴 총체 연극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가부키는 여자들의 가무가 중심이 되어 온 것으로 에도 시대와 그 이전의 인물로 분장하여 역사적 사실이나 전설, 사회현상 등을 노래와 춤, 연기 등으로 표현하였으며 그 동작의 기본에는 무용적인 요소가 많고 대사도 독특한 음률을 지니고 있어 가무기(歌舞伎)가 혼합된 종합예술이라 하겠다.


가부키는 창시 이래 배우중심으로 발전해 온 연극으로 배우의 기예와 그 모습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은 각본, 연출을 통해서이며 특히 분장이 배우에게 자신을 무대에서 최대한 살리는 요소였기 때문에 적어도 에도 시대에는 분장에 대한 책임은 배우 자신에게 있었고 따라서 배우는 연기는 물론 자신이 연기할 의상, 분장, 가발까지 고찰하고 연구하는 일까지 마다 않았다. 가부키는 관객을 즐겁게 하고 배우들이 솜씨를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교훈적 요소가 들어있으며 새로운 형식들을 쉽게 흡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식화된 연극으로서 신사나 절에서 공연되던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많은 관례들을 계속유지하고 있다.

가부키는 중세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92-1573)에 세상이 혼란하고 말법(末法)사상이 사람들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던 시기에 눈부시게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유행한 풍류 춤이 염불 춤과 맞붙어 성행한 것을 ‘염불풍류’라고 한다. 염불 춤은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1185-1333)에 지슈(時宗)라는 불교 일파를 조직한 잇펜 쇼닝(一遍上人)10)이 시작한 정토종(淨土宗)의 한 형태로 표주박이나 징, 꽹과리, 북을 치면서 손발을 마구 놀리며 염불을 외며 난무(亂舞)하는 것으로 가부키는 이 염불 춤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한다. 즉 가부키의 기본이 되는 것은 노(能)의 춤이나 무악의 춤이 아닌 바로 이 염불 춤이었다.11) 1603년 가요나 춤 등과 어우러져 오락성이 강한 염불 춤을 가지고 교토 무대에 등장한 오쿠니는 교토의 강변에서 가설극장으로 판잣집을 짓고 공연을 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오쿠니 연희 집단은 당시 항간에 유행하고 있던 가부키 모노(歌舞伎者)들의 풍속을 무대에 도입해 가부키 춤을 추어 귀천할 것  없이 모든 민중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렇게 오쿠니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남장을 하거나 괴상한 복장을 하고 연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자 가부키는 도쿠가와 막부 정치가 안정되면서 사회 풍속을 문란 시킨다는 이유로 1629년에 금지 당하는데 이러한 여자 가부키 금지령을 계기로 미소년 가부키가 등장한다.

미소년 가부키는 호색적이고 이색적이었는데 당시의 기록에는 관객들이 미소년들의 춤을 보고 넋을 잃었다고 하며 이와 같은 미소년 가부키도 남색의 매음을 겸하여 결국 유녀 가부키와 같은 폐해를 초래하게 된다. 미소년 가부키가 1652년 금지된 후 가부키는 사회에서 모습을 감추었으나 서민들의 부활 운동으로 흥행이 허가 됐으나 여성과 소년이 출연해서는 안되고 소년의 상징인 앞머리를 깎아 버리고 성인 남자만 허락하며 선정적인 무용이 아니고 연극을 하며 노와 교겐을 흉내 내는 연희라야 한다는 조건으로 1653년에 다시 흥행하였다. 남녀가 아니, 여자가 무대에 오르지 않는 연극이란 있을 수 없기에 온나가타라는 특수한 존재가 성립하게 되었다. 온나가타는 ‘오야마(女形)’라고도 하는데 유녀로 분장하는데서 시작이 되었고 또 유녀로 분장하는 것이 온나가타의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12) 성인 남자가 중심이 된 야로 가부키는 점차 종래의 여자 가부키, 미소년 가부키 중에 있던 노가쿠의 연희 형식을 섭취해 가면서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에 걸친 겐로쿠 시대(1688-1704)에 이르러서 성숙기를 맞이하는데 화려한 문화와 새로운 경제 층의 지지를 받고 겐로쿠 시대의 가부키도 질적으로 변화해 갔다. 에도와 가리가타에서 서로 다른 형을 창출해 온 가부키는 도쿠가와 막부의 정치 개혁 운동인 교호 개혁에 의해 엄격한 단속을 받아 쇠퇴해 가다가 조루리(人形劇)의 장점을 1740년대에 받아 들여서 다시 성행하게 된다. 이후 1780년대까지 약 반세기간의 가부키를 당시의 연호를 따서 덴베이 가부키라고 부르게 된다. 덴베이 가부키 시대에 확립한 성격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메이지 시대를 맞이한 에도 가부키는 18세기 후반 예능계에서 주목할 만한 기제와 교겐이라는 특이한 연희 각본이 생긴 것과 변화무용의 발달을 들 수가 있다. 메이지 유신 이후는 문명개화 등 서구화의 영향으로 정계, 재계 그리고 문인들에 의하여 연극개량운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따라서 잔기리극(散切劇)이나 가쓰레기(活歷劇) 등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13) 더욱이 천황관극14)이라는 획기적인 일로 인하여 학자들 또한 가부키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배우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한편 1903년에는 마지막 에도 가부키의 전속작가라고 할 수 있는 모쿠아미가 사망하면서 가부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1.3 경극의 역사와 발전과정


한의(漢醫), 중국화와 함께 중국의 3대 국수(國粹)로 불리는 경극은 중국의 전통 연극 중 가장 대표적인 민중극으로 일찍이 한 대인 기원전 3세기에 이미 희곡이라 할 수 있는 초기 연극 형태가 존재하여 노래, 춤, 잡기, 씨름, 각투 등과 함께 궁중의 오락물로서 서민에 의해 장터에서 공연되었다. 시대에 따라 내용과 형식을 지니면서 발전해 오던 중국 연극은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각기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된 공연물들이 고도의 품격을 지니게 되면서 등장한 시대적 희곡이 바로 경극인데 이러한 경극은 창(唱, 노래), 과(科, 연기), 백(白, 대사)의 삼위일체를 요구하면서 춤이 곁들여지는 종합 무대 예술로 북경에서 집대성되어 그 지명인 ‘京’룰 붙여 京劇이라 불리어 졌으나 그 실제로는 남곡(南曲) 계통으로 남방에서 북경으로 유입되어 경극이 되었던 것이다.15)


중국의 전통극은 기원전부터 가무희로 존재해 오면서 한나라(BC220-206) 때에 이미 궁정에 광대들이 있어 가면무나 잡희가 성행하여 가무형능의 예능이 존재하여 당대(唐代, 618-907)에는 隨代의 연극을 이어 받아 가무잡희가 성행하여 큰 발달을 이루게 되면서 중국 연극사에서 희극을 발전시킨 공로자인 음악의 황제 현종이 양귀비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이 연극을 시작하여 궁중에 이원(梨園)이라는 연희자 양성학교를 세워 예능의 발전을 꾀하였기 때문에 민중들 사이에서도 여러 종류의 가무희(歌舞戱)와 그림자극이 발달하였다.16) 이러한 가무잡희의 성행은 궁중에서만 그치지 않고 민간에게도 널리 성행되었는데 안사의 난 이후 당나라 중엽에 성격사의 변화가 일어나 당대 말엽과 오, 송대로 이어져 가무희에서 거의 가면을 쓰지 않고 연출의 형성이 발달하기 시작하였으며 주변의 다른 나라와의 접촉이 매우 활발해져 송대의 가무희에서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까지 발달을 이루었다. 이러한 송대(宋代, 960-1279)에는 일명 남희(南戱)라고도 불리는 가면극인 희문(戱文)이 발달하였고 원대(元代, 1271-1368)에는 희문의 음악을 북방인인 원나라 사람들에게 알맞게 고쳐서 원잡극(元雜劇)이라는 가무극으로 발전시켜 배우가 창, 과, 백을 스스로 하고 등장인물을 증가하여 경극의 기초가 되게 하였다. 명대(明代, 1368-1644)에 와서는 명전기(明傳奇)라고 불리는 또 다른 가무극이 발달했는데 이는 원잡극의 영향을 받고 남방언어와 남방곡으로 쓰여진 희곡이다. 경극이 중국 전통극의 결정으로 발달한 과정을 보면 원나라 때의 잡극의 뒤를 이어 명나라에서 청나라에 걸친 300년 동안은 소주(蘇州) 곤산(崑山)에서 일어난 곤곡(崑曲)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경극은 민중오락으로서 오랜 전통을 지닌 잡기 잡예의 맥을 이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의 중국 연극은 원대를 지나면서 여러 변화를 거쳐 각 지방마다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된 고품격을 지니게 되어 경극으로 발전하게 된다. 경극은 청나라 중엽이후 고금의 희곡을 수집 정리하여 많은 보완을 하여 현재 이르렀으며 경극의 발생지는 본래 북경이지만 정치, 경제의 중심이 이동되면서 전국 각지로 전해져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중국 최고의 희극이 되었고 여러 세대에 걸쳐 장인들에 의해 성숙되고 완성되어 노래와 춤과 무술의 기교를 함께 보여주는 무대예술로 자리 잡아 그 이후부터 1942년 전후를 경극의 발전시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 개방이 일어난 1980년대부터 경극은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젊은층의 관심을 끌지 못하여 중국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과 후원으로 경극을 국보로 인정하면서 포괄적 공연예술의 하나인 서양의 오페라나 오페레타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총체극인 중국의 전통극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2. 창극, 가부키, 경극의 특징


2.1 배역


창극과 가부키, 경극은 작품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배역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배우가 작품에서 보여 지는 성격을 바탕으로 주인공과 그 외 조연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또한 이 모든 역은 남과 여로 구분되어 그 역이 정하여진다. 그러나 가부키의 경우에는 그 역의 구성이 모두 남성배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품에서의 여성의 역할 역시 남성배우에 의하여 그 연기가 이루어지고 경극에서는 생, 단, 정, 축 등 4가지의 배역이 정해져 있다.


2.1.1 창극의 배역


창극의 배역은 도창17), 주인공 그리고 감초 역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창극의 배역은 그 역의 성격과 명칭이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을 뿐 작품에 따라 여러 가지의 배역이 존재한다. 또한 창극의 배역을 맡은 배우는 가부키의 경우처럼 한 배우가 계속 같은 작품의 같은 역만 맡을 때도 있지만 그 배역이 바뀌기도 한다.


2.1.2 가부키의 배역


가부키의 배역은 다치야쿠(立役), 온나가타(女形), 고야쿠(子役) 3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다치야쿠는 주인공의 다치 야쿠와 적을 나타내는 가타기 야쿠(敵役), 젊은 역의 와카슈(若衆), 노인역의 후케야쿠(老役)로 구성된다. 이것은 다치야쿠가 주인공 역을 나타내는 의미 이외에 주연의 위치에서 연기하는 모든 역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모두는 큰 범위 안에서 다치야쿠에 속한다. 온나가타는 가부키의 가장 특징적인 배역으로 남자가 여자 역의 연기를 하는 것이며 그 구성은 딸의 역을 말하는 무쓰메야쿠(娘役), 20대 전후의 처녀 역을 말하는 도시마, 할머니 역인 바바가 있다. 고야쿠는 어린 아이의 역을 말한다. 이 외에 조연인 와키야쿠, 어릿광대 역의 도케야쿠 그리고 극 중 중요한 역할로 나이가 쌓여가면서 경험을 필요로 하게 되는 오야지카타가 있다.

이렇게 가부키는 우리의 창극과는 달리 작품에서 보여지는 배우의 성격에 따라 그 역의 명칭과 특징이 구분되어져 있다. 특히 다치야쿠역은 한 집안에서 그 역만 계속 대를 이어 나가기도 하지만 다른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다치야쿠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으로 바꿔서 그 대를 이어 나가기도 한다. 한편 다치야쿠는 배우들 안에서도 지위나 신분이 가장 높은 집단이 맡은 역할로 그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18)


  2.1.3 경극의 배역


경극의 주요 배역은 생(生), 단(旦), 정(淨), 축(丑)등 네 가지가 있다.

생(生)은 남자배역의 총칭으로 노생(老生, 나이가 많은 배역으로 긴 수염을 달고 나오며 혹칭 수생(鬚生)이라고도 한다.), 소생(小生, 젊은 남자 배역으로 수염은 없고 영준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무생(武生, 무술을 주로 하는 배역) 등이 있다.

단(旦)은 여자배역으로 청의(靑衣, 정단이라고도 하며 여자주인공을 의미한다.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 화단(花旦, 천진난만하고 활발한 성격의 여자배역), 무단. 도마단(武旦. 刀馬旦, 무술을 위주로 하는 여자배역), 노단(老旦, 노년의 부인) 등이 있다.

정(淨)은 얼굴 분장이 화려하여 화검(花?)이라고도 하며 성격이 비교적 특수한 배역이다.

축(丑)은 얼굴에 흰색 분장을 한 비교적 해학적인 연기를 한다.


2.2 분장과 의상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분장과 의상은 각 각의 작품에 맞게 이루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그 표현의 형태가 다양하다. 특히 가부키나 경극의 경우 분장이나 의상을 이용해서 배우의 역할과 신분, 특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창극과 비교하였을 때 그 구분이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


2.2.1 창극의 분장과 의상


창극의 분장과 의상은 그 색이나 종류로 배우의 신분이나 지위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가부키나 경극처럼 그 의미는 그다지 엄격하지 않으며 극에 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장과 의상이 중심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분장의 특징을 작품으로 살펴보면 춘향전에서의 변사또의 분장은 성격이 안 좋고 탐욕이 강한 얼굴이며 흥부놀부에서의 놀부 역시 욕심이 많고 자신밖에 모르는 인물로 이들의 특징은 다른 배우들보다 눈썹이 굵고 짙으며 약간 위로 올라간 듯한 형태로 분장된다. 또한 얼굴의 뺨 부분 역시 살이 많이 있는 듯한 분장을 한다. 의상에 있어서는 높은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의상으로 구분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배우의 성격에 따라 의상의 색이 여러 가지로 바뀐다고 볼 수 있으나 가부키나 경극처럼 정형화되지도 엄격하지도 않다.


2.2.2 가부키의 분장과 의상


가부키 배우의 얼굴에 하는 분장은 ‘구마도리(隅取り)’와 ‘시로도리(白塗り)’의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구마도리는 아라고토라는 연기양식에서 비롯된 작품의 배우들이 하는 분장이며 시로도리란 그 외 작품에서 지위나 신분이 높거나 잘생긴 남녀 주인공의 배우들이 하는 분장을 말한다. 구마도리(くまどり)는 배우의 성격에 따라 얼굴 전체를 색으로 표현하는데 구마도리로 분장하는 인물의 성격은 극 중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성격적으로 불안하고 폭력적인 사람, 두 번째는 반역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 세 번째는 영감을 갖고 있는 사람, 네 번째는 역사나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이다.19)

다음의 <표1>은 구마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색과 그 특징을 나타낸 것이다.


<표1> 구마도리의 색과 그 특징

색의 특징

베니구마(紅隅, べにぐま)

홍색

젊음과 정열의 상징, 아라고토 구마도리의 대표

아이구마(鑒隅, あいぐま)

청색

적(敵)과 망령 등 어두운 성격의 역을 표현

차구마(茶隅, ちゃぐま)

갈색

귀신 등 요괴 변화를 표현


베니구마의 색은 홍색으로 가부키 작품 중 아라고토 작품의 대표적인 구마도리이다. 베니구마는 주로 젊음과 정열을 나타내는 역의 분장에 사용된다. 아이구마의 색은 청색으로 적이나 망령 등의 어두운 성격을 표현하며 여자의 모습을 한 귀신 등 악귀 같은 여자나 마녀의 역을 분장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차구마의 색은 갈색으로 귀신 등 요괴역의 분장에 사용되고 구마도리의 색은 이외에도 녹색, 검정색, 황색, 자색, 금색, 흰색이 있는데 녹색은 광폭한 성격, 검정색은 강직과 정의, 황색은 음험함, 자주색은 침착함, 금색은 신이나 불인(佛人)의 경지에 이른 사람, 마지막으로 흰색은 교활한 악당을 나타낸다.

시로도리는 온나카나 또는 지위나 신분이 높은 배역과 마쓰바메 모노20) 작품에서 나오는 고귀한 인물을 나타내는 흰색의 분장을 말한다. 또한 이 외에도 젊은 사람의 배역이나 잘생긴 남녀의 배역도 시로도리를 한다. 이 외 다른 배우들도 분장을 하는데 극 중 보통사람의 배역은 실제와 같은 피부색으로 분장을 하며 노인은 약간 짙은색으로 분장을 한다. 그리고 신분이 낮은 사람의 역이나 익살꾼 역의 도케야쿠( 道化役)는 적갈색 또는 갈색의 분장을 한다. 반면 악인을 맡은 배역은 직선의 형태로 굵고 진하게 겉눈썹을 그리며 눈동자는 돌출할 것 같은 형태로 그리는 것 또한 가부키 분장의 특징이다.

가부키의 의상은 색에서부터 시작하여 옷의 길이나 스타일 등 그 종류의 구분이 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색과 길이로 표현되는 특징만을 간단히 나타내면 먼저 의상의 색중 검정색은 충의와 강직, 적색은 피, 태양, 불, 흰색은 청정, 엷은 하늘색은 청춘과 비창의 상징이다. 또한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배우의 의상 일수록 의상 전체의 길이가 길다고 볼 수 있다.


2.2.3 경극의 분장과 의상


경극 분장에서 좌우가 대칭이 되지 않은 분장은 사악함을 나타내며 복잡한 분장일수록 사나운 인물을 가리킨다. 경극의 분장은 중국 연극의 연출에서 모두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아니며 생, 단, 정, 축의 네 가지 배역에서 단지 억압을 나타내는 정각과 축가의 화장에만 분장의 기법을 사용한다. 분장은 극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용모 및 특성을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경극 화장의 한 종류로 쥰반(俊扮)은 생과 단의 역에 사용되며 각양각색의 인간 얼굴을 경극의 미의식에 준하는 아름다운 얼굴로 만드는 것이 포인트로 경극 무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경극에 있어 얼굴 분장에 대한 체계를 검보(?譜)라 하는데 검(?)은 얼굴, 보(譜)는 형식 및 계보를 의미하며 경극의 특징 중 하나이고 분장 형식은 고정된 검보의 유형에서 기인한 것이다. 모든 배역 중에서 검보가 가장 중요한 것이 정이다. 그 명칭이 암시하듯이 얼굴 분장의 유형과 색깔은 분장자의 특성을 나타내도록 고안된다. 붉은 색, 흰 색, 검은색을 포함하여 8가지의 주요한 색깔이 사용되며 붉은색은 용기, 충성, 관용을 검은색은 정직함, 솔직함을 나타낸다. 비록 경극의 검보가 훨씬 이전의 통속적인 익양강과 곤곡의 것보다 더 복잡하고 고도로 발달했지만 그 상징성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정과 축 배역의 얼굴 분장은 구검(勾?, 화필에 색깔을 묻혀 거울을 보고 특정한 얼굴 분장을 묘사하는 것)이나 유검(??, 손에 색깔을 묻혀 얼굴에 물들이게 문지르고 물들임이 고르게 되면 재차 붓으로 주요 부위를 조금 더 그려 나가는 방법의 분장술)의 화장방법을 쓰며 정의 검보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축의 역할은 문축(文丑)과 무축(武丑)으로 나뉜다. 단이나 생의 역할을 맡은 인물은 말채(抹彩, 얼굴에 먼저 손바닥의 중앙에 골고루 묻힌 유성 화장품의 일종인 흰 도란을 문지른 후 얼굴의 양 볼에 빨간 도란을 칠하고 문지름이 적당하면 재차 물기가 없는 백분이나 연지를 바른다. 물론 눈 주위에도 물기가 없는 빨강으로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칠하여 마치는 방법21)이다.)

수염분장은 구검이나 말검의 화장 이후에는 수염의 화장을 해야 하는데 경극에서의 수염은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에 붙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극에서의 염구(髥口, 일종의 가짜 수염)는 말꼬리나 코뿔소의 꼬리로 만들어 동사(銅絲)나 아연으로 된 수염걸이에 명주실로 만든 끈으로 동여매고 가짜 수염으로는 흑색, 백색, 옅은 청회색, 황색, 홍색, 자색이 있으며 보통 흑색, 백색, 자색은 원색이며 황색, 홍색, 자색은 염색을 한 것이다.22)

경극의 의상은 명대 복식을 기초로 당, 송, 원, 청의 복식을 가미시킨 것으로 시대와 계절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이 복장을 입고 나온다. 극중 인물의 신분에 따라 의관의 모양 색깔이 모두 다른 것은 우리나라의 창극과 비슷하다 하겠다.


3. 창극, 가부키, 경극의 음악


3.1 창극의 음악


창극의 음악은 창(唱) 반주, 무용반주, 서곡 그리고 막간의 음악을 들 수 있으며 음악 연주단의 반주의 역할만 한다. 반주 악기로는 장고, 북,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피리, 대금으로 대표되는데 이외에도 작품에 따라 징, 자바라, 나발, 태평소와 같은 악기가 사용된다. 연주는 주로 무대 아래에서 이루어지며 이곳에서 효과음악도 같이 연주되는데 악기만 연주하며 무대상황이나 배우에 대한 설명은 도창이 담당하고 창극의 모든 음악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엇모리, 휘모리등 국악장단이 바탕이 된다.


3.2 가부키의 음악


가부키의 음악은 무용의 반주 음악으로 시작되었고 그 대표적인 음악 나가우타는 노래연주자, 샤미센연주자, 하야시23) 연주자로 구성되며 무대 위 정면의 하나단 이라는 곳에서 연주된다. 나가우타 중 노래 연주자는 배우나 극의 상황에 대하여 노래의 형태로 설명하며 그 악기는 샤미센(三絃), 다이코(太鼓), 오쓰즈미(大鼓), 고쓰즈미(小鼓), 후에(笛)로 구성된다. 이 중 다이코와 후에는 작품에 따라 구로미스에서 연주되기도 하며 무대위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3.3 경극의 음악


경극의 악곡은 크게 서피(西皮)와 이황(二簧)으로 나뉘는데 서피는 격분, 강개, 서술, 서정의 장면에 사용되며 이황은 감탄과 비애의 정경에 사용된다. 경극의 악기 반주는 문장(文場, 관현악기 반주)과 무장(武場, 타악기 반주)으로 나뉘는데 노래 반주는 문장위주로, 동작 등에는 무장이 주로 사용된다. 문장의 대표적 악기로는 호금(胡琴), 이호(二胡), 월금(月琴), 적(笛) 등이 있고 무장에는 고(鼓), 대라(大?), 소라(小?), 발(?) 등이 사용된다.


4.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공통점과 차이점


지금까지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특징들을 토대로 비교해 보면 창극과 가부키, 경극은 모두 자국의 전통종합공연예술로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표2>와 같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표2> 창극과 가부키, 경극의 공통점과 차이점

작품

창극

가부키

경극

공통점

발생

판소리

무용

연극

배역의 구분

주인공, 도창, 감초

다치야쿠, 온나가타, 고야쿠

생, 단, 정, 축

특징적인 배역

없음

있음(온나가타)

있음(무생, 도마단 등)

음악의 종류

반주음악으로만 사용

반주음악, 연주음악

반주음악, 연주음악

有(반주음악)

음악의 장단

있음(국악기본장단)

없음(정형화된 장단이 없음)

없음(정형화된 장단이 없음)

악기의 종류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현악기), 장고, 북(타악기), 피리, 대금(관악기)

샤미센(현악기), 다이코, 오쓰즈미, 고쓰즈미(타악기), 후에(관악기)

호금, 월금(현악기), 적(관악기), 고, 대라, 소라, 발(타악기)

有(현악기, 타악기, 관악기)

특징적인 연기

없음

있음(미에)

있음(색에 따른 상징적 인물)

분장과 의상

분장과 의상의 색으로 역할 표현(엄격하지 않음)

분장과 의상의 색으로 역할 표현(구마도리, 시로도리)

분장과 의상의 색으로 역할을 구체적으로 표현

표현방식

판소리와 대사

노래, 춤, 연기

노래, 춤, 무술,

有 (가무악 총체)

색채

붉은색, 검은색, 노랑색, 주황색

흰색, 붉은색, 남색, 자색

붉은색, 분홍색, 검은색, 흰색, 노랑색, 자주색, 녹색, 금색, 은색, 회색

有(붉은색)



참고문헌


김유순, 『동양의 전통극 여성국극, 경극, 가부키의 화장에 대한 비교연구』, 서울 : 성균관          대 출판사, 2003.

김은전, 「한국 전통분장과 중국의 분장 비교 연구」, 석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대학원,              1994.

김세영, 『연극의 이해』, 서울 : 세문사, 1984.

김학현, 『歌舞伎』, 서울 : 열화당, 1997.

이원희, 『일본문화입문』, 대구 : 영남대출판부, 1994.

윤상인 외, 『일본을 강하게 만든 문화 코드 16』, 서울 : 나무와 숲, 2000.

정한기, 『연극사』, 서울 : 신아사, 1988.

현경채, 「창극과 경극 가부키의 비교연구」, 남원 : 국립민속국악원, 2002.


top

Trackback Address :: http://esperamondo.com/es/trackback/32

Write a comment


◀ PREV : [1] : .. [39] : [40] : [41] : [42] : [43] : [44] : [45] : [46] : [47] : .. [60]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