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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축제 ‘마쓰리’, 지역의 부흥과 재생을 이끌다
문화관련 정보 | 2012/09/10 17:58

글 :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일본을 흔히 ‘축제의 나라’라고 한다. 1년 내내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축제를 가리키는 일본어의 ‘마쓰리’(祭り)는 원래 신과 선조에게 농사의 풍작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를 가리킨다. 일본의 대표적인 종교시설인 신사(神社)를 중심으로 지역 곳곳에서 오랫동안 행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성은 약화되고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집단 행사로서의 성격이 좀 더 강해졌다. 게다가 원래부터 제사와 관계없이 발생한 떠들썩한 행사는 물론이고 유키마쓰리(눈축제), 하나비마쓰리(불꽃축제)처럼 현대의 이벤트도 마쓰리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식민 통치와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강릉 단오제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전통축제가 사라졌다. 일제강점기나 군사 독재 시절 모두 제를 지내거나 굿을 지내는 형태의 우리 전통축제를 미신으로 간주해 타파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향토축제는 각 지역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일본은 신사와 깊은 관계를 가진 전통적인 마쓰리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으며, 이런 마쓰리가 열리지 않는 달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들 마쓰리는 커뮤니티에 일체감을 줘서 지역 통합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마쓰리를 통해 다시 한 번 지역을 부흥시키고 재생시키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 마쓰리는 일본 전통문화의 결정체
마쓰리는 일본어의 어원부터가 신에게 제사지낸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과거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기원, 감사, 사죄, 복종 등을 나타내기 위해 시작된 의식이 점점 양식화된 것이다. 연중행사나 통과의례와 관련돼 행해진 것이 많기 때문에 일본인의 일상생활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일본인들은 마쓰리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파악했고, 마쓰리에 참가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의 역할을 했다.
현재 일본 전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마쓰리는 각기 다른 배경과 내용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규모에 따라 수백여 명이 참가하는 것부터 수백만 명이 참가하는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신을 받들어 모시고 대접해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자 하는 최종 목적은 모두 같다. 따라서 세부적인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비슷한 절차로 행해진다. 즉 신사의 신위를 제례용 가마인 ‘미코시(神輿)’와 수레인 ‘다시(山車)’로 옮겨 마을을 행진한 뒤 다시 본래의 안치된 장소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때 참가자들은 마쓰리를 통해 자기 자신과 주위를 정화한다.
마쓰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미코시와 다시의 행렬이다. 미코시는 나무틀 위에 신단을 올려놓은 것으로 신사를 축소한 것으로 보면 된다. 크기에 따라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100여 명이 메야 하는데, 사람들이 구호에 따라 미코시를 짊어지고 행진한다. 또 제례용 수레인 다시는 집 모양으로 만들어 지붕을 씌운 뒤 그 위에 인형과 꽃 등으로 장식한 것이다. 높이가 낮은 것은 5~6m, 높은 것은 20여m에 이른다. 미코시나 다시를 메는 젊은이들은 북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행렬을 따르는 주민들 역시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며 구경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본 전역의 신사 관리를 담당하는 ‘신사본청’에 따르면 이런 마쓰리가 약 30만 개가 있다고 한다. 전국에 등록된 신사가 8만 개이기 때문에 1곳당 연중행사로 열리는 마쓰리를 4개씩만 잡아도 족히 나오는 숫자다. 하지만 1만 명 이상 참가하는 규모에 각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 것으로 범위를 줄여도 2~3천 개 정도다. 
이들 마쓰리 가운데 도쿄의 간다마쓰리(神田祭), 교토의 기온마쓰리(祇園祭), 오사카의 덴진마쓰리(天神祭)는 일본의 3대 마쓰리로 일컬어진다.
간다마쓰리는 도쿄의 간다 신사에서 열리는 마쓰리로 에도시대 일본을 통치한 도쿠가와(德川) 막부가 자리 잡았던 곳에서 열리는 만큼 규모도 크고 웅장한 것으로 유명했다. 또한 막부의 장군이 직접 보는 유일한 마쓰리였기 때문에 ‘천하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산노마쓰리(山王祭), 후카가와마쓰리(深川祭)와 함께 에도의 3대 마쓰리로도 알려졌다. 원래는 매년 열렸지만 1681년부터 산노마쓰리와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홀수 해에는 간다마쓰리, 짝수 해에는 산노마쓰리가 성대하게 열린다. 원래는 음력 9월 14~17일에 열렸으나 지금은 양력 5월 중순의 주말로 바뀌었다.

기온마쓰리는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의 야사카 신사를 중심으로 열린다. 헤이안시대인 869년 전국 각지에 전염병이 돌고 많은 사람들이 죽자 병과 악귀를 퇴치하기 위해 어령회(御靈會)를 연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융성했던 불교의 영향으로 부처를 수호하던 우두(牛頭) 천왕을 제신으로 한다. 
매년 7월 1~31일 한 달 동안 열리지만 다시의 일종으로 산 모양의 대 위에 창과 긴 칼을 꽂은 ‘야마보코’ 수십여 대의 행진이 이뤄지는 17일과 그 전날이 하이라이트다. 야마보코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큰 것은 높이가 26m, 무게가 2톤에 달한다. 그리고 야마보코의 행진에 맞춰 주민들은 춤을 춘다. 고대의 원형을 상당 부분 보존하고 있는 기온마쓰리는 일본의 주요 무형문화재로도 지정돼 있다.

덴진마쓰리는 하늘의 신에게 제를 올리는 천신제(天神祭)로 오사카를 대표하는 축제다. 헤이안시대인 949년 ‘학문의 신’으로 추앙된 스가와라노미치자네(管原道眞)의 진혼제를 올린데서 시작됐다. 매년 7월 24~25일 텐만구(天滿宮) 신사에서 열리며 오사카의 도시마가와 및 오가와 강에 1백여 척의 배를 띄우는 것이 특징이다. 1930년대에는 축제에 참가하는 배의 수가 2백여 척에까지 이르렀으나 현재는 경비절감 문제로 1백여 척으로 제한돼 있다. 규모를 줄였지만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의 행렬은 매우 화려해서 일본의 3대 수상제(水上祭)로 꼽힌다.

▲ 덴진마쓰리

그런데, 3대 마쓰리 가운데 간다마쓰리는 메이지 시대 이후 도쿄 도로에 노면전차가 들어서고 전신주가 세워지면서 미코시나 다시의 행진이 쉽지 않게 돼 점점 규모가 축소됐다. 여기에 관동 대지진과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다시가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은 미코시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원형을 많이 상실한 간다마쓰리 대신 화려하고 아름다운 동북지방 아오모리의 네부타마쓰리나 센다이의 다나바타(七夕)마쓰리를 3대 마쓰리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동일본 대지진 이후 중요성 커진 마쓰리
일본 각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마쓰리는 오랫동안 지역 공동체를 통합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역 주민들은 여러 달 동안 마쓰리를 준비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대한 긍지를 자연스럽게 가진다. 또한 각각의 역할을 통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느낀다. 이 때문에 일본인 특유의 단결된 협동정신의 원천은 어려서부터 일생 동안 체험하는 마쓰리에서 나온다는 해석도 있다.
예를 들어 거대한 등불인형 행진으로 유명한 네부타마쓰리의 경우 매년 높이 20m 안팎의 등불인형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협동 작업이 필수적이다. 40~50개 부분으로 나눠 만든 뒤 조립해야 되기 때문에 디자인과 제작을 총괄하는 네부타 장인을 필두로 목수와 전기배선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게다가 행진 때 아오모리의 관공서, 기업이나 학교는 물론 유치원까지 참여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마쓰리에 깊이 연관돼 있다.
또한 마쓰리는 각 지역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일본 전역에서 마쓰리를 테마로 한 다양한 관광 상품이 개발돼 국내외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동북 지방의 경우 아오모리의 네부타마쓰리, 아키타의 간토(竿燈)마쓰리, 센다이의 다나바타(七夕)마쓰리 등을 보기 위해 7~8월에만 3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마쓰리나 덴진마쓰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쓰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매년 10월 열리는 ‘지역 전통예능 전국 페스티벌’은 일본 전역의 마쓰리를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 마쓰리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는 ‘마치즈쿠리’를 논의한다.
하지만 아무리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일본이라도 모든 마쓰리가 요즘 현대 사회에서 계속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노인들만 남은 시골이나 지역 커뮤니티의 연대감이 크지 않은 대도시에서는 미코시와 다시를 끌 젊은이들의 부족으로 중단되는 경우마저 나타날 정도다. 이 때문에 원래는 지역 주민이 해야 할 가마꾼이나 수레꾼의 역할을 다른 지역 마쓰리와 품앗이로 나눠하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인력을 고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은 지역 마쓰리의 중요성을 좀 더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 국민들이 마쓰리를 통해 대지진 피해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2달 밖에 되지 않았던 지난해 5월 도쿄의 산자마쓰리(三社祭)와 간다마쓰리가 잇따라 취소됐다. 1989년 히로히토 국왕이 사망했을 때도 열렸던 산자마쓰리가 열리지 않은 것은 당시 일본 국민의 충격과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 말해준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일본 국민들은 자숙하기보다는 마쓰리를 찾기 시작했다. 대지진과 쓰나미의 피해가 컸던 동북 지방에서는 대부분의 마쓰리가 다시와 미코시 등 필요한 도구들이 망가지거나 없어졌지만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예정대로 실시됐다. 예년에 비해 이곳 마쓰리를 찾은 외국 관광객은 많이 줄었지만 내국 관광객은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들 마쓰리를 주최하는 지자체는 대지진 당시 원전 폭발로 방사능 오염된 후쿠시마현 등지의 이재민 수천여명을 초청해 힘과 용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기업메세나협의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GB펀드(문화예술에 의한 부흥지원 펀드)’는 재해지역의 예술 활동과 유무형의 문화자원 재생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마쓰리에 대한 지원 요청이 유독 많은 것은 주민들이 공동체에 닥친 재난을 극복하고 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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