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번째 마당- 콜롬비아 보고타의 자랑

(황금박물관, 보떼로 박물관 방문 편, 2011. 3/8-3/9)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유연하고 부드러운 여체의 곡선을

표현한 걸작이라면, 콜롬비아의 국민화가 겸 조각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 Medellin 출생)는

빵하고 터질 듯 한 고도비만의 모나리자(Mona Lisa, 1978)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전 세계 인구의 이미 10% 이상이 고도비만이라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선견지명 보테로의 뚱뚱한 모나리자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이 세상 과도하게 풍만한 여성들에게도 꿈과 용기를 준다.

거하게 살찐 것이 결코 추한 것도 웃음거리도 아닌

영원히 빛나는 멋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2011년 3월 9일 수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테로 박물관(Museo Botero) 순례에 나섰다.

어제 3월 8일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피해 달려온 보떼로 박물관이 휴관이다.
매주 화요일이 공휴일이란 사실을 모른 채 오매불망 짧은 다리 재촉하며 왔지만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무료로 입장하는 보떼로 박물관은 사이좋은 이웃들 한데 모여 살기라도 약속한 듯,
오순도순 모여 있는 공화국박물관(Museo de Arte del Banco de la Republica)과
국립도서관까지를 아우르는 한 동네에서

책도 보고 고대와 중세, 근 현대 예술도 감상도 할 수 있어서

보고타 자랑거리 중의 으뜸이다.

감동적이게도 모든 문화시설을 거의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콜롬비아는 사회적 빈곤이 문화적 소외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위한

노력을 줄기차게 펼치고 있다.

문화적 향수권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국민들의 기본권적 생존권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인상적이다.

약탈하거나 빼앗아 온 선진국들의 박물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역사적인 문화 유물에 대한 관리 운영과 보존, 향유에 대해

모든 국민들에게 공정한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향후

콜롤비아 역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문화적 의식을 한 단계 숙성시키는
새로운 번영의 기회를 안겨 주리라 기대된다.

대통령(El Presidente, 1997)도, 영부인도, 옆으로 비스듬히 드러누운

미의 상징 비너스도, 맛있는 바나나(Bananos, 1990)도, 심지어는

작고 앙증맞은 참새(Pa'jaro), 오수를 즐기는 멍멍이를 포함한

어느 한 가족( Unua familia, 1989)조차 모두가 푸짐한

보떼로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안겨주고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며 패러디의 짜릿함을 맛보게 해준다.

또한 4살짜리 어린 아들을 졸지에 잃게 된

보떼로는 언제나 죽지 않은 그 귀엽고 뽀송뽀송한

아들을 깜짝 등장시킴으로서 영원히 식지 않은 부성애를

명랑 발랄하게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나라도 한 때 배가 두툼해야 제대로 부티나는 '사장님' 소리를 들었던 시절이
있었듯이, 항상 살집이 넉넉한 사람들을 모델로 삼은 보테로 또한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보상 심리를 역설적으로 그려냈다고 한다.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보테로가 자신의 대표작품 120여점을 공화국은행 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더욱 풍성해진 이곳은 피카소(모자 쓴 여인(Mujer con Sombrero) 등, 1943), 드가(욕실에 있는 여인(Mujer en el ban'o, 1902),
마티스(여인화(Dibujo de Mujer, 뎃생, 1944), 모네, 달리, 샤갈, 무어 등
19-20세기의 세계적인 화가와 조각가들의 명작도 함께

무료로 볼 수 있는 두 배의 즐거움을 안겨 준다.(완전 강추!!)

온 세상사람 여섯 명 만 거치면 다 연결하게 된다는

‘6단계 분리이론’을

주장했던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저서

『권위에 대한 복종』에서 대부부의 사람들은

권위에 대해 저항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선택하기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복종이라는 자기통제를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 본성과 연계하여 불편한 진실을 밝혔던 복종실험에서

사람들은 이전에 받았던 교육은 다 잊어버리고 복종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우선시되어
인간의 자유의지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권력과 위엄의 상징은 여러 형태로 변해 왔지만 황금으로 대변되는

절대 권위는 시대를 초월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것 같다.

보떼로 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황금박물관(Museo del Oro)은

눈부시게 찬란했던 막강 권위가 무언지를 보여준다,

1년 365일 개관하는 이곳은 한 사람당 입장료

3,000페소(약 2,000원 이하)를 지불해야 하지만

결코 아깝지 않다.

황금, 금속, 도자기, 나무, 돌, 조개껍데기, 뼈, 직물 등

50,000여점이 넘는 방대한 유물들이 시누(Sinu), 킴바야(Quimbaya),
톨리마(Tolima), 치브차(Chibcha) 등, 각 지방, 종족, 시대에 따라

독특한 개성으로 표출된다.

국그릇이었다고 지레 짐작했던 넓적한 금 사발이

귀걸이, 가슴에 펼치는 날개만한 장식, 코걸이, 팔찌, 머리 장식

심지어는 추장의 성기를 가리는 것도 금으로 번쩍 번쩍 만들어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금으로 도배한 최고 권력자와 함께 삶과 죽음을 상징했던
박쥐와 재규어, 여치, 달팽이, 개구리, 도마뱀 등

생명을 가진 모든 중생들에게도 금으로 은으로, 혹은 흙으로

영원한 재탄생의 기쁨을 부여한다.

황금을 비롯하여 에머랄드, 다이아몬드, 루비, 진주, 자수정 등

금, 은 보석 세공술이 훌륭했던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마가다레나 강(Rio Magadalena)에서 사금을 채취하고

붉은 황토를 캐내어서 오늘날까지 빛나는

생활 속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