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와 남미는 지도상 이어진 대륙이지만 엄밀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갈라진 대륙이다. 미국은 중미와 남미 소통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파나마운하를 정점으로 중미는 미국의 시장 안으로 들어와 있으며, 파나마 남부는 자동차로 운행이 불가능한 정글 숲과 자연 장애물로 가득 찬 오지, 이름하여 Tapón de Darién이라는 곳이다. 오로지 국경을 두 다리와 작은 보트에 의지해 건너 가거나 아니면 파나마에서 직접 비행기를 이용하여 남미로 갈 수 있으며, 또한 작은 범선과 요트로 3-6일 정도 걸려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요금은 상상외로 물론 비싸다. ( 400달러 이상)
파나마에 가기 위해 선택한 길은 콜롬비아와 파나마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마을 카프르가나(Capurgana)라는 곳이다. 모든 길안내는 한 달 전에 콜롬비아 전 지역을 여행한 에스페란티스토 Marcelo의 친절한 안내를 착실하게 따랐을 뿐이다.
Facebook으로 언제나 위치를 물으며 다음 이동 장소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보내와 배낭 여행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경로로 콜롬비아 북서부를 바제두파루(Valledupar)에서 카르타헤나(Cartagena)- 몬테리아(Monteria) –투르보( Turbo)로 이어지는 여행을 즐길 수가 있었다.
콜롬비아의 코파카바나 해변이라고 할 수 있는 카르타헤나 도시는 태평양풍의 바다와 카리브풍의 음악이 넘쳐나는 젊음의 도시이다. 낮, 밤의 문화가 상반되게 어울러져 이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몬테리아 –투르보로 이어지는 길은 반 정도가 비포장 도로인데, 그것도 계속되는 산길과 그 안에 거주하는 작은 마을들을 지나가기 때문에 지도 상의 거리는 짧지만 카르타헤나- 몬테리아 길보다 배 이상 소요된다. (6시간 소요)

또한 투르보 선창가에서 아침(8시)에 출발하는 카프리가나로 가는 란초(작은 보트)를 타기 위해선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카프리가나로 갈 수 없다. (하지만 배는 정작 콜롬비아 시간으로 1-2시간 늦게 출발한다)
배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카프리가나는 왜 이 곳이 카리브 해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바다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승객 20명 정도 태운 이 배는 카리브의 절경을 사진에 담는 것을 허락치 않겠다는 듯, 위 아래로 심하게 요동을 치기에 오로지 눈과 입으로만 감탄하며 아픈 엉덩이를 참아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카프리가나에서 Marcelo가 추천한 Hotel Uvita에서 3일에 15달러에 지냈고, 삽쓰루(Sapzurro)라는 곳에서 하루를 더 묵었다. 삽쓰루는 카프리가나에서 배로 30분이면 가는 작은 어촌이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마을처럼, 시간이 정지된 듯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방인들을 평온하게 대한다. 혼자서 조용히 사색을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이 곳이 파라다이스일 것이다.
l 팁 : 교통/ 배 요금 Valledupar – Cartagena : 14달러 Cartagena – Monteria : 16.7달러 Monteria – Turbo : 16.7달러 Turbo – Capurgana 배요금 : 25달러 Capurgana – Panama Obaldia 배요금 : 125달러 Capurgana - Sapzurro 배요금 : 5달러 Capurgana – Sanblas 배요금 : 50달러
< 여행 중 만난 사람들 > 
Carolina, Paola, Juan Pablo, Jorge, Hector 이 다섯 명은 내가 카프리가나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2팀이 칠레 커플이고 한 명은 헥토르라는 모험과 여행을 즐기는 아르헨티나 젊은 친구이다. 직업도 간호사, 수학교사, 회사원, 판매사원, 변호사 다양하다. 이들은 이번 여행을 위해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오로지 여행을 즐기기위해 만난 친구들이다. 그것도 중미의 오지 섬들을 여행하기 위해서…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친구들.. 이 친구들과 파나마의 산블라스 군도(정확하게 : 아르치피에라고 데 산블라스 Archipiélago de San Blas ) 에서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 이 군도는 대서양 쪽 카리브 해안에 위치해 350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들을 제공한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오지의 섬들, 야자수와 그것으로 만들어진 작은 인디오 집들, 섬 하나에 한 채의 집.. 상상하지 못하는 그림들이 주위에 펼쳐지기에 그것을 탐험하는 우리들은 매일 바쁘다. 새 파랗다 못한 바다가 그 속을 훤히 볼 수 있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색과 오색 찬란한 열대어들이 가득한 바닷속을 매일 뒤지게 한다. 난 그림 같은 바다의 신비함을 처음 보았기에 매일 탄성을 지어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도 장관이지만 석양과 함께 섬들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듯한 황홀한 모습을 내 작은 사진기로 담아낼 수 없음에 그저 한탄할 뿐이었다.
우리는 인디오 집의 해먹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해먹은 여행 중 잠깐 낮 잠을 자거나 책을 읽으려고 이용을 하였는데 장시간 잠을 자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날 자고 나서 허리가 아파 헥토르한테 물어보니 해먹은 대각선으로 자야 허리 통증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3달러에 잠자리를 제공한 인디오 피침의 집은 대가족이다. 처제들의 식구들을 비롯하여 식구의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은 가족들의 숫자는 온 가족이 함께 야자수로 엮은 집에서 함께 산다. 우리는 잠만 이 집에서 자고 식사는 마을회관 비슷한 곳에서 해결을 했다. 다행이 가스렌즈를 빌려줘 가져간 부식으로 음식을 만들었는데, 4일째 되는 날부터 모든 것들이 동이나 인디오들의 신세를 져야 했다. 그래도 건너 섬에 가게가 있어 배를 타고 가서 부식거리들을 사오곤 했다.
배로 학교와 시장을 보는 섬마을들..
요즘은 파나마 정부가 산블라스를 관광화 한다고 해서 유럽과 미주의 사람들이 비싼 돈을 들여 투어를 하고 있기에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이 인디오들이, 하와이 인디오처럼 알로에 하와이나 외치면서 그들에게 하와이안 댄스나 추는 관광 상품화된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일주일을 함께 머물면서 산블라스라는 이 곳에 흠벅 정이 들었다. 그리고 내 언어 소통을 끝까지 웃으며 즐겁게 받아준 친구들과도 가족같은 정을 나누었다. 반쯤은 에스페란토로 뭉개며 대화를 했지만 난 이 곳에서 에스페란토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동안 남미를 여행하면서 에스페란티스토가 있기에 늘상 든든한 우군이 뒤에 버티고 있어 아무 걱정 없이 여행 할 수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여행의 진정한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홀로 만의 여행인 것 이다. 난 이 곳에서 친구들에게 실전 에스파뇰과 배낭여행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매일 밤마다 파플로가 가져온 칠레산 삐스코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특히 이번 여행을 위해 수중 영상장비까지 구입한, 여행 배테랑인 헥토르는 끝낼줄 모르는 수다와 유머를 가지고 있어 언제나 함께한 이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한 달을 계획해 오지 섬들을 탐험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나는 그 섬을 나와 파나마 시티로 향했다. 아쉬운 이별은 언제나 서로에게 찐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침 일찍 떠나는 나를 위해 그들 만의 키스 세례와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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