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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번째 마당- 왕년의 해상강국 포르투갈
여행 | 2010/12/23 05:37

서른다섯번째 마당- 왕년의 해상강국 포르투갈

(리스본, 알코체트 편 11/4-11/15)



우리나라 순대와 형님 아우해도 될 스페인의 전통적인 음식

모르티쟈 또르띨야와 하몽, 갖가지 피자가 준비된

에스테반의 아파트에서 아쉽지만 흥겨운

배! 째라 부부 환송회가 열렸다.

근 10일 동안 돈 베니또에 머무는 동안 우리의 기쁨조가 되어 준

삼총사 선생님들께서 마련한 자리였다.

갈 사람 가야 하겠지만, 함께 한 추억은 영원히 간직하자고,

손가락 걸고 맹세는 안했지만

그들의 보여주는 정성과 애정에 눈물이 날 정도이다.

서투른 에스페란토 대화 이지만 한시도 끊기지 않는

신기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족히 넘나드는

사람 사는 사연들로 한도 끝도 없다.

페드로의 기타 반주와 에스테반의 노래,

요하니노의 플라멩고,

최선을 다해 끙끙거리는 삼총사의 재롱에

웃음꽃이 떠나지를 않는다.

매혹적인 붉은 빛깔의 포도주가 곁들여지고,

카스트라토의 몽환적인 음성으로 노동가요를 들려주는

안토니오 몰리나(Antonio Molina)의 음악은

우리의 환송회를 절정으로 이끈다.

40일간의 지극히 행복했던 스페인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포르투갈로 향하는 배! 째라 부부의 눈에서도

어느덧 굵은 이슬이 총총 맺힌다.

온 정성을 다해 우리를 맞아준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스페인의 형제 국가라고 생각하는

포르투갈 리스본행 버스에 행복함으로 충만해진 몸을 싣는다.



왕년의 해상강국 포르투갈은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닮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로자의 생각이다.

우선 포르투갈은 불행하게도, 잘 나고

힘도 세고, 관광산업으로 돈도 잘 버는 스페인과

항상 비교가 되는 대상의 나라이다.

공부(?) 잘하는 형(스페인)은 잘 생긴 것(수많은 유물 유적)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떼돈을 긁어모으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매력덩어리 취급 받는 반면,

공부 못하는 동생 포르투갈은 생긴 것도 그닥 시원치 않고

(유물 유적이 그리 풍성 않고), 이곳저곳 돈 빌리러 다니는 형상이

잘난 형 밑에서 기죽어사는 가난하고 부실한 동생처럼

왕년에 한 가닥 했던 체통이 말이 아니다.


포도주병 뚜껑 용 코르크 세계 최고의 수출국가인 포르투갈은

브라질, 앙골라, 모잠비크 등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거느렸던

강대국이었지만 지금은 EU(유럽연합)가입국 중

손꼽히게 가난한 나라 축에 드는 국가가 되어 버렸다.

여행 중 만난 많은 사람들이 중국, 일본은 여행했지만

우리나라는 여행 우선순위 국가에서 항상 밀려나 있었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자금성 등, 일본의 전통적인 다도(茶道),스시 등

두 나라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는

멋진 문화유물 유적이 풍성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올해 발발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오직 우리나라를 남북한의 긴장이 아직도 지속되는

여행하기에는 위험한 나라로 알고 있었다.

개성 없고, 아직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는 나라로 여기고 있으니

카라와 로자의 가슴에도 응어리가 맺힌다.

배! 째라 부부의 아들이 군 복무 중이란 것을 아는 사람들은

팔자에도 없는 우리 아들 안녕까지 걱정해 주면서...

모든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리스본 오리엔트(Oriente)

버스 터미널에 거의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지붕이 두 팔 벌려 마치 고공비행하며 날아갈 것 같은

아름다운 예술 작품 같은 오리엔트 버스 터미널은

포르투갈 국내는 물론이요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동서유럽을 관통하는 통로이다.

터미널에서 이어지는 거대한 예술도시(Urban Art)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예술 섬으로 포르투갈 정부의 야심찬 역작이라 한다.

하늘에는 케이블카가 출렁이고, 짙푸른 초록이

싱싱한 공원에는 바다의 향기와 신록의 녹음이 우거져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운 예술촌을 재현하고 있다.



양옆으로 바다와 강(Tejo river)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는

총길이 15km로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

바슈코다가마(Ponte Vasco Da Gama)를 건너

리스본의 이웃 지역 알코체트(Alcochete)로 우리는 가야한다.

길게 길게 건너 가야해서 그런지

이 다리를 통과하는 곳곳마다 교통요금이 만만치 않다.

편도 버스요금이 한 사람 당 3유로, 대중교통 요금에 대한

부담이 이곳 시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짐이 될 것 같다.



우리를 맞아 준 에스페란티스토 미구엘은 전직 도지사로서

현재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에스페란토 보급과

활동에 있어서는 한 치의 게으름도 허용 않고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또한 전국 자연주의자 협회 회장과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소박하고도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의 전공 원예 식물학을 한껏 활용하여 들판에 자라고 있는

소중한 보약 같은 식물들을 채취하고, 새싹들은 보호하면서

하루하루 땅과 함께 땀 흘린 후의 감사함을 만끽하며

8마리의 닭과 한 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영원한 동반자

사랑하는 아내와 살고 있었다

미구엘과 그의 아내가 제안하여 따라가게 된 유기농 농장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어느 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임대하여 농사짓게 하는 이곳은 지천에 널린 야채와

앙증맞은 꼬마 우산 같은 버섯들과

덩치 큰 노란 메론 등 무농약의 건강한 과일과 채소들이 해충들과

싸우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여기저기 안면이 할퀴어져 있다.

모습은 볼 품 없지만 달고 맛있는 이 과일들의 향기는

샤넬 파이브 향수도 당하지 못할 향긋함으로

입안에 군침이 소용돌이 치게 만든다. 메론 단 한 개 만으로도

배가 든든한 이곳의 유기농 과일들은 자급자족의 형태로

각자가 시간을 내어서 노동하고 수확해가는

자율적인 운영에 맡긴다고 한다.

마치 아들 며느리가 오랜만에 시댁 나들이 나온 것처럼,

미구엘과 그의 아내는 우리를 앞장 세우고 재래시장 구경에 나선다.

왕년에 도지사 했던 분이지만 비닐봉지 양손 가득 주렁주렁 들고

1유로라도 더 깎아 달라 흥정하고, 상추 모종도, 고구마 모종도

좀 더 싱싱하고 튼튼한 놈으로 고르느라 돗보기를 꺼내 쓴다.

에누리 가득한 거래와 기분 좋은 구매를 마치고

우리와 함께 향한 곳은 생선 전문집 레스토랑이다.

세상 태어나서 이렇게 다양한 생선을

줄줄이 많이 먹어 보기도 처음이다.


비늘이 반들반들 뺀질한 놈, 삐죽삐죽 날선 놈, 이빨이

촘촘이 삐져나와 숨 가뿐 저항을 하는 듯 한 놈 등

크고 작은 생선 군상들이 우리 식탁을 구수하게 장식해준다.

서툰 칼질 포크질 보다는 두 손이 제격이라며

미구엘이 먼저 두 팔을 걷는다.

오늘 하루 확실하게 배! 째라 부부의 마니또가 되어준

미구엘 부부께 감사의 말을 다 전하기도 전에

저녁 식사도 자신의 집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입이 열 개라도 고마움을 다 표현하지 못해

카라가 한국의 전통음식을 대접하는 걸로

우리의 마음을 전하기로 하였다.

로자의 팔뚝 보다 더 굵은 가지에다

파, 당근 등 알록달록 빛깔 고운 채소로 장식한 가지찜과

김밥, 수제비로 작지만 우리의 정성을 다해 두 분께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물가에 어린 자식 내 놓은 것 마냥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

일일이 포르투갈말로 써서 챙겨주고, 운전수에게 하차 요청하는

쪽지 남겨 주고, 길 잃지 말라고 백번 천번 전화번호 알려 주고^^

이 세상 부모님의 마음은 이렇게 다 같은가 보다.

그저 할 말을 잃고 두 분께 고개 숙여

감사함을 전한다.

우리 민족의 한과 설움을 육자배기라는 걸출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면, 포르투갈은 파두(Fado)라는

민족음악으로 탄생하였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애절함이, 노래 가사는 이해 못하지만

구구절절이 애닲은 멜로디가 마음을 적신다.



거리 곳곳에 서 있는 푸른빛이 감도는

아줄레주(Azulejo) 양식의 성당 건축물들은 왕년에 잘 나갔던

포르투갈의 영광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운 돌을 뜻하는 아줄레주는

지금도 포르투갈의 개성을 지탱하는

상징적인 건축 양식으로, 현재의 고난을 이겨내고

내일의 선진대국으로 번영해 나가길 바라는

포르투갈 국민들의 시퍼렇게 멍이 든 마음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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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8386 2011/09/20 13:43 L R X
고선생님 멋진여행에
좋은 자료들까지 감동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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