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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번째 마당-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여행 | 2011/01/22 03:53

마흔번째 마당-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산즈펜야 차코, 부에노스아이레스, 바릴로체,

우루과이 콜로니아 편 12/28-2011. 1/13 )


32일 동안 9개 지역을 여행한 브라질과의 안녕을 고해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음료에 사용하는 붉은색소를 채취하는 브라질 나무에서

이름을 따온 천혜 자원의 나라 브라질을 뒤로하고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발길이 분주하다.

미국의 옥수수지대, 우크라이나의 흑토지대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팜파스(pampa)평야는

세계 8위의 면적(276만 6,890km²)을 지키고 있는

이 나라 무한 성장 가능성의 표본이다.



한반도면적(22.2만km²)의 12.5배, 남한 면적(9.9만km²)의

28배의 광대한 국토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는

전국토의 61%가 경작 가능한 옥토를 자랑 한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반지름 600km의 반원을

그리며 펼쳐지는 대초원은 구름도 쉴 곳이 없는 광활한 대지이다.

영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북쪽은 아열대 기후를,

남부는 남극의 한랭한 날씨를 보여준다.

좋은 공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들른

북쪽의 산즈펜야 차코(Saenz Pena Chako) 지역은

그야말로 땡볕 세례로 여행자들에게는 한 낮에는 더위로,

무기력하게 처지는 몸으로, 어떠한 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무지막지한 더위를 피해 모든 일정을 오전 10시 이전으로 잡아 놓은

이곳의 에스페란티스토 루벤(Ruben) 덕분에 큰 땀 흘리지 않고

이 지역 라디오 방송국 RSP( Radio Saenz Pena, AM 950 MHZ)에서

배! 째라 부부의 인터뷰가 상쾌하게 진행되었다.

우리 부부를 통해서 그는 에스페란토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자랑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에스페란티스토들의 탄생을

고대하는 루벤의 노력은 다음날 우리와 함께 이번에는

음악 전문 라디오 방송국 (LA RADIO III, FM94.5 MHZ)

인터뷰를 주선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만난 이웃집 아주머니는 라디오 인터뷰를 들었다며

에스페란토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어 루벤을 흡족하게 만든다.

에스페란토 덕분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묻혀 있는

루마니아 방문을 하였고, 산소를 찾아 뵐 수 없어

한평생 슬퍼하셨던 아버지가 감격해 하는

눈물도 보았다는 루벤은

이 지역의 동네 이발사로서, 자칭 에스페란토 전도사로서

오늘도 뜨거운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오는 날 아침에 루벤네 고양이 미챠가 새끼를 4마리 씩이나 낳았다.

병이 나서 수술했던 전력 때문에 새끼를 가질 수도 낳을 수도 없는

멍멍이 카미나는 밤새 산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 미챠 곁을

뜬 눈으로 지켜주고, 핥아 주며 아픔을 함께 하였단다.

너무도 인간적인 아니, 개 다운 개 카미나의 열렬한 환대로

배! 째라 부부도 즐거워 입을 다물지 못한다.

12시간이면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에서 이곳까지

충분히 도착한다는 말만 듣고 버스를 탔다.

중간에 고장이 나서 들판 한 가운데서

몇 시간을 허비 했는지 골아 떨어져 자느라 전혀 모르겠지만,

17시간 걸려 힘겹게 산즈펜야 차코에 도착하였다.



ANDESMAR 버스가 시동이 안 걸려서 좀 거시기 했지만,

로자가 운전해도 될 만큼 너무 너무 안전하게 저속 운행하고,

커피와 포도주, 맥주와 저녁식사도 푸짐하게 주고

다음날 아침밥까지 살뜰하게 챙겨주는 바람에

몇 시간 전의 짜증스러웠던 기억은

치즈 향기와 함께 다 녹아버렸다.^^

아침 시간에는 전력도 수도 공급도 원활하지 못한 이곳에서

기본적인 공공의 복지가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괴물같이 버티고 있었다.
흙먼지 날리는 이곳의 순박한 시골 사람들은 항상 가격 상승이란 위협과

그들의 가공할 만한 횡포에 시달려야 하는 아픔을 안고 있었다.

17시간 동안 이 지역으로 오는 중에 세 번씩이나

마약 단속이 철저하게 진행되었다.

마약 단속 견 셰퍼드도 지독한 더위에 이미 군기가 빠졌는지

시원한 2층 버스로 올라와서 검사를 마치고는 내려가기 싫다고

엉덩이를 잡아 뺀다. 안내려 간다고 버팅기다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못 이기는 척 발길을 옮긴다.



큰 땅덩어리의 나라라서 그런지 남북의 이동거리가

15시간 내지 20시간은 기본이란다.

산즈펜야 차코에서 버스로 17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선선한 공기가 길게 뻗어 있는 가로수 덕분인 것 같다.

하카란다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 시가지의 가로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기 정화를 위해

커다란 일을 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대통령궁과 가까이하고 있는 5월 광장(Plaza de Majo)에서

민주화를 위해 피땀 흘렸던 어머니들을 뵙지는 못했지만

피 빛이 바랜 듯 한 대통령 정청의 자두빛 색깔은

어머니들의 붉은 열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것 같다.


탱고의 발상지 아르헨티나는 에스파냐의 문화를 계승하였지만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영향과 생활양식까지도 한데

버무려 놓은 듯, 중남미 속의 유럽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나

그들만의 고유성은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전체 인구 4,068만(2008년) 중 92%가 카톨릭을 믿는 나라에서

유대교를 믿는 에스페란티스토 실바아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우리나라보다 12시간이 늦은 이곳에서 2011년 새해를

맞이하는 축배를 들었다.

한 살 더 먹는 것이 무슨 큰 기쁨이라고 시큰둥했지만

그녀의 세 번째 남편 가브리엘과 사돈이면서 친구인 에리카의

성화로 맛난 저녁을 함께 하며 송년을 보냈다.

폭탄처럼 쏟아지는 불꽃놀이에 거리마다 가득한 사람들의

환호성에 밤새 동네가 들썩거린다.


송구영신 축배를 즐기기 전,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보아왔지만

여행 중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식사 전 감사의 기도가

가브리엘의 굵직한 바리톤 음성으로 행해졌다.

무신론자인 우리도 오늘 만큼은

아무 생각 없는 무신경한 여행자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

행운의 여신께 진심을 가득 담은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좋은 공기의 도시 출신답게 모기들도 얼마나 야물게

사람들을 공략하는지 이 녀석들의 변신술이 대단해서

불빛 아래에서 두 눈을 집중해 헤아려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침대위에 들어 눕는 순간 여러 마리가 한 대 뭉쳐 공격하는데,

마치 치밀한 전술 전략의 명령에라도 따르는 것처럼

사정없이 상하좌우 왱왱 거리며 별미(한국인 피)를 향해

파죽지세로 달려 드는데,

그냥 맘껏 잡아 잡수쇼~하고 놔 둘 수밖에 없다.

참을 인자로 버텨내는 로자와 카라의 두 팔과 다리가

붉은 자죽으로 울퉁불퉁 성한 구석이 없다.



몇 년 전 뿌리는 모기약 땜에 한 사람이 질식사한

사고가 발생하고 난 후 전면적으로 분사용 모기약 판매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서

모기 퇴치에 그리 신통방통한 것이 없단다.

단지 그들에게 피의 공양을 하고 난 후 가렵지 말라고

발라주는 연고가 전부인데

요 녀석들이 이 향기를 얼마나 좋아 하고, 맛있어 하는지

연고를 덕지덕지 바르고 난 바로 그곳에다 예리한 빨대를 꽂는다.

틈만 나면 여기저기 긁적긁적 긁어대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잠돌이(카라)와 잠순이(로자)의 늦잠 행진은

실컷 흡혈하여 배불러 터진 모기들도 어쩌지 못한다.

신묘년 새해 벽두부터 아르헨티나 모기들에게 더 이상 헌혈을

하지 말자 다짐하며 133번 버스를 타고

물어 물어 우리가 찾아 간 곳은 Bajo Flores에 있는 코리아타운이다.

한낮인데도 굳게 닫힌 철창문하며, 인적이 드문 음산한 거리,

바람 따라 여기저기 뒹구는 쓰레기들...

과연 여기가 우리 동포들이 사는 곳인지 의심이 드는 찰나에

발견한 익숙한 한글 간판들...

치안에 문제가 많은지 식당도 밖에서 벨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다.

배추 겉절이 김치에 상추 무침, 호박전, 계란말이 등

입맛을 돋우는 알싸한 우리 음식을 먹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쇼킹했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국인 촌은

정말 놀랍고 생소한 풍경이었다.

2011년 1월 6일 목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이웃나라 우루과이 콜로니아(colonia)라는 곳을 잠시 다녀오기로 하였다.

예전에는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요구했던 우루과이가

지금은 여행자들에게는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부케부스(Buquebus)라는 이름으로 콜로니아행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이 배는 한 사람이 왕복 202 아르헨티나 페소를

지불해야 한다. 지금 이곳은 여름철 휴가가 시작되어

항구에는 피서지로 향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손 가득 마테(Mate)라는 이름의 전통차를 담은 병을 도시락 챙기듯

둘러메고 떠나는 이들과 함께 바다가 아닌 누런 강을 따라

흘러 흘러 간다. 배로 3시간이 걸리는 우루과이 콜로니아에

도착하여 또 다시 놀란 것은 일체의 관광버스와 탈 것들이

거의 다 동이 나 버렸다. 겨우 어렵게 빌려 탄 경운기 비스무레한

작고 털털 거리는 전기차를 4시간에 45달러에 빌렸다.

비수기에는 30달러에도 가능 하대요.(c c)


족히 수백 년은 넘었을 아름드리 가로수와 소박한 해변, 골프와 야영,

포루투갈(Portuguese Museum), 스페인(Museo Espanol),

해양 박물관(Museo de Naufragio) 등 이름만으로도 짐작이 가는

예전의 식민지 콜로니아는 과거의 쓰라린 역사를 관광 상품화 시켜놓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여름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약 30여 년 전 사이몬과 가펑클의 노래로 유명한 ‘엘 콘도 파사’에

등장했던 팬 플륫 비슷한 악기 산카오산파니아의 연주로

시작된 작별 공연이 열광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너도 나도

즐거웠던 콜로니아의 하루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호주 에스페란티스토 인드라니를 아르헨티나 에스페란티스토

사무국장 호르케(Horke)네 집에서 생각지도 않게 만났다.

오랜 숙원이던 그녀의 남극 여행을 위해 한 달을 투자했다는

인드라니는 우릴 위해 호주 아들레이드 북부 지역을 자신의 자동차로

몇 시간을 돌고 돌며 관광을 시켜주었던 고마운 분이다.

밤새 지칠 줄 모르는 우리의 수다는 또 다시 어디에선가

깜짝 다시 만나길 고대하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탱고의 나라에 와서 탱고를 배우고 익히지는 못 할망정

아직껏 탱고를 보지 못했다는 조바심이 우리의 발길을

라보카(La Boca)로 급히 돌리게 한다.

알록달록, 어찌 보면 촌스럽고,

또 어떻게 보면 명랑, 천진한 오색빛깔의 건물들 사이로

요란한 탱고 음악과 춤꾼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즉석 탱고 교실이 홀 밖에서 이루어지고 정열의 댄서들은

사랑을 가득담은 동작과 표정으로 초보자의 허리를

와자 지끈 부여잡아 뒤로 훌쩍 넘겨준다.

영원한 오빠 체게바라도 국모 에비타도 모두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재탄생한 라보카의 거리는

일곱 색깔 무지개 만큼이나 알록달록한 아르헨티나의

다양성과 개성미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일요일마다 수천의 사람들과 수백 명 예술가들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 즐비한 산텔모(San Telmo)는

발 디딜 틈이 없는 성시로 구경꾼도 파는 사람도

모두가 축제를 즐기듯 잔치 마당에 온 것 같다.

낙천적으로 흐르는 강렬한 비트의 차카레라 리듬이 낭만을

더해주고, 거기다가 29번 시내버스를 일요일에 즐긴다면

거의 내 자가용처럼 시내 관광을 단돈 1.75페소에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싸고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 체계의 문제점은 반드시 승객이

동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동전 바꾸기 위해 슈퍼를 전전하고 원치 않은 물건을 사도

웬만해선 절대 동전을 안주려는 슈퍼 주인과

손님사이에 싱갱이가 끊이질 않는다.



2011년 1월 10일 월요일 오후 2시 5분에 출발한

비아 바릴로체(Via Bariloche Bus) 버스가 다음날인 11일, 화요일

오전 11시에 바릴로체(Bariloche)에 도착하였다. 장장 21시간이 걸린 바릴로체는
다음 목적지 칠레로 가기가 편한 곳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관광을 꼼꼼하게 챙겨준

에스페란티스토 마르셀의 강력 추천으로 오게 된 곳이다.

마치 독일의 작은 마을을 옮겨온 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통나무집들이

이전 독일 이주자들의 영향으로 구석구석

세련된 유럽풍의 이국적인 광경을 보여준다.



이곳은 광활한 호수의 맑은 서늘한 바람과 저 멀리 우뚯 서 있는 설산으로

아르헨티나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국민적인 휴양지이다.

이 나라에서는 흔치 않는 하얀 눈도 보고 스키도 즐기는 바릴로체는

관광지인 만큼 물가 부담이 대단해서 역전서 만난 한국 두 젊은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서둘러 이곳을 떠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철 녹색 라인을 따라 Plaza Italia역에서 내리면

넓고 아늑한 녹색 공원과 호수가 아르헨티나 시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저녁만 되면 도심 한 가운데서

쓰레기 더미가 난무하는 어두운 뒷골목 광경이 펼쳐지더라도,

세계적인 브랜드 탱고를 탄생시키고 체게바라라는 걸출한 영웅을 배출한

아르헨티나는 문화의 다양성과 광대한 영토를 기반으로

남미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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